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9.04

⑤북한에 대한 입장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10문 10답>

사회진보연대
5. 선거연합정당 문제를 말할 때 왜 북한에 대한 입장을 따져야 하나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진보대통합 정당이든, 선거연합정당이든 간에 북한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에 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럴 때 ‘합의된 입장이 없다’거나 참여한 세력 각각에게 물어보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유권자가 후보마다 입장이 제각각인 정당을 어떻게 신뢰하고 표를 줄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반핵이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북한 핵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으로 진보적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과거 민주노총이 배타적으로 지지한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사례를 보면, 북한 문제는 기관지나 당원게시판에서 매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쟁점이자, 합의를 도출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른바 진보정치 세력의 대통합을 추구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분명히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 민주노동당이 겪었던 갈등과 혼란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경험은 이미 문답 3번에서 다뤘으므로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던 2006년과 비교할 때 북한 핵무기는 훨씬 더 고도화되었고, 이슈가 지닌 세계적 중요성도 훨씬 더 커졌습니다. 핵 문제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만나는 정상회담도 이미 두 차례 열렸을 정도이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어떤 정치세력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북한 핵무력의 고도화: 남한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북한의 핵정책과 전술핵무기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그래도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후에도,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계속 열렸고, 2007년에도 2·13 합의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2·13 합의란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봉인하고, 5개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합의였습니다.)
 
그러나 돌연 북한이 핵 신고서의 검증을 위한 시료채취를 거부하면서, 6자회담은 2008년 말 중단되었고, 영원히 다시 열릴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은 미국이 제안한 양자 간 회담마저 거부한 채,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을 거듭하면서 핵무기 보유를 향한 길로 달려 나갑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두 차례 정상회담도 북한이 핵시설의 부분적 폐쇄(영변 핵시설 폐쇄) 외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면서 결국 합의 무산(노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적 지침을 발표하는데요, 기존 지침에 비해 매우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핵무기 보유의 목적이 ‘국가주권,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라고 했는데요, 이는 타국의 핵공격이 아니더라도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나, 심지어 영토완정 즉 남북통일을 위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입니다. 또한 핵무기 사용의 조건에 관해 기존 지침은 ‘비핵국가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불사용한다’고 명시했으나, 새로운 지침에서는 이러한 내용은 빠지고 ‘핵무기 공격 등이 임박한 경우’로 바꿨습니다.
 
[출처: kbs뉴스 갈무리]
 
종합하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남한도 경우에 따라 핵무기 공격대상이 되고, 심지어 핵무기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위협이 담긴 셈입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남한 전역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전술핵무기 체계의 개발과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핵정책이나 실제 개발 중인 핵무기는 공히 남한을 위협 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진보정치세력이 북한 핵 문제를 회피할 수 있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기 때문에 진보대통합 정당이든, 선거연합정당이든 간에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때, “합의된 입장이 없다”거나 참여한 세력 각각에게 물어보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또는, 어떤 후보는 “북한 핵무기를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후보는 “북한 핵무기는 자위 수단”이고 “미국과 한국의 대북적대정책 탓”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입장이 후보마다 제각각인 정당을 유권자가 어떻게 신뢰하고 표를 줄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반핵이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북한 핵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으로 진보적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오늘날의 진보일 수 없다
 
사실 북한 문제는 단지 핵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 2012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 2013년 ‘내란음모’ 사건과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거치며, 한국사회 진보진영의 일부가 여전히도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가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진보의 위기, 통합진보당 어디로?’라는 제목의 MBC 100분 토론에서는 어느 시민논객이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를 대표하는 이상규 당선자에게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사태의 원인이 당권파의 종북주의가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의문이 있다. 북한 인권, 3대 세습, 북핵에 대해 이상규 당선인의 입장을 말해달라. ‘종북보다 종미가 문제다’라는 식의 말 돌리기가 아니라 정확한 입장을 듣고 싶다.”
 
이때 이 당선자는 “종북이이란 말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군사독재시대의 색깔론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 유감이다. 양심의 자유를 옥죄어 가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질문자는 이 당선자가 여전히 말을 돌리고 있다면서 재차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이 당선자는 끝내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사실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당권파’는 모두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3대 세습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말했고, 이석기 당선자도 “북을 있는 그대로 보자” “북한의 시선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때 누구라도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북한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진보진영의 대표자라는 사람들이 속시원히 답하지 못하고 계속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면, 유권자들은 도대체 왜 그런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북한 민중의 시선으로 북한 정권을 보아야 한다
 
이석기 당선자가 ‘북한의 시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북한 누구의 시선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권력자들의 시선일 수도 있고, 평범한 북한 시민들의 시선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정치적 견해를 지닌 것도 아닐 것입니다. 예컨대 인권 억압에 노출된 북한 시민의 시선은 권력자의 시선과 전혀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말한 시각이란 사실 북한 권력자의 시각이 아니냐는 반문을 곧바로 던질 수 있습니다. 북한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어느 시민논객이 던진 질문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바로 지금도 그 누군가가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현존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진보일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다른 의견을 지닌 정치세력이 존재한다면, 투명한 토론을 통해서 분명한 결론에 도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핵 문제, 북한 문제는 선거연합정당의 가능성을 검토할 때, 우리가 반드시 함께 다루어야만 하는 논의사항입니다. 이 문제를 회피하고 어정쩡하게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불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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