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5.05.20

민주노총 간부들의 이재명 후보 지지를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미망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사회진보연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 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추구하는 흐름은 존재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와 과감함이 유례없는 수준이다. 특히, 일부 간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 집행부 수준에서 이와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이들은 ‘내란세력 척결’, ‘광장연합’ 등의 추상적 명분을 내세우며 맹목적인 정권교체를 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 본연의 과제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없는 이러한 행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로 귀결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지지를 유도한 대선방침을 내놓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지난 4월 29일 민주노총은 대선방침을 다룬 원포인트 중집을 열었다. 상정된 안건에는 후보방침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매우 놀랍게도 ‘진보정당 후보’뿐 아닌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제안되었다. 민주노총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진보당은 이번 탄핵국면에서 야5당 원탁회의(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를 통해 민주당과 적극적인 연대연합을 추구했다. 4월 19일 진보당은 ‘빛의 연대’, ‘광장연합’ 등을 주장하며 사실상 야권연대를 표방한 김재연 상임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한편, 진보3당(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이러한 흐름과 별개로 노동운동, 사회운동 세력과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를 구성하고 독자완주를 목표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경선 결과 정의당 권영국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는 ‘진보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할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민주노총 간담회에 참석해 양경수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한겨레)
 
보수양당 지지를 금지한 77차 대대 결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안을 제출한 양경수 위원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지지 철회를 결국 집행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에서 내린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양경수 집행부의 이러한 행태는 노동조합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노총을 정치적 분열로 내몰았다. 이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주장이 작년 내내 민주노총 내에 있었으나, 정치위원장 사퇴 외에는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결국 민주노총은 이날 중집에서도 논란 끝에 대선방침을 확정하지 못했다.
 
양경수 집행부는 ‘내란세력 척결’, ‘광장연합’ 등을 명분으로 민주당과의 연대연합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 30주년을 앞두고 과거를 평가하고 새로운 노동운동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총으로서 본연의 책임은 방기한 채, 맹목적 정권교체에만 매달리는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노동기본권 확대 등을 위한 요구를 정선하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모자랄 상황에,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민주노총을 분열로 내모는 진보당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이재명 후보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사진출처: 진보당)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 같은 행보에는 진보당의 책임이 크다. 진보당은 ‘진보정치’를 칭하며 이재명 후보 지지로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월 9일 광장대선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광장연합의 힘을 통한 압도적 대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후보를 ‘광장대선후보’로 지지한다며 진보당 대선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게다가 후보 사퇴 이후 진보당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이재명 후보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이 되어 ‘1번’, ‘지금은 이재명’ 등이 적힌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고 회의에 참석했다. 윤종오, 정혜경 진보당 현직 국회의원들도 민주당 인사들과 손을 맞잡고 유세에 동참하고 있다. 각지에서 진보당 간부들이 속속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여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주당과 사실상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진보당의 행태에 당내는 물론 NL 진영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진보당은 민주노동당 분당, 통합진보당 사태에 이어 진보정당운동, 노동운동을 분열로 내몰고 있다. 과거에 대한 평가도 반성도 없이 맹목적인 정권교체에 매달리는 진보당의 행보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는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 진보정치를 추구고자 대선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대비된다(정의당은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 공동대응을 위해 당원총투표를 거쳐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변경하였다). 민주당과의 연대연합으로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진보당은 결국 게도 구럭도 다 잃고 말 것이다.
 

대놓고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한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

 
5월 7일 국회에서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전직 임원들이 “소년공의 꿈, 노동자들이 지키겠다”며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출처: 매일노동뉴스)
 
대놓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인사들도 있다.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밝히는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전직 임원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들은 “소년공의 꿈, 노동자들이 지키겠습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소년공의 꿈’을 지키자는 민주노총 전직 간부는 204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조준호·신승철·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전직 간부 20명, 산별연맹‧지역본부 전직 임원 184명이 동참했다.
 
민주노총 간부들의 이재명 지지 흐름은 그 전에도 있었다. 4월 29일에는 인천에서 ‘인천노동정치포럼 및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이재명 후보지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선언에는 민주노총 인천본부 전직 임원을 역임한 공동대표 17명을 포함해 총 1,724명이 동참했다. 5월 6일에는 금속노조 사업장 전·현직 활동가들이 국회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선언에는 300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7일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절에 자행된 대법원의 폭거로 노동현장은 들끓고 있다”며, “자본과 권력이 결탁한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소년공 출신 대통령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것,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어 사회대개혁을 막겠다는 것이 이번 난동의 본질”이라고 발언했다.
 
이들은 과거에도 민주노총을 맹목적 야권연대로 이끌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의의를 스스로 무너뜨린 인사들이다. 그 주장 또한 뭐라 하기도 민망할 만큼 논리가 거칠고 궁색하다. 이재명 후보가 수많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 약점을 잘 알기에 민주당이 사법부에 온갖 공세를 펼치는 한편, 이재명 후보는 ‘중도 보수’니, ‘먹사니즘’이니 하며 중도층 눈길을 돌리려 갖은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왜 민주노총 간부들이 나서서 이재명 후보를 지킨다 운운하는가. 소년공 출신이라 노동자들이 지지한다는 식이면, 현대그룹 초대 회장 정주영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도 노동자 출신이다.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을 쓸 자격조차 없는 이들의 행태에 아연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미망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이재명 후보 지지를 둘러싼 민주노총의 내홍은 현재 진행형이다. 5월 15일 중집에서는 민주노총과 이재명 후보와의 대선 정책협약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대선방침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결정하기 어렵게 되자 유례없는 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이조차 본래 민주노총이 수립한 대선 핵심요구안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등 민주당이 부담스러워 할 내용은 제외했다는 해석이다. 다행히 이날 중집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대선 정책협약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기타안건으로 제시된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따른 진보정당 지지 방침은 논의되지 못하고 5월 20일 중집을 속개하기로 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노총의 지지 후보가 될 수 없다. ‘중도 보수’를 선언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집권을 위해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까지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민주당의 행태는 심각하다.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특검,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등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하는 한편, 피고인이 대통령 당선 시 공판을 정지하고, 유불리에 따라 재판을 다르게 진행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이재명 후보 1인을 위한 입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계엄과 탄핵, 조기대선까지 다다르며 더욱 심화하는 정치양극화 속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은 적지 않다. 민주노총은 어렵더라도 노조 혁신, 진보 정치 재건을 위한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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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조
태그
민주노총 민주당 야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