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터뷰 | 2025.11.21

"하늘길 안전은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책임진다" - 죽음의 공항을 바꾸기 위한 전국 공항노동자들의 연대투쟁②

엄홍택 전국공항노조 위원장, 최인주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 본부장, 오인택 전국공항노조 남부본부 본부장 인터뷰

사회진보연대
들어가며
 
2025년 11월 14일 오전 8시 30분, 김포공항 국내선 3번 출구 앞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전국공항노동조합 출근 선전전 장소에 도착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도 신나는 노래에 맞춰 “죽음의 공항을 멈춰라” “연속 야간 노동 중단” “노동자 결원율 정산제도 폐지” 피켓을 좌우로 흔들며 시민에게 다가가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투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음에도, 쉼 없이 들리는 비행기 소리보다 큰 조합원들의 구호가 김포공항을 가득 채웠다.
 
전국공항노동조합(이하 전국공항노조)은 올해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함께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결성, 죽음의 공항을 멈추겠다는 결의로 공동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9월 19일 총파업, 10월 1일~10월 3일 총파업, 10월 29일~11월 6일 총파업에 이어 11월 7일 이후 간부파업 및 무안공항 집중파업을 진행 중이다. 10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으나, 한국공항공사가 경영진 회의에서 이를 최종 거부하며 투쟁이 길어지고 있다.
 
총파업과 사측과의 협상, 다시 총파업과 간부파업을 한 달 넘게 이어 나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전국공항노조 조합원들은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파업에 다시 돌입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할 정도로 기세가 대단하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이 답을 듣기 위해 이진호 인천지부 사무처장, 서단비 광주전남지부 정책국장이 김포공항에서 엄홍택 전국공항노조 위원장, 최인주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 본부장, 오인택 전국공항노조 남부본부 본부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최인주 전국공항노동조합 중부본부 본부장, 엄홍택 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전국 14개 공항, 2500명을 조직하다
 
먼저 전국공항노조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엄홍택
저는 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엄홍택이고, 양양공항 통신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김포, 원주, 양양, 포항경주, 울산, 김해, 대구, 사천, 여수, 청주, 군산, 광주, 무안, 제주)을 관리하고 있으며, 조합원은 약 2,500명 정도 됩니다. 저희 조합원들은 모든 지방공항에 포진해 있습니다.
 
저희 업무 분야는 인천공항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공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분야가 다 있습니다. 기계, 전기, 통신, 토목, 건축, 장비, 조경, 미화, 카트, 의전, 안내, 탑승교 등 없는 게 없습니다. 저희가 흔히 말하는 것이, 저희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회사의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가장 힘든 점도 모든 분야가 다 있다 보니 관리가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한국공항공사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자회사가 세 개입니다. 중부와 남부의 경우 각각 KAC공항서비스와 남부공항서비스로 나뉘어있는데, 이는 국토교통부 지방항공청 관할청에 따라 나눠진 것입니다. KAC공항서비스는 서울지방항공청, 남부공항서비스는 부산지방항공청 관할 공항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안검색 직종은 따로 분리되어 한국공항보안 소속으로 되어있습니다.
 
엄홍택 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최인주
저는 최인주 중부본부 본부장이고, 김포공항에서 기계 직군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조합을 결성해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다가, 이후 공공운수노조 산하 KAC공항서비스지부로 들어갔습니다.
 
2018년 전환했을 때는 1개 자회사였는데, 최종적으로 2020년에 자회사가 세 개로 분리되면서 전국공항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당시 한국노총, 민주노총, 여러 기업별 노조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통합한 것입니다.
 
전국 14개 공항 외에 두 개의 별도 사업장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항공기술훈련원으로 청주에 있고, 다른 하나는 항로시설본부로 대구 팔공산 아래 있으며, 인천공항에도 서브 사업장이 있습니다. 이 직원들도 모두 자회사 소속입니다.
 
최인주 전국공항노동조합 중부본부 본부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오인택
저는 남부본부 본부장입니다. 대구 이하 지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인택 전국공항노동조합 남부본부 본부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국에 2,500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이 있다보니 장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으실 거 같습니다.
 
엄홍택
장점은 전국구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공항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마찬가지로 전국에 있다 보니 조직 결속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인천과 다르게 저희는 공항별로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회사와 협의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메이저 공항이 있는가 하면, 지방의 중소 공항에 완전 소규모 공항도 있어 공항별 문제점을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공항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공항에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김포공항과 양양공항은 같은 기계 직군이라고 해도 조건이 다릅니다. 김포는 많은 인원으로 많은 장비를 관리하지만, 지방공항은 소수 인원으로 그만큼의 장비를 관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협의할 때 기준이 안 잡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급여 체계도 다릅니다. 예전 용역업체 시절부터 계속 이어온 급여 체계를 그대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최인주
지역에서 공항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직장이라는 점은 장점입니다.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노동자들도 자부심이 있습니다.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처가 어려운 점은 단점입니다. 지방의 중소규모 공항들은 직군이 포괄적이고, 인력 부족에 시달립니다. 관리감독 부서도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공항 노동자들은 항상 업무 과중에 시달립니다.
 
 
처음으로 전국 15개 공항이 함께 멈춘 날
 
10월 1일부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함께 전면파업에 들어가신 거잖아요. 처음으로 전국 15개 공항이 함께 멈춰 섰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최인주
2018~19년에 KAC공항서비스로 공공운수노조에 있을 때 인천공항지역지부와 공동투쟁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동안 연대를 하지 못했고, 작년에 다시 연대를 추진했습니다. 화물연대나 철도, 버스 같은 경우는 동일 사업장이 굉장히 많지만, 저희는 동일 사업장이 인천공항밖에 없습니다. 같은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가 현재 추진하는 4조 2교대는 저희가 추구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나간 투쟁입니다. 현재 저희는 인력 부족으로 4조 2교대는 못 하고, 3조 2교대만이라도 원활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던 것을 인천이 이미 하고 있었고, 인천은 낙찰률 같은 문제도 2023년에 다 풀어냈습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2024년 9월에 연대를 제안하여 올해 3월 27일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발족해서 10월 1일부터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업 분위기는 굉장히 뜨겁습니다. 그동안 전국 14개 공항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조합활동을 했는데, 자회사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과 같은 동일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함께 연대투쟁을 진행하니 파업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현재도 파업 분위기는 좋습니다. 동력이 떨어지고 지쳐 있을 뿐, 파업 분위기나 내부 결속력은 굉장히 좋습니다.
 
지금 공동투쟁은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더욱 단결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조합원들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천공항지역지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라는 거대 상급단체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도 쉽게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항공사의 기득권이 높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인주 전국공항노동조합 중부본부 본부장
 
 
젊은 직원들은 퇴사, 나이 드신 분들은 버티다 사고
 
자회사 소속으로서 모-자회사 간 불합리한 계약으로 겪는 문제가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낙찰률 임의 적용, 결원 정산제도 등 용어가 쉽진 않은데요.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인주
낙찰률은 공공기관이 사업이나 용역을 업체에 맡길 때 예산 대비 실제 지급한 예산의 비율을 말합니다. 저희가 외주업체로 있을 때는 낙찰률이 80~85% 수준이었는데, 2018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 후 조금씩 인상되어 현재 92%로 올라갔습니다. 현재 낙찰률은 매년 인상되는 물가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인건비 인상분을 감당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거나 비목 전환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낙찰률 임의 적용 폐지입니다. 예전에 독점 계약을 막기 위해 경쟁 입찰을 할 때와 달리, 현재는 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간 수의계약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관행적으로 90% 수준의 낙찰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낙찰률이 낮으면 인건비 총액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인력 충원이나 임금 인상 여력이 제한됩니다. 낙찰률이 92%면 기본급 중 8%가 삭감된 셈이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교섭도 교섭이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계약관계에서 이런 제도 문제가 개선되어야 교섭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엄홍택
결원정산 제도는 자회사 인력에 결원이 있으면 잔여 인건비를 감액하여 공사가 가져가는 제도입니다. 원래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 시 결원정산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었어요. 그런데 모회사인 한국공항공사가 2023년 결원정산 제도를 부활시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점은 모회사 출신들이 자회사 대표로 오고부터였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직원이 빠지면 무조건 정산을 해갔습니다. 연차를 써도,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러 가도 다 빼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휴가를 못 쓰게 되고, 관리자들은 압박을 주기 시작합니다. 오죽하면 민방위, 예비군으로 빠져도 정산을 해가기 때문에 남성 직원들은 이럴 거면 나라에서 부르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요즘 MZ세대들은 ‘워라밸’이 중요한데 이렇게 휴가조차 마음대로 못 가고, 휴가 가면 관리자한테 찍히는 회사가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노조에서 조사했을 때 퇴사율이 평균 16%, 작년 같은 경우 제주의 경우 34%까지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낙찰률이 92%인데 여기서 정산제도를 통해 또 깎는 겁니다. 이렇게 정산되어 깎이는 금액까지 합치면 90%대가 무너질 때도 있습니다. 당시 저희도 화가 나서 자회사 경영진들에게 크게 항의했습니다. 알고 보니 경영진들은 계약 세부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더라고요. 아주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산재 문제도 심각합니다. 연평균 27.2건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런데 결원정산 제도 같은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산재 신청을 잘 못합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휴직이 생기니까 대체근무가 필요한데, 아프다는 이유로는 대체근무를 안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들이 아파도 참고 다니고, 그러다 보면 사고 나고 심지어 돌아가시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못 버티면 퇴사, 나이 드신 분들은 버티다가 사고 나는 상황입니다.
 
저희 임금구조가 기본급이 낮고, 연장수당 비중이 높습니다. 저번에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SPC보다 착취가 더 심한 구조예요. 올해 무안공항 참사가 났을 때 우리 무안공항 직원들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녁에 나와서 유족들도 돌보고 아예 살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다 마무리되고 돌아온 게 참사로 비행기가 다 없어져 버렸으니, 연장수당을 없애버리겠다는 거였습니다. 그 이후 한 분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니 15년 차 직원인데 월급이 210만 원입니다. 그분은 이럴 거면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올해 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이제는 안 된다, 막아야 한다는 결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엄홍택 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한국공항공사의 터무니없는 왜곡 선전
 
최인주
그런데 낙찰률 문제를 한국공항공사가 굉장히 왜곡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입장은 낙찰률 92%에서 순수 3% 증액을 해서 95%로 맞추고, 그 외에는 여러 경비나 기타 항목들의 비목 전환을 통해 자체적 5%를 올려 맞추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노동조합이 마구잡이로 100%를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고, 심지어 한국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국정감사 때 노조 요구대로라면 100.5%가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올리려는 경비나 다른 품목 항목들도 낙찰률 적용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걸 더하더라도 절대 100%를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완전 터무니없는 답변을 한 거예요. 잘못 알려지는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홍택
본래 노조 요구는 순증 8%였어요. 처음에 파업 들어갈 때는 순증 8% 이외에는 절대 받지 말자고 조합원들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교섭 과정에서 자회사가 모회사와 협의해서 가져온 안이 방금 말씀드린 순증 3%, 비목전환 5% 방안이에요. 그러니까 이 안건 자체가 공사와 협의해서 나온 사측 수정안입니다.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논의하면서 이 정도라도 받아보자고 해서 받은 겁니다. 어떻게 보면 양보를 많이 해서 노사가 협의를 잘한 겁니다. 그런데 공사가 지금 저런 행태를 보이는 거예요.
 
공사는 반대하는 명분으로 적자, 공정거래법 위반을 듭니다. 그런데 국토부 산하 자회사 중에 낙찰률 갖고 있는 게 저희밖에 없습니다. 공사 주장대로라면 다른 회사는 모두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국공항노조와 자회사(KAC공항서비스), 한국공항공사 운영본부가 9월 29일 도출했던 잠정합의안. 실증액 예산은 1년에 1.5%씩 2년간 3%를 인상하고, 나머지 5%는 부당한 연차수당 환수중단, 노사상생프로그램 비목 전환 등을 통해 인상률을 보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경영진 회의에서 이 안을 최종 거부했고, 전국공항노조는 10월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최인주
공항공사가 적자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기관, 공기업 중에서 흑자 나는 기업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별로 없습니다. 공공서비스를 하기 위한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흑자가 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총파업 선포식 이후부터 정부 기관을 만날 때마다 공항공사가 적자이기 때문에 저희 요구 조건을 다 들어줄 수 없다면, 공항공사의 적자 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제도 개선을 해달라는 얘기도 하고 다녔습니다. 공항 사용료 인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공사를 대변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가 다 대변해 줬는데, 공사는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싹 빼고 노동조합이 무리한 걸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들이 더 파렴치한 짓을 한 것입니다.
 
엄홍택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위 위원들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합쳐 적자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제기하시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국토부 잘못도 있습니다. 항공편을 인천으로 몰아주고, 한국공항공사에는 저가 항공기들만 배정하고 해외 국제선도 가까운 동남아 노선밖에 안 주는 상황입니다.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오인택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은 게, 저희 자회사 사장들이 공항공사 출신입니다. 당연히 그러려고 만든 자리겠지만, 공사에서 들으신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현장 일선에 있는 본부장들 같은 경우는 그게 제일 힘듭니다. 시키는 대로 그대로 내려오고, 저희는 또 반박해야 하니까 많이 힘듭니다.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공사에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빨리 해결되어야 할 텐데, 향후 투쟁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엄홍택
현재는 간부파업 중인데, 향후에 더 진전이 없다면 12월이나 겨울쯤에 한 번 더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모회사는 완전히 묵묵부답인 상황입니다. KAC공항서비스와는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안 되면 다시 총파업을 돌입할 계획입니다.
 
최인주
무안공항은 계속해서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홍택
양양공항도 어제부터 투표를 해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인택
설명을 보태면, 위원장님께서 지침은 간부 파업으로 돌리셨지만, 무안공항이나 양양공항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파업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하늘길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
 
인터뷰 마무리하면서, 세 분께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시민들에게, 정부에게, 혹은 함께 싸우고 있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최인주
저희가 9월 19일 경고 파업 한 번, 10월 1일 전면파업을 진행했는데, 모든 이슈가 추석 때 해외여행을 걱정하는 쪽에 맞춰졌고, 그런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공항 노동자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를 국민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주시고, 기사들도 다시 봐주시고, 공항 노동자들이 왜 지금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계속 투쟁하고 있는지 관심을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목표한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진행하겠습니다.
 
오인택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님과 두 분의 지회장님이 단식에 들어가셨다가 철회하셨는데, 걱정이 제일 되고 감사드리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게 연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뉴스 기사를 봤는데, 두 사업장이 함께 승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이 연대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항 노동자들이 함께 끝까지 투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엄홍택
한국공항공사 전 대표가 교육에서 저희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행복해야 서비스 품질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스타벅스를 보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국공항공사 전 대표가 저희에게 얘기한 게 직원들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공기업이 왜 수익을 창출하냐, 공기업은 국민을 위해 있는 기업이지 않냐, 수익이 나면 국민과 직원들에게 다 돌려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금 인천과 연대를 하는데, 우리나라의 하늘길을 다 저희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공사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직원의 피로도가 쌓이면 우리나라 하늘길이 위험합니다. 아시다시피 인천은 올해 여섯 분이 돌아가셨고, 저희는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외에도 언론에 나오지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매년 한 분씩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사고도 정말 잦고 위험이 쌓여 있는데, 정부나 관계 기관에서 관심을 안 둔다는 게 너무 의아스럽습니다. 하늘길은 사고 한 번 나면 대형 사고입니다. 한 회사에서 여섯 명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입니다. 저희 한 명 돌아가신 것도 되게 큰 수치인데, 여섯 명씩 매년 계속 돌아가신다는 것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좀 잘 봐줬으면 좋겠고, 하늘길은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통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하늘길'이라고 말씀해주신 게 인상적입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투쟁이 승리로 끝날 수 있도록 계속 연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나가며

“한국공항공사의 왜곡 보도를 바로잡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엄홍택 위원장은 담담히 말했다. 공사의 사실 왜곡과 거짓 보도로 파업의 의의가 훼손되고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 앞에서도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는 2,500명의 조합원이 있기에 가능한 여유였다. 전국공항노동조합은 11월 18일 김포공항 국내선 4번 게이트 앞에서 ‘한국공항공사의 사실 왜곡 및 파업 장기화 책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여러 왜곡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진실을 호도하는 데에 힘을 쓸 것이 아니라, 하늘길 안전을 위협하는 낙찰률 92%, 결원 정산제도를 하루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전국의 크고 작은 공항에서 일하는 전국공항노동조합 2,500명 조합원, 인천공항지역지부 3,800명 조합원이 뭉친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바로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단식농성을 해지하며 “전국 공항이 함께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홍택 전국공항노조 위원장은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하늘길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했다. 하늘길을 지키는 공항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연대하자.
 
주제어
노동 노조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