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6.04.30

화물연대·BGF로지스 최종합의, 투쟁이 열어놓은 길은 이제 시작이다

사회진보연대

4월 29일 새벽 5시, 경남 진주 고용노동부 지청 회의실. 열두 시간 넘게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BGF로지스가 단체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운송료 7% 인상, 기존 주 1회 유급휴무와 별도로 분기별 1회(연 4회) 유급휴가 추가 보장, 민·형사상 면책,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전면 취하가 포함됐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 처우도 하지 않겠다는 조항과, 업무시간 외 화물연대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잠정합의 이후에도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별도 합의서 문구를 둘러싼 조율이 3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합의안에는 조합원 사망 사고에 대한 사측의 책임 통감,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책이 담겼다. 4월 30일 오전 11시 최종 합의에 서명하는 조인식이 진행됐고, 진주·진천·나주·안성·화성 등 주요 물류센터 봉쇄는 조인식 직후 해제됐다. 4월 5일 총파업 돌입으로부터 25일, 故 서광석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장(이하 故 서광석 열사)이 사망한 지 10일 만의 합의였다.

 

이번 합의는 화물연대가 1월 19일 첫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한 이래 100일 넘게 이어진 교섭 거부와 대치, 그리고 한 노동자의 죽음을 거쳐 도달한 것이다. 이 글은 이번 투쟁 끝에 만들어낸 성과를 확인하고, 투쟁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과제들을 짚는다.

 

이 투쟁은 왜 일어났는가: 다단계 하청 구조의 골격

 

CU 편의점의 상품이 전국 점포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를 추적하면 다단계 하청의 층위가 드러난다. CU의 물류를 담당하는 BGF로지스는 전국 12개 지역 하청 운수회사에 운송을 위탁하고, 이 하청사들은 개별 배송기사와 운송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배송기사의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다. 그러나 기사들이 배송하는 상품은 CU의 것이고, 배송 시간과 경로는 BGF로지스의 시스템이 지정한다. 계약서상 사용자는 하청사지만, 노동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구조의 위쪽이다.

 

이 구조에서 배송기사의 월 매출은 320만~360만 원 수준이고, 본인이 직접 운행하지 못할 때 다른 기사를 대신 투입하는 비용인 '대차비'를 월 15만~90만 원을 자비로 부담한다. 유류비, 보험료, 차량 유지비도 기사 몫이다. 배송기사들은 하루 13시간, 월 325시간에 이르는 노동을 소화한다. 비용과 위험은 구조의 아래로 내려오고, 계약의 책임은 하청사에 머문다. BGF로지스와 CU는 이 구조 덕분에 기사들의 노동에 기대면서도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지지 않아 왔다.

 

다단계 하청구조 위쪽의 숫자는 이러한 배송기사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BGF로지스의 매출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32% 증가했고, 물류 부문 영업이익은 81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0.7%에서 4.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배송·인력용역료 인상률은 23%였으나, 운송기사에게 돌아간 운임 인상률은 0.6%에 그쳤다. 매출이 성장하고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동안, 이익 배분 구조의 최하단에 놓인 기사들의 운임은 사실상 동결된 셈이다. BGF로지스는 하청사에 지급하는 용역료를 인상했지만, 그 인상분은 기사 운임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비용의 흐름은 원청이 설계하되, 그 끝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그림] CU 편의점 물류 하청 구조와 수익 불균형

 

교섭 거부, 손해배상, 물량 축소: 대화 대신 돌아온 것들

 

화물연대는 올해 1월 19일 BGF리테일과 BGF로지스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후 1월 27일, 2월 3일, 3월 11일, 3월 23일, 4월 14일에도 공문을 보내, 첫 공문을 포함해 여섯 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여섯 번의 요구가 있었다는 것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아온 것은 교섭이 아니었다. BGF로지스는 3월 9일 파업 참여 센터의 물량을 절반으로 축소했고, 3월 20일에는 조합원 11명에게 약 2억 원의 손해배상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교섭 요구가 거듭될수록 압박의 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대화 요구에 물량 축소와 손해배상 청구로 응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노란봉투법'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첫 교섭 요구 공문은 1월 19일에 발송됐고, 노란봉투법은 그보다 두 달 가까이 지난 3월 10일에야 시행됐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까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법이다. 기존에 제기되어 온 원청 교섭 요구에 법적 경로를 넓혀준 것이지, 갈등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법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다단계 하청 구조 아래에서 원청이 사용자 지위를 부인하며 교섭 자체를 회피해 온 관행에 있다. BGF로지스가 끝내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도, 손해배상으로 조합원을 압박한 것도, 그 관행의 연장선이었다.

 

4월 20일, 진주: 대체차량과 故 서광석 열사의 죽음

 

4월 5일, 전국 약 160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BGF로지스는 교섭 대신 대체차량 투입을 선택했다. 조합원들의 자리를 다른 차량으로 채워 물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체차량 투입은 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인 동시에, 교섭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기도 했다.

 

4월 20일 오전 10시 32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물류센터 정문. CU 로고가 부착된 2.5톤 대체차량이 센터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파업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과 충돌했다. 그 현장에서 故 서광석 열사가 차량 바퀴에 깔렸다. 오전 10시 50분 심정지가 확인됐고, 11시 45분 사망이 선고됐다. 대체차량 운전자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창원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구속 송치됐다.

 

사측이 대화와 교섭 요구에 응답하는 대신 손해배상 압박과 대체차량 투입을 택한 일련의 과정이 故 서광석 열사의 죽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진] CU물류센터 현장 앞에 마련된 故 서광석 열사 분향소

 

총력 투쟁: 9일간의 기록

 

故 서광석 열사 사망 이후 투쟁의 규모와 강도는 급격히 강해졌다. 화물연대는 조직을 'CU 투쟁 승리 및 열사정신계승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전 조직적 투쟁에 돌입했다.

 

4월 21일, 민주노총은 서울 강남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과 경찰, 정부의 책임을 제기하고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4월 25일에는 진주 CU물류센터 앞에 전국에서 약 9000명이 집결했다. 결의대회에서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은 "故 서광석 열사는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 지부에서 함께해 온 동지"라며 "그 추억들이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밤샘 노동과 새벽 배송으로 한 달에 320시간이 넘도록 몸을 갈아넣은 노동자들에게 손배 청구와 물량 빼앗기로 탄압한 자본, 그리고 이를 비호한 공권력이 故 서광석 열사를 죽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유가족은 같은 날 결의대회에서 "9000명이 이렇게 모여준 것을 보니 故 서광석 열사가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며 "故 서광석 열사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4월 25일 총력결의대회 현장,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유가족

 

[사진] 4월 25일 총력결의대회 현장, 화물연대 투쟁본부 투쟁지침 1호를 발표하는 화물연대 김동국 위원장

 

4월 27일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과 한진에 대한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를 인용하면서 화물연대의 노조 지위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특수고용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의 지위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첫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 결정은 BGF로지스와의 교섭 국면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선릉역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원청 교섭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 겸 농성장을 차렸다. 민주노총은 5월 1일 노동절 집회 장소를 변경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4월 28일에는 서울과 진주에서 동시 결의대회가 열렸고, 투쟁은 충북 진천 중앙물류센터까지 확대됐다. 화물연대와 라이더유니온은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9일간의 총력 투쟁과 동시에 들어간 교섭은 극한의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BGF로지스는 4월 22일 단일 교섭 체계에 합의해 놓고 이틀 만에 "협의일 뿐"이라며 번복했다. 노조 대상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은 유지한 채 개인 대상 가처분만 취하하는 태도도 보였다.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는 동안 진주·진천·나주·안성·화성 물류센터에서 배송이 중단됐고, 전국 약 3000개 CU 점포에 상품이 공급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긴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4월 29일 새벽 잠정합의가 타결됐다. 운송료 7% 인상, 분기별 1회(연 4회) 유급휴가 추가 보장, 민·형사상 면책,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전면 취하가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조합원 불이익 처우 금지와 업무시간 외 화물연대 활동 보장 조항도 담겼다. 잠정합의 이후에도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구체적 합의 문구를 둘러싼 조율이 이어졌고, 조인식은 하루가 지난 4월 30일 오전 11시에 진행됐다.

 

잠정합의의 성과, 그리고 이어가야 할 과제

 

운송료 7% 인상은 지난 3년간 0.6%에 머물렀던 인상률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다. 분기별 유급휴가 신설은 월 325시간을 일하면서도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기사들에게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민·형사 면책 확보와 가처분 전면 취하는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가해졌던 법적 압박을 걷어낸 것이며, 조합원 불이익 처우 금지와 화물연대 활동 보장 조항은 노조 활동의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무엇보다 BGF로지스가 화물연대와의 단체합의를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핵심이다. 100일 넘게 노동조합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원청이, 한 노동자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단체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전환이 이번 합의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이다.

 

이 성과를 발판 삼아 이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7% 인상은 3년간의 사실상 동결을 부분적으로 만회한 것이지,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한 것이 아니다. 다단계 하청에서 이익은 위로 집중되고 비용은 아래로 전가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운임 교섭은 다음 파업 때도 같은 자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의 교섭권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정비하는 일이 남아 있다. 편의점 물류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택배·배달 플랫폼 등 유통·물류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풀어가는 일도 이번 합의로 완결되지 않는다.

 

故 서광석 열사는 다단계 하청이라는 구조 아래 놓인 동료 노동자들을 위해 연대하다 목숨을 잃었다. 그 유지를 이어받아, 노동조합의 총력 투쟁과 시민 연대가 만들어낸 합의의 성과를 지키고, 물류 노동자 조직화를 확대하며 투쟁의 과제를 이어가는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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