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5.12.05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평화안은 사기다"

우크라이나 좌파 조직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 미하일로 무스타핀(Mychajlo Mustafin)과의 인터뷰

사회진보연대

역자해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좌파 조직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 활동가 데니스 필라쉬의 ≪LINKS≫와의 인터뷰 좌파는 침략자를 달래려는 트럼프-푸틴 협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지지해야 한다를 번역·게재했다. 이번 인터뷰는 그 이후 전쟁 4년 차를 맞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에 대한 ‘사회운동’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의 현실

 
2025년 11월 27일,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날은 트럼프가 11월 19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조율한 ‘28개조 평화안’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라고 최후 통첩한 ‘데드라인’이었다.
 
우크라이나를 도마에 올린 미국과 러시아의 2월 리야드 회담과 8월 앵커리지 회담은 모두 ‘노딜’로 끝났다. 그러나 양국의 물밑 협상은 지속되었고, 그 결과가 11월 18일 악시오스의 보도로 유출된 ‘28개조 평화안’이다.
 
‘28개조 평화안’은 유출 직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한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경악했다. 우크라이나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혀온 영토·안보 문제, 그리고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관해 모두 러시아에 편향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와 돈바스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를 사실상 승인하고,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양도하며,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영구 금지하고, 전시 행동을 완전히 사면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이 안은 10월 말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러시아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러시아 국부펀드 수장)가 만나 조율해 ‘위트코프-드미트리예프 안’이라고도 불린다.
 
11월 26일 블룸버그를 통해 위트코프, 푸틴의 보좌관 우샤코프, 그리고 드미트리예프 간의 통화 녹취록이 유출(이른바 ‘위트코프 유출’)되면서 해당 평화안의 러시아 편향성은 더욱 명백해졌다. 통화에서 위트코프는 우샤코프에게 “트럼프가 합의 도출을 위해 많은 재량권을 줄 것”이라고 밝히며, 젤렌스키가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푸틴이 트럼프에게 먼저 전화할 것을 독려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위트코프에게 평화안이 러시아 제안에 “최대한 가까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미국 특사가 크렘린에 협상 전술을 조언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안, 즉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를 암시한 것이다. 해당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돈 베이컨 등 주요 공화당 의원들이 위트코프의 해임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11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독일, 프랑스, 영국) 다자·양자회담과 12월 초 미-러 협상에서 협상안 세부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트럼프의 바람대로 ‘단기간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로써 2025년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주도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은 모두 수렁에 빠졌다. 4년을 넘긴 전쟁은 또 한 번의 겨울로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좌파의 현 사태에 대한 평가와 활동

 
전쟁 4년 차,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최근 미-러 주도의 협상에 대한 우크라이나 좌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에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러시아의 기간시설 공격으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해 인터뷰가 지연되었다. 이 과정에서 11월 19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협의한 ‘28개조 평화안’을 제안하면서 정세가 동요했다.
 
‘사회운동’은 2015년 설립된 우크라이나의 좌파 정치조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와 생태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키이우, 크리비이 리흐, 리비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 노조(광산노조, 철도노조 등)와 긴밀히 연대하며 노동자 자기조직화를 강조하는 ‘사회운동’은 법률 2980호(중요 기반시설 노동자 보상법) 이행 투쟁, 전역 군인 부당해고 법정 투쟁, 노조 권리 옹호, 연례 사회포럼 개최, 실향민·군인 가족 지원 등 현장 활동과 정책 대안 제시를 병행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러시아의 침략을 제국주의 침공으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의 무장 저항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서방의 신자유주의 재건 계획과 젤렌스키 정부의 노동권 축소를 비판하며 “러시아 탱크와 서방 은행”에 맞선 이중의 투쟁을 주장한다.
 
‘사회운동'은 국제연대를 활동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우크라이나 연대 유럽 네트워크(ENSU, European network for solidarity with Ukraine)와 우크라이나 글로벌 연대 네트워크’(Ukraine Global Solidarity Network)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국제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좌파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2022년 타라스 빌로우스의 글 자결권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번역하여 게재하고, 같은 해 12월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였으며, 우크라이나 사회운동연대기금 모금 활동도 진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사회운동’의 활동가 미하일로 무스타핀은 이번 ‘28개조 평화안’을 둘러싼 사태를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사기 평화 협정에 굴복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허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을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그러한 평화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정의로운 평화는 “서방의 강력한 안전 보장으로 뒷받침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때 “러시아가 어떠한 휴전도 주저 없이 깨뜨린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정의로운 평화는 국제법을 지키고,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점령을 종식하며, 전쟁범죄 수사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하일로 무스타핀은 또한 현재 정세를 “이웃 국가들로 세력을 확장하고 예속시키려는 준-파시스트 권력과 대면”하고 있는 정세라고 평가하며 “안이한 평화주의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 순진한 일”이라고 도발적으로 주장한다. 이는 “꽃으로는 파시즘과 싸울 수 없다”라는 ‘사회운동’의 일관적인 주장이다. 동시에 그는 유럽 국가에서 흔히 제기되는 ‘안보냐, 복지냐’딜레마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공격받을 경우를 대비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하지만, 동시에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침략받은 국가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의 이러한 주장은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할 것인가, 지지한다면 ‘어떤’ 저항을 지지할 것인가, (특히 피침략 국가의) 안보 문제에 대한 좌파의 견해는 무엇인가를 두고 입장이 갈라졌던 한국의 사회운동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은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좌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이 만든 구체적 일상에 대응하고 정부의 정책에 맞서며 국제연대를 모색하는 ‘사회운동’의 다층적 활동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리고 일상적 활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준 ‘사회운동’과 인터뷰에 응해준 미하일로 무스타핀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우크라이나 좌파 조직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의 미하일로 무스타핀(Mychajlo Mustafin)
 
* 이하 []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덧붙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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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현실과 좌파의 역할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노동자들과 일반 국민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폭탄 아래에서도 일상이 계속된다”라는 자부심 뒤에 가려진 현실, 특히 필수 기반 시설 노동자와 국내 실향민이 겪는 구체적 어려움을 듣고 싶습니다.

 
'사회운동'은 2025년 4월 27일 키이우에서 약 60명의 노조·시민사회·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전시 중요 기반시설 노동자 보호" 사회포럼을 개최하여 법률 2980호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다뤘다. '사회운동'은 이날 포럼에서 전쟁으로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이 법에 따라 2년간 425건의 신청이 있었으나 그중 60%가 거부되어 극소수만 지급받았으며, 이는 매년 수백 명이 희생되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항공기계노조 대표들과 러시아군에게 남편을 잃은 이즈움 상수도공사 노동자 유족이 포럼에서 직접 증언에 나섰다. [출처: 사회운동]
 
지난 3년간 진행되어 온 전면전은 우크라이나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시에,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특히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주류 사회는 끊임없는 공격 속에서도 일상적 서비스가 계속 작동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폭탄과 드론 아래에서도 [노동자들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상황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에, 특히 민간 부문에서는 높은 서비스 수준이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실향민들은 전쟁 중에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입니다. [점령지역에서 비점령지역으로의] 대규모 인구 유입은 심각한 주택 위기를 초래했으며, 도시 아파트 가격은 2022년 이후 급등했습니다. 동시에 국가 역량[재정]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대부분의 국내 수입은 국방에 쓰이고 사회지출은 외국 원조 기관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극도로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국가 재정 지원 주택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민간 시장에서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국내 실향민들은 여전히 집주인들로부터 일정한 불신과 차별에 직면합니다.
 
'사회운동'은 2024년 9월부터 국내 실향민(ВПО), 가정폭력 피해 여성, 군인 가족, 노조 활동가, 학생 등을 대상으로 리비우, 키이우, 크리비이 리흐 및 온라인에서 무료 개인 심리상담과 예술치료 그룹 세션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사회운동]
 

'사회운동'은 집회와 선거 같은 전통적 정치 활동이 제한된 계엄령하에서도 법률·심리 지원부터 노동권 캠페인, 군인과 가족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계엄령이 사회보장 축소의 구실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좌파 조직의 활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의 활동은 전시 중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싸울 수 있고 또 싸워야 함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계엄령이 사회적 보장과 노동권을 축소하는데 악용될 수 없음을 일깨웁니다. 동시에 국제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며, 이는 세계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민중의 투쟁을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비록 우크라이나 안에도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에 대해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리와 같은 좌파 조직의 사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 7월 1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이반 프랑코 광장에서 열린 반부패 시위에 참여한 '사회운동' 회원들. ‘사회운동’의 주요 구호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부패를 주면, 우리는 당신들에게 혁명을 줄 것이다!”였다. [출처: 사회운동]
 

내부적 도전: 신자유주의와 올리가르히 체제 대응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 후 급진적 시장경제 전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유자산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올리가르히 체제가 형성되었다. 올리가르히는 에너지·철강 등 기간산업을 독점하고 정치권력과 미디어를 장악하여 경제적 부, 정치적 영향력, 여론 통제를 결합한 권력 구조를 만들었다. 2008년 당시 상위 50대 올리가르히의 재산 합계가 GDP의 85%에 달할 정도였다.

2014년 유로마이단 이후 서방은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민영화·규제 완화·노동권 축소 등 신자유주의 개혁을 요구했으며, 젤렌스키 정부는 초기에 법인세·소득세·부가세를 모두 10%로 단일화하는 극단적 감세안을 추진하고 간소화 세제를 통해 사실상 모든 납세자가 2%부터 시작하는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추고 올리가르히에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재정 기반을 약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4년 국가세입전략은 이전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며 누진소득세 복원, 법인 초과이윤세 도입 등으로 정책을 일부 전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에너지 등 주요 기반시설이 올리가르히 소유로 남아있고, 전쟁 부담이 노동자 계급에 집중되며(중요 기반시설 노동자 보상 미지급, 주당 60시간 노동 허용, 대량 해고 용이화 등), 서방은 전후 재건을 위해 대규모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어 1990년대 자산 약탈이 반복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운동'의 주장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올리가르히 체제를 해체하고 전쟁 자원을 공공적으로 동원하자는 것이다. 이는 전시 경제뿐 아니라 전후 경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입장으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 참고자료
- "Ukrainian oligarchs," Wikipedia.
- "West prepares to plunder post-war Ukraine with neoliberal shock therapy," Geopolitical Economy Report, July 28, 2022.
- "Ukraine is quietly abandoning neoliberalism," Social Europe, February 1, 2024.
- "West prepares to plunder post-war Ukraine with neoliberal shock therapy," Geopolitical Economy Report, July 28, 2022; "The neoliberal battle for Ukraine's reconstruction," New Statesman, August 24, 2024.

 

'사회운동'은 민영화, 규제 완화, 반노동 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신자유주의 의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전쟁 중에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변했고 '사회운동'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2022년 이전에도 젤렌스키 정부의 경제 정책은 무계획성과 일관된 비전의 부재로 특징지어졌습니다. 비록 일반적으로는 소비에트 시대 법률 현대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명목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접근과 규제 완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말입니다. 전면 침공 직전, 정부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수익성 없는" 국영 자산의 대규모 민영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결국 국영 철도까지 매각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에, 바로 이러한 기업들이 국가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임이 분명해졌습니다. 국영 철도회사 우크르잘리즈니차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철도와 역이 파괴된 후에도, 종종 최소한의 지연만으로,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영 우편 서비스 우크르포슈타는 최전선 지역에서도 여전히 운영 중인 지점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면 침공 첫 몇 달 동안에는 점령하에서도 사무소를 열어두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눈에 국가 소유라는 개념을 복권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노동권과 사회보장에 대한 공격을 계속합니다. 우리 '사회운동'은 직접적인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그러한 정책들이 전시에는 정상과 거리가 멀다는 메시지를 확산시킴으로써 이에 맞서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시에 국가는 준-신화적인[실체 불명의] 민간 투자자들에게 모든 것을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와 경제를 지원하고 개입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트럼프-푸틴 협상과 ‘정의로운 평화’의 조건

 

지난 3월 '사회운동'은 리야드 트럼프-푸틴 회담을 "침략자를 달래는 방식"이자 "강대국들의 세계 분할로의 회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그 후 앵커리지 회담을 거쳐 최근 위트코프 유출 사건까지, 미국-러시아 협상은 우크라이나에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앵커리지 회담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이후의 사태 전개는 최소한으로 말해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더 우호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희망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러시아와의 갑작스러운 화해로 거듭 좌절되었습니다.
 
최근 위트코프 유출 사건은 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극단적[최대주의적] 요구에 굴복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사기 평화 협정에 굴복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유럽 동맹국들은 너무 분열되어 있어 실행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허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을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평화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운동'이 생각하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필수 조건은 무엇인가요? 위트코프-드미트리예프 안이 "사기"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속 가능한 평화는 서방의 강력한 안전 보장으로 뒷받침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보장이 없을 때, 2022년 이전에도, 이후에도[2022년 전면 침공 이전의 돈바스 전쟁 개입에서도, 전면 침공 이후에도] 여러 차례 그랬듯이 러시아는 어떠한 휴전도 주저 없이 깨뜨린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것이 위트코프-드미트리예프 평화안이 사기인 주된 이유입니다. 설령 "미국의 보장"을 포함한다 해도,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지 불분명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이―특히 현 [트럼프]행정부의 접근법을 고려할 때―정작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실제로 그러한 보장을 이행할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는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정의로운 평화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정의로운 평화는 국제법을 수호하고,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점령을 종식하며, 전쟁범죄 수사를 촉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방은 그러한 평화 협정을 협상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이는 상당 부분 서방 자신의 잘못입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진정으로 힘을 실어 러시아를 러시아의 조건이 아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는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2022년 말 성공적인 반격 이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다시 한번 격퇴할 충분한 자원을 제공했더라면 말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평화의 조건을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러시아가 받아들이길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정의롭지 않은 평화를 초래하는 타협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평화가 최소한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함을 의미할 뿐인데, 현재로서는 그마저도 가능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트럼프의 평화 계획은 다음 노벨 평화상 시상식까지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고, 트럼프가 상을 받지 못하는 즉시 실패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입니다. 악명 높은 가자지구 평화안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11월 13일 덴마크 적록연합(Enhedslisten) 당대회에서 올렉산드르 키셀로프(Oleksandr Kyselov) '사회운동' 이사는 “파시즘은 열린 포옹과 꽃으로 물리칠 수 없다. 좌파는 지금 역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단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올바른 말을 찾는 것만이 아니라, 다수를 통합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출처: 사회운동]
 

국제연대의 원칙과 과제

 

'사회운동'은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명확한 연대를 표명해 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지 운동과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 사이에 연대가 부족한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2025년 11월 1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홀로도모르 박물관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연대 집회.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점령은 범죄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출처: 사회운동]
 
우리는 지난 8월 팔레스타인 민중 연대 시위에 참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우크라이나에 관한 논의에 팔레스타인을 포함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결국 두 민족 모두 이웃의 팽창주의와 제국주의에 의해 억압받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상황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연대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사이의 연대 부족이 무엇보다도 양자 간의 대화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호 이해와 지원을 위한 여지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미국과의 관계로 인해 [대외 정책을] 크게 제약받는 우크라이나 정부조차도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해 일정 수준의 연대를 표현할 기회를 찾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계속 인정하고, 가자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젤렌스키는 유엔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사례를 국제 연대 실패의 사례로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우크라이나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침략의 희생자라고 보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팔레스타인 인민 역시 우크라이나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침략의 희생자임을 이해합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교육과 대화의 문제입니다.
 
[역자 주: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 PCPSR)가 2023년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서 실시한 Arab Barometer 8차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의 70%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 간 주목할 만한 차이는 없었다. 표본은 총 1,189명(웨스트뱅크 790명, 가자지구 399명)이며 오차범위는 ±3%다. 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 "ARAB BAROMETER 8 in Palestine, Report II: Palestinian perception of international actor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19 February 2024. (https://pcpsr.org/en/node/96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관된 국제주의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좌파가 재평가하고 전환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계 좌파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가정들을 재평가해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객관적으로 이웃 국가들로 [세력권을] 확장하고 예속시키려는 준-파시스트 권력과 대면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한 시기에 고전적이고 기분 좋은[안이한] 평화주의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 순진한 일입니다.
 
지난 세기에 걸쳐 쟁취한 부분적인 사회보장과 노동권조차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객관적 안보 위협을 긴축 조치의 구실로 이용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굴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주장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공격받을 경우를 대비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복지국가를 해체함으로써가 아니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우리의 사회적 성취 모두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세계 평화를 달성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주제어
평화 국제
태그
전쟁 사회운동 국제연대 푸틴 트럼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젤렌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