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금융 포퓰리즘’의 모순과 한계
중동 전쟁으로 표면화된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성
최근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경제가 고물가를 넘어 고금리·고환율이 겹치는 ‘3고’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중대한 재정·경제 위기’ 시 대통령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재정·경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물론 이번 전쟁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정한 대응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발표된 대책 가운데 금액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도표 1)을 보면, 정책의 초점이 유가 상승에 따른 직접적 피해 대응이라기보다 금융시장 안정, 나아가 주가 하락 방어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표 1] 중동발 충격 관련 정부 경제정책 대응 현황 (3월 16일 기준)
(출처: 중소기업뉴스)
3월 31일 발표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역시 실질적 피해 보전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 확보 성격이 강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지원 대상이 유가 상승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소득 하위 70%’로 설정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4월 10일 국회를 통과한 26.2조 원 규모의 ‘전쟁 추경’ 또한 국회의 심사 과정에서 전쟁 충격과 무관한 각종 지역 사업이 추가되었다.
이 글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적으로 소환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낮지만, 이를 통해 현재 한국 금융시장의 상태와 주가 부양에 기울어진 정부 정책 기조의 모순과 한계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의 내용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시점은 3월 2~4일 주식시장 급락 직후였다. 코스피 지수는 2월 27일 6244에서 불과 사흘 만에 5093으로 18.4% 폭락했다(도표 2). 1월 22일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한 달여 만에 6000선을 넘어선 직후의 급락이었다. 특히 150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한 상황이었다. 이에 3월 5일 이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에서 “주식·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100조 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도표 2]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 (2025.6.4. ~ 2026.4.10.)
이 프로그램은 여러 기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대응에서 우선 가동된 것은 ‘채권시장안정펀드’(최대 20조 원)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이 회사채를 매입해 대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최대 10조 원)도 추진될 수 있다. 또한, 기업 대상 정책금융상품 공급과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도 있는데, 그 규모는 현재 24.3조 원 수준까지 확대된 상태다(도표 1 둘째 행). 한편, 3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주식 매입을 목적으로 하는 ‘증권시장안정펀드’는 가동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번 대책이 “주가를 직접 떠받치겠다는 의미로 오해되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금리가 형성되는 곳이며, 금리는 주가와 환율을 동시에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따라서 이러한 자금 투입은 대기업 유동성 지원을 넘어, 주가 하락 방어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채권시장 불안이 주가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
정부가 정책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투입하는 배경에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빠르게 경색된 채권시장이 있다. 먼저 대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에서 금리 급등으로 발행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 (중소기업은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렵다.) 실제로 2026년 1~2월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9% 감소했다(도표 3).
[도표 3] 2025년과 2026년 1~2월 회사채 발행액 비교
(출처: 내일신문)
회사채 금리는 국채 금리에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올해 들어 스프레드도 일부 확대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시장 전반이 경색되고 있다(도표 4). 그 상승 속도는 코로나19 이후 위기 국면에 비견될 정도다. 다만 당시와 달리, 현재는 정책금리가 2.5% 수준에서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간 괴리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도표 4] 정책금리와 국고채(3년/10년) 금리 비교:
최근 국면(위)과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 국면(아래)
이러한 경색의 주요 요인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채 발행 급증이 꼽힌다. 주요 국공채 발행액은 2024년 157.7조 원에서 2025년 226.2조 원으로 43.5% 증가했으며, 특히 2025년 하반기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도표 5). 2026년에도 발행 규모는 225.7조 원에 달한다. 하루 약 6183억 원 규모를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채권의 주요 보유자는 국내 은행과 보험사(궁극적으로는 예금자)인데, 이들이 공급 압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채권시장 경색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도표 5] 최근 5년의 주요 국공채 발행액(위)과
2024년과 2025년 사이 분기별 증감(아래) (단위: 십억 원, %)
문제는 이러한 시장금리 상승이 주가와 환율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가는 각 기업의 배당이라는 미시적 요인뿐 아니라 금리·환율이라는 거시 변수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물론 한국 주식시장처럼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가 만연한 환경에서는 실물·금융 요인보다 ‘기대’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작년 11월 이창용 총재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 이후 주가가 하락했듯(도표 2), 금리는 주요 변수다.
코스피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11월 조정 이후 12월 중순부터 올해 2월까지 급등했다(도표 2).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이전의 완만한 코스피 상승은 ①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 ② 상법 개정에 따른 배당률 상승 기대, ③ 외국인 자금의 순유입 전환(도표 6)에 기인했다. 특히 상법 개정의 경우, 현재로서는 일각에서 기대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즉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가 주요 효과였다고 평할 수 있다.
[도표 6]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추이 (2024.1. ~ 2026.3.)
(출처: 국제금융센터)
그러나 ① 10월 중순 이후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② 이에 11~12월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둔화되었다(도표 6). 그럼에도 ③ 같은 시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며(도표 7), 금리와 환율 상승이라는 거시적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개인투자자 특유의 ‘FOMO’(Fear of Missing Out, ‘남들 다 돈 버는데 나는?’) 심리와 낙관적 기대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주식시장의 변동성, 즉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수가 작년 11월부터 한국에서 유독 급속히 높아지기 시작했다(도표 8).
[도표 7] 신규 개인투자자의 연령별 구성 및 월별 증가 추이
(출처: 한국경제)
[도표 8] 주가변동성지수: 한국(V-KOSPI)과 미국(VIX)
(출처: 한국은행)
결국 ④ 올해 2월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자금이 대거 유출되었다(도표 6). 중동 전쟁 이전부터 이미 취약해진 주식시장은 ⑤ 전쟁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더 회수하며 급락했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ATM’ 역할을 하는 전형적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개인일수록 손실이 컸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로도 외국인과 국내 개인투자자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는데,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간 수익률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환율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움직였다. 작년 말 1500원에 근접했던 환율은 자본유출 가운데 3월 1500원을 상회했다. 달러 강세라는 세계적 요인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환율 상승 폭은 다른 나라보다 유독 컸다(도표 9).
[도표 9] 주요 선진국 미 달러화 대비 환율 (T=2월 27일)
(출처: 한국은행)
[도표 10]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추이:
한국 채권시장의 약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상관관계
(출처: 이투데이)
그 배경에는 자본 흐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가 자본유출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외국인의 한국 내 자산 보유는 장기적 채권보다 단기적 주식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했다(도표 11).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유입 흐름을 보면, 채권시장에서는 공급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순유입되다가 올해 3월 급격히 순유출로 전환되었다(도표 12).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통해 수요를 유도하던 국면이, 이제는 가격을 낮춰도 더 이상 수요가 붙지 않는 상황임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앞서 보았듯 올해 2~3월 순유출이 이어졌다(도표 6).
[도표 11] 외국인의 국내 지분증권(주로 주식) 및 부채성증권(주로 채권) 보유액 추이
(출처: 한국은행)
[도표 12]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 추이 (2024.1. ~ 2026.3.)
(출처: 국제금융센터)
결국 내국인의 해외투자 억제, 외국인의 국내투자 유인, 외환보유고 및 국민연금 활용 등 다양한 환율 대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을 막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러한 자본 흐름에 있다.
모순된 땜질식 처방과 ‘금융 포퓰리즘’의 귀결: 위험의 이연과 심화
결국 3월의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은 전쟁이 직접적 계기였지만, 그 이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표출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도체·방산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수출과 신규 투자가 정체된 실물경제, 그리고 국채 발행 급증으로 금융시장의 기반인 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점이 그 배경이다. 상법 개정 기대와 일부 기업 실적 개선을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자금이었고, 금리와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이탈하다가 전쟁을 계기로 대규모 유출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동된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은 이미 경색된 채권시장에서 민간 자금을 동원해 대기업에 공급함으로써, 회사채 금리와 함께 간접적으로는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시도다. 국채 발행 급증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민간 자금으로 완화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회사채뿐 아니라 국채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에 이어 올해 3월에도 3조 원 규모의 국채를 단순매입했으며, 재정경제부도 3월 27일과 4월 1일에 걸쳐 총 5조 원 규모의 국고채 바이백을 실시했다.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침체된 실물경제와 국채 발행 증가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민간 자금과 중앙은행의 발권력, 국민연금과 재정을 동원해 대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재정 운용이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임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점에서 정책 간 충돌이 발생한다. 물론 정부는 이번 추경의 재원이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증가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하지만, 이러한 세수는 변동성이 높고, 이에 대한 의존은 정책의 초점을 특정 대기업 지원과 주가 부양으로 더욱 기울게 할 위험이 있다.
또한 이번의 재정·정책자금 투입은 전쟁 충격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기보다 기업과 가계에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결국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정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환율 상승이 문제다. 이는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을 더 크게 악화시키는 역진적 효과를 낳는다. 또한, 원화 자산의 보유 이익을 줄여 자본유출을 유도하고, 국내 저축자와 (대체로 소득 상위계층인) 해외 자산 보유자 간의 격차를 확대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 하위 70%’에 대한 현금성 지원은 ‘병 주고 약 주기’에 가까운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대 60만 원의 일회성 지원이라는 약보다 물가 상승이라는 병의 효과가 더 크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사회운동은 민주당의 ‘금융 포퓰리즘’과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 중심 정책이 낳는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비판해야 한다. 일례로 코스피가 상승해 국민연금이 ‘대박’을 냈다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애자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위험 분산이 아니라 ‘될 것 같은’ 특정 자산에 ‘올인’하자는 투기적 사고방식이다. 3월의 주가 하락 국면에서 보듯, 이는 국민의 저축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전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연금 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쳐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순환 속에서, 정부 정책이 대기업 지원과 주가 부양에 편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며 국민에게 “왜 주식을 하지 않느냐”는 신호를 보내는 정책은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다수에게 박탈감을 주고 투기적 세태를 강화한다. 실제로는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ATM’ 역할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 손실을 재정과 국민의 저축,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은 지연되고, 향후 예상되는 정책금리 상승 국면으로의 전환에서 한국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위험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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