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6.04.02

노조할 권리는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

금속노조 GM부품물류지회 투쟁을 돌아보며

임성우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작년 연말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하청노동자 전원이 해고당했다. 표면적으로는 계약기간 종료에 따른 업체 변경이었지만, 숨은 의도는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보복이자 한국GM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하청노동자들은 40일간의 집단 농성을 통해 전원 고용승계를 쟁취하며 승리했다. 지금은 현장에 복귀해 한국GM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이 작년 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원, 하청 현장을 뒤흔들었다. 한국GM은 직영서비스센터를 일방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세종물류센터는 하청노동자 전원을 해고하며 완전 외주화를 진행했다. 원, 하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 이 사태는 2028년 한국GM 철수설과 맞물리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2025년 7월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GM부품물류지회를 설립했다. 그러자 한국GM은 하청업체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고용불안을 조장했다. 하청업체 계약 해지, 집단해고를 협박하며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한국GM의 의도가 명확해지자 GM부품물류지회는 한국GM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GM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정규직으로 발탁채용해주겠다(근속 일부 인정)”, “희망퇴직 위로금을 올려주겠다”며 회유하기 시작했다. 정규직 발탁채용은 매우 솔깃할 만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법파견 소지가 큰 하청노동자들을 저렴한 비용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였다. 더군다나 정규직으로 발탁채용되면 세종물류센터를 떠나 인천 부평공장 생산업무로 재배치된다.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노동자들을 세종물류센터에 하나도 남기지 않고 2차 하청으로 완전히 외주화하겠다는 한국GM의 의도였다. GM부품물류지회는 이 제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이어나갔다.
 
결국 전원 해고된 GM부품물류지회 조합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세종물류센터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이 이탈 없이 40일간 농성을 이어가자 한국GM의 유일한 정비 부품 공급 기지였던 세종물류센터가 마비됐다. 부품대란이 일어났다. 부품공급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한국GM이 직접 교섭 자리에 나와 하청노동자들과 마주 앉았다. 한국GM은 하청노동자 전원 고용승계, 이후 업체 변경 시에도 고용 보장 등을 합의했다. 하청 노동조합이 법에 의존하지 않고 원청사용자와 직접 교섭을 통해 원청의 책임 있는 합의를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수의 극단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심한 탄압을 버티며 계속 투쟁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기에 소수의 인원이 극단적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GM부품물류지회는 전체 조합원이 이탈 없이 단결력을 유지했고 여기에 원청노동자인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모범적인 원하청 연대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역과 전국을 아우르는 사회적 연대가 더해지자 투쟁이 승리로 끝날 수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뭉치게 했을까?

 
해고라는 극단적 탄압을 버텨내고 정규직 발탁채용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뿌리치면서 조합원들이 단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게는 정규직이 되어 임금과 노동조건이 좋아진다는 것 못지않게 내 일터와 삶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정규직으로 채용해 준다는데 왜 거부하느냐고 단순하게 질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인 고용,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되는 것 자체가 목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의 일터와 삶터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기에 이들은 단단히 뭉쳐서 40일간의 집단 농성을 해낼 수 있었다.
 
GM부품물류지회는 현장에 복귀해 한국GM과 더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의 구조조정에 맞선 싸움, 일터와 삶터를 지키기 위한 세종물류센터 직영화 투쟁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노동조합이다. GM부품물류지회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는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은 단순하지 않았다. 단순히 정규직이 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살아가는 곳을 사랑하고, 이것을 지키고 싶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와 삶터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내 삶을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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