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 2025.08.06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이끌 민주당의 미래
당원주권시대의 개막인가, 팬덤당원이 주도하는 정치의 극단화인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정청래 대표는 취임 후 연일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8월 5일에는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로 보면 열 번, 백 번 해산감”이라며 “내란특검 수사에서 국민의힘 내부구성원이 내란중요임무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저 정당은 빨리 해산시켜라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해산을 추진)하지 말라고 하면 좀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유보조건을 달긴 했지만 말이다.
또 정 대표는 8월 4일,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검찰·언론·사법 개혁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민형배, 최민희, 백혜련 의원을 임명했다. 정 대표는 “약속드린 대로 (10월 초)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정청래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겠다.
정청래 의원의 당선과 ‘당원주권시대’?
8월 2일자《한겨레》의 기사 「박찬대 ‘안방’ 인천 결과 발표에 수첩 덮었지만」에 따르면, 8월 2일 전당대회의 현장분위기는 최종결과와 달리 의외로 팽팽했다고 한다. 대회장을 찾은 당원이 대부분 민주당 국회의원과 가까운 대의원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환호성은 박찬대 후보 쪽이 더 컸고, 대의원 투표 결과도 박찬대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53.09%(6,951표) 대 46.91%(6,142표)로 앞섰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 권리당원 투표 55% △ 일반국민 여론조사 30% △ 전국대의원 투표 15% 비율로 반영한다. [출처: 한겨레]
그렇지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청래 의원이 박찬대 의원을 66.48%(42만여 표) 대 33.52%(21만여 표)로 거의 두 배 차이로 눌렀다. (권리당원은 6개월 이상 당원이면서 1년 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뜻한다. 당비는 월 1천 원 이상이다) 또한, 정 후보는 충청(62.77%), 영남(62.55%), 호남(66.49%), 경기·인천(68.25%), 서울·강원·제주(67.45%) 등 모든 권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정 후보는 국민여론조사에서도 60.46%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여론조사 역시 민주당 지지층의 응답률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것이다)
이러한 선거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이제 ‘당원 중심 정당'으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일보》의 8월 4일자 기사 「체질 바뀐 민주당… “당원들에게 의원 말 안먹힌다”」에 따르면, 민주당의 어떤 의원은 “의원들이 그렇게 많이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안 되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의 말이 별로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선거구도를 ‘이재명 대통령 대 김어준 씨’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서용주 전 민주당 대변인이다. 그는 (아직 박찬대 의원이 공식출마를 선언하기도 전 시점인) 6월 18일 채널에이 라디오에 출연해, 두 후보 모두 친명그룹이긴 하지만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인 반면 정 의원은 조금 멀다”면서, “김어준씨 쪽 지지층은 정청래 의원을 미는 성향이 강하고 이재명 대통령 쪽 지지층은 박찬대 의원을 더 지지하는 쪽으로 섰다” “이재명 대통령과 방송인 김어준씨의 대결 양상으로도 보인다”라고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정청래 의원은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과 콘서트에 여러 번 등장해 친분을 과시한 반면 박찬대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김씨 콘서트에 불참했다. 특히 김어준 씨와 정청래 의원이 합심해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두둔한 반면, 박찬대 의원이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게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있다.
《한겨레》는 8월 3일 사설에서 경선결과를 두고 “이제 더 이상 민주당 선거가 의원 및 계파 중심이 아닌, 당원 주권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현상을 ‘당원 주권 시대’라고 평가하며 환영하는 게 잘하는 일일까. 사회진보연대는 정당 정치에서 이른바 강성 ‘팬덤 당원’과 강성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팬덤 당원의 부상, 오히려 정당 민주주의의 타락 아닌가
사회진보연대가 최근에 발표한 글, 「만성화된 헌정 위기와 국민주권정부의 위험성」(《계간 사회진보연대》 2025년 여름호)은 민주당이 ‘당원 중심주의’를 내걸고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특정 지도자와 팬덤 당원과 직접 결합하여 당내 권력구조를 수직화하는 현상이 정당의 대표 기능과 정책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본래 정당의 핵심 구조는 지역을 기초로 오랫동안 활동하는 당원이 아래로부터 위로 대표성을 쌓아가는 대의원 제도다. 정당은 이러한 대의원 제도를 바탕으로 이념과 정책에 기반한 안정적 정체성과 정치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반대로 지역 기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팬덤 당원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중앙조직에 직접 가입하고, 따라서 기존의 지역과 대의원 기반의 정당 구조를 해체하며, 당원과 당대표를 직접 연결하는 정당 구조를 지향한다. 또한, 이들은 당의 활동 전반을 자신의 지도자에게 충성토록 하기 위해 의원이나 당직자의 일상 활동에 직접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통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고유한 의미의 정당은 사라지고, 팬덤만 남는 현상이 벌어진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통치구조에서, 팬덤 리더와 당원이 지배하는 정당은 당직과 공직, 결정적으로 대통령직을 장악하기 위한 게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강성 팬덤이 이끄는 정치의 극단화
민주당에서 강성 팬덤의 영향력이 압도하게 된 상황이 갑자기 도래한 것은 아니다. 가까운 예를 들어 보면,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 선출과정에서 ‘명심’을 등에 업은 추미애 의원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당시 정청래 최고의원은 SNS에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며 당원과 지지자 분들을 위로한다”고 썼다. 그에 더해 장경태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 단장은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도 당원투표를 20%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6월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지난해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는 “개혁의 딸과 결별하고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해산할 것을 촉구”했으나, 이재명 후보에게 종합득표율 85.4% 대 12.12%로 압도적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가 누적되어,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강성 친명이 아니면 마치 출마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듯 보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가 보았듯이 정청래, 박찬대 후보의 경선은 시간이 갈수록 강성 대 강성의 대결로 치달았다. 예컨대 정청래 후보는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며 7월 15일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내란 피의자 영장기각이 이어지자 7월 26일에는 내란 사건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자 박찬대 후보도 8월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한 국민의힘 의원 45명의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내란범 배출 정당의 국가보조금을 끊는 내란특별법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7월 25일 기사 「‘찐명·선명성’ 경쟁만 하는 민주당 전대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고 높지 않다” “의원직 제명은 의원 200명이 찬성해야 하고, 정당의 심판·해산도 사실상 국민이 선거로 결정해야 한단 것이 헌법 정신이다” “법원 특별재판부와 정당 해산은 위헌 시비가 불가피하고, 극도의 정치 갈등과 국론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의 극단적 주장은 권리당원과 대의원 비중이 높은 전대 룰을 겨냥한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고 평했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 전후 정청래 대표의 행보를 그저 선거 때 표심을 얻기 위한 ‘인사치레’로 여기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받는다. 팬덤당원과 새로운 대표자의 결합은 새로운 정치현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