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9.04

⑥‘전쟁 반대 핵무력 반대’라는 민주노총의 입장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10문 10답>

사회진보연대
6.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더라도, ‘전쟁 반대 핵무력 반대’라는 민주노총의 입장 정도면 합의할 수 있지 않나요?
 
 
사실 현재의 쟁점은 ‘핵무력 반대’라는 원칙적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입니다.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자는 관점은 핵무력 반대를 일반론으로 부정하지는 않되, 북한 비핵화가 전 세계 비핵화와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북한도 전 세계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한다는 궤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이는 기존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감축하고 그 외 국가는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지 않는다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체계를 무너뜨리자는 주장과 같습니다. 그 결과는 현재의 NPT체제보다 더 끔직한 세계적 핵무기 개발 도미노와 핵 경쟁일 것입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도 공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올해 2월 7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국제정세나 한반도정세가 토론주제로 떠올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이런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사업계획안을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서 미국만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게 적절한가. 민주노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냐.”
 
“미국 추종정책에 따른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비판하고 있는데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국제사회가 동의하는 상식적 수준이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그저 미국 추종정책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느냐.”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서도 여러 질문과 의견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무력법 채택을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서술하고는 있으나 반전평화운동의 의제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규탄 밖에 없다. 한반도 전쟁위기에 한중일뿐만 아니라 북중러 공히 책임이 있다면 각 진영의 군사적 행동을 포괄적으로 비판해야 않나. 즉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포함해, 한반도 핵무장을 강화하는 어떤 행동도 규탄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의 핵으로 인해서 남한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포함해 폭넓은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즉 한미연합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도 공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북한 핵무기 보유을 인정하면 남한 핵무장을 반대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를 분명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토론을 거치며 수정동의안이 제출되었습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핵무기 확장을 억제함은 물론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전쟁반대 핵무력 반대 세계평화를 위해 전세계 노동자들과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문구를 사업계획안에 추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나왔습니다. “수정안 문구는 강대국의 핵을 인정하면서 약소국 저항권을 포기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북핵에 초점이 맞춰지면 안되며,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전세계 비핵화와 결합되어야 한다.” 즉 전세계의 동시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원장이 수정안을 받아들여 표결 없이 통과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은 “북핵 관련하여 이견이 존재한다. 이 자리에서 장시간 토론은 불가능하고, 수정동의안 발의자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제기한 것으로 파악되므로 원칙적 수준에서 수용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핵무력 반대라는 문구를 최대한 모호하게 사용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입장이나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입장 모두 성립 가능토록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문구가 들어갔음에도,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붕괴가 진보의 대안일 수 없다
 
사실 현재의 쟁점은 ‘핵무력 반대’라는 원칙적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입니다.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자는 관점은 핵무력 반대를 일반론으로 부정하지는 않되, 북한 비핵화는 전세계 비핵화와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북한도 전세계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한다는 궤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이는 기존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감축하고 그 외 국가는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지 않는다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체계를 무너뜨리자는 주장과 같습니다.
 
사진은 2020년 8월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 이제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비준하자!’ 공동기자회견에서 반핵과 평화를 고민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입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NPT를 넘어 전 세계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핵무기의 개발, 시험, 생산, 비축, 사용, 사용 위협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사상 최초의 국제적 합의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NPT가 기존 핵무기 보유국, 즉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핵 독점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불평등하다는 비판은 매우 타당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국가들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의 NPT 체제보다 훨씬 더 끔직한 세계적 핵무기 개발 도미노와 핵 경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쟁 반대 핵무기 반대’라는 일반론이 진보정치 세력의 구체적인 정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민주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핵 보유를 고집하는 한 북한은 ‘실패한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할 수 없고, 부분적인 핵동결·핵감축 협상만 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두 차례 정상회담에 임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협상은 성립 불가능하다는 것이 하노이 노딜을 통해서 분명히 재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미국의 대북정책이 융통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북한의 입장이 전 세계적인 조약인 NPT 체제의 원리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인정된다면, 다른 국가는 왜 핵 보유를 시도하면 안 되냐는 문제가 곧바로 이어집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된 ‘실패한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의 운동 세력이 북한을 ‘실패한 국가’로 몰아넣을 핵무기 정책을 옹호한다면, 북한 인민이 이미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게 될 고통을 용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이란?

1970년 발효된 NPT는 세계에 핵무기 보유국이 우후죽순 늘어나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자 한 국제조약입니다. 당시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5개 국가, 즉,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추가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하지 않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대신, 핵무기 보유 5개국은 핵군축 교섭에 노력을 다할 것과, 핵발전 기술을 핵 비보유국들에 이전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NPT에 따른 국제핵 통제 체제를 흔히 ‘NPT 체제’라고 부릅니다. 현재 NPT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북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밖에 없습니다. 이 중에서도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NPT를 가입했다 탈퇴(2003년)하여 핵무장에 나선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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