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5.11.26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실현을 위한 전략조직화 20년의 성찰과 미래

민주노총 창립 30주년 기념 ‘전략조직화 성과와 과제’ 토론회 지상중계

사회진보연대
창립 30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은 핵심 노동운동 전략으로 추진해 온 ‘전략조직화 사업 20년’의 성과와 한계를 심도 있게 평가하고 다가올 미래 20년을 준비하기 위한 토론회를 지난 11월 21일 개최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지난 20년간 전략조직화 사업이 민주노총을 ‘조합원 중심 노조’에서 ‘조직화 중심 노조’로 전환한 ‘합의된 전략’이었음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심화하는 노동 분할과 비정형 노동 확산이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중장기적 비전과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전략조직화 사업 20년의 성과와 과제

 
첫 번째 발제는 민주노총 미비실장을 역임한 김경란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 연구위원)의 「민주노총 30년, 그리고 전략조직사업 20년 평가와 과제」였다. 김 연구위원은 전략조직화 20년이 단순한 조직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노동 분할과 배제 구조를 극복하고 노동운동의 계급적·사회적 대표성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 노선의 재구성’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요 성과로 첫째, 노조의 ‘양적·질적 성장’을 꼽았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120만 명에 이르렀다. 전략조직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1기(2005~2009)에 조합원 수는 연평균 2.8% 증가했고, 2기(2010~2013)에 0.8% 감소, 3기(2014~2017)에 3.7% 증가를 거쳐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8.3% 증가했다. 특히 여성 조합원 비율(2021년 38.5%)과 비정규직 조합원 비율(2022년 32.4%)이 크게 증가하며 조합원 구성의 질적 다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조직률 동반 상승’ 사례로 주목받는다.
 
둘째, ‘조직화 노조’로의 전환을 꼽았다. 총연맹-산별연맹-지역본부 간 협력 체계가 구축되었고, 전략조직기금을 모금하는 방식에서 의무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역시 기존 조합원 유지·관리에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성과를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전략조직화 사업이 이제 ‘중장기적 전망을 갖춘 지속 가능한 운동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복합위기 시대에 걸맞은 중장기적 전망과 미래 노동시장에 적합한 조직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조직화 노선의 진화와 총연맹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산별연맹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의 역량이 강화되고, 총연맹의 역할이 ‘지원과 기반 구축’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총연맹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제가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조직화에서 배제된 사각지대와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초기업적 조직화·교섭, 단체협약 효력 확장, 지역 기반 사회연대형 조직화 모델을 비롯한 새로운 접근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역본부 역할 강화, 사업장 기반을 넘어선 개별 조합원 가입 활성화, 산별․연맹 간 조직화 경쟁에 대한 중앙 차원의 해법 마련, (전략)조직화와 기존 조합원 이해 간 충돌 방지를 과제로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후 토론 과정에서 이어졌다.
 
왼쪽부터 김경란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발제자), 이양수 민주노총 전략조직특별위원회 위원장(사회자),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발제자).
 
두 번째 발제는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하 최 미비실장)의 「민주노총 2025년 전략조직사업 현황과 과제」였다. 최 미비실장은 2017년 전략조직기금을 조성한 것이 이후 총연맹 전략조직 사업의 안정적 추진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진행된 ▲ 새로운 전략조직화 사업 및 조직화 전략 의제(2018년) ▲ 총연맹 전략조직화사업 정의 논의(2019년) ▲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방향과 과제(2023년)를 설명하면서,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촉발된 민주노총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조직화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미비실장은 2025년 사업 방향으로 ▲ 공세적 사업 전개(탄핵 정세를 활용한 조직 확대 사업 전면화), ▲ 중점 조직화(5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권 사각지대, 이주노동자) ▲ 지역본부 중점 조직화(서울 디지털산업단지, 부산, 대구, 대전 등)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반사업 강화’를 위해 노동자 권리찾기 수첩 제작, ‘반갑다 조직가 학교’ 개편, 노동상담 경로 다변화 등에 매진하고 있으며, ‘영역별 사업’으로 이주노동자, 산업단지, 콜센터, 돌봄 전략조직사업을 가맹산하조직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미비실장이 제시한 과제 중 세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비정형 노동자 조직화다. 847만 명의 인적 용역 사업 소득자 중 사업자등록을 한 인원은 2만 5천 명(0.3%)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총연맹 차원의 집중 조직화 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의제 조직화 강화다. 노조법 2·3조 개정에 따른 원청교섭 쟁취 투쟁을 본격화하고, 5인 미만 근기법 전면 적용 등 미조직 노동자 권리 보장 의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연대형 캠페인을 지속하여 노조 가입의 ‘자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산별 구획 정리 및 재편 논의를 포함한 ‘총연맹 전략조직화 종합계획(3~5년)’을 수립하여 통일된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전략조직화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두 가지 핵심 과제

 
이어 여섯 명의 토론자는 발제자가 제시한 전략조직화 사업의 성과와 과제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이 향후 20년간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기반을 넘어서는 조직화 모델’과 ‘산별 간 조직화 경쟁 해소’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조직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쟁점1: 사업장 기반을 넘어선 ‘개별 가입 활성화’와 조직화 모델

 
토론자들은 플랫폼노동이나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형 노동이 확산하는 현실에서 기존의 사업장 중심 조직화 방식을 넘어서는 개별 가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제라고 공통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개방적 조직화 체계를 어떻게 실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제언이 이어졌다.
 
최정아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팀장
 
공공운수노조의 최정아 전략조직팀장은 물류센터 조직화 사업을 ‘센터’에서 ‘단지’로 전환했듯이, 사업장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 기반의 조직화 모델 확장이 필요하며, 민주노총 차원의 개별 조합원 가입 체계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섬식품노조의 임영국 사무처장은 이 문제를 단순한 ‘가입 방식’의 문제가 아닌, 노조에 가입할 ‘이유’를 조직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제회 모델을 중심으로 한 봉제인지회 사례나 직업 합법화 요구를 중심으로 한 타투유니온지회 사례처럼 당사자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한 맞춤형 의제 개발과 조직 운영 방안 마련이 핵심이라고 보았다. 또한, 초기업 교섭 추진 외에도 ‘의제 조직화’ 사업을 당사자 운동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의 김재남 본부장은 작은 사업장 조직화의 어려움을 인정하며, 200만 조합원 시대를 위해서는 노조 문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조직 운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1천만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총연맹이 ‘후속대책 없는 백화점식 요구’를 나열하는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본부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이사장은 기존 정규직 노조의 조직 구조로는 취약 노동자층을 조직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개별 가입이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표성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장 이후 증가한 청년층의 노조 가입 문의를 지속적인 조직화와 참여로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적 조직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
 

쟁점 2: 산별 간 조직화 경쟁 해소와 총연맹의 조정 역할

 
또한, 토론자들은 산업·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조합원이 직종·산업·기업을 초월해 조직되는 ‘일반노조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산별 간 조직화 경쟁이 심화해 자원 낭비와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리고 조직화 대상이 중복되는 문제가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역할 축소라는 문제로 이어지는 현실에도 깊이 공감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인 김 연구위원은 관할권 문제와 단체교섭 문제를 분리하여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총연맹 중재 하에 산별 간 ‘자율적 합의’(신사협정) 검토 및 ‘공동 교섭’ 원칙을 확립하는 제도적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정아 전략조직팀장은 총연맹의 조정 역할이 더욱 세심하게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총연맹 차원의 해법이 실질적으로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발제자의 지적에 공감했다. 특히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가 있는 환경에서는 반조직 행위 등으로 인해 공동교섭 원칙을 강제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재남 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조정 기구를 검토하되, 근본적으로는 ‘대산별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본부와 산별 간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해 총연맹 중점 조직화 시범 사업처럼 중앙이 예산을 적극 지원하여 지역 공동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진 이사장은 산별 경쟁과 일반노조화의 모순이 전략조직화 목표와 괴리되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산별노조 조직의 정합성을 재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산별 교섭이나 초기업적 교섭 체계 구축을 통해 실질적인 조직 확대와 교섭력 강화가 연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찬호 한국비정규직단체네트워크 공동의장은 조직화의 성공을 위해 ‘지방정부 노동센터’의 조직화 지원 역량(상담, 주체 형성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사업단’과 같이 사회적 연대와 의제화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찬호 한국비정규직단체네트워크 공동의장
 

전망과 과제: ‘조직화’를 넘어 ‘계급 대표성’ 확보로

 
이번 토론회에서 전략조직화 사업 20년을 성찰하며 앞으로 20년의 미래를 논의한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단순한 조직 확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동 노선’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플랫폼 확산·기후 위기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3~5년 중장기 전략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동시에 산별 간 경쟁을 줄이기 위한 구획 정리·재편, 공동교섭 원칙 마련, 총연맹 조정 기능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 조직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초기업적 조직화’ 경로를 개발하고 해당 주체들의 현실적 요구를 의제로 만들어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과 연결해야 한다. 노조법 2·3조 개정 대응과 조직화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마지막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은 정규직–비정규직 간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략조직사업’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동시에 여성·청년 등 새로운 조합원의 권리가 노조의 결정 구조에 반영되는 민주적인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민주노총 내부에서 고용형태, 성별, 연령에 따른 격차를 축소하는 것에 대한 조직적인 합의를 만들어야만, ‘모두의 민주노총’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조직사업 20년 전망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노동 노조
태그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30주년 전략조직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