전국집배노조 성명
 
과로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민진상조사위 꾸리고 즉각 부족인력 충원하라.
- 안양우체국 故원영호집배원 분신자살에 부쳐 -
 
지난 7월 6일(목) 오전 안양우체국 소속 故원영호집배원이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휩싸인 불길로 인해 고인은 이틀만인 7월 8일(토) 우리의 곁을 떠났다. 우체국 역사상 처음 벌어진 분신사망이라는 비극 앞에 구성원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었다. 故원영호집배원의 죽음을 포함하여 올해만 우정노동자 총 12명이 사망했다. (과로5명, 자살5명, 교통사고사2명)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안타까운 죽음마저 개인적인 죽음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이번 과로자살건은 명백히 우정사업본부의 이윤만 챙기는 인력정책의 결과로 인한 참사로 규정하며 과로자살에 대하여 순직처리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바이다. 또한, 고인의 명예회복 및 재발방지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고인의 명예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하여 국민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지난 7월 3일 문재인대통령은 안전보건강조주간에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배원들이 사망하고 있는 중대재해다발사업장이다. 또한, 그간의 죽음에 대하여 우정사업본부가 취한 태도를 본다면 재발방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드시 객관적이며 노동조합들의 참여가 보장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과로 과로자살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부족한 인력 때문이다. 집배인력 4,500명을 늘려라.
고인은 베테랑 집배원이자 그 흔한 민원한 번 발생하지 않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으며 분신하는 날 오전 자신이 7년 동안 배달한 구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이제 우체국 그만뒀다.”는 인사까지 남길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과로자살은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며 오랫동안 부족한 인력과 넘치는 물량에 허덕이며 일해 왔던 것이 근본 원인이다. 왜 이렇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성실했던 사람들이 과로나 과로자살로 이세상과 등져야 하는가. 우정사업본부는 언제까지 집배원들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 즉각 정규집배인력을 늘려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셋째, 집배원을 기계 취급하는 집배부하량 폐기하고 구역재조정 매뉴얼을 만들어라.
일상적인 과부하에 더해서 최근 고인을 괴롭혔던 것은 구역재조정 및 통구(구역을 바꾸는 일)였다. 우체국에서 통구는 흔한 일이지만 매뉴얼조차 없어 우체국마다 운영이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고인 역시 갑작스럽게 전체 구역을 바꾸게 되었고 새로운 구역을 배우는 과정이 꼼꼼하지 않았기에 최근 지인과 가족들에게 힘듦을 토로했다. 당연히 이것이 과로자살의 직접적 원인이지 않겠는가. 이번 참사를 통해 통구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되어 집배원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환경에서 통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분신경위, 우정노동자 사망 현황, 장시간노동 실태 등 자료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