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터뷰 | 2025.11.03

실패의 역사 속에서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투쟁의 역사, 성찰의 기록』 저자 박준형(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움’ 사무국장) 인터뷰

사회진보연대
 
2025년은 민주노총 출범 30주년이다. 민주노총은 전년도 정책대회를 비롯하여 최근 ‘민주노총 30년사’ 출판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30년사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역사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주체의 역사로 설명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처음부터 내세웠던 목표였던 산별협약과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여전히 요원하며 사실상 좌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교육국장(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움’ 사무국장)은 책 『투쟁의 역사, 성찰의 기록』을 출판했다. 그는 책에서 1980년대부터 노동운동의 역사를 분석한다. 책에서 노동운동의 성과뿐만이 아니라 산별협약 체결과 정치세력화 운동이 왜 실패했는지를 노동운동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을 통해서 저자 박준형 국장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번 인터뷰는 책의 핵심 메시지와 독자가 어떤 부분을 유념하고 책을 읽으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먼저 책이 출판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계기로 이번 책을 쓰시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네,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21년에서 2022년까지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들과 진행한 노동운동사 세미나였습니다. 당시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과정들을 돌아봐야 한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세미나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노동운동의 중요한 계기들을 시기순으로, 주제별로 보면서 단지 내용을 확인하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에 대해 평가하였고 그때의 논의를 담아서 정리하여 출판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세미나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을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이번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노동운동사를 돌아보는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저도 노동운동사 교육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민주노총의 역사를 서술하는 주요 키워드는 ‘승리의 역사, 진군의 역사’입니다. 최근 민주노총 30주년을 계기로 민주노총에서 진행한 ‘민주노총 30년사’ 교육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승리한 역사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의 역사를 정리하면 노동운동의 성과를 부각하는 효과는 있지만, 노동운동이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성과만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도 돌아보고 차후의 과제와 전망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노동운동사 서술들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2025년 한국 노동 현실을 봤을 때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그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노동운동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동시에 노동운동이 노동의 현재 상태를 만드는 데 책임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노동운동이 그간 부족했던 부분, 그리고 책임져야 할 부분을 돌아보면서 향후 노동운동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노동운동 주로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중요한 노동운동의 특색이나 당시의 주변 조건, 여러 판단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성과만이 아닌 부족했던, 혹은 실패했던 역사까지 되돌아보면서 노동운동에 책임감을 느끼고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번 책으로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라고 했을때, 무엇이 부족하고 왜 부족하였는지 여러가지 평가가 있겠는데요.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이번 책을 읽을때 어떤 부분을 주안점으로 삼고 읽었으면 좋을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안점으로 두고 읽었으면 하는 점은 먼저는 노동운동이 당연히 노동운동 주체들이 하는 운동이고 사회운동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떠한 입장과 조건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들이 특정한 입장을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운동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 자본주의의 매시기마다 모순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를 파악하려면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와 발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사적 측면을 함께 보았으면 하는 바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노동운동의 투쟁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을 때, 노동운동의 투쟁은 단순히 경제적 조건에 대응하는 투쟁만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힘으로써 정치 사회적 조건의 변화를 도모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이루어지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조건과 함께 정치적 상황을 함께 보면서 노동운동이 어떤 대응을 했고 왜 그러한 대응을 하였는지를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부분을 주안점으로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 조건과 함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번 계간 사회진보연대 가을호 좌담 「민주노총 30년: 기억, 진단, 성찰」에서도 1980년대 후반 정치적 노동자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운동이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응하는 문제로 이해되는데, 임금과 노동조건과 관련한 정치적 조건을 살피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노동자운동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경제투쟁을 하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경제적 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투쟁을 전개하지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노동운동은 사회 분위기를 확립하기 때문에 정치 사회운동과도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정치 사회운동은 경제 투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착취 구조를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투쟁 이상의 운동을 하기 위해선 정치 사회운동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노동운동도 여러 사회운동에 참여를 합니다. 현재 민주노총도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만, 경제문제에 기초한 정치활동이 아닌 고유한 의미에서의 정치적인 노동자운동이 과거에 존재했었고, 그런 운동들이 노동운동의 방향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투쟁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를 지나면서 고유한 의미에서의 정치적 노동자운동이라는 노동운동의 한 축이 붕괴합니다. 즉, 정치적 노동운동이 한 축으로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사회운동과 다른 한 축으로서 정당, 정파단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노동조합도 참여하는 운동이 있는데, 그런 정치적 노동자운동이 90년대에 여러 이유로 붕괴합니다. 2025년 현재 시점에서 진보정당 활성화 운동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재 진보정당은 거의 붕괴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발전하려면, 특히 변화하는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조건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고 인식함은 물론, 그에 대응하는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자본주의의 착취구조를 개혁하는 내지는 사회 변혁적인 사회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노동운동의 구조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은 약해졌지만, 과거 정치적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고자 했고, 이후에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주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노동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 공론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어떠한 공론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는지 마지막으로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책을 보시고 함께 고민한다고 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먼저 한국 노동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노동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재 노동운동의 실태가 어떠한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책에 직접적으로 담겨 있지 않지만, 현재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노동현실도 노동운동이 등장했던 1980년대 후반과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경제 여건 역시 당시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며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에 국제질서가 변화하면서 한국의 경제주권 역시 상당히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책이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답은 책을 보고 노동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의 논의를 통해서 혹은 다른 계기를 통해서 활동가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결론에서도 언급하는데, 역사는 교훈을 주지만 쉬운 답은 없습니다. 역사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직접 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답은 노동운동이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고 취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과거 역사의 교훈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가운데 도출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쉬운 과정이 아니며,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이 그러한 변화를 도모하는 노력을 최대화하는 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기에, 반드시 수행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이 그런 계기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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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노조
태그
노동운동 투쟁의 역사 성찰의 기록 박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