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9.04

⑨야권연대를 해서라도 의석을 확보해야 진보정치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10문 10답>

사회진보연대
9.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해서라도 진보정당이 국회의원 몇 석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진보정치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야권연대를 통해 원내에 진출하겠다는 건, 양극화된 표심을 지렛대 삼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민주당을 극복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보수정당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에 기반해, 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 없거나 양보한 빈자리에서 민주당과의 협력을 전제로 원내에 진출하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생명 연장 방식은 진보정치를 답보상태로 빠뜨리고, 몰락을 재촉할 뿐입니다. 진보정당은 곧 딜레마에 휩싸이고 말 것입니다. 민주당이 심판받는 국면에서는 같이 심판받기 때문에 대안세력으로서 등장할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정치양극화 시대일수록, 지지자들을 확대하는 전략이 아니라 반보수-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하는 선거연합은 진보 정치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연대, 위기의 진보정당
 
2020년 총선에서 진보정치는 완패했습니다. 진보정치가 도약할 계기가 되리라 여겨졌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지만, 위성정당 난립으로 애초 취지가 무력화되었습니다. 진보정치 세력은 자신들이야말로 ‘촛불혁명의 적자’라고 자임하면서, ‘정의로운 생태 복지 국가’(정의당), ‘차별없고 빈틈없는 노동존중사회’(진보당)를 내걸었으나, 결과는 민주당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2022년 대선 결과는 더 저조했습니다. ‘주4일제 복지국가’(정의당),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혁명’(진보당)을 내세우며 복지국가의 지속과 촛불혁명의 완수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을 등진 대중의 표심을 흡수하기는커녕,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과 함께 외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진보정치가 아니라 ‘탄핵의 강을 건너 탈 박근혜에 성공’한 보수, 국민의힘을 선택했습니다.
 
민주당이 심판받는데 왜 진보정치도 외면당했을까요? 시민들이 진보정치를 민주당과 구별되는, 질적으로 다른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반MB 야권연대를 구실로 민주당과 당 대 당 선거연합을 한 바 있고, 대선에서는 이정희 후보가 중도 사퇴하며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2019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을 구실로,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하고 공수처법 도입에도 긴밀히 공조하면서 민주당 2중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정책적 차별성은 분명히 보이지 않는 데다, 걸핏하면 지역구 나눠먹기식 선거연합을 하고, 심지어는 ‘내로남불’ 민주당, 86세대 정치인 비리로 정국이 소용돌이칠 때조차 민주당 편을 들어주는 진보정당을, 시민들은 민주당과 비슷한 아류 정당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민주당 심판 국면에서 진보정당이 함께 외면받는 건 사필귀정, 당연한 결과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진보정치 세력 중 일부는 야권연대에 미련을 못 버린 듯 보입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몇몇 지역구에서 양보를 받거나, 민주당과의 공조로 선거제도 개혁을 모색하는 방식 말입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는 구호와 함께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한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바 있는데요, 그냥 한번 해본 말이 아닐 것입니다.
 
[출처: 트위터]
 
 
정치양극화 시대, 반보수연합이 진보정치의 무덤인 이유
 
독자적인 정치활동, 대안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몇 석이라도 확보하는 방법은 야권연대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양극화된 표심에 기대어, 민주당이 양보한 지역구에서 승리하여 원내에 진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이런 식으로 생명연장을 꾀한다면 진보정치를 답보상태로 빠뜨리고, 몰락을 재촉할 뿐입니다. 양극화된 표심, 정치양극화 상황은 진보정치에 결코 유리한 게 아닙니다. ‘내 편이 아니면 결국 적의 편’이라는 단순 논리 앞에, 진보 정치가 결국 설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정치양극화는 진보정치에겐 무덤입니다. 이 전략에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반보수 선거연합 아래에서는 민주당이 심판받으면 진보정당도 같이 심판받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민주당을 방어해야 합니다. 이는 진보정당이 대안세력으로서 등장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한편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구별 짓기, 독자생존을 시도하면, 국민의힘 편이냐는 비난과 함께 야권연대 기회마저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주저하게 됩니다. 뚜렷한 지지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당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하위파트너에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진보 정치의 재건은 민주당 비판으로부터
 
진보정치 세력은 민주당의 선동에 편승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이 들먹이는 노동자와 민중은, 정치의 주체로서 노동자, 계급으로서 민중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 ‘불만을 가진 집단’일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도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노조법 2조 개정에 관심을 가진 건,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있어서 그런 것이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원청 사용자성을 보장해주려고 의도한 게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기 직전 민주당이 통과시킨 것은 자신을 겨눌 수 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지, 노조법 2조와 같이 시민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법안이 아닙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진보정치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진보정치가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한 보루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합니다. 민주당 내 주요 인사의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규범을 위협하고 후퇴시킬 때, 일관되고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영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진보정치 재건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연합이 아니라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왜 민주주의에 위협적인가

야권연대를 통해 의석수를 늘려보겠다는 일부 진보정치 세력의 전략은 민주당이 한국 민주주의를 얼마나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지에 애써 눈감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나아가, 조국사태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비리 의혹에 대해 눈감는다면, 또다시 진보정치는 민주당과 함께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진보정치 세력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 똑똑히 인식하고 앞장서 이를 비판해야 합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브렛은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위험 신호를 연구해서 독재자를 감별하는 테스트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네 가지 평가 기준에 따라 이재명 대표와 그 지지자들의 지난 행보에 관해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씩 꼽아보았습니다. (사회진보연대가 발간한 소책자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2021.11.4.)도 참조하기 바랍니다.)

1.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민주당 내의 배신자라는 뜻을 지닌 ‘수박’은 주로 이재명 지지자(‘개딸’)가 이재명을 비판하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은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도 직접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습니다. ‘개딸’들은 2023년 6월, 이낙연 전 대표의 독일 강연에서 깨진 수박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난입했고, 올해 3월에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수박 깨기 행사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2.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제20대 대선 투표를 목전에 둔 작년 2월 말, 이재명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언론을 비판하자 지지자들이 현장에 있던 취재진을 발로 차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일부 지지자는 손에 쥐고 있던 풍선으로 취재진의 머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선대위에서 유감 입장을 밝혔지만, 이재명 후보 차원의 대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선 패배 직후 이재명 후보는 ‘개딸’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를 묵인했습니다.

3.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 협박)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언론사들에 “이런 것이 징벌 대상이다. 손을 떼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중 이 후보만이 유일하게 인터넷 기사에 대해 이의신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후보의 신청건수는 총 40건인데 이 수치는 17대부터 20대 대선의 후보자들이 이의신청한 건수 총 55건의 73%에 달합니다. 즉, 이 후보가 이의신청을 남발하여 언론사를 압박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4.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부족)

이재명 대표는 과거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대표 체제 아래서 민주당은 꼼수 탈당이나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활용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고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법 등 법안을 직회부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건조정위는 다수당과 이에 속하지 않은 의원을 3:3 동수로 구성하고 최장 90일의 숙의 기간을 보장해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취지로 생긴 제도라는 점에서, 이러한 행태는 국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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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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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방침 총선방침 노동자 정치세력화 선거연합정당 당 중심 노동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