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2025.11.13
"우물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 죽음의 공항을 바꾸기 위한 전국 공항노동자들의 연대투쟁①
정안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 인터뷰
들어가며
최대 열흘에 이르는 이번 추석연휴에 많은 이가 인천공항을 찾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추석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174만907명으로 일평균 이용객 21만7613명을 기록했으며, 인천공항 개항 후 추석 연휴 중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인천공항은 이미 올해 상반기 여객 실적이 3,636만 명으로 개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매출액 또한 1조 3,4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공항 실적과 달리, 공항노동자들의 투쟁은 길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9월 19일 경고성 하루 파업에 이어 추석연휴 기간인 10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올해만 인천공항에서 일하던 노동자 총 9명이 사망했는데, 연속 야간근무 문제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연속야간근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3개 자회사와 여러 차례 교대제 개편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합의가 이행되지 않자 노조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올해는 특히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조가 주축이 되어 전국 15개 공항(인천, 김포, 원주, 양양, 포항경주, 울산, 김해, 대구, 사천, 여수, 청주, 군산, 광주, 무안, 제주) 노동자들이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결성하고 첫 공동 파업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전국공항노조 또한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유사하게 한국공항공사의 3개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회사(공사)-자회사 간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구조로 인해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점도 공통적이다. ‘죽음의 공항 멈춰라!’는 구호 하에 10월 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 공항노동자들의 투쟁은 여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파업투쟁 이후 진행된 2주간의 집중교섭이 결렬되면서, 10월 27일부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 3인(정안석 지부장,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 이자형 설비지회장)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공사의 철저한 무반응 속에서 11월 5일 단식 10일차 정안석 지부장이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과 이자형 설비지회장이 단식 16일째를 맞은 11월 11일, 인천공항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단식농성장은 제1터미널 3층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고가는 공항 이용객, 응원하러 온 조합원‧시민들로 분주한 가운데 이진호 인천지부 사무처장, 서단비 광주전남지부 정책국장이 정안석 지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식 16일째, 단식자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저는 단식 10일 차에 노조 중집에 참여했다가 심한 복통으로 입원하며 단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위출혈도 있었는데 다행히 출혈은 멈춰서 퇴원 후 활동에 복귀했습니다. 지금 두 분이 걱정이죠. 이자형 지회장님은 원래 마르셨는데 더 마르시고 혈압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박대성 지회장님은 원래 몸이 그렇게 성한 분이 아니신데 16일까지 갈 줄은 몰랐어요.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네요.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1호 사업장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올해 총파업과 단식투쟁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요? 그동안 있었던 상황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시 1호 사업장으로 선례도 기준도 없어서 엄청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인국공 사태’를 비롯해서 많은 이슈를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2020년도에 노‧사‧전문가협의회(이하 노사전)에서 합의를 했습니다. 공항소방대와 조류퇴치팀은 공항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나머지는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어요.
그런데 공항공사 소속으로 전환된 소방대와 조류퇴치팀은 2022년 1월부터 4조 2교대로 교대제 개편이 됐어요. 노사전 합의 사항에 이미 전환된 사업장과 자회사의 처우를 같게 한다는 내용이 있고, 합의서에도 4조 2교대 등 교대제 개편을 논의하고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계속 이행되지 않아서 2022년에 파업 투쟁 끝에 2022년 12월에 3개 자회사와 합의서를 하나 더 작성했어요. 2025년 1월 인천공항 4단계 시설 운영이 시작하기 전까지 4조 2교대 개편을 완료한다고요. 그런데 그것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즉, 교대제 개편에 대한 합의서가 총 두 개 있는 거예요. 공항공사와의 합의, 자회사들과의 합의. 그런데 합의가 전혀 이행되지 않아서 지금 투쟁하고 있는 겁니다.
교대제 개편을 핵심요구로 투쟁하고 계십니다. 올해 인천공항에서 계속 일하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나오면서 야간노동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3조 2교대는 주간 이틀, 야간 이틀, 비번 이틀입니다. 무엇보다 야간 이틀 연속 근무가 문제예요. 일단 첫날 야간을 풀로 합니다. 휴게 시간이 3시간 있긴 한데, 그걸로 회복이 되겠어요? 첫날 밤샘 근무하고 아침 9시에 퇴근해서, 그날 저녁 6시에 다시 출근해야 돼요. 집에 가서 아침 겸 점심 먹고 3시간 정도 눈 붙였다가 또 출근해서 또 밤샘 근무를 합니다. 이 야간 이튿날을 조합원들은 상당히 힘들어해요. 비몽사몽하며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다”고 하고, 산재 사고도 실제로 야간 이튿날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겁니다.
인천공항 특성상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사업장이라는 건 저희도 이해합니다. 야간 근무가 필연적이라는 것도 다 이해해요. 다만 이 야간 근무를 이틀 연속으로 하지 말게 해달라는 게 저희의 주된 요구입니다. 4조 2교대는 주간 하루, 야간 하루, 비번 이틀이거든요. 야간을 이틀 연속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확합니다. 모회사인 공항공사와 자회사들은 매년 12월 말에 다음 연도 계약을 해요. 계약에는 인건비를 포함한 금액과 함께 시간대별 투입 인력, 근무 형태까지도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자회사가 교대제 개편을 하게 되면 시간대별 투입 인력이 줄어들잖아요, 결과적으로. 그러면 공항공사는 "계약 위반이다, 서비스 품질이 저하된다, 보안 품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막고 있는 겁니다.
지금 모회사 입장은 "우리는 너희랑 노사관계가 아니다. 자회사랑 얘기해라"는 전통적인 입장이에요. 그런데 자회사들은 우리랑 아무리 합의를 해도 인원 증원이나 교대제 개편을 해줄 수가 없어요. 계약서를 변경할 권한은 모회사에 있으니까요. 자회사들은 해줄 수 없는 약속만 계속하고 있고, 모회사는 자회사를 협박해서 "교대제 개편하지 마라, 시범 사업도 하지 마라, 이거 시행하면 계약 위반이다, 계약 해지 사유다"라고 계속 협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공항공사는 보도자료를 뿌리며 4조 2교대 개편 시 1,300억 원이 더 든다는 거짓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1,300억은 지금 3개 조에 1개 조를 늘려 4개 조로 운영했을 때 얘기에요. 지금 자회사 인력이 1만 명이고, 그중 7천 명 정도가 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요. 한 개 조를 더 충원하려면 못해도 1,500명 이상 충원해야 하고, 그에 수반되는 비용이 1,300억이라는 겁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주장했죠. 인력을 충분히 증원하고 교대제 개편을 해라. 그런데 이 주장이 계속 막히면서, 현재 있는 인력 그대로 인원 증가 없이, 비용 증가 없이 교대제 개편을 하는 방향으로 2022년 12월 합의서 작성 직후부터 지금까지 총 100차례가 넘는 교대제 개편 TF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용역도 하고 컨설팅도 받아서, 지금 현재 있는 인력으로 4조를 분할해서 교대제 개편을 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냈어요. 비용도 더 들지 않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공항공사는 그렇게 거짓으로 선동하고 있는 겁니다.
공항공사는 왜 이렇게 거부할까요?
공사 입장을 굳이 대변하자면, "공항 전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입장이에요. 근데 저희가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많은 과정 끝에 안을 만들어 제시한 거거든요. (웃음) 그래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현재 저희 최종 입장은 이렇습니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연구 용역을 노사가 같이 진행하되, 그 연구 용역 시작 시점에 교대제 개편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시범 사업으로 도출된 데이터를 포함해 함께 연구하자는 것입니다.
아무튼 모회사인 공항공사를 움직이게 만들 투쟁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들어도 납득할만한 내용인데, 하루빨리 공항공사가 응답해야겠습니다. 다른 질문인데요. 올해 투쟁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전국공항노조와 함께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결성하여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흔치 않은 사례인데, 연대투쟁을 기획하게 된 취지와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국공항노동조합에서 저희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작년 가을쯤 연락이 와서 "같이 연대하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연대하자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매월 한두 번씩 만나서 소통하고 회의하는 과정에서, 2025년도 투쟁을 함께 준비하여 공동 파업을 해보자는 결의가 이뤄졌습니다. 2025년 3월에 제주공항에서 전국공항노동자연대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우리 조합원 수는 대략 3,800명, 그 당시 전국공항은 대략 2,500명으로, 이 정도 인원이 모이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판단했던 거죠.
교대제 개편과 인력 충원이 가장 큰 요구였던 우리와 달리, 전국공항노동조합 같은 경우 저희보다 더 원초적인 문제들이 남아있었어요. 낙찰률이라든가, 결원율을 가지고 인건비를 차감하는 문제요. 인천공항은 그간의 투쟁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소해 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국 공항에는 아직도 그런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던 거예요. 아직도 낙찰률이 92%입니다. 옛날 용역업체 선정할 때 쓰던 제도를 자회사가 생기고 자회사랑 수의계약을 하면서도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노조는 사업장 내 현안 문제 해결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천공항 내 문제만으로도 상당히 벅차실 텐데, 공항노동자라는 공통점을 통해 연대를 확장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장을 넘어선 단결과 연대의 확장은 민주노조 정신의 가장 핵심이기도 하고요.
사실은 저희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우리 문제도 해결하기 힘든데, 우리 것도 지금 허덕이고 있는데, 전국 14개 공항 현안을 어떻게 다 우리가 끌어안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없지 않았죠. 공항공사랑 계속 합의 사항 이행을 놓고 싸우고 있는데, 이것도 힘든데 전국 공항까지 끌어안는 게 부담스럽다는 거였죠.
그래서 1년 넘게 설득했습니다. "우리가 이 우물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전국에 있는 공항 노동자들도 우리랑 같은 노동자들이고, 같이 투쟁하면 같이 승리할 수 있다. 분명히 서로한테 줄 수 있는 시너지가 있을 거다." 이렇게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 투쟁을 준비하면서 전국 공항의 상황을 알게 됐는데, 저희가 그간의 투쟁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해 가고 있던 문제들이 전국 공항에는 아직도 산재해 있더라고요. 우리가 이미 넘어선 단계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시민들이 보기에도 전국의 공항노동자가 뭉쳐서 투쟁한다고 하면 훨씬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9월 19일 김포공항에서 진행했는데, 그날 하루에 나온 뉴스가 100개가 넘었어요. 전국에 있는 15개 공항이 일시에 파업에 들어간다는 것 때문이죠. 저는 바로 이런 시너지를 기대했던 겁니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서로 같이 승리해야 하니까요. 한쪽만 이기고 한쪽이 지면 의미가 없어요. 전국 공항 노동자들이 같이 승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단식자 분들도 힘드시겠지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안석 지부장: 과거 정규직 전환 시 벌어진 사회적 논란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현재 현장에는 아직도 인력이 부족하고 5~10% 정도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시민분들이 좀 더 관심 가져주시고 무분별한 주장은 조금 걸러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반드시 투쟁이 승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자형 지회장: 사실 이번이 지회장으로서 첫 임기입니다. 그전에는 현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직원들이 제일 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교대제 개편입니다. 제가 경험했지만 야간 연속 근무는 정말 힘듭니다. 저 같은 경우 시설에서 전기 쪽 분야인데, 고압도 만지고 위험한 작업을 많이 합니다. 야간 둘째 날은 정밀 점검을 하고 돌아섰는데 ‘내가 뭘 했지?’ 하고 진짜 까먹을 정도로 비몽사몽한 상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에 3조 2교대 연속 야간 근무하는 사업소가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 각오로 투쟁하겠습니다.
박대성 지회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공항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나가며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다음날 국토교통부 차관이 단식농성장에 방문한다는 연락이 왔다. 소식을 들은 간부들의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 (11월 12일, 국토교통부 강희업 차관은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단식 17일 차에 접어든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과 이자형 설비지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안전한 공항을 위한 관계기관의 역할을 약속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7일 간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공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죽음의 공항을 바꾸자며 전국의 공항노동자들 간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고 있는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사례는 매우 모범적이다. 이는 “우물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1년 넘게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면 모두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을 만들어낸 과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더 크고 단단한 단결을 통해, 화려한 공항 이면에 감춰져 있던 공항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