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3.09.13

9·12 중집 최종안, 무엇이 문제인가?

‘연합정당 건설’ 방침에 반대한다!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은 총선평가에 기초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정치방침(안) 이행을 위해 진보정치세력과 공동 논의기구를 구성한다. 공동 논의기구는 신뢰와 합의로 운영하며 2026년 지방선거까지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
9·14 임시대대에 상정될 민주노총 총선방침 5항
 

시간만 뒤로 미룬 ‘연합정당 건설안’
 
9월 12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14일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최종안을 만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종안은 2024년 총선은 공동대응하고, 2026년 지자체 선거 때는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안이다. 집행부가 일방 강행해서라도 관철하려 했던 ‘선거연합정당’(진보대연합정당) 안에서 창당 시점만 바뀌었다. ‘2026년까지 연합정당 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4·24 임대 당시 대의원들이 진보대연합정당에 반대했던 이유는, 진보정당 분화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는 점, 특정 정파의 특정 정당만 참여하게 될 정당이라는 점, 불신과 갈등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9·14 대대에 상정될 최종안에는 반대했던 대의원의 우려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개문발차를 허용한 ‘연합정당 건설안’
 
이제까지 정치·총선방침 논의가 난항을 겪었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정치세력 간 신뢰와 합의가 없어서였다. 따라서 정당을 새롭게 창당하려면, 논의기구 구성에서부터 운영, 그리고 창당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신뢰와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종안에는 운영과정에서만 신뢰와 합의가 명시되어 있다. 진보정치세력의 신뢰와 합의로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하는데 구성 단계에서는 삭제된 것이다. 개문발차(開門發車, 상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먼저 출발하는 것)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4·24 임대 때 집행부가 직권 상정한 안에도 ‘후보 선출은 합의 정신에 기초’가 명시되어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대연합정당을 창당할 수 있어서였다. 특정 정파의 특정 정당만 참여할 것이고, 개문발차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선거연합정당이기에 수많은 대의원들이 일방 추진에 반대했다.
 
특정 정파, 특정 정당만 참여해 선거연합정당 논의기구를 만들면, ‘신뢰와 합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선거연합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선거연합정당은 지금 한국의 선거 제도하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이중당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연합정당 후보로 나서려면 기존 정당에서 탈당하고 새로운 선거연합정당에 가입해야 한다. 당의 이름을 알리는데만 천문학적 비용과 당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그걸 포기하고 선거용 페이퍼 정당에 가입해서 새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일정하게나마 당의 인지도를 축적한 정당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제도 개선이 먼저다.
 
무리해서 연합정당을 만들려 해도, 이를 실현하려면 공동의 노선과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공동 노선을 만들 수 있는지 그것부터 의문이다. 당장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입장부터 다르다. 진보정당 중에는 원칙적 수준에서조차 반핵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정당도 있다. 민주당에 대한 태도, 야권연대를 둘러싼 입장도 다르다. 이재명의 부패,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체포동의안 부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진보정당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 이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정당·정치세력도 있다.
 
게다가 우리는 2012년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를 겪으며, 당의 분열과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해야 했던 뼈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성찰하지 않고 있고, 합의된 평가조차 없다. 정파 간 신뢰가 회복되었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연합정당 건설’안에 반대한다!
 
9·14 대의원대회에서는 중집 최종안의 이름으로 정치방침·총선방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중집 최종안이 민주노총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지, 선거연합정당 건설을 이렇게 추진하는 게 타당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의원들은 소신껏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이 기층 현장 간부의 힘으로 바로 설 수 있다.
 
지금 중집 최종안은 민주노총 차기 집행부가 논의기구를 어떻게 운영하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안이다. 민주적인 집행부가 들어서면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패권적인 집행부 들어서면 논의기구가 패권적으로도 운영 가능한 안이다. 이렇게 불완전한 총선방침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 ‘연합정당 건설’ 방안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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