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5.10.23

노조법 2조 개정과 노동운동의 과제 (1)

사용자 범위는 왜, 어떻게, 얼마나 확대된 것인가

김훈녕 (사회진보연대 회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

2025년 8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하 노조법 개정안이라고 함)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은 모두 상당히 중요한 것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의 확대에 관련된 내용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였는데(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단 신설), 과연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러한 기준에 따를 경우 사용자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두 번의 글을 통해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앞으로 노동운동이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기까지의 과정

 

노조법 2조 개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사용자와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자본이 비용과 책임은 회피하면서 하청 노동에 대한 통제는 유지하는 수단으로 원하청 관계를 운영해 왔고, 그 과정에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노동조합법상 의무를 다룬 최초의 대법원 판결은 2010년에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법 제81조 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한 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업체들의 폐업을 유도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행했다고 인정했다(이른바 ‘현대중공업 사건’).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설명은 두 가지 쟁점을 낳았다. 첫째,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란 무엇을 말하며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둘째, 원청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는 될 수 없는 것인가.

 

이 중에서 특히 논쟁적인 사안은 두 번째 쟁점이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원청 사용자가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하는 경우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가 다수설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하급심 단계에서 입장이 갈려있었을 뿐,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해당 쟁점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아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정체되어 있던 흐름이 다시 해소된 것은 2021년이 되어서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이 자신과 직접 위수탁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택배기사들로 조직된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역시 하청 노동조합인 금속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원청 사용자의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다는 견해가 법원 내에서도 상당한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실질적 지배력설을 지지하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노조법 개정 운동의 흐름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후는 다들 잘 아는 바와 같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12. 3.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소추 및 파면 결정을 통해 사라졌고 2025년 8월, 현재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간 축적된 실질적 지배력설을 받아들여 규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법 2조 개정의 의미

 

이번 노조법 개정의 의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다양한 쟁점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사용자 범위 확대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해보도록 한다.

 

첫째. 이번 노조법 개정은 기존의 노동법 제도와 노사관계 체계가 유연화 · 양극화된 노동시장 문제 해결에 실패해 왔음을 보여준다. CJ대한통운 사건 등에서 법원이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근거로 가장 중요하게 짚었던 것은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된 상황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인 보장 필요성이었다. 국회 역시 이번 노조법 개정 이유 중 하나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형식적인 계약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등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개선할 권한과 능력이 없어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란 (특정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사업주가 아닌 사업주가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원사업주 소속 노동자의 노무를 자신의 지배 또는 영향 하에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이른바 아웃소싱 방식으로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원청)과 수급인(하청)의 노동자 사이에 근로 제공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즉 법원과 국회 모두 기존의 노동법 제도나 노사관계가 아웃소싱과 같은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확산에 적절히 대응해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노동운동이 지난한 투쟁을 통해 끝내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현대중공업, CJ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사건, 그리고 그 외 수많은 하급심 법원에서의 사건들은 모두 하청 노동조합이 조직되고 투쟁했기에 시작될 수 있었다. 하청 노동조합의 투쟁은 한국 노동운동이 헌신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원청을 상대로 한 운동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셋째,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를 계기로 앞으로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널리 알려져 있듯 한국의 노동법 제도는 대체로 기업별 노사관계를 전제로 만들어져있다. 따라서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가 기업별 노사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장될 경우, 새로운 단체교섭 방식과 체계가 기존의 제도와 조응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노조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범위 확대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번 노조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을까. 경영계나 보수 언론에서는 N차(즉 1차, 2차, 3차, ...) 하청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상당히 과장된 논리다. 개정된 노조법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개정 노조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아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원청 사용자에 대한 판단 방법을 다룬 최근의 판례에서 제시한 내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비록 대법원을 거쳐 확정된 법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당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가 해당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CJ대한통운 사건에서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 원청과 집배점의 관계, ▲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 원청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뒤에 이어진 한화오션, 현대제철 사건에서 법원은 (CJ대한통운 사건에서의 판단 방식과 유사하게) 원청 사용자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➊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➋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➌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하여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관계, ▲ 사내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025. 9. 3. 발표한 〈노조법 2‧3조 개정 후속조치 계획〉에서 기간 중노위와 법원에서 원청을 사용자로 판단한 기준을 아래와 같이 요약·정리하면서(아래의 표 참조), ▲ 원청이 주로 하청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노무도급 등 관계에서 실질적 지배력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 N차(즉 1차, 2차, 3차, ...) 사외 협력업체 등의 경우 단순히 제품을 납품하는 관계라든지, 자회사의 경우 모회사가 주식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인 바 있다.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원청 사용자의 범위와 판단 기준은 위와 같은 판례와 해석의 축적을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선례를 참조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을 짚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에서 언급된 내용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 해당 쟁점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존재하지 않고, 판례에서 언급된 내용도 아직 재판에서 다퉈지고 있을 뿐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앞으로 판단 방식과 기준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둘째, 위에서 언급된 내용은 각각 특수고용노동자 집배기사(CJ대한통운)와 제조업 사내하청(현대제철, 한화오션)의 노사관계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해당 산업의 특수성을 일정 반영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판례의 내용을 이해할 때는 이와 같은 배경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해당 사업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 기준을 기계적 · 무비판적으로 다른 산업에도 적용하려 한다면, 개정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법리의 해석 및 적용을 왜곡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된 상황에서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하게 규정을 해석하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판례에서 언급한 내용 중 ‘필수적·구조적 편입’이나 ‘경제적·조직적 종속성’ 개념을 들어 불법파견에 준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 노동3권의 실효적인 보장이 CJ대한통운 사건 등에서 법원이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 주된 근거였고 개정법 역시 마찬가지인 점, ▲ 위에서도 짚었던 산업별 특성과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한 점, ▲ 불법파견은 원청 사업주에게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단지 성실히 단체교섭에 나서기만 하면 되는 단체교섭의무와 그 효과의 무게나 수준이 달라 양 쟁점의 판단 기준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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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 사용자 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