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3.06.27

민주당 혁신위의 난맥상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함께 불붙는 민주당의 위험천만한 팬덤 정치

사회진보연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1001명에게 실시한 6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도는 25%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국민의힘 35%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이며, 2020년 7월 전국지표조사가 시작한 이래 민주당이 기록한 최저 수치다. 최근 민주당이 김은경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당 혁신 작업에 돌입했음에도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하겠다.
 
이런 결과는 이번 혁신위가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혁신할 수 있느냐에 관해 일반 국민이 회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회의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명 대표체제의 존재 자체가 민주당 혁신이 필요하다는 논의의 출발점이자 핵심 원인이나,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체제 자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타락은 꽤 오랜 뿌리를 갖고 있고, 이제 거의 체질이 되어가고 있어, 이 점이 혁신을 더욱 어렵게 한다. 따라서 혁신위가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혁신위의 출발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이재명 대표체제가 출범한 이후 민주당의 모든 행보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따라붙었다. 이 대표 사건에 대한 예행연습이었던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이성만, 윤관석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와 같이 굵직한 비리사건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대두됐다. 비리 의혹을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기에는 드러난 정황을 고려할 때 너무나 궁색했고, 그렇다고 국민의 상식, 법 감정이라는 잣대를 대자니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곧바로 공격대상이 되는 딜레마 속에서 민주당은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도 외교정책, 민생, 경제와 관련해 정권에 대해 이러저러한 비판을 시도했으나, 모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냐는 반비판에 직면해 묻혀버렸다.
 
결국, 5월 중순에 이르러 혁신을 안건으로 한 의원총회가 이뤄지고 혁신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혁신위 구성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위원회 구성을 두고 당내 갈등이 계속되어 의총 뒤 한 달이 다 될 때까지 혁신위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이재명 대표는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대표 제안자였던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전격 임명한다. 민주당 최고위원조차 발표 전날 밤에야 알았다고 전해지듯 이 대표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인선이었다. 그러나 이래경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천안함 자폭과 같은 음모론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당내에서도 강성 친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9시간 만에 낙마한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6월 20일, 원내인사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혁신위원을 지명했다. [출처: 스카이데일리]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6월 20일 김은경 교수가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당 안팎에서 혁신위가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인사를 포함해 선임한 혁신위원 7인 중 6인이 친이재명 인사거나 관련한 발언을 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래경 사태와 김은경 혁신위에서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은 이 대표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혁신은 곧 이재명 대표체제의 강화라는 점이다. 김은경 혁신위가 이래경 이사장보다는 ‘덜’ 친명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김은경 혁신위는 이래경 이사장에게 가해진 ‘친위 쿠데타’라는 비판까지는 듣지 않을 수 있겠으나, 당 지도부를 향한 총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는 한 수단일 뿐이라는 비판을 깔끔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흥미로운 건 그동안 혁신위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대선 전에는 정당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과 같은 제안을 했었고, 올해 초에는 정치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공천제도, 기득권 폐지와 관련한 제기를 이미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위원회의 위원장도 친명의 핵심 인물인 장경태 의원이었다. 특히 올해 3월 정치혁신위원회 1차 혁신안이 발표되기 얼마 전에 권리 당원 여론 조사를 공천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지표인 당무 감사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유출되어 큰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이 어떤 것인지 대강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혁신위도 시작부터 공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6월 26일) 발표한 1호 제안은 이재명 대표도 공언한 불체포특권 폐지 서약이다. 민주당 소속 전 의원으로 확대하자는 1호 제안은 역시나 당내에서 쉽게 수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번만은 성공할 것이라 믿을 수 있는가. 이는 민주당이 그동안 신뢰감 있는 행보를 보여 왔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볼만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부분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민주당은 대선 패배부터 반성이라곤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원인도 제대로 합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2020년 총선까지 대형 선거에서 3연승을 거둬, 지역조직을 풀뿌리까지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서도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다.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건 민주화 이후 최초였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결정적인 사건을 꼽자면 단연 조국 사태였다. 조국 사태는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줬고, 민주당의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경각심이 없었다. 대장동 의혹이라는 거대한 비리 의혹을 비롯해 다수의 의혹(백현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주식회사 쌍방울의 변호사 수임료 대납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돌이켜봤을 때 문재인 정권 내내 두드러졌던 키워드는 도덕적 이중잣대를 의미하는 ‘내로남불’이었다.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지도자로서의 도덕성에도 심대한 결함이 있음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대선 직후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런 반성보다는 패배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흘러나왔다.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일종의 ‘정신 승리’를 추구한 셈이었다. 이런 태도가 표출되는 가운데 내로남불, 도덕적 타락에 대한 반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성찰하지 못한 채 비슷한 과오를 반복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표체제의 출범으로 승인된 민주당의 사당화
 
민주당 내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백서가 없다는 말은 패배 직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패배 원인에 대한 합의 과정이 없었음에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노선은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즉 대선에서의 ‘아쉬운 패배’에서 ‘패배’에 집중해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기보다는 ‘아쉬운’에 집중해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은 패배한 이재명 후보가 곧바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이어서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사실상 합의됐다. 77.77%라는 수치는 그의 방향성을 민주당의 절대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수치였다. 그런데 당 대표가 됐다고 있던 비리 의혹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결국, 이재명 당 대표 체제의 출범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앞장서 막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아쉬운’에 집중하겠다는 말은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 당 대표 지위를 활용해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내고 난 후, 공천권을 휘둘러 당을 지금보다도 더 강하게 손에 쥐고, 다음 대선에 다시 출마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함의도 있는 셈이었다. 이번엔 ‘아쉽게’ 졌으니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심산이겠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이재명 대표는 당 지도부(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와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자기 계파 인물로 완전히 장악했다. 대안부재론이 이를 정당화되는 핵심 근거가 됐다. 차기 대권 주자에 관한 선호도 조사가 언론에 언급될 때마다 이재명 대표는 20%를 상회하는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대안부재론은 곧 비명계의 비전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는 민주당 혁신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민주당의 비전으로 제시한 셈인데, 비명계가 이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아슬아슬하게 부결시킨 것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도 이재명 대표체제의 존재 자체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는 이상민 의원을 비롯해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비명계는 아직까지 대안부재론 속에서 산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함께 불붙는 민주당의 위험천만한 팬덤 정치
 
민주당이 처한 지금의 위기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전체의 문제다. 만시지탄이겠으나, 민주당의 하향세를 멈출 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는 좋은 계기였을 것이다. 또, 거대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의원을 적어도 당 대표로는 선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노웅래 의원에서 시작한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가결을 시켜 혁신을 꾀할 수도 있었고,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사건 당시 정치검찰의 탄압이라는 일성 대신 과감한 처분으로 혁신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계기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체제의 유지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던 도덕성을 심각하게 상실했다. 이제는 진보가 왜 꼭 도덕적이어야 하냐는 항변이 민주당을 변호하겠다고 제기되는 실정이다.
 
독일 강연에 찾아간 해외 ‘개딸’이 게시한 수박 현수막(왼쪽)과 이낙연 지지자의 티셔츠 공동구매 공지(오른쪽) [출처: 데일리안]
 
게다가 혁신을 말하는 이때,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을 전후해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독일 강연에 해외 ‘개딸’이 찾아가 깨진 수박 현수막을 게시했고, 귀국일에 계란을 던지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이낙연 지지자는 ‘낙딸’을 자처하며 맞불을 놨다. 계란 투척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귀국 첫날부터 팬덤 간 충돌 우려가 불거졌다는 점은 심상치 않다. 또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개딸의 이런 움직임에 친명계 인사도 동참하고 있다.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는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에서 수박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렸고,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에서 수박 주스를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정치적 경쟁자를 부정하는 태도,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졌다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런 경향성이 만연한 민주당에서 과연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결국, 민주당 전체가 철저히 반성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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