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3.11.27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③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전 세계 좌파의 목소리-라틴 아메리카

사회진보연대
 
라틴 아메리카와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7월 브뤼셀에서 열린 제3차 EU-CELAC(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려’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러시아에 대한 ‘강한 규탄’에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긴 시간이 걸린 이 성명은 단 한 국가의 반대로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그 나라는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라틴 아메리카 대표 국가로 입지를 굳힌 니카라과였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당시 마나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출처: A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반의 입장은 소극적 규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UN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33개국 중 4개국(쿠바,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이 기권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베네수엘라는 투표권 자격이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 UN 결의안에 찬성한 다수 국가도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이는 여러 국가의 반미·반서방 기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 분쟁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려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전통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하면 러시아와의 경제적인 관계도 거의 없다.
 
일부 국가는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권위적인 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외무부는 러시아에 모든 군사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칠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러시아에 부과한 강력한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2023년 제3차 EU-CELAC 정상회의에서 “라틴 아메리카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도미니카 공화국, 우루과이의 지도자들은 침략을 비난하는 공동 서한에 서명했다(ORF 2022).
 

“저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국제법을 위반한 용납할 수 없는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지만 내일은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떤 지도자에게도 한 번쯤은 있을 수 있는 자만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중요한 것은 국제법에 대한 존중입니다.” - 2023 제3차 EU-CELAC 정상회의, 가브리엘 보리치, 2023.7.18.

 
2023년 7월 브뤼셀에서 열린 EU-CELAC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출처: Anadolu Ajansi]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쿠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이 국제사회를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니카라과는 나토를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은 ‘러시아가 단결하여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실패할 것’이라며 푸틴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ORF 2022). 이 세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으며 국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경제, 정치, 군사 측면에서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카를로스 말라무드 2022).
 
브라질은 중립을 표방했다. 2022년 당시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루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을 유지했다. 동시에 유엔 주재 브라질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에는 신임 대통령 룰라가 중재자를 자임하며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나치게 러시아에 우호적인 구상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멕시코에 이어 러시아와의 경제교류가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은 브릭스(BRICS)를 매개로 대러시아 무역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에 라틴 아메리카는 중동, 아프리카에 이어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 회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엘카노 왕립 연구소는 2022년 「우크라이나 위기 속 라틴 아메리카: 푸틴의 부활하는 러시아를 위한 게임의 일부분」에서 러시아에 라틴 아메리카가 중요한 이유를 “1)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의 동맹이 미국 패권을 약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2) 푸틴이 라틴 아메리카를 새로운 다극질서를 구축하는 플랫폼으로 삼아 자신을 지역적 행위자가 아닌 글로벌 행위자로 보여줄 수 있고 3) 러시아 영향권으로 미국의 추가 진출을 저지할 수 있다”로 정리했다. 이러한 전략은 러시아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와 같이 공개적으로 반미·반서방을 표방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국가에 경제, 정치, 군사적 지원을 전폭 수행하는 것에서 두드러진다. 러시아의 지원 덕분에 해당 독재 정권(쿠바, 니카라과)과 권위주의 정권(베네수엘라)은 자유,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를 회피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러시아 영향권을 확장하려는 푸틴의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성패가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글로벌 소프트파워에 금이 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패배해 글로벌 영향력을 크게 상실한다면 라틴 아메리카 입장에서 러시아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상대 국가로서의 입지를 잃는다. 게다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장은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러시아는 2008년, 2018년 베네수엘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Tu-160을 배치하여 라틴 아메리카의 비핵합의를 위협했다. 러시아는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와 같이 국제제재를 받는 권위독재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니카라과에서는 오르테가 정부와 함께 군현대화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베네수엘라에는 바그너 그룹 용병을 배치하기도 했다. 즉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는 핵위협의 확대, 권위주의 통치의 확대를 의미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23년 2월 27일 「주저하는 반구: 우크라이나 전쟁이 라틴 아메리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서 “대서양이나 태평양, 그리고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를 세계에서 고립시킬 수 없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한 뜻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상징하는 것’이 그들의 해안에 밀려올 것”이라고 라틴 아메리카에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목소리
 
《커먼스》와 《포슬레》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그룹의 활동을 소개한다. 이들은 푸틴을 진보적 대안으로 간주하거나, 침략전쟁의 책임을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 서방에서 찾으며 전쟁의 핵심성격을 대리전으로 규정하거나, 그에 따라 양비론을 구사하는 주류 좌파의 의견을 비판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좌파그룹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저항세력과 연대하며 양국의 매체를 번역 발간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활동가를 자국 행사에 초청하고, 자국의 우크라이나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지원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2022년 2월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한 후 열린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우크라이나 만세, 푸틴 아웃”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로이터]
 
 
아르헨티나 “러시아의 침략공격에 대한 거부는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은 전면적이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 역사학자 마르틴 바냐는 포슬레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여론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반대와 찬성입장으로 나뉘어 진영주의적으로 소비된 측면이 있다고 전한다. 2022년 2월 2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을 무렵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르난데스는 크렘린궁에 방문해 아르헨티나가 “러시아가 라틴 아메리카로 향하는 관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페론주의(정확히는 페론주의의 한 분파인 키르치네르주의) 강경 지지자들은 러시아가 침공을 위협할 때도 ‘미국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장 큰 야권정치연합인 ‘변화를 위해 함께’(Change for Together)는 집권당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했다. 이들 반페론주의 세력의 비판과 광범위한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곧 침공을 비판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UN 결의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페론주의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이라 표현하는 것을 꺼렸고 대신 크렘린과 같이 ‘군사 작전’이라고 표현하며 침략의 책임이 나토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페론주의 언론은 페르난데스가 이미 침공에 반대한다고 밝힌 후에도 크렘린궁과 그의 연계를 강조하는 흑색선전에 집중했다.
 
2022년 2월 3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중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출처: newsendip]
 
마르틴 바냐는 전쟁에 대한 토론이 진영주의에 매몰되는 아르헨티나의 지형 속에서 좌파가 대안적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양비론적인 한계로 인해 영향이 미약했다고 말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만 침략의 동기를 푸틴 체제의 내부가 아니라 미국이나 나토와 같은 외부에서 찾는 아르헨티나 주류 좌파의 접근을 비판한다. 그러한 접근이 러시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대의 확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2022년 5월 31일 노동자 좌파 전선 연합 내부 토론에서 노동자당(PO), 사회주의 노동자당(PTS),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 사회주의 운동(MST)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지만, 분쟁의 성격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대부분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쟁으로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운데 IS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나토 간의 갈등이 아니며 러시아 같은 제국주의 국가와 우크라이나 같은 반식민지 간의 전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저항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틴 바냐는 침략의 주요 원인으로 나토와 미국을 호출하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을 봉쇄하는 아르헨티나 공산당의 입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비판한다.
 
마르틴 바냐는 아르헨티나 좌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우크라이나 저항에 대한 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고 말한다. 우선,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글로벌 및 유럽 네트워크(ENSU)의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과 함께서명에 많은 아르헨티나 활동가가 서명했다. 해당 서명은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명백한 비난과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무조건적인 연대를 표명했기에, 아르헨티나 좌파 내부의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지만 저명한 서명자들을 확보했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좌파 매체 《헤미엔타》, 《누에바 소시에다드》, 《르 몽드 디플로마크(아르헨티나 판)》는 서명을 지면에 발행했다. 이 외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촉발한 러시아 내부 정치를 다룬 책이 번역 출간되기도 하고, 환원주의적 시각을 넘어서기 위한 공개토론과 강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반응은 고정 관념과 편파적 견해를 모두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쟁에 대해 정직하고 비판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좌파가 해석과 슬로건을 재고하고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침략에 대한 거부는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은 전면적이어야 합니다.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전쟁과 푸틴 독재 정권에 반대하기 위해 매일 목숨과 자유를 걸고 싸우는 러시아 저항세력도 지원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의 상황뿐만 아니라 비극적이지 않은 미래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가 되어야 합니다.” - <갈등 속의 갈등>, 마르틴 바냐, 《포슬레》, 2023.2.12.

 
 
브라질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강요하는 모든 계획은 퇴행입니다.”
 
브라질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 상파울루 시의원인 루아나 알베스는 《포슬레》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좌파가 푸틴의 선전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베스는 브라질의 오래된 좌파들이 푸틴을 레닌으로, 러시아를 사회주의 국가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재의 러시아가 서구의 지배에 대한 대안을 전혀 만들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퇴행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이 러시아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알려야 하며 브라질 좌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저항 단체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 상파울루 시의원 루아나 알베스 [출처: 포슬레]
 

“많은 사람, 특히 오래된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푸틴이 레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사회주의 정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룰라는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러시아가 어떤 모습인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합니다. 정치 조직, 좌파 조직, 성소수자들에게 러시아가 어떤 곳인지도요. 저는 사람들이 러시아 정부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은 자신이 러시아 혁명 역사의 수호자라는 선전을 퍼뜨리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브라질 좌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저항 단체와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푸틴이 서구 지배의 대안을 만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푸틴이 더 많은 사회적, 인종적 평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서방에 대한 비판자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푸틴이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반서방’이 곧 더 좌파적이거나 더 친서민적이라고 환원하는 관성을 탈피해야 합니다.” - <상황에 대한 계급적 이해가 더 필요합니다>, 《포슬레》, 2023.9.21.

 
PSOL의 한 분파인 ‘사회주의 좌파운동’(MES) 활동가 이스라엘 두트라는 《커먼스》와의 인터뷰에서 MES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브라질에서의 연대활동을 소개하고 룰라의 ‘평화 계획’에 대한 평가를 밝힌다. MES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제국주의의 점령전쟁, 전 세계를 볼모로 핵위협을 고조하는 핵강대국의 핵위협 전쟁, 국제적으로 극우 세력을 강화하는 전쟁으로 규정한다. 그 때문에 침략공격에 반대하고, 푸틴의 핵 위협에 분명히 경고하고, 국제적인 극우의 부상에 선두에 있는 푸틴을 저지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MES의 핵심 과제다.
 

“세 번째 요인은 이번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극우 세력이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극우 세력과 싸우는 것을 오늘날 사회주의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진영주의적 입장(정치의 기본 분열을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과 반대파의 ‘진영’으로 보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이 갈등에서 극우파의 위협을 대표하는 것은 푸틴입니다. 푸틴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며 소련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도 아닙니다. 푸틴은 독재자일 뿐만 아니라 극우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푸틴에게는 알렉산더 두긴과 같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극우 이데올로그가 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의 친위대와 비슷한 용병과 파시스트로 구성된 민병대인, 최악의 파시스트 조직 바그너 그룹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룰라의 평화 계획, 극우 세력에 맞선 전 세계의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페데리코 푸엔테스, 《커먼스》, 2023.6.16.

 
MES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 동유럽 및 기타 지역 좌파들의 매체를 브라질에서 번역 발간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연대 행사를 지원하고, 브라질의 우크라이나 커뮤니티와 접촉하여 지원에 나섰다. MES는 ‘우크라이나 사회운동’(Sotsyalnyi Rukh)을 포함한 좌파 활동가들과 직접 교류하고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유럽 네트워크 회의에 참여했다. 또한, 대표단이 폴란드 라젬(Razem) 정당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라젬은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유럽 네트워크(ENSU)를 공동 창립한 좌파 정당이다. 두트라는 동유럽 좌파와의 교류가 “스탈린주의가 남긴 폐허 속에, 동유럽에서 싹트고 있는 사회주의 정치의 씨앗을 지원하여 푸틴이 아닌 진정한 좌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두트라는 룰라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제안한 ‘평화 계획’에 대해, 국제정세의 변화를 인식하고 러시아에 대한 입장과 협상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는 룰라가 ‘세계에 대한 통합적인 비전을 가진 지도자’라는, 국제정치에서 기대받는 역할을 수행하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룰라의 정세인식이 마지막 집권 시기에 머물러, 최근 들어 약화한 미국 헤게모니, 심화한 미중경쟁에 따른 국제정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두트라는 분쟁에서 협상은 불가피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강요하는 협상은 퇴행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협상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형용사를 넘어서서 목표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떠나기로 합의하는 협상은 긍정적인 진전이며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공동묘지 평화’, ‘동결된 분쟁’으로 이어지는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의미합니다. 이는 푸틴에게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핵무기 사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푸틴에게 일종의 백지수표가 되어 매우 위험한 미래를 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화를 지지하고 물가 상승으로 모든 곳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일반적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이해하지만, 아무런 내용 없이 협상을 촉구하고 협상을 일반적인 구호로 내세우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믿습니다.

...

요약하면, 우리는 룰라가 글로벌 사우스에서 좋은 입지를 가진 정치가로서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우크라이나의 평화 계획을 모색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강요하는 모든 계획은 퇴행입니다.”

- <우크라이나, 룰라의 평화 계획, 극우 세력에 맞선 전 세계의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페데리코 푸엔테스, 《커먼스》, 2023.6.16.

 
두트라는 브라질의 역사나 전통에 비추어 봤을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할 가능성이나 역량은 없다고 보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세계에 무기를 요청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반대하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기 위해 나토의 역사적 과오와 그에 대한 지적을 도구화하는 입장을 비판한다.
 

“우크라이나는 침략자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기를 요청할 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주의의 입장일 뿐만 아니라 국제법의 기본 권리입니다. 침략을 받은 국가는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저항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나토와 미국 제국주의가 세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DNA에 내재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파 진영은 나토의 과거 개입과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나토의 역할 사이에 등호를 붙임으로써 이러한 진실하고 정의로운 정서를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지지를 동원하는 데 사용하려고 하지만, 그 둘은 절대 같지 않습니다.”

- <우크라이나, 룰라의 평화 계획, 극우 세력에 맞선 전 세계의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페데리코 푸엔테스, 《커먼스》, 2023.6.16.

 
 

※ 참고문헌

- The Ukraine Crisis and Latin America’s response(우크라이나 위기와 라틴 아메리카의 대응) ORF, March 10, 2022
- Ryan C. Berg Christopher, Hernandez-Roy, Juliana Rubio, Rubi Bledsoe and Henry Ziemer, A Hesitant Hemisphere: How Latin America Has Been Shaped by the War in Ukraine(주저하는 반구: 우크라이나 전쟁이 라틴 아메리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CSIS, February 27, 2023
- Carlos Malamud, Mira Milosevich-Juaristi and Rogelio Núñez, Latin America in the Ukraine crisis: a pawn in the game for Putin’s resurgent Russia(우크라이나 위기 속 라틴 아메리카: 푸틴의 부활하는 러시아를 위한 게임의 일부분), Elcano Royal Institute, March 3, 2022
- Мартин Банья, Конфликт внутри конфликта(갈등 속의 갈등) POSLE, February 12, 2023
- Федерико Фуентес, “Мирний план Лули та глобальна боротьба з ультраправими: інтерв’ю з бразильським соціалістом Ізраелем Дутрою(룰라의 평화 계획과 극우에 맞서는 세계적인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COMMONS, July 6, 2023
- “Нам нужно более классовое понимание ситуации”(“상황에 대한 계급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POSLE, February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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