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
온 나라가 주식 얘기다. ‘역대급 불장’에 대출까지 끌어모아 전 재산을 걸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개인투자자 1500만 시대, 국민 세 명 중 한 명 꼴로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이제 주식 이야기는 어느 자리에서나 제1의 화제가 되었다.
정부 역시 주식시장 성과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억눌려 있던 한국 주식시장이 이재명 정부 들어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당일 코스피 지수가 8%가량 폭락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익 실현을 위한 매도나 리밸런싱 탓이라 설명하며, “하지만 아직도 저는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주가는 출렁출렁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도 쭉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반드시 흔들리면서 간다”고 했다. 주식 유튜브에서나 들을 법한 말이다. “제가 오늘 하는 말을 매매를 결정하는 참고 자료로는 쓰지 말기를 바란다”는, 전형적인 주식 유튜브식 마무리 멘트까지도 말이다.
나아가 대통령은 현재의 ‘불장’이 단지 주식투자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평가액이 상승하면서 고갈 시점이 24년 늦춰졌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다.
낙관론을 더욱 강하게 제기한 인물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다. 그는 지난 5월 11일 페이스북에서,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대개 틀렸지만, 이번 AI만큼은 정말 다르다는 취지였다. 이후 그가 언급한 ‘국민배당금’ 구상이 논란이 되었지만, 앞의 ‘구조적 장기적 반도체 호황’론이 더 중요한 쟁점이겠다. 특히 관련 주식에 재산을 건 이들에게 이 전망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주문이 됐다.
그런데 정말 ‘이번에는 다르고’, '흔들리면서(도) 가는' 것일까. 특히 지금처럼 '기대'라는 심리적 요인이 지배하는 주식시장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기관들이 지적하는 객관적 위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주가가 결국 상승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 글은 먼저 현재 AI 관련 투자의 구조적 취약성과 최근 주식시장 자체의 변질을 검토한다. 이어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의 관련 발언과 김용범 정책실장의 주장을 따져본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즉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주장, 외국인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문제라는 시각, 그리고 정부가 직접 설계한 국민성장펀드까지, 각각이 왜 문제인지 살펴볼 것이다. 위험 요인을 무시하고 낙관론에 편향된 메시지를 내면서, 오히려 위험을 조장하고, 국민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정책이라 할 수 없다.
‘불장’ 이면의 위험 요인들
AI 기술의 미래가 어떠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 기술 발전의 가능성과 AI 관련 주가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더라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주가가 거품인지 아닌지, 나아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지는 기술 자체가 유망한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어떤 기술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더라도, 그 과정에서 과잉투자와 가격 조정, 금융 불안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세계경제를 뒤바꾼 엄청난 기술 혁신이었지만, 2000년 닷컴 버블과 뒤이은 주가 폭락은 일어났다(도표 1). 최근 AI 흐름도 이미 2022년 주가 폭락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도표 2).
[도표 1] 닷컴 버블 붕괴 전후의 주가 추이 (도표 출처: 토스증권)
[도표 2] 닷컴 버블 이후 2022년 주식시장 폭락 사태 (도표 출처: 토스증권)
많은 기관이 최소한 2030년까지도 AI 산업의 수입이 자본지출의 증가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며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AI 기술이 유망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보다 더 큰 자본지출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IMF 금융안정보고서(2026년 4월)에 따르면, 2029년까지 예상되는 AI 관련 자본지출 규모는 3조 4000억 달러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의 세계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어 캐피털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에 쓰고 있는 금액과 AI 생태계 전체의 실제 매출 사이에는 연간 약 6,000억 달러의 격차가 있다고 작년에 추정했는데, 올해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이 예상보다 더 증가하면서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란 데이터센터를 소유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로,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가 있다.) 알리안츠 리서치에 따르면, AI 부문 자본지출 성장률과 매출 성장률 간 격차가 약 46%p로, 2001년 닷컴 버블 때의 32%p 격차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도표 3).
[도표 3] AI 부문의 자본지출 성장률 - 수입 성장률 (왼쪽, 밝은 파란색, %p) 및 EV/EBITDA 비율 (오른쪽, 진한 파란색, 배수) (도표 출처: 알리안츠 리서치)
EV(Enterprise Value,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을 완전히 매수할 때 필요한 총 비용으로, 시가총액에 순부채(총부채 - 현금성 자산)를 더해 구한다. EBITDA는 해당 기업의 세전·이자지급전이익이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등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을 더한 값으로, 기업의 실제 순수 영업현금창출력을 의미한다. 즉, EV/EBITDA 비율은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 대비 기업가치가 얼마나 평가받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현금창출력 대비 기업가치가 대략 25배 정도까지 오른 상태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AI 부문이 손실에서 이윤으로 전환하며 투자를 회수할 시점이 오히려 더 빠르게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가 불확실한 미래 이윤에 대한 '기대'에 기초해 이뤄지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혁신 초기에는 으레 있는 일이라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업과 개인들이 AI를 많이 사용하고 생산성이 상승할지라도, 그에 수반되는 자본지출을 넘어서는 수준의 수입을 내지 못하는 한, 언제까지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자본조달의 측면에서 금리도 문제다. AI 부문에서는 작년부터 회사채 발행량이 급증했다. 더구나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되는 데에 더해,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되살아나며, 주요국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도표 4). 이에 정책금리 상승 압력도 거세다. 일각에서는 새 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주장을 따라, AI에 의한 생산성 상승 효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과 연준 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의 생산성 효과는 아직 미래의 일인데, 그러한 기대가 이미 주가와 자산가격에 반영되며 소비와 투자가 과열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준 총재가 지적했듯 말이다.) 주요국 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인데(도표 5), 금리 상승은 안 그래도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AI 기업과 관련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며, 부채위기의 위험을 높인다.
[도표 4] G4 국채의 5년 뒤 시작되는 5년물 선도수익률 (도표 출처: IMF)
국채에는 10년물과 5년물이 있다. 10년물 금리에는 '처음 5년'과 '그다음 5년'의 금리 기대가 함께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현재의 5년물 금리를 빼면, 시장이 '그다음 5년' 구간에 대해 요구하는 금리를 추정할 수 있다. 즉, 그래프상 수치는 해당 연도로부터 5년 뒤에 요구될 5년물 금리에 대한 당시 시장의 예상을 반영한다. 맨 위의 문장은 '장기국채 수익률이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로 인해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도표 5] 전 세계 정책금리에 대한 예측 (도표 출처: IMF)
'Expected path preconflict'로 된 점선은 중동 분쟁 이전의 예측 경로, 'Postconflict' 점선은 분쟁 발발 이후의 예측 경로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G4는 미국, 유로 지역, 영국, 일본의 평균이다. Latam은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CEEMEA는 헝가리,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Asia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의 평균이다.
그런데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천문학적 자본지출과 자금조달 문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문제이고 오히려 한국은 그 지출의 수혜를 입는 쪽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호황이 AI 부문의 성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AI 부문이 멈추면 한국 반도체 기업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이미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AI 부문이 천문학적 투자금을 외부 투자자로부터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워, 실제로는 내부 순환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즉 AI 기업들이 반도체를 막대한 금액에 사들이지만,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도 핵심 고객이 이들에 집중되어 있어 수익을 다시 AI 기업 쪽에 투자하는 구조다. IMF는 특히 2025년 이후 AI 생태계 내부에서 순환적 자금조달 구조가 더 널리 퍼졌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순환적 금융구조는 관련 기업들의 매출을 부풀리고, 주식 가치평가가 실제 실적보다 과도하게 높아질 위험을 내포한다. IMF의 추정에 따르면, 2025년 9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순환 고리 내부 AI 기업 주식의 누적 수익률은 약 12%였는데, 이 중 7%p가 순환 고리 내부의 상관관계 강화 효과에 기인했다(도표 6). 기업들의 주가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한 기업의 주가 변동이 연관 기업 전반의 주가 변동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도표 6] 2025년 9월부터 AI 순환 투자 구조 내 기업들 주식의 누적 동일가중 수익률 (도표 출처: IMF)
누적 동일가중 수익률(cumulative equal-weighted return)이란,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각각 같은 비중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시간이 지나며 누적으로 얼마나 변했는지를 나타낸 값이다. 즉, 순환 투자 구조 내부 기업들의 주식을 같은 비중으로 2025년 9월 3일에 샀을 때, 이후 각 시점에서의 수익률을 계산한 것이다. 이것이 빨간색 실선이다. 핵심은 빨간색 실선과 빨간색 점선의 비교다. 빨간색 점선은 이들 기업 사이에 내부 순환 투자가 없었다면 누적 동일가중 수익률이 어떠했을지를 추정한 것이다. 그래프에 12월 초 시점에서 양자의 차이가 표시되어 있다. 약 12%의 누적 동일가중 수익률 중 7%p 정도가 순환 고리 내부의 상관관계에 의한 효과라는 것이다. 이런 상관성은 순환 투자 구조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가 서로 얽히며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가 하락하면 모두가 함께 하락하는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파란색 점선은 기업들 간 상관성이 더 높았다면 나타났을 경로이고, 초록색 점선은 상관성이 더 높은 상태에서 더 강한 주가 하락 충격까지 겹쳤을 경우의 경로다. 맨 위의 문장은 'AI 순환 구조에 속한 기업들 사이의 수익률 상관관계는 주가 평가를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구조 전반으로 파급될 위험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AI 부문의 몇몇 기업이 주식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현상도 위험 요인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 충격이 더 넓은 시장으로 연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AI 관련 투자가 이미 대규모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초대형 기술주들이 현재의 높은 가치평가를 정당화할 만큼의 기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투자심리 역시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주식시장 자체가 변질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IMF는 두 가지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다. 첫째는 주식 옵션시장의 과열이다. 주식 옵션 거래량은 기초 현물 주식시장 거래량의 거의 80%에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무려 60%p 상승한 수치다. 더욱이 점점 더 짧은 시간 간격으로 수익을 내는 옵션 거래 전략이 확산되면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에 공급되던 변동성 완충 장치가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만큼 급격한 가치평가 조정의 위험이 커진 것이다.
둘째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확대다. 레버리지 ETF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도표 7).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가 실제로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규모로 기초자산이나 시장 변동에 노출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도표 8). IMF는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 비해 레버리지의 익스포저(변동에 노출된 금액)가 미미하게 보이지만, 이 상품은 기계적이고 경기순응적인 거래 흐름을 통해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는다. 쉽게 말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레버리지 ETF는 구조상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를, 하락장에서는 강제 매도를 해야 한다. 그 결과 시장이 오를 때는 상승폭을 키우고, 떨어질 때는 하락세를 증폭시킨다. IMF는 특히 한국 사례를 짚는다. 중동 분쟁 초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과도한 매도세에도 레버리지 ETF가 기여했다는 것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12% 하락했다.
[도표 7]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 추이 (십억 달러) (도표 출처: IMF)
종류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범례 순서상 위부터 주식 및 기타(주로 주식 여러 종목), 단일종목, 상품(주로 원자재), 암호화폐, 채권, 변동성(VIX 등 변동성지수) 추종 ETF다. 그래프상에서는 이 순서가 아래에서 위로 쌓여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 기반 레버리지 ETF는 여러 기업이나 부문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2023년까지는 주식 및 기타, 상품, 채권, 변동성 기반 ETF만 있었으나, 맨 위의 문장이 말하듯 최근 암호화폐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새로운 유형이 추가되며 레버리지 ETF 규모가 급성장했다. 특히 2024년부터 그래프상 빨간색 막대, 즉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빠르게 커졌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표 8] 레버리지 주식 ETF의 자산 및 총 레버리지 익스포저 (해당 국가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bp, 100bp = 1%) (도표 출처: IMF)
초록색 막대는 해당 관할권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레버리지 주식 ETF의 자산 비율을 보여준다. 자산이란 투자자가 실제로 ETF에 넣은 금액이다. 빨간색 막대인 총 익스포저는 이 자산에 레버리지 배율을 곱한 값으로,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이들 ETF의 실질적 영향력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2배 수익률을 맞춰야 할 경우, 증권사는 투자된 금액에 더해 차입과 파생상품을 활용해 시장 변동에 노출되는 금액(익스포저)을 늘린다.
이런 상황은 현재 주식시장이 기술이나 기업의 실질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 혹은 장기 투자 원칙보다는 AI와 관련된 단편적인 뉴스, 분석 없는 낙관론, 단기 수익을 노리는 도박 심리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7년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초해 위험을 분산했던 파생금융상품과도 달리, 지금은 단일 종목을 두세 배로 추종하는 ETF처럼 위험도를 더 높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이 더 큰 변동성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현재 주식시장 상황은 AI 기술의 실제 발전과 점점 별개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5월, 투자자들의 스승 노릇을 해오던 워런 버핏조차 “하루짜리 옵션을 사거나 판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고 투기조차 아니며 도박”이라며,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도박 심리가 강했던 적이 없었다”고 경고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변동성이 극심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 측면에서는 오히려 세계 어느 시장보다 독보적이다. 특히 올해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에도 등장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인 6월 5일부터 매일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되고 있다. 변동성지수(VKOSPI)가 90을 넘어 역대 최고치(6월 9일, 도표 9)를 찍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을 넘어 '기괴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공포 상태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30이다.) 심지어 변동성지수 90에서 산출되는 일간 예상 주가 등락률은 ±5.7%인데, 현실에서는 ±8%대 등락률을 기록했다.
[도표 9] 2026년 한미일 주식시장 변동성 지수 추이 (도표 출처: 헤럴드경제)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구조적 장기 호황’, ‘아직도 저평가’, ‘흔들리면서도 간다’는 식의 주식 유튜브에서나 할 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애초에 일국의 대통령이나 정부가 주가의 향방에 대해 특정한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현재 정부의 메시지는 여러 기관의 객관적 진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낙관론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는 데다가, 정부 스스로가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 외국인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문제, 그리고 정부의 주가부양책들에 대해 하나씩 따져보며, 그런 메시지가 가진 위험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썸네일 사진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