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3.11.07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②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전 세계 좌파의 목소리-아프리카, 중동

사회진보연대
 
글로벌 사우스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는 종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변명하거나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인다. 실제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서방에 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이나 우크라이나 지지·지원에 소극적이다. 유엔은 2022년 3월 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유엔 결의안을 찬성141, 반대5, 기권35표로 통과시켰다. 기권과 반대표를 던진 40개국 중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38개국 국가는 아프리카(18), 아시아(9), 중동·중앙아시아(7), 중남미(4) 국가였다. 침공 규탄 결의안에 찬성했더라도 러시아에 경제를 의존하면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소극적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의 저항운동 활동가들은 이러한 ‘도구화’에 문제제기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글로벌 사우스를 러시아를 변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접근은 세계를 미국과 서방 중심의 ‘제국주의 진영’과 그것에 저항하는 ‘반제국주의 진영’으로 나누고 후자를 막연히 낙관한다. 이러한 분류는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와 같이 미국과 서방이 아닌 강대국, 권위독재정권이 행하는 폭력과 야만을 무시한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지배엘리트와 민중을 동일시 할 수 없다. 둘을 동일시하는 접근은 해당 국가에서 지배엘리트에 의해 탄압받고 학살당하는 민중과 저항운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외면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반미·반서방주의’로 협소해진 기존의 반제국주의를 혁신하고 국제평화운동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현재 글로벌 사우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확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지원하는 좌파운동의 목소리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1. 아프리카: 아프리카 권위독재정권과 러시아의 유착 심화, 그리고 저항하는 사람들
 
러시아는 냉전 이후 축소했던 아프리카 외교정책의 방향을 바꿔 2000년대부터 군사, 자원‧에너지 두 축으로 공격적인 재진출을 시작했다. 외교안보연구소가 2022년에 발간한 <최근 러시아의 대(對)아프리카 진출 고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불안정한 정세와 통치, 서방의 식민지배 역사와 아프리카 정책실패는 러시아가 비집고 들어오기 좋은 틈을 제공했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출구가 필요했던 러시아는 이러한 틈을 이용해 영향력을 키우고 아프리카를 발판삼아 글로벌 파워를 확대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다수 국가와 공식‧비공식적 군사협력을 맺고 각 정부와의 유착을 강화했다. 러시아는 전체 아프리카 국가 54개국 중 28개국과 군사협력을 공식화했다.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수단, 부룬디, 리비아, 말리 등 내전지역에 용병을 수시로 파견한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현지훈련중인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교관
[출처: 텔레그램 채널 “Wagner’s Orchestra”]
 
러시아는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자원개발에 권한을 행사한다. 러시아는 짐바브웨로부터 무기지원의 대가로 백금광산 개발권을 받았다. 또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부터 금, 우라늄, 다이아몬드와 같은 광물자원 개발권을 받았다. 수단의 군부지도자와 거래하여 상당량의 금을 밀수했다는 주장도 있다. 바그너그룹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핵심광업 시설에 주둔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에너지‧자원 관련 대기업(로스네프트, 루코일, 가스프롬, 알로사)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 아래 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했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러시아 대기업들은 해당국의 석유 및 가스 매장지 개발이나 송유관 건설, 광물채굴‧개발을 추진한다(김동석 2022).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극단적인 인권침해와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바그너그룹은 말리에 약 1천 명의 용병을 배치해 이슬람 반군과 싸우는 말리군을 지원했는데, 2022년 3월 말리군과 바그너그룹은 중부 몹티 지방의 모우라 마을을 닷새간 포위하고 포로와 비무장 주민 수백 명을 집단 학살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21년부터 말리군과 바그너그룹에 의해 즉결 처형, 집단 매장, 고문, 강간 및 성폭력, 약탈, 임의적 구금, 강제실종이 자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2021년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파병된 약 2천 명의 바그너그룹 용병들 또한 말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강진욱 2023).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은 복잡합니다. 엘리트들의 입장이 아프리카 민중들의 입장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유착한 자국의 권위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아프리카 좌파와 민주화운동가들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확대와 자원 수탈, 극단적인 인권침해를 지적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에 맞서는 저항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모든 제국주의와 독재에 대항하는 보편적인 공통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좌파 활동가들이 참여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및 유럽 네트워크(ENSU) 행사에서 활동가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 연대, 지역의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했다.
 
 
수단 “러시아 제국주의의 간섭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과 회담 중인 오마르 바시르 수단 대통령 [출처: 타스]
 
수단 인권운동가 에이만 세이펠딘은 군대와 민병대에 의한 대규모 탄압과 학살, 두 군벌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과 수단 자원의 착취 등 러시아 제국주의의 개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단의 군벌세력들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단 국민은 군벌세력 간의 분쟁에 의한 대량학살에 노출되어 있다. 2017년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당시 오마르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크렘린궁을 찾아 “수단은 러시아에 아프리카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당시 수단 정부는 민주화세력과 노동조합이 조직한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하고 수단국민을 대변하지 않았다. 수단 혁명 당시 바시르는 축출되었지만 이후 군사 정권이 들어섰고 2021년 민간 정부의 집권을 막기 위해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났다. 러시아는 수단군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비정규군인 신속지원군(RSF)과 무기를 거래하고 시리아를 경로로 수단의 금을 밀수한다. 이 돈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바그너 그룹은 수단을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했습니다. 러시아 용병의 행동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인간을 억압하거나,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원 추출을 강행하는데, 이는 19세기 식민주의와 일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단 혁명의 활동가들은 두 군부 정권과 자국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군대와 민병대의 대규모 탄압과 학살, 그리고 러시아 제국주의의 간섭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아프리카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자본, 바그너 주의자, 그리고 풀뿌리 연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둡체프, COMMONS, 2023.5.31.

 
 
나미비아 “우크라이나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맞서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2019년 러시아-아프리카 경제 포럼에서 나미비아 하게 고트프리트 게인고브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만남 [출처: 타스]
 
나미비아 활동가 아나스타샤 셰레메트는 나미비아의 집권 정당 남서아프리카인민기구(SWAPO)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취한 태도가 ‘친 러시아적 중립’이라고 지적한다. SWAPO는 과거 서사하라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관련한 투표에 기권을 행사하고 적극적인 찬성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규탄 결의안에는 기권을 행사하고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셰레메트는 그 원인으로 나미비아 대통령의 소련에 대한 향수,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 로사톰과의 협력, 가스 및 다이아몬드 생산 협력, SWAPO 내부에서 친 러시아 파벌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문화적 유대관계 구축을 짚는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곡물 무역에 대한 추가 경제 협력을 위해 나미비아와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다.
 
셰레메트가 대표로 있는 ‘나미비아와 우크라이나 협회’는 SWAPO의 자성을 촉구하고 러시아에 의존적인 나미비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나미비아의 사회운동과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연결하며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행사, 행동, 연대 캠페인을 조직한다.
 

“우크라이나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맞서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이는 나미비아의 대중운동이 싸웠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프리카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자본, 바그너 주의자, 그리고 풀뿌리 연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둡체프, COMMONS, 2023.5.31.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제 연대의 원칙을 지키고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의존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2023 년 2월 22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에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출처: AP]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좌파 경제학자 패트릭 본드는 2023년 브릭스 정상회의를 둘러싼 긴장감을 소개한다. 2023년 8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아공 사회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남아공에 푸틴이 발을 들여놓을 경우 남아공 정부는 푸틴을 체포할 의무가 있었다. 러시아 침공 반대 시위의 공동 조직자인 좌파 활동가 데스몬드 도우자는 “사람들은 푸틴이 남아공에 감히 발을 들여놓을 경우 어떻게 체포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에게 도전할 것입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남아공 정부는 정상회담 참가자 전원에게 외교적 면책특권을 부여하겠다며 사실상 체포불이행의 뜻을 밝혔지만 푸틴을 대신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여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었다.
 
패트릭 본드는 남아공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지만 사실상 친 러시아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아공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불참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하는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집권당인 아프리카 국민회의(ANC)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도 유지되고 있으며, ANC 지배 세력의 포퓰리즘적 “반서방”수사도 증가하고 있다.
 
그는 남아공에서 ‘아래로부터의 브릭스’ 등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좌파가 우크라이나를 본보기로 삼아 국제 연대의 원칙을 지키고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의존, 신자유주의적 민족주의 정책, 국내외 과두 자본에 지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남아공 노동조합 운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활동가인 즈웰린지마 바비의 발언을 인용했다.
 

“미국의 중동 침략과 군사 작전에 맞서 싸웠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불법 점령에 반대하십시오.” <아프리카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자본, 바그너 주의자, 그리고 풀뿌리 연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둡체프, COMMONS, 2023.5.31.

 
 
2. 중동: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한 러시아의 중동 진출, 그리고 저항하는 사람들
 
러시아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전폭 지원하고 시리아 내전을 발판삼아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아사드 정권은 세습독재정권이자 자국민 대상 전쟁범죄에 수없이 연루되어 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2016년에 발간한 <미국과 러시아의 대(對)중동정책 변화 고찰>은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를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했음을 지적한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국가였던 이라크와 리비아, 소련에 우호적이었던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동 거점이었다. 러시아는 2003년 이라크 후세인 정부의 붕괴, 2011년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붕괴로 두 거점을 상실했다. 따라서 러시아가 시리아와의 동맹관계를 상실하게 되면 중동 거점이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던 중,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를 타고 시리아에서 아사드에 반대하는 민주화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 초기 아사드 정권은 거의 붕괴할 뻔 했지만 이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실각을 면했다. 이란, 중국과 함께 시리아에 관한 UN결의안에 수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개입을 시작했다. 2015년 10월 5일 연설에서 푸틴은 시리아에 대한 개입 동기를 “아사드 정부의 정통성 있는 권위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인남식 2016).
 
2020년 1월 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출처: 신화연합뉴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 수호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아사드 정권을 도와 저항세력은 물론 시리아 국민 일반을 무차별적으로 탄압, 학살했다. 반정부 세력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명명하며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병원, 학교, 주택 등 민간인 밀집 지역에 표적 공습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접속탄과 화학무기가 민간 지역에 사용되고 러시아 항공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수만 명의 변호사, 인권활동가, 기자, 인도주의-구호 활동가, 정치 활동가 등이 시리아 정부의 손에 임의 구금되거나 강제 실종되었고 고문으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엠네스티 2021). 시리아군과 러시아의 잔혹성은 특히 알레포에서 두드러졌다. 그들은 알레포에서 전투기와 헬기, 전차를 이용하여 접속탄, 통폭탄 등의 비인륜적 살상무기를 사용하고 도시를 철저히 봉쇄했다.
 
시리아 내전 최악의 비인도적인 살상 무기로 꼽히는 통폭탄에는 폭탄과 함께 못과 나사 등 쇠붙이가 들어있다. 사람이 가까이 오면 폭발과 함께 파편이 확산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 과정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로 인해 알레포는 ‘시리아의 스탈린그라드’라 불린다. 우크라이나 유럽평의회 상임 대표인 마리아 멘젠체바 하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알레포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채인택 2020). 게다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용한 무기의 시험장소로 시리아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김강석 2022).
 
시리아 내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의 한 장면. 와드 알카텝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를 딸 사마가 들고 있다. '여기는 알레포. 무엇이 정의냐'(김강석 2022) [출처: 엣나인 필름, 중앙일보]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중동문제연구소가 2022년에 발간한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정책과 중동 영향력 확대 모색>에 따르면 이란은 시리아의 정치변동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다. 이란은 시리아를 이란과 레바논, 이란과 팔레스타인 사이를 연결하는 군수 물자의 교두보로 지칭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는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러시아 군의 시리아 개입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솔레이마니의 방문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속도를 냈다. 당시 러시아의 지원 덕분에 아사드 정권은 알레포 탈환에 성공했다(김강석 2022). 이란은 2022년 9월 22세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사망하여 촉발된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물적지원을 받았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에 이란제 드론이 대규모로 사용되었는데, 이란은 이 사실을 부정하다가 뒤늦게 인정했다.
 
2022년 10월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이란제 드론이 러시아에 제공됐다고 항의하는 이란 디아스포라 시위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푸틴과 네타냐후의 친선관계를 중심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불참했다. 이스라엘은 숙적인 시리아 내 이란 무장 세력 주둔지와 관련 시설 공격을 위해 시리아 영공을 감시하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장민석 2022). 네타냐후는 푸틴의 친이란 행보에도 러시아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 네타냐후와 푸틴은 트럼프와의 관계도 각별했는데, 트럼프는 2017년 12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2019년 3월에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이었던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동맹을 포함한 아랍사회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을 충격에 빠트린 트럼프의 행보에도 네타냐후와 푸틴, 트럼프는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이스라엘 리쿠드 당사 벽에 걸린 네타냐후 선거운동 현수막. 푸틴·트럼프와 악수하는 네타냐후와 함께 ‘격이 다른 네타냐후’라는 히브리어가 쓰여져 있다. [출처: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동과 우크라이나 사회의 운명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중동의 좌파, 사회운동 활동가들은 러시아 제국주의와 중동의 권위주의 세력 간의 상호 연관성에 주목한다. 러시아는 중동 독재자들의 주요 동맹국이며, 러시아의 승리는 모든 좌파 활동가, 특히 독재 정권 치하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하는 반면 러시아 제국주의의 전복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주변국에 대한 침략공격에 성공하며 제국주의적 야망을 중동으로 확장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러시아가 자국의 글로벌 파워를 확대하기 위해 자원이 풍부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지역을 발판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동의 활동가들이 참여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글로벌 및 유럽 네트워크(ENSU) 행사에서 활동가들은 중동에서 경험한 러시아 제국주의의 사례와 각국 정부의 정책, 전쟁과 독재에 맞서 연대를 구축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리아 “우리 아이들도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리아 활동가 와엘은 서방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저지르는 만행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서 시리아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고, 그로 인해 2023년 현재까지 러시아에 의한 민간인 살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병원을 지킨 의사 자헤르 살룰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목표물을 대규모로 폭격하는 이유는 시리아에서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고, 시리아에서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대책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민을 학살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면서도 거의 매일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리아 군 역시 민간인 표적공습을 포장한다. 2023년 6월 25일 시리아군의 앗 슈구르 바자회 폭격으로 13명이 사망했는데, 시리아군은 “우방 러시아 군과 협력하여 이들리브 지역의 요새화된 테러 조직 본부에 정밀하고 수준 높은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했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 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는 공동의 적이 있습니다. ... 러시아에게 시리아 정권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군사 작전과 자원 추출을 위한 작전의 중심지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아사드 정권을 약화시킬 것이고 러시아 제국주의의 중대한 패배를 의미할 것입니다.” <운명에 묶여: 중동에서의 우크라이나 풀뿌리 연대와 러시아 제국주의>, COMMONS, 2023.9.19.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알레포의 시리아 혁명군이 장악한 알-밥 마을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야당의 깃발이 걸린 시멘트 블록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AFP]
 
 
이란 “우리가 태어난 나라의 정권이 드론을 보내 친구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이란의 페미니스트 인권 운동가인 나스린 소투데(변호사, 사하로프상 수상자)는 체포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내는 연대편지를 썼다.
 

“지난 며칠 동안 전 세계는 거의 30년 전에 모든 국제법을 준수하며 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을 목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저항으로 침략에 저항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침략자들의 군화 밑에서 조용히 짓밟히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전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나라에 사는 여성으로서 전쟁의 공포와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을 상상할 수 있으며, 무모한 침략에 공포를 표합니다. 이 전쟁은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싸움이지만 다행이도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 싸움에서 혼자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운명에 묶여: 중동에서의 우크라이나 풀뿌리 연대와 러시아 제국주의>, 커먼스, 2023.9.19.

 
우크라이나 페미니스트들도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 아래 이란 여성들과 그들의 시위에 연대했다.
 
테헤란의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이란-우크라이나 연대시위 [출처: 오픈소스]
 
본격적인 침공 이후 이란 활동가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 행진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 내 이란 공동체와 함께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이란 정권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을 반대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디아스포라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규모 시위가 캐나다, 미국, 유럽에서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들은 “우리가 태어난 나라의 정권이 드론을 보내 친구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며 우리는 이에 반대를 표명합니다.”라고 외쳤다.
 
이란의 쿠르드 학자 캄란 마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규정하는 이란 좌파 다수 입장에 도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며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에 근거한 저항을 강력히 옹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 러시아 대사관 근처 오타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이란 연대 시위 [출처: 오픈소스]
 
 
이스라엘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푸틴이 이기면 전 세계가 패배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유대계 아랍인 노동당 DAAM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야코프 벤 에프랏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에서 네타냐후와 푸틴의 친선관계를 지적한다. DAAM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 행동과 불법 정착촌, 아랍인에 대한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페미니즘과 생태사회주의를 지향한다. 벤 에프랏은 2014년 2월 푸틴의 크림반도 침공에 대한 네타냐후의 침묵과, 2014년 7월 가자지구 분쟁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폭격에 대한 푸틴의 침묵을 언급한다. 이스라엘은 당시 러시아에 전쟁드론을 공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2014년 7월 9일 푸틴과 랍비들과의 만남. 푸틴은 이 자리에서 가자 지구 분쟁에 대해 “나는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출처: The Moscow Times]
 
벤 에프랏은 민주주의를 위협으로 간주하며 점점 더 권위주의 정치로 향하는 극우 정치인 네타냐후가 그와 동일 선상에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푸틴, 트럼프와 친화성을 가진다며 세 지도자의 협력 관계를 지적한다. 그는 자국에서는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밖으로는 약소국을 무시하거나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막는 것이 전 세계가 진보할 수 있는 방향이며, 그를 위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 미국, 유럽, 아프리카, 이스라엘, 중동 전체, 그리고 전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내전 중인 스페인과 같은 상황이다. 이번에는 파시즘이 승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푸틴이 이기면 전 세계가 패배하기 때문이다. 만약 푸틴이 패배한다면 시리아, 이집트, 아프리카의 북서부 국가들,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 민주적인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운명에 묶여: 중동에서의 우크라이나 풀뿌리 연대와 러시아 제국주의>, COMMONS, 2023.9.19.

 
2012년 12월 7일 인권 시위에서의 DAAM 현수막
 
 
팔레스타인 “시리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가자지구에서의 폭력을 괜찮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글로벌 사우스의 학자, 활동가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초국적 학생단체 사우스/사우스 무브먼트(South/South Movement)는 2023년 7월 5일 ‘주변부에서 본 반제국주의’라는 이름의 대화를 진행했다. 레바논계 팔레스타인인 조이 아윱,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다나 엘 쿠르드, 영국계 시리아인 레일라 알 샤미,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로미오 코크리아츠키가 참여한 이 대화는 《포슬레》(러시아), 《엘라리베르타》(그리스)에 게시되었다.
 
대화 참여자들은 진영주의에 갇힌 팔레스타인 투쟁의 일부 흐름이 이란, 중국, 러시아를 실용적으로 지지하거나 미국에 맞서는 대안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경계한다. 그들은 그러한 경향이 팔레스타인 투쟁의 우위를 주장하는 동시에 독재정권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정권에 의한 탄압과 학살에 직면해 있는 시리아인, 레바논인, 이라크인들을 소외시킨다고 지적한다. 대화 참여자들은 또한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다른 주변 국가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간주하는 태도는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고립을 자초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영주의가 실용주의에서 비롯합니다. 이들은 러시아, 중국, 이란을 대안으로 보지는 않지만 팔레스타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열망에 기반하여 이러한 행위자들을 지지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팔레스타인의 정의와 존엄성을 추구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분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습니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주로 자기 보존이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다른 민족과 정의 운동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팔레스타인의 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팔레스타인의 '좌파'와 '우파' 정당이 하마스의 시리아 정권과의 관계 정상화 결정을 지지한 명백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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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러시아, 중국, 이란의 급진주의에 대한 진지한 믿음을 통해 ‘반제국주의’에 대한 이해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아랍의 봄의 실패와 그에 따른 민주주의 모델의 저하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반제국주의’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팔레스타인 정치권 내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과 전 세계 연대 운동의 효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운동가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온라인 공간을 장악하고 있으며 풀뿌리 조직(특히 디아스포라)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의 효과성 저하에 대한 그들의 책임은 막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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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주의적 반제국주의는 특정 투쟁을 다른 투쟁보다 우위에 두기 때문에 진정한 국제주의 정치의 확산을 막고, 이는 종종 모두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막연한 반이스라엘/반사우디아라비아/반미국이라는 명분으로 헤즈볼라나 시리아 및 이란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지역의 희생자들을 지우고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억압적인 정치에 찬성하는 것과 연관 짓게 됩니다. 이는 자유와 정의의 편에 서겠다는 팔레스타인 대의의 선언적 정신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영주의적 반제국주의는 결국 팔레스타인 대의를 이란 지정학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우려는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의 담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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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좌파의 지배적인 담론에 도전하고자 했습니다.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보다 미국의 패권에 반대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근시안적인 '반제국주의 좌파'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글의 논의가 보여주기를 바랍니다.”<주변에서 본 반제국주의>, 조이 아윱·다나 엘 쿠르드·레일라 알 샤미·로미로 코크리아츠키, POSLE, 2023. 8. 17.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투쟁의 단결” 포럼 포스터
 
2023년 10월 29일 미국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연대 캠페인(USSC)주최로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투쟁의 단결’ 포럼이 열렸다.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전멸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는 미국, 유럽,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한국 등지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시리아 내전부터 이어진, 국제사회가 단결하여 대응하지 못한 극단적 폭력을 언급하며 시리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가자 지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에서의 국제법, 국제질서, 인권에 대한 전면침해를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나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은 잘못되었지만, 네타냐후 정권이 이를 빌미로 벌이는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민간인 표적공습, 집단 학살과 같은 전쟁범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3년 11월 2일 우크라이나의 연구자, 예술가, 활동가, 노동운동가,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를 표명하는 우크라이나인의 편지>연대 서명을 시작했다. 편지는 “민간인에 대한 표적 공격은 전쟁범죄이지만 이를 빌미로 팔레스타인 전체를 테러집단으로 간주하거나 섬멸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같지 않으며 둘을 동일시하는 것은 국제법에 대한 불공정한 이중기준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거부하고 그간의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주권에 대한 인정을 재확인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반이슬람주의, 반유대주의를 규탄한다” “러시아가 체첸에서, 중국이 신장위구르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모방해온 미국과 유럽의 ‘테러와의 전쟁’수사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연대서명 참여자들은 편지에서 유엔 총회 결의안의 휴전 요구를 이행할 것,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테러 행위와 인도주의 통로 봉쇄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재확인할 것,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을 규탄할 것, 국제 언론이 팔레스타인인과 우크라이나인을 대립시키는 보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로서 우리는 힘의 차이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인이나 이스라엘 점령군과 무장 정착민 갱단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인 모두에 의한 민간인 공격을 단호히 규탄합니다. 고의적인 민간인 표적 공격은 전쟁 범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집단적으로 처벌하고 가자지구의 모든 주민을 하마스와 동일시하며 전체 팔레스타인 저항에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점령의 지속을 정당화하지도 않습니다. 여러 유엔 결의안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민을 위한 정의 없이는 지속적인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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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대는 불의에 대한 분노와 고국의 경험을 통해 점령, 민간 기반시설 포격, 인도주의적 봉쇄의 파괴적인 결과를 깨달은 깊은 고통에서 비롯됩니다. 우크라이나의 일부는 2014년부터 점령당했습니다. 당시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지 못했고, 무력 폭력의 제국주의적, 식민지적 본질을 외면했으며, 이는 2022년 2월 24일 전면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은 매일 집, 병원, 버스 정류장,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곳에서 포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점령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수천 명의 사람들이 물, 전기, 난방을 공급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계층이 주요 기반시설의 파괴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수개월 동안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대규모 포격을 가하는 동안 인도주의적 통로는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 기반시설을 포격하는 것을 보면서 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통로 봉쇄와 팔레스타인 점령이 특히 고통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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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성명을 거부하며,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요청이 뒤늦고 불충분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우크라이나가 수십 년 동안 고수하고 유엔에서 투표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지하고 이스라엘 점령을 규탄하는 입장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는 서방 동맹국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의 이면에 있는 실용적인 지정학적 고려를 인정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무시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약속과 우리의 땅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모순된다고 믿습니다. 우리 우크라이나 국민은 억압하는 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받고 저항하는 자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부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원조를 등식화 하는 것을 강력히 거부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점령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따라서 국제사회의 지원은 정당한 대의와 국제법의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고 합병했습니다. 이 국가에 대한 서방의 원조는 불공정한 시스템을 영속화하고 국제법과 관련하여 이중 기준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발생한 6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의 잔인한 살해와 그의 가족에 대한 공격과 같은 새로운 이슬람 혐오의 물결과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스라엘 국가의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 세계 유대인 전체에 부과하는 것에 반대하며 러시아 다게스탄에서 발생한 폭도들의 비행기 공격과 같은 반유대주의적 폭력을 규탄합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이 국제 안보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수많은 사망자를 초래한 전쟁 범죄와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테러와의 전쟁' 수사의 부활에 반대합니다. 다른 국가들도 이 수사를 차용했습니다: 체첸과의 전쟁에서 러시아와 위구르족 대량 학살을 자행한 중국. 이제 이스라엘은 인종 청소에 이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를 표명하는 우크라이나인의 편지>, COMMONS, 2023.11.2.

 
 

※ 참고문헌

- 인남식, “미국과 러시아의 대(對)중동정책 변화 고찰: 오바마와 푸틴 정부의 지정학적 중동전략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2016 no.32
- "시리아 내전 10주기, 정의 구현이 절실하다" 엠네스티, 2021년 3월 19일
- 채인택, “총성의 그곳서 딸 낳으며 학살 영상 담았다…피로 쓴 다큐” 중앙일보, 2020년 1월 22일
- 김강석, “미국이 알레포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한국일보, 2022년 4월 10일
- 장민석, “우크라 무기지원 선 긋는 이스라엘... 美 맹방이 러시아 눈치보는 까닭은” 조선일보, 2022년 4월 29일
- 김동석, “최근 러시아의 대(對)아프리카 진출 고찰” 주요국제분석 2022 no.26
- 강진욱, “유엔 전문가 '러 와그너 용병, 아프리카 말리서 전쟁범죄 정황'” 연합뉴스, 2023년 2월 1일
- 김강석,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정책과 중동 영향력 확대 모색” 중동문제연구 2022 no.21
- Владислав Стародубцев, Африка і війна в Україні: російські гроші, «вагнерівці» та низова солідарність(아프리카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자본, 바그너 주의자, 그리고 풀뿌리 연대)“ COMMONS, May 31, 2023
- Владислав Стародубцев, Пов’язані долею: низова солідарність з Україною на Близькому Сході та російський імперіалізм в регіоні(운명에 묶여: 중동에서의 우크라이나 풀뿌리 연대와 러시아 제국주의) COMMONS, September 19, 2023
- Український лист солідарності з палестинським народом(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를 표명하는 우크라이나인의 편지) COMMONS, November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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