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5.06.26

깨져버린 국제질서의 금기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제법 위반과 이란의 핵 개발 비판

사회진보연대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시작한 양국의 무력충돌은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어졌다. 사흘 뒤인 24일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일시적인 소강상태가 되는가 싶었지만, 양국은 무장 충돌을 지속하며 위태로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12일간의 분쟁은, 짧은 기간에 관련국 모두가 국제규범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점에서 이미 위태로운 국제질서의 붕괴를 가속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번 분쟁의 주요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미국, 이란이 각각 어떤 점에서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규범과 금기를 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사회의 혼란을 가중할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제법 위반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향후 국제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란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유엔헌장 2조를 위반한 것이다. 유엔헌장 2조 4항에 따르면, 유엔헌장 비준국은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 그리고 유엔헌장 비준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결로 승인되어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였거나, 불법적인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어떠한 승인도 없이 소위 ‘예방적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고집하고 시아파 무장 집단의 테러활동을 지원하면서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예방적 선제공격이 정당화되는 건 결코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이전에, 미국은 이란과 핵합의협정(JCPOA)을 재개하는 협상을 4월부터 다섯 차례 진행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무력충돌의 수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핵무기 확산을 막는 국제질서에 따라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악의 수를 두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인 미국이 평화적 중재 노력을 팽개치고 이스라엘에 동조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유엔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독단적으로 타국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질서에 중대한 위반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겨냥해 공습한 점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특히, 미국은 지하 깊이 자리한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인 벙커버스터를 포르도와 나탄즈에 투하했다. 제네바협약 1의정서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핵시설 공격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주변 환경과 인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공습은 심각한 방사성 물질 유출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공격이었다.
 
이란 핵 과학자와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역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행위다. 국제인도법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별하도록 하고 민간인에 대한 표적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공습하고 사살했다. 국제법률가위원회(ICJ)는 6월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 과학자 공격이 국제인도법 위반임을 지적했다. 이렇듯,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제규범을 어긴 이란의 핵개발과 평화 위협 문제에 마찬가지로 규범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미국의 공격 직후,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 합의가 나왔다. 그러나 휴전 당일, 이란 아락치 장관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골루 이란 의회 외교위원장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국제규범을 더욱 붕괴시키고 이란이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과 밀착을 더욱 강화하도록 만들 따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이고 평화적인 제도가 기능부전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직접 군사적 수단을 동원함으로써 국제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돌이킬 수 없이 붕괴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의 핵 개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행위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이란의 잘못과 책임 역시 분명하다. 이란은 실제로 핵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전날인 6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른 핵사찰·검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2019년 이후 미신고 핵물질과 핵 활동에 대해 신속하고 완전한 협력을 하지 않았으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른 이란의 안전조치협정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특히, 이란은 세 곳의 핵시설(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서 발견된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해명하지 않은 채, 오히려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활동을 방해했다.
 
이란의 핵 개발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다. 2002년 나탄즈에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이래로, 국제사회는 제재와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고자 했다.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의 핵확산금지협정 의무 위반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기에 이란과 핵합의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이란을 중동 지역 세력균형의 당사자로 인정하며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되, 그 규모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계속해서 늘렸다. 2023년에 이르면,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1만 4천여 기를 주요 핵시설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 사용에 이용할 수 있는 60%의 고농축 우라늄을 최소 408㎏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는 3주 안에 핵탄두 1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핵확산 방지를 위한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역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란의 행태는 이란 민중의 안전은 물론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민중과 사회운동을 억압하며, 핵을 개발하고 하마스나 헤즈볼라와 같은 무장단체에 무기를 지원해 대리전을 유도해왔다. 이는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행위다.
 

사회운동은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체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이번 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미국, 이란은 국제규범과 질서를 훼손하고 그 정당성을 침식시켰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핵을 보유한 강대국에 의해 언제든 예방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란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핵무기 확산을 억제해 온 핵확산금지조약의 정당성을 한층 약화했고, 러시아와 밀착하며 국제질서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권위주의 블록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당장 이란이 입은 군사적 피해가 막심한 만큼, 확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제질서와 규범이 크게 훼손된 만큼, 중동 지역의 분쟁과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국제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럴수록 군사적 수단은 각국이 더욱 선택하기 쉬운 수단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세계의 시민과 민중의 몫이 될 것이다. 사회운동은 모든 핵무기에 대한 반대라는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며, 국제규범을 무너뜨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위를 비판하고 이란의 핵 개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주제어
평화 국제
태그
미국 이란 이스라엘 반핵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