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2025.08.11
피폭자의 목소리가 모토야스강에서 세계로, 널리 흘러가길 바라며
2025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참가기⑤
사회진보연대 참가단(이하 ‘참가단’)이 일본에 도착한 지 엿새째인 2025년 8월 6일은 세계 최초로 핵무기가 사용된 날(‘히로시마 데이’)로부터 딱 80년이 되는 날이다. 참가단은 아침부터 원폭피해자 위령식 및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이 열린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일본 시민들을 인터뷰했고, 원수폭금지세계대회의 주요 일정인 ‘히로시마 원폭 투하 80주년 집회’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등불 띄우기 행사에 참여했다. 그 현장을 기록으로 남긴다.
피폭 80년 후 히로시마에서 시민을 만나다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인류 사상 최초로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됐다. 이로부터 80년이 지난 2025년 8월 6일 오전 8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원폭피해자 위령식 및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이 열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나카미츠 이즈미 UN 군축 담당 사무차장, 마츠이 카즈미 히로시마 시장 등 주요 인사뿐 아니라 히로시마 시민 대표, 어린이 대표까지 연단에 올라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를 호소했다. 기념식장 입장은 인원이 제한됐지만, 바깥에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함께 추모하는 수많은 시민이 모였다. 참가단 일부도 그들 사이에 앉아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며, 몇몇 시민에게 감상을 물었다.


눈에 띄었던 건 여름방학임에도 교복 차림으로 모여 있는 학생들 무리였다. 그들은 “8월 6일은 히로시마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기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식장 밖 인파가 몰린 이유를 설명했다. 히로시마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폭자의 증언을 듣고, 원폭 돔과 평화자료관을 방문하며 평화교육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구들과 함께 위령식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학생들은 “이 도시에서 일어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해야 한다는 마음을 우리 또래 모두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만난 요시하루 씨는 히로시마 출신은 아니지만 이곳에 13년째 살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목숨의 소중함과 평등함을 더 깊이 느낀다”며, 특히 히로시마로 와서 그러한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밤에도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등 오늘날의 전쟁을 떠올렸다”며, “단 한 발의 작은 핵폭탄으로도 목숨을 빼앗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목숨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핵이 터지면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가 비극을 겪는다. 저도 당신도 죽고 싶지 않지 않나. 이는 단순한 진리이지만, 현실에서는 욕심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덧붙였다.

히로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구마모토에서 자녀를 데리고 온 초등학교 교사 두 명도 있었다. 그들은 구마모토의 학교에서도 평화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배우고 느끼기 위해 히로시마를 찾았다고 했다. 한 교사는 “평화를 설득하는 일은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에서 가까운 사람과 함께 전쟁이 무엇인지 보고 이야기하는 작은 행동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기온키타고등학교 영어부 학생들도 참가단에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은 매년 평화에 관해 외국인과 대화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한 학생은 전쟁과 피폭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부에게 듣고, 그 슬픔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낀 바를 나누고자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참가단은 “여러분처럼 기억을 이어가고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평화공원 주변에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은 히로시마의 경험을 나누고 평화를 향한 마음을 이어가는 교실이 열리기도 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80주년 집회
인터뷰를 마친 후, 오전 10시 30분부터 원수폭금지세계대회의 본대회 격 행사인 ‘히로시마 원폭 투하 80주년 집회’에 참가했다.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그린 아레나(히로시마현립 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된 이 집회에는 2,100여 명이 모였다.

세계적인 대회인 만큼 먼저 각국에서 온 대표들이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카미츠 이즈미(유엔 사무차장 및 군축 담당 대표), 알렉산더 크멘트(오스트리아 대사), 멜바 프리아(주일 멕시코 대사), 제레미 코빈(영국 평화와 정의 프로젝트), 조셉 거슨(미국 평화군축 공통안보 캠페인 의장)의 발언에서 공통적인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핵무기는 완전히 철폐되어야 하며, 현재 러-우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로 중동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핵무기 사용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2024년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이하 ‘일본 피단협’)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며 평화를 요구하는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피폭자라는 단어를 각 나라의 말로 번역해서 쓰는 대신 “히바쿠샤”라는 ‘피폭자’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의 경험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이들을 “히바쿠샤”라는 고유명사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히바쿠샤들의 활동이 세계인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

피폭자인 다나카 사토시 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955년 1차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힘입어 피단협이 창립했으므로 원수폭금지운동과 피폭자운동은 시작부터 떼어놓을 수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피폭당했고, 20대가 될 때까지도 “피폭은 전염된다”는 식의 차별 때문에 피폭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구하는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한다”는 피단협의 창립선언문을 듣고 숨지 않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앞서 활동하던 피폭자 선배들이 세상을 떠나며 10년 전부터 대표를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 피단협의 평균연령은 86세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나카 씨는 자신은 청년들에게 강연을 할 때에도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종말 시계가 89초 전까지 앞당겨진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인류의 남은 시간이 내 수명이 남은 시간보다 더 적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를 걱정하기보다 여러분의 생명을 걱정하면서 핵무기 철페의 목소리를 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81세의 나이에도 흔들림 없는 눈빛과 어조로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핵군축 및 철폐, 피폭자 구호를 요구하며 발언을 마치는 모습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타카아키 도쿄대학 물리학과 교수는 세계대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물리학자들이 개발한 원자폭탄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거나 피해를 입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는 과학의 죄라기 보다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하는 인간에 대한 문제이자 동시에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면서 2024년 9월 25일까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수상자 104명이 “핵무기에 관한 2024년 마이나우 선언”에 서명하는 등 과학자들은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에 관한 2024년 마이나우 선언 (전문 번역)
1955년 7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8명이 린다우에 모여,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핵무기 개발이 초래하는 엄청난 위험에 대해 세계에 경고하는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핵무기 보유 국가의 수, 탄두 수, 그리고 그 파괴력은 10배로 증가했습니다. 지금까지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핵무기가 확산하고 있고, 군비통제 협정은 폐기되고 있으며, 군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분열되고 양극화된 세상에서는 사고든 고의적인 행위든 이 끔찍한 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아는 인류 문명은 종말을 맞이할 공산이 큽니다.
다양한 국가, 다양한 신조, 다양한 정치적 입장의 과학자로서, 저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이 재앙을 막기 위해 조치할 것을 촉구합니다.
모든 국가는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만약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더는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대회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아키야마 마사오미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젠로렌) 의장이 참석하여 핵무기 철폐를 위한 국제 노동자 연대를 강화하자고 발언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95년 민주노총 창립선언문의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서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고 침략전쟁과 핵무기 종식을 통한 세계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창립 정신을 되살려 국제적인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3일 원수협, 원수금, 피단협 3단체가 ‘모든 입장의 차이를 넘어 피폭의 실상을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일본과 세계에 호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호소에 민주노총도 함께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소개하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벌어진 아픔의 역사를 잊지 맙시다. 전쟁과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약속합시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이 선물한 ‘단결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연단에 선 아키야마 마사오미 젠로렌 의장은 젠로렌은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자는 선언을 발표했고, 지역별로 관련한 공동행동을 결의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보유하는 편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 “미국과 핵공유를 하자”고 하는 의원들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국제 노동조합 포럼 ‘United As One’에 모인 각국 노동조합들이 핵무기 철폐를 위한 국제 행동을 결의한 일도 소개했다.

노래 ‘지금 너와 함께' 합창 공연 후 <핵무기 금지조약에 참가하는 일본을 — 풀뿌리 운동 교류>에서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여 히로시마까지 평화행진을 하는 단체들의 소개와 발언이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을 하고, 자발적으로 평화에 대해 학습하고 활동하면서 주변으로 확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의 지역 기반 풀뿌리 운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고 특색 있는 현수막과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2025년 원수폭금지 세계대회 국제회의 선언 <피폭 80년, 지금이야말로 결정과 행동을>을 채택하는 것으로 대회를 마쳤다.


선언문 <피폭 80년, 지금이야말로 결정과 행동을> (발췌 번역)
‘우리는 지금 다시 핵 사용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UN헌장을 짓밟는 무력 행사와 대폭적인 군비 확대를 진행하는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핵전력에 대한 의존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중대하다.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속하는 러시아의 핵 위협,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한 이란의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미국 등 NATO 국가의 '핵억지력' 강화와 핵무기의 근대화, 핵 충돌의 위험을 끼친 인도-파키스탄의 대립, 심지어 동아시아내 긴장과 핵 확대 등 상황이 심각하다. 핵무기는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핵무기 보유의 충동을 유발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핵 사용을 저지하고 핵무기 철폐로 전진하는 데 있어서 '핵 억지론’의 극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핵전쟁 저지와 핵무기 철폐를 요구하고 다음과 같은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 체험과 실상을 계승해 펼치는 것을 운동의 중심으로 삼아 핵무기 철폐 공통 과제로 하는 행동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펼쳐 보자. 피폭자 초청을 포함하여,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실상, 핵실험 피해의 실태를 넓히는 소식을 각국에서 추진하자.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유엔 조직에 지원을 호소한다.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중단하라. 피폭자와 핵실험 피해자에 대한 보상·지원을 실현하자.
핵무기금지조약 참가를 요구하는 여론과 운동을 각국에서 발전시키자. 특히 핵보유국과 그 '핵우산'에 의존하는 국가에서의 여론과 운동이 중요하다. 피폭자와 핵실험 피해자의 지원, 환경 복원을 위한 대처(핵무기금지조약 제6, 7조)에 참가, 협력하자.
핵무기 철폐를 목표로 하는 각국 정부·유엔과의 공동을 더욱 발전시키자. 2026년에 열리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에 대응하여 국제 공동행동을 하도록 하자. 올가을 제80회 UN총회, 2026년 핵무기금지조약 참가국회의를 정부 조직과 공동 행동의 중요한 계기로 삼자.
유엔 헌장의 옹호를 거쳐 침략과 전쟁, 군비확대에 반대하고 평화와 군축을 요구하는 다양한 운동과 연대하여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공정한 세계'를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발전시키자. 고엽제 등 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지원과 피해의 근절을 요구하자. 대립과 분단, 군비확대의 흐름을 전환하고 인류가 직면하는 여러 문제의 해결에 자원을 돌리자. 젠더 평등을 평화와 핵 군축에 필수적인 과제로 삼자. 환경과 기후 위기, 빈곤과 격차, 차별과 배외주의, 인권과 민주주의 등의 과제에 취하는 운동과의 연대와 공동을 발전시키자.


모토야스 강변
본대회를 마치고 저녁에는 모토야스강(元安江) 북쪽의 모토마치로 이동해 등불 띄우기 행사에 참여했다. 등불을 강물에 흘려보내며 원폭 희생자의 영혼을 기리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행사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감싸며 원폭 돔 앞으로 흐르는 이 강 주변은 등불 띄우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가단은 종이로 된 등에 소원을 적고, 나무 틀에 씌운 다음 촛불에 불을 붙여 강을 따라 잘 흘러가도록 놓아주었다. 필자는 어떤 소원을 빌지 생각하다가 문득, 원폭기념관에서 만난 혹은 피폭 증언을 듣고 알게 된 여러 피폭자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부디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하시길. 흘러가는 등불을 보며 피폭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강가에 세워진 원수협 부스에서는 다양한 해외 참가자와 교류의 시간도 보냈다. 바람으로 등불이 꺼진 사람들에게 토치로 불을 붙여주는 사람, 떠내려오는 등불이 쓰러지면 다시 세워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번 세계대회에 대규모로 참가한 프랑스 반전반핵 단체 ‘평화운동’(Mouvement de la Paix) 활동가들은 프랑스에서 가져온 화이트 와인, 누가 캔디, 박하사탕을 나눠주었다. 다카쿠사기 일본 원수협 대표이사는 일본어로 작성하여 엽서 형태로 만든 사회진보연대 소개문을 건네자,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이런 것을 준비해온 단체는 처음 보았다. 여러 가지로 한국 활동가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라고 했고, 다수의 반전반핵영화를 제작했고 올해 세계대회에 앞서 일본 각지에서 진행된 ‘국민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야마구치 이츠로 감독은 본인이 만든 영화 DVD들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야마구치 감독은 나가사키 일정 중에 그 약속을 지켰다.) 참가단도 챙겨온 뱃지와 한국 과자 등을 나눠주었지만, 더 나눌 것이 없어 아쉬울 정도로 따뜻한 경험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이들이 80년 전의 끔찍한 일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줄 서 있었다.
피폭의 경험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것이 잊히지 않기 위해 활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토론과 합의 과정이 있었을까. 이 운동을 만들어 온 피폭자 활동가들의 삶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