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향
| 2025.08.29
러시아 좌파의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 논평
트럼프의 평화협정에 미래가 있을까?
번역 | 서단비 광주전남지부 정책국장
역자 해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는 이번 협상에서 푸틴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포함한 그 어떤 양보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푸틴은 영토와 집단안보 보장 문제에서 개전 초기부터 내세웠던 조건, 즉 크림반도와 돈바스 영토 할양, 집단안보체제 내 러시아 참여, 서방 군대의 배제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고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번 협상은 ‘알래스카 노딜’로 불리듯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을 뿐 아니라,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강요된 평화를 압박하는 과거 제국주의적 행태를 되풀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좌파 반전매체 《포슬레》(Posle)는 8월 16일자 논평 「알래스카 회담: 트럼프의 평화협정에 미래가 있을까?」에서, 이번 회담이 양측의 자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슬레》는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푸틴을 초청해 직접 회담을 진행한 일은 푸틴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제재에서 숨 돌릴 기회를 준 것이며, 사실상 러시아의 세력권 주장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논평은 이러한 ‘트럼프식 협상’이 우크라이나 민중에게는 부당한 평화를 강요하는 것이고, 러시아 내에서는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며 러시아 민중의 정치적 무력감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 이전부터 제시했던, 우크라이나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최후통첩’식 요구를 수정할 의사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포슬레》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휴전이라고 보지만, 그나마 가장 확실한 푸틴의 메시지가 ‘군사력의 존재와 그 사용 위협’뿐인 현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평화는 “살상을 멈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가 부당한 평화를 강요당하고, 푸틴이 계속해서 세계를 위협하며 러시아 사회를 프로파간다와 군사주의로 갉아먹는다면, 그 길은 세 배는 더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 《포슬레》가 이번 논평에서 언급하는 ‘휴전’은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실질적인 협상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럼에도 더 큰 맥락에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은 단순한 군사행동의 중단을 넘어 러시아가 더 큰 침략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고,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한반도식 분단을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전 초기부터 논쟁 지점이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휴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포슬레》의 언급에 관해서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반론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 이하, []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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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회담: 트럼프의 평화 협정에 미래가 있을까?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협상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렸다.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협상”이었다. 양측 모두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자찬했지만, 확정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선거 전 공약, 푸틴에 대한 일련의 최후통첩,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권 비판에 이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이 회담은 정작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 없이 진행되었다.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협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푸틴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된 목적은 [푸틴의 주장과 달리] 결코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인정받는 [러시아의] 세력권을 확보하려는 러시아 독재자의 욕망이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주권이 없고 “서방”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따라서 진지한 협상은 미국하고만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던 트럼프의 시도가 이전에 실패했던 이유다. 러시아는 자국의 입장만을 고려한 비현실적인 최후통첩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모든 협상을 체계적으로 훼손했다.
트럼프가 푸틴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은 사실상 러시아의 세력권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러시아의 침공과 그 결과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 문제에서 단순한 협상의 문제로 전락시켰다. 전면전 초기에는 외교가 주로 러시아에 국제법과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논했던 반면,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러시아의 정당한 이해관계”를 인정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현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패배하지 않았고 오히려 훨씬 우세한 침략군에 뼈아픈 타격을 여러 차례 입혔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 정치적 지형이 변화하는, 특히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협력하려는 정치인들이 영향력을 늘리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인정을 강요받고 있다. 회담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제 모든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달려 있다”며 젤렌스키가 “반드시 ‘거래’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뤄진 트럼프와 푸틴의 만남은 세계 정치에서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푸틴의 국제적 위상에 두드러진 진전을 나타낸다. 푸틴은 정치적 고립에서 벗어나 제재로부터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진전은 러시아 외교의 전략적 재평가를 시사하며, 러시아가 내세운 요구의 “공정함”이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 책임을 면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러시아의 군사주의와 독재를 강화할 뿐이다. [러시아] 엘리트층은 조만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받았다. 반면 대중은 [러시아 사회에서는]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며 [푸틴] 정권은 그 어떤 짓을 하든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되었다. 지금 진행 중인 [러시아] 사회의 군사화와 군산복합체의 확대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또 다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평화를 위한 미래
트럼프의 협상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종전에 대한 희망도 있었지만, 종전의 결과와 잠재적 합의 조건에 대한 불안도 불러왔다. 협상가들의 공개 발언은 모호하고 자주 모순되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두 교전국 주민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미래를] 우려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휴전보다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불가능한 최후통첩이 과연 변했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참여한] 모든 대화가 단지 또 다른 시간끌기 전략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오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트럼프가 푸틴과 한 회담과 통화가 전쟁의 향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국과 타국의 병력을 소모시키며 느리게 진격하고, 매일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해 파괴하며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일으키고 있다. 한편 러시아 경제는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더 많은 예산을 군사비에 할당한 효과는 줄어들고 얼마 안 되는 GDP 성장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푸틴의 외교적 승리는 트럼프가 그를 정치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 중 적어도 일부를 정당화한 데에 있다. 이것은 이미 분명하다. 트럼프가 자신이 수용 가능하다고 본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압박하고 있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반박할 수 없는 푸틴의 주장은 그가 무력을 가졌고 그것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한다는 사실뿐이다.
평화는 살상을 멈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하다. 용서, 이해, 책임 인정, 관계 재건은 언제나 어렵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부당한 평화를 강요당하고, 푸틴이 계속해서 세계를 위협하고 러시아 사회를 프로파간다와 군사주의로 갉아먹는다면, 그 길은 세 배는 더 험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