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으로 빠져드는 이란전쟁
국제법 붕괴와 세력권 경쟁이 위협하는 중동의 안전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통해 이란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 다수가 사망했고, 이에 이란이 반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나고 있다.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나라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각국의 누적 사상자는 약 3만 명에 달한다. 특히 민간인 피해가 막심하다. 이란 인권운동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21일 기준 이란의 민간인 사망자는 1,400명을 넘었으며, 민간시설 약 8만 곳이 공격받았다. 중동 전역에서도 수천 명이 전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며, 초등학교와 정치범 수용소 등 다양한 시설에서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의 주요 당사자인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할 생각이 없고, 각자 역내 세력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세 나라의 이러한 행태는 세력권 확대 시도가 더 나은 질서나 안정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사람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이번 전쟁의 배경으로서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를 살펴보고, 주요 당사국인 세 국가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며 그것이 중동의 안정과 평화에 더 큰 위협을 가한다는 점을 비판하고자 한다.
전후 미국 대외정책과 단절한 트럼프 행정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전략서(NDS)를 통해 전후 미국 대외정책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절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대통령 권한이 점진적으로 강화되어 온 흐름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 대통령 권력을 제약하려는 의회의 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 ‘단일행정부론’이 등장했다. 선출된 대통령이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이 이론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 권한이 강화되어 왔다. 특히 외교와 군사 영역은 신속성과 기밀성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기 쉬운 분야로, 그 흐름은 전쟁 선포 권한의 확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법무부 산하 법률자문국(Office of Legal Counsel, 이하 OLC)이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해 왔다. OLC 법률가들은 대통령의 전쟁 권한 행사를 뒷받침하는 의견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했다. 그들은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좁게 해석해 헌법상 ‘전쟁’에 해당하지 않는 제한적 군사행동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OLC는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제정된 군사력 사용 승인법에서 ‘알카에다 및 연관 세력’을 광범위하게 해석함으로써, 미국의 해외 무력 개입을 전통적 의미의 전쟁이 아닌 대테러 작전 등 제한적 군사행동의 형태로 정당화해 왔다. 미국 행정부는 OLC의 주장을 수용해 법의 회색지대를 활용하며 걸프전(1991), 코소보 분쟁(1999),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 이라크 전쟁(2003), 시리아 공습(2014) 등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여러 차례 감행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의회는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법원은 이러한 군사작전이 전쟁권한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의회와 사법부는 행정부의 군사작전 권한 확대를 견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흐름을 극대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일행정부론에 기반한 대통령 권한을 강조하며, 국내법적 제약뿐 아니라 국제법적 제약까지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전과의 단절을 보여준다. 이전 행정부들은 국내법을 우회해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하고 정당한 군사행동임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 재집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법과 규범을 고려한 대외정책 조율 기능을 약화시켰다. 국가안보회의(NSC)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외교관 대신 측근을 특사로 파견해 이들이 외교 협상을 주도하도록 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미국 대사들이 이란 공습과 관련한 사전 설명자료를 공유받지 못해 각국 정부에 대통령 발표를 참고하라고 안내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재정의했다. 2025년 12월 국가안보전략서와 국방전략서를 통해 ‘규칙 기반 질서’ 대신 ‘힘을 통한 평화’를 분명히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같은 강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한편, 동맹국과 약소국에 대해서는 강압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국제질서를 규범과 제도에 기반하기보다 강대국 간 세력균형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이 국제질서를 힘과 세력권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외정책의 전통에서 이탈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는 단일행정부론의 확산, 행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 실패,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의 흐름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지 않고, 힘과 세력권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강대국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전후 미국 대외정책의 중대한 전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동인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네타냐후 행정부의 무책임한 중동질서 재편 시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대외정책 변화는 중동 지역에서 공격적인 군사행동과 세력권 질서 재편으로 나타났다. 전후 중동은 역내 패권을 둘러싸고 지역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해 왔다. 최근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걸프 왕정 국가들, 이스라엘, 에르도안 행정부의 튀르키예, 그리고 이란으로 대표되는 ‘저항의 축’ 등 크게 네 개의 세력 블록이 경쟁하는 구도가 지속되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인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2020)을 자신의 최대 외교 성과로 평가한다. 특히 재집권 이후에는 동맹 강화를 통해 미국의 직접 개입 비용을 줄이는 데서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핵심 축으로 삼아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는 아브라함 협정을 이슬람권의 다른 국가들로 확대할 명확한 이해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등 여러 자리에서 아브라함 협정에 이란을 포함시키려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 간 관계 개선을 통해 역내 긴장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이란은 하마스와의 연계를 통해 협정을 좌초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지난해 ‘12일 전쟁’을 거치며 이란의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이 크게 약화되었고, 12월 말에는 경제난으로 이란 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구상해 온 중동 세력권 질서 재편의 호기로 작용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지난해 ‘12일 전쟁’으로 주요 핵시설과 군사력이 약화된 데다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커진 이란 상황을, 신정체제까지 완전히 무너뜨릴 기회로 판단했다. 3월 2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공습으로 전쟁을 시작할 경우 이란 내 봉기가 촉발되어 신정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에 공습을 제안했다. 그 결과 양국은 국가의 정치적 독립과 영토 보전에 반하는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 원칙을 어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에 기초한 집단적 자위권 확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란을 공격했다.
미국은 개전 초반 공중 작전을 전개하면서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무조건 항복’은 국제법적으로 군사력과 주권을 사실상 승전국에 위임하고, 패전국의 정치 질서 재편을 수반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는 중장기적 전략과 계획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러한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공중 공습만 지속하고 있다. 공습은 특정 표적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체제 전환에 필요한 사회적 지지와 제도, 조직적 기반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이처럼 양국의 군사행동은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명분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며, 지역과 국제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권의 생존을 위해 자국민과 중동의 안정을 볼모로 삼으려는 이란 신정체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전장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도층 다수가 사망했음에도 이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채택한 ‘모자이크 방어’ 전략을 바탕으로 신속히 반격에 나섰다. (모자이크 전략은 군사 조직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31개의 셀로 나누고, 각 셀이 중앙의 지휘를 받기보다 현장 지휘관에게 지휘권을 부여하는 군제 방식이다.) 이란은 중동의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 및 인접 지역의 12개국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군사시설에 그치지 않고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만 국가의 담수 시설과 에너지 시설, 상업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는 등 확전을 의도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공격은 단순한 반격을 넘어 중동 인민의 삶과 세계경제 모두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걸프 국가들은 바닷물을 끌어와 처리하는 담수화 시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란은 이러한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해 중동 지역 시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이는 민간인과 군사적 목표를 구별하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인도법과 비례성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역의 기능을 마비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을 주고 유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핵시설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핵전쟁 위험까지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은 국내에서도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강하게 탄압하며 정권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3월 8일 전문가회의를 통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는 “순교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경한 보복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란 당국은 그를 전임자이자 부친인 하메네이와의 연속선상에 놓고, 종교적 권위와 결부시켜 최고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비판적인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체포하고 있으며, 민병대와 보안군이 무장한 채 거리를 순찰하며 시민을 감시하고 있다. 이란 경찰청장 아흐마드 레자 라단은 3월 15일 국영 방송에서 개전 이후 최대 5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저항의 축’에 속한 헤즈볼라와 이라크 민병대 역시 각각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리 세력의 활동은 중동 전역을 전쟁터로 만들며, 지역 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들은 무슬림의 단결이라는 명분 아래 ‘반미·반이스라엘’ 투쟁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이슬람주의를 고취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고 폭력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며, 중동의 평화와 민주주의 정착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정권의 생존을 위해 자국민과 중동 지역, 나아가 세계경제까지 희생시키는 이란 정권의 행태는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국제법과 규범 붕괴는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현재 전쟁은 큰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미국은 이란에 15개의 종전 조건을 제시하며 휴전과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란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동시에 오키나와와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대와 공수사단 수천 명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군사적 긴장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휴전 논의와 무관하게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에 대한 반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휴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충돌로 확전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국제법과 규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전쟁은 국제법과 규범의 통제를 벗어나 힘과 군사적 계산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주요 전쟁 당사국들이 역내 영향권 확대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합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분쟁이 격화될 수 있다. 설령 휴전이 이루어지더라도 갈등은 지속될 것이며, 더 많은 민간인의 안전이 위협받고 무엇보다 지역 평화를 지향하는 중동 사회운동의 입지마저 좁아질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국제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갈등이 어떻게 장기화되고 격화되는지를 보여준다.
국제법과 규범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예측 가능성을 더하고 기준점을 제공하는 언어다. 국가의 무력 사용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과 민간인 및 비군사적 대상 보호의 최소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제법이 완전한 정의를 보장하지는 못하고 강제력에도 한계가 있지만, 판단과 비판의 공통된 언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회운동은 국제법과 규범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모든 전쟁 당사자를 비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