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9.04

⑦선거연합정당을 만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건가요?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10문 10답>

사회진보연대
7.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처럼회’에 가입했던 사실도 있던데 민주노총 지지 후보가 그래도 되는 건가요? 혹시 민주노총이 선거연합정당을 만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건가요?
 
 
진보당의 과거 행적과 지금의 행보를 보았을 때, 가설정당이 결국 야권연대로 가기 위한 가교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법도 합니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민주노총이 포퓰리즘 비리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실패한 야권연대 전략을 반복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천명해야 합니다.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새 전주를 위한 통큰양보! 고맙습니다. 민주당” 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여 ‘친이재명계 민주당 후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습니다. 당선 이후 친명계 강경파 의원모임인 ‘처럼회’에 가입했던 사실도 드러났는데요, 이 모든 게 민주당이 전주을에 공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지난 5월 18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공정사회포럼)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럼회’에는 최강욱·윤영덕·강민정·김승원·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박영순·장경태·황운하 의원 등 11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무소속으로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처럼회’의 대표적인 의원들로, 코인 사태로 국회윤리위에 제소된 김남국 의원, 조국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 발급으로 2심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최강욱 의원, 위장 탈당 이후 최근 복당한 민형배 의원의 모습입니다(위). 논란이 일자 강성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탈퇴 의사를 밝혔습니다(아래). [출처: 뉴시스(위) 페이스북(아래)]
 
강성희 의원의 이런 파격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었고, 따라서 진보진영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24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현수막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강성희 의원의 친민주당 행보가 이렇게 노골적이라서, 혹시 민주노총 집행부가 추진하는 선거연합정당이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가교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설정당의 숨은 의도가 야권연대가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지금 확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 진보정당의 야권연대 행적들을 돌아보며 추측해보고자 합니다.
 
 
민주당이 급조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던 민중당
 
진보정당들은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외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상황에 따라 태세를 돌변해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일부 진보정당이 민주당이 급조한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민주노총 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당시 위성정당 참여를 공식화한 녹색당에 대해 실제로 지지방침을 철회하기도 했었죠. 민중당(진보당의 전신)은 민주당의 거부로 비례위성정당 참여가 좌초된 터라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만일 그들이 원했던 대로 참가가 성사되었다면 민주노총 지지 정당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던 거죠.
 
 
민주노동당(잔류파)와 통합진보당의 반MB 야권연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강성희 의원이 속한 진보당의 뿌리를 살펴보면, 민주노동당의 자주파,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잔류파,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즉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합니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기로 향할수록 거듭된 정책실패로 지지율 폭락을 경험합니다. 그 결과로 2007년 17대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처참하게 대패합니다. 연전연패 끝에 역사상 최약체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직후 촉발된 광우병 촛불집회를 계기로 반전의 돌파구를 찾습니다. 민주당도 야권단일화라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2009년 4월 경기교육감선거에거 ‘범민주 후보단일화’로 김상곤 후보가 승리하면서 야권단일화, MB심판, 무상시리즈라는 선거승리 공식이 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10·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전국적 반MB연대를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과감하게 결단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민주노동당이 지역에서 낸 후보들을 사퇴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합니다.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서는 ‘재보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합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는데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4개 정당이 참여했습니다.
 
2012년 총선은 야권연대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방금 언급한 4개 정당 중에서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탈당파)가 통합진보당을 결성했습니다. 그리고 보궐선거가 아니라 전국선거에서 최초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당 대 당’ 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당 대 당’ 선거연합으로 13개의 의석 수(지역구 7석, 비례 6석)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부정경선 사건 이후, 야권연대에서 배제된 통진당 세력
 
그러나 야권연대의 최전성기에 진보정당은 곧바로 위기에 빠집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에서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선거 부정이 밝혀졌고, 그 이후에는 통진당 내 비례 의원 선출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를 두고 중앙위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미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 이후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에서 암묵적으로 배제됩니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은 201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합니다. 대선후보로 출마한 이정희 후보는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 박 후보를 떨어뜨려서 반드시 진보개혁정권을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며 후보에서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해 2013년 통합진보당에서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했고,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건에 대해 8대1의 해산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정당해산 이후 통진당 주도 세력은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잃었고, 그 후신 조직인 민중연합당, 민중당은 야권연대에 참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2013년 이후로는 안철수라는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해 야권연대의 초점은 민주당-안철수 연대로 이동했고,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휘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보진영 가설정당은 야권연대로 가기 위한 가교인가
 
진보당의 과거 행적과 지금의 행보를 보았을 때, 결국 가설정당이 통합진보당 식의 야권연대를 다시 반복하려는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충분히 제기될 법도 합니다.
 
게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2016년, 2020년 총선 때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야권연대라는 틀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이 여러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고, 당내 지도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야권연대라는 틀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정당성을 보강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전주 보궐선거의 전후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진보당만 이러한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현재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매우 낮고 존재감이 약한데, 그럴수록 진보진영 전반이 민주당과의 정치협상으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미망에 다시 휩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이 먼저 나서서 민주당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지금까지 야권연대에 대해 전혀 언급한 바 없습니다만, 선거연합정당을 주도하는 진보정당의 입장에 따라 결국 ‘정권심판’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 지지를 강행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선거연합정당이 ‘어게인 2012년’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강성희 의원의 친민주당 행보를 명확히 비판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포퓰리즘 비리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실패한 야권연대 전략을 반복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천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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