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다
| 2026.01.30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규직 전환을 가장한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
작년 직영서비스센터 폐쇄 시도는 한국GM이 현장의 고용불안을 어떻게 초래하고 활용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국GM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직영서비스센터 운영에 대해 “미리 정해진 결과가 없음을 전제로” 노동조합과 추가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한국GM은 직영서비스센터 폐쇄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일방적이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세종물류센터에서 벌어진 일은 그보다 더 노골적이다. 노조 설립에 맞서 완전 외주화를 준비하고, 고용불안을 무기로 교섭을 봉쇄한 뒤, 끝내 계약 해지·폐업·집단해고로 몰아넣는 수법은 고용불안정을 활용해 노동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경영의 전형을 보여준다.
“노조 만들면 외주화된다”라는 협박은 현실이 됐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는 2003년 대우자동차가 한국GM에 인수된 직후 설립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2022년부터는 내수·수출을 가리지 않고 한국GM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정비 부품을 공급하는 유일한 센터로 기능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20여 년간 하청업체 이름은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이어가며 같은 장소에서 일해 왔다. 한국GM의 작업복을 입고 한국GM 직원의 지시를 받으며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지만, 소속은 다른 업체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불법파견 사업장이다. 교섭 과정에서도 기초적인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들조차 원청에 의해 통제되고 있음이 수차례에 걸쳐 확인됐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와 하청업체 사이 실무교섭에서 육아휴직 등 장기 결원을 대체하기 위해 5명의 인력 충원을 합의했지만, 하청업체는 이후 돌연 “한국GM과 협의 중”이라며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GM LR(노사협력) 부문 임원은 지회와의 면담 과정에서 “불법파견 소송자 이슈 때문에 본사에서 인력 충원을 통제한다”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세종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7월 금속노조에 가입해 GM부품물류지회를 설립했다. 일상적 잔업 강요와 연차 통제 등이 노조 가입의 주요 동기였다. 지회 설립 초기부터 우진물류는 “노조는 1년 후에 해라”, “노조 만들면 폐업되고 외주화된다”라며 조합원을 협박했다. 지회가 설립되고 현안 해결을 위한 단체교섭이 본격화되자, 한국GM은 매년 여름휴가 후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던 도급계약 체결을 지연시키며 고용불안을 조장했다. 이는 교섭을 틀어막는 장치로 작동했다. 하청업체는 교섭 자리에서 “원청이 반대한다”, “원청 허락이 있어야 한다”, “계약이 안 됐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주요 요구안에 대해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부터 이미 한국GM은 하청업체 변경과 물류센터 완전 외주화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교섭 지연에 지친 지회는 결국 10월, 불법파견 소송과 쟁의조정 신청을 선택했다. 그러자 10월 말, 침묵하던 한국GM이 돌연 LR(노사협력) 부문 임원을 통해 지회에 면담을 요청했다. 해당 임원은 면담 자리에서 ‘올해 하청업체와의 계약 과정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도, 발탁채용 계획을 언급하며 파업 철회를 압박했다. 지회가 쟁의에 돌입하자 한국GM은 11월 20일 면담에서 발탁채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회는 발탁채용 방법, 방식, 절차, 시기 등에 대해 협의를 요구했으나, 한국GM은 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11월 28일 기존 하청업체에 계약 해지 및 소속 노동자 전원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12월 5일 한국GM은 해고 예정 상태에 놓인 조합원들에게 4일 후인 12월 9일까지 ‘(부평공장) 생산직 신규채용 또는 희망퇴직’을 선택하라고 또다시 일방적으로 공고했다.
GM부품물류지회는 이러한 원청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제대로 된 고용승계 대책이 나올 때까지 세종물류센터를 점거하고 투쟁을 이어 나가기로 결의했다. 한국GM의 유일한 정비 부품 공급 기지인 세종물류센터가 쟁의 활동으로 봉쇄되자 현장에서는 부품 공급 대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GM은 고용승계 문제는 하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발탁채용 제안은 노동권을 허물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지회가 쟁의를 준비하는 국면에서 한국GM이 소위 ‘발탁채용’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GM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제안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인 정규직 채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를 위한 고용안정 조치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활 공간과 작업 방식에 대한 고려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계약 해지와 폐업으로 고용을 끊어놓고 부제소합의를 전제로 신규 채용 또는 위로금을 제시하는 방식은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규직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GM의 발탁채용 제안은 오히려 고용안정을 매개로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이자, 노동자를 줄 세워 지회를 분열시키는 노조파괴 시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GM은 발탁채용을 제안하기 전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의 협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번 발탁채용 제안에는 세종에서 세 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부평·창원으로의 배치전환, 20년 가까이 일하던 물류 업무가 아닌 제조 라인으로의 투입 등 현장 노동자와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한국GM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주일 내로 발탁채용과 희망퇴직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할 따름이었다. 이는 한국GM이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가 자기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하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발탁채용에 응한다면,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 대부분이 상당한 임금 상승을 실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성취해 낸 노동권과 삶의 공간을 자본이 일방적으로 던진 틀 속에 갇히게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재 GM부품물류지회는 세종물류센터에서 해고된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 대책부터 조속히 확정하고, 물류센터 직영화를 비롯한 GM세종물류센터 운영 방식에 대해 차차 협의해 나가자고 주장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GM부품물류지회의 투쟁은 세종물류센터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나아가 한국GM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2028년 철수 시도에 맞선 투쟁이고, 고용불안정을 관리 기법으로 삼는 경영 방식에 맞선 투쟁이기도 하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한국GM의 선택지 강요를 거부하며 오늘도 세종물류센터에서 싸워나가고 있다. 한국GM은 하루빨리 세종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수용하고, 이어서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도 노동조합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비 부품 수급 대란과 세종물류센터 집단해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