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정국 전망
이재명 정부는 누가 견제할 것인가?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민주당은 총 12곳의 광역지자체 단체장을 석권하며, 단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던 2022년 지방선거와 달리 지방행정 권력 대부분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간에선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보지 않는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경기 평택을, 부산 북구갑에서 각각 국민의힘 유의동,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엔 절제와 겸손, 야당엔 쇄신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 정당의 행보는 언론과 여론의 요구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이전에 보여주었던 극단주의 경향을 심화시킬 것이 예상된다. 하반기 국회 원 구성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금, 이 글은 여야 내부의 갈등에 주목해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정치 양극화를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지 살펴보고 그것이 한국 헌정질서에 어떠한 위협을 주는지를 고찰한다.
당권을 놓고 더욱 극단화될 민주당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고, 5월 말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 비중이 64%로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자, 한때는 민주당 안팎에서 “경상북도만 빼고 전 지역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선거 승리를 위해 1월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추진했다. (당내 반발로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현역 광역단체장들을 모두 공천에 탈락시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 이른바 친(親)명계와 비(非)명계(친청계)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비롯해 일부 친명계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자, 이에 대한 친명계의 반발이 커졌다. 특히 전북도지사에 친 지도부 인사인 이원택 후보가 공천을 받으면서 불만이 터졌다. 선거기간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친명계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 대표를 비판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지며 당내 계파 갈등이 증폭되었다. 정청래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유튜버 김어준 씨는 선거 전인 6월 1일 유튜브 방송에서 “친명, 반명 프레임은 보수가 만든 것이며, 진짜는 친정청래, 친김민석이다”라고 주장하며 당권 갈등에 불을 지폈다. 즉, 친청계는 자신들이 이재명 정부에 맞서는 게 아니며, 김민석 지지자들이 자신들을 반(反)이재명으로 몰아 당권을 차지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부산 북구갑 등 주요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낙선하는 결과가 나오자, 당내에서는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되었다. 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정청래 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친명계인 이언주 최고위원도 사퇴하며 “당이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해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도부를 간접 비판했다.
이러한 친명계 인사들의 공세에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6월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캠페인을 방해하고 선거를 어렵게 만든 이들의 자숙이 먼저 필요하다”며 맞불을 놓았다. 김어준 씨도 방송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펼치는 이들을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6월 7일 국무총리직에서 사임한 김민석 전 총리가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8월에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격렬한 당권투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지도부를 선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작년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강성 팬덤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해 왔다.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당의 무게중심이 ‘권리당원 중심 정당’으로 완전히 이동했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기존 당헌의 20대 1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을 추진했다. 12월 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었지만, 이듬해 안건을 다시 상정해 2월 3일 통과시켰다. 그 결과 이번 당대회부터 ‘1인 1표제’가 적용되어 권리당원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권리당원의 비중이 커진 만큼, 선거 승리를 위해 팬덤 경쟁이 이전보다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사회진보연대는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이끌 민주당의 미래」(2025년 8월 6일)를 통해, 팬덤과 당원이 장악한 정당은 결국 당직과 공직, 나아가 대통령직을 쟁취하기 위한 ‘권력의 게임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특정 정치인을 향한 충성도가 주 쟁점이 된 민주당은 안 그래도 강성팬덤 의존도가 높았다. 지방선거 이후 격렬한 당권 투쟁까지 겪으면서, 특정 지도자와 강성 지지층의 선호에 정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종속되는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선투쟁 재점화를 예고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작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소위 ‘친윤파’ 장동혁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된 내홍을 겪었다. 장동혁 지도부는 당권을 장악한 이래 강성 지지층과 극단적인 유튜버에 의존했다. 장동혁 지도부는 1월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당에서 제명하며 경쟁자를 제거했다. 그러나 당 지지율 하락세에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천 신청 거부를 선언하면서 당에서 위기론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3월 9일 의원총회를 통해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 명의로 낸 ‘절윤 결의문’을 발표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내부 갈등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발표에 강성 유튜버들이 반발했다. 전한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전한길 뉴스’에서 장동혁 대표가 입장을 바꾼다면 탈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절윤 결의문 선언이 무색하게 친윤 인사들을 공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용 전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장관 등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상당수 공천을 받았다.
사실상 윤어게인과 단절하지 못한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는 선거기간 국민의힘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의 선거유세 지원을 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장동혁 대표와의 합동유세를 거부했다. 당 안팎에서는 ‘장동혁 리스크’가 선거의 최대 악재라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 결과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지원 전면에 나서며 사실상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했다.
결국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 둔 서울시장과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대구시장 선거는 승리했지만,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졌다. 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4명으로 지난번 선거(3명)보다 늘어났고,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기존 20%대에서 30%대로 상승하는 등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안도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났다.
선거 결과를 두고 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소셜미디어(SNS) 단체 대화방에서 쇄신 요구가 빗발쳤다. 경기 평택을에 당선된 유의동 의원 외 다른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장동혁 대표가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8일 기자회견에서는 선거 결과 평가에 관해 기자들에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라”고 반문하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오히려 서울 송파구 등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사태와 관련한 집회에 직접 참석해 재선거를 주장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권 침해 사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당선자 등 주요 인물들이 생환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어게인과의 단절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다시금 격화될 전망이다. 6월 16일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2027년 8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당권을 고수하려는 장 대표 측과 보수 쇄신을 요구하는 비윤 진영 간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와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해 그러했듯 당권을 위해 극단주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강성 당원과 유튜브 정치에 더 크게 의존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폭주는 누가 막을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계속해서 오르는 주가지수에 힘입어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은 선거를 앞두고 점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란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으며, 높은 수출실적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등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4월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현재 물가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무려 90%에 달했다. 향후 1년 이내 취업시장 전망도 ‘어려워질 것’(44%)과 ‘현재와 비슷할 것’(33%) 등이 다수였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불안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편으론 이란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에 따른 피해 대응보단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주가부양에 초점을 맞춘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펼쳤다. 또한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종 사안에 관한 강한 언어를 쏟아냈다.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데이’ 이벤트를 두고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행태”라 비난하며 논란을 조정하기보다 사회적 갈등에 불을 붙였다. 또한 부정확한 맥락으로 영상을 공유했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를 ‘전쟁 범죄자’로 지칭해, 이스라엘 외무부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6월 3일엔 선거 중립 의무가 있음에도 X에 투표를 독려하며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자극적인 주장을 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지난 4월 30일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었다. 해당 법안은 특검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강제 취소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 등을 강제로 종료시켜, 사실상 대통령 개인을 위한 ‘셀프 사면’ 조치이자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을 의식해 6.3 지방선거 이후로 법안 처리를 연기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까지 수차례 검찰을 압박했다. 지방선거 전날엔 국무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며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별검사제도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현 정부의 영향권이 강하게 미치는 기존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독립적 수사기관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아닌 현 정부와 여당의 요구로 만들어진 특검이란 처음부터 모순이다. 심지어 현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 온 검찰개혁 방향과 반대로 수사와 기소가 통합된 특검을 내세웠다. 게다가 정부와 민주당은 국정조사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의 증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조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이렇게 모순이 많고 검찰의 소추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조작기소 특검법에 이재명 대통령이 매달리는 것은 오로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을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뿐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이재명 대통령 팬덤에 잠식된 민주당도 공소 취소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권위주의 독재화를 진지하게 우려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에서 유엔 사법독립 특별보고관 보고서에서 “적어도 처음에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라도 민주적 제도와 권리를 약화시키거나 제거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라고 규정한 점과 지난 3월 정대철 헌정회장이 “집권 여당이 행정부에 이어 사법 3법으로 사법부까지 장악했는데, 국회 상임위까지도 다 장악하려 한다면 권위주의 독재로 가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사법부를 겨냥한 이재명 정부의 총체적 공격을 비판했다. 이전부터 권력분립을 침해해 온 이재명 정부는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사법부 권한을 넘어 권위주의적 독재로 치닫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입법부가 당권 싸움에 매몰될수록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한층 노골화될 것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소 취소 특검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의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입법, 행정, 지방행정을 장악한 이재명 정부는 압도적인 권력을 바탕으로 검찰이 자진해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공소 취소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국정 독주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당인 민주당은 권리당원 표심을 둘러싼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극단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동혁 지도부와 비윤계 사이의 당권 투쟁이 격화되며 내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향후 정국이 일방적인 폭주로 흐를 위험성이 한층 커졌다.
이재명 정부의 독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향후 정국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입법부의 견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공소취소 특검이 향후 정국에 유력한 이슈로 떠오를 상황에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예컨대 정의당은 공소취소 특검법에 대해 5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조작기소’ 언급 부적절하다, ‘공소 취소’ 가능성에 선 그어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특검법안에서 공소 취소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문제의식이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은 이재명 정부하에서 제기되는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의 문제를 직시하고, 한국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더욱 분명하게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