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9.04

②당장 진보정당 통합이 어렵다면 선거연합정당으로 총선에 출마하고 나중에 각자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나요?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10문 10답>

사회진보연대
2. 당장 진보정당을 통합하기 어렵다면 선거연합정당을 세워 총선에 대응하고, 나중에 각자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나요?
 
 
선거연합정당은 골치 아프게 강령을 토론하지 않아도 되고, 선거에서 힘을 모아 의석수를 확보한 다음,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므로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을 합산해도 의석수를 늘리기 어렵고, 새로운 정치적 메시지도 불분명합니다. 게다가 친민주당 행보를 보이는 진보당을 민주노총이 제어하지 못해 강성희 의원이 선거연합정당의 향후 행보를 보여주는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당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진보정당들의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제시했던 총선방침안은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더라도 당장 정당을 통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거용 가설정당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보정당 각자가 지향하는 이념과 정책을 조율해 합의하기가 쉽지 않고,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아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선거연합정당은 골치 아프게 강령을 토론하지 않아도 되고, 선거에서 힘을 모아 의석수를 확보한 다음,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므로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은 득표율에서도 이점이 없고, 지향하는 비전도 불분명해 성사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선 생소한 개념인 선거연합정당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당법은 이중 당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정당들이 통합하려면 기존의 당을 해산하고 새로운 당을 창당하는 방법으로 합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2019년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방법을 통해 우회적인 선거연합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기존의 정당을 유지하면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습니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연동형 비례의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비례의석 득표만을 위해 정당명부 비례후보만 내는 정당을 새로 만드는 꼼수를 부린 것이죠. 이는 스스로 개정한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서, 민주당은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정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등에 비례위성정당에 동참할 것을 제안합니다. 즉,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민주세력의 선거연합정당으로 세탁하려 했습니다. 방법은 각 정당 비례후보들이 탈당해서 선거연합정당에 들어와 당선된 다음, 총선이 끝나고 나서 소속정당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의당은 거절했으나,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이 참여해서 비례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의 선거연합정당도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례로 출마할 후보들이 소속정당을 탈당해 선거연합정당으로 총선에 나간 후, 다시 돌아가는 것이죠. 민주당 위성정당과 차이가 있다면 지역구 후보도 출마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과거에도 핵심 지역구에서 진보정당 후보들 간의 단일화 과정은 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연합정당의 핵심은 비례후보를 함께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이 진보정당 합당이라는 부담을 피해 총선에서 힘을 모아 대응할 수 있는 참신한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단 정당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해, 선거연합정당으로 모이는 것 자체가 성사될지, 상승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최근 총선에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2016년 총선에서는 정의당 7.23%, 민중연합당(진보당의 전신) 0.61%, 노동당 0.38%, 녹색당 0.76%였고, 2020년 총선에서는 정의당 9.67%, 민중당(진보당의 전신) 1.05%, 노동당 0.12%, 녹색당 0.21%였습니다. 이런 득표율을 고려할 때, 진보정당들의 정당명부 득표를 한데 모으자는 극히 단순한 선거연합정당으로는 지지율을 대폭 높이고, 당선자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정의당의 경우, 선거연합정당으로 선거에 나오려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예컨대 국고보조금도 포기해야 하므로 선뜻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포기할 만큼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진보대통합을 통해 추구하는 바, 시민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진보정당들이 힘을 모아 한국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정치공학적 계산을 뛰어넘는 명분이 갖춰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선거연합정당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불분명합니다. 게다가 선거연합정당에 가장 적극적인 진보당이 노골적 친민주당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를 비판하긴커녕 사실상 묵인하고 있어, 과연 진보대통합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입니다. 전주을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고맙습니다 민주당’ 현수막을 걸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여, 그가 ‘친이재명계 민주당 후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습니다. 심지어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민주당의 강경한 친명계 의원모임인 ‘처럼회’에 가입했다가 논란이 일자 탈퇴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지역구 무공천에 대한 보답으로 친민주당 행보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양경수 위원장은 강성희 의원이 “노동자 편에서 일할 후보, 낡은 기득권 정치판을 바꿀 유일한 후보”라며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그의 친 민주당 행보를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강성희 의원이 선거연합정당의 향후 행보를 보여주는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선거연합정당의 새로운 정치적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진보당의 친민주당 행보도 제어하지 못하니, 진보정당들의 호응도 저조합니다. 특히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오는 현실을 성찰하고, 기존 정치세력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선거연합정당이 친민주당 행보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면, 정의당으로서는 당의 지향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민주당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진보정당 간 연합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을 합산해서 의석수를 늘린다는 정치공학적 이점도 분명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적 메시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친민주당 행보를 보이는 진보당을 민주노총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다른 진보정당을 설득하는 것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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