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6.06.18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

사회진보연대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상승할 것이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눌려 있었다. PER(주가수익비율) 이런 것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이상하게 너무 낮았다. 60% 정도밖에 평가 못 받았다.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면 어느 정도 갈까. 저는 반도체 특수 상황을 빼고, 그냥 [자본시장] 정상화 조치를 통해서 [코스피 지수] 5000을 넘길 수 있다고 봤다. 거기에 반도체 특수가 더해진 것이 2~3천 포인트 되지 않을까." 그런 후에, 당일 코스피 폭락과 리밸런싱 문제를 언급한 후, 그는 "이익 실현도 해야 하고, 밸런스 조정도 해야 하고, 불안한 사람들도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있고, 하지만 아직도 저는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주가는 출렁출렁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도 쭉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반드시 흔들리면서 간다."

 

발언에서 '비정상'과 '저평가'에 대한 얘기가 섞여 있어 혼동을 낳는다. 이 둘은 구분해야 한다. 주가를 설명하는 객관적 모형에서, 단순하게 말하면 주가는 거시적으로는 금리, 미시적으로는 향후의 주당 배당금으로 결정된다. 주당 배당금은 주당순이익(EPS) × 배당성향이다. 「이재명 정부 '금융 포퓰리즘'의 모순과 한계」에서 짚었듯, 코스피 상승에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 증가,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상법 개정에 따른 주당순이익·배당성향 상승, 그리고 이에 대한 기대라는 요인은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5000포인트와 2~3000포인트처럼, 각 요인이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관한 추정 작업은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기업 경영에 대한 주주의 영향력을 키워, 신주 발행을 제한하거나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이 주식 유통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증자와 같은 주식시장 본연의 자본조달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장기적 성과보다 단기적 주가를 중시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이 100% 자본시장의 '정상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는 쟁점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추측과 달리, 반도체 호황과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두 요인만으로 코스피 지수 상승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PER(주가수익비율)과 같은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표를 중심으로 한 '고평가'니 '저평가'니 하는 얘기는 상술한 객관적 요인과 구분되는, 사람들의 '기대'에 따른 가치 평가(valuation) 차원의 논의다. PER은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를 뜻한다. 즉 PER이 오른다는 것은 주당순이익이 오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것보다 주가가 더 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미래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때문에 IMF 금융안정보고서도 PER의 가파른 상승을 주식시장 과열이나 거품의 신호로 해석한다. 즉, PER과 같은 지표로 '저평가'니 '고평가'니 얘기할 때의 '평가'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 기대를 의미한다.

 

작년부터 한국의 PER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표 1), 물론 '기대'에도 객관적 요인에 대한 기대가 들어가 있다. 즉, 향후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이 더 증가하고 배당성향도 상승하리라는 기대도 포함한다. (코스피 법인의 배당성향은 2024년 34.74%에서 2025년 39.83%로 약 5%p 상승했고, 올해도 상승하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이 논리는 배당금 목적의 장기 보유가 투자의 주된 동기라는 전제 위에 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듯, 현재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배당금 목적의 투자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심지어 변동성을 이용한 도박에 더 가까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PER 상승을 향후 주당순이익이나 배당성향 상승에 대한 기대로 환원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주가가 급등하며, 오히려 배당수익률은 MSCI 지수 기준 2026년 5월 29일에 0.65%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 신규 투자자가 배당금 목적의 장기 투자를 하려 한다면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

 

[도표 1] 주요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 MSCI 지수 기준): 2025년 1월 ~ 2026년 5월 (배수)

초록색 선인 MSCI 한국 지수는 코스피 전체가 아니라,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에서 선정한 한국 대형주·중형주 80개 종목을 토대로 측정한 것이다. 2025년 4월부터 한국의 해당 기업의 PER은 상승하기 시작해, 2026년 5월 23.7배에 이르렀다. 이때 미국(빨간색)은 28.3배, 일본(노란색)은 20.1배였다. '선진국 대비 저평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게다가 2025년 10월 IMF 금융안정보고서가 지적했듯, 미국 증시의 빠른 PER 상승은 주식시장 과열의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23.7배는 그 역사적 평균에 비추어도 고평가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과 상법 개정으로 이전과 조건이 달라졌기에 저평가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고, 객관적 요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투기나 도박 심리가 과열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이 '기대' 지표를 가지고 향후 주가의 향방에 대해 확실한 얘기를 할 수는 없다. (도표 출처: macromicro.me)

 

 

게다가 기대가 어느 수준이어야 적정한지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방법은 없다. PER과 같은 기대 지표에는 몇 이상이면 '고평가', 몇 이하면 '저평가'라는 절대 기준이 없고, 향후 주가의 향방을 알려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역사적 평균과 비교할 수는 있지만, PER이 그보다 높아도 주가는 더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으며, 낮아도 마찬가지다.

 

'PER이 낮으므로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다'는 법칙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쓰는 투자 기법 중 하나에서 나온 논리다. 기업의 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가 역사적 평균보다 낮게 평가되어 있으므로 향후 오를 것이라는 주장인데, 정말 해당 기업의 성장성이 낮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PER이 낮은 것일 수도 있다. 즉, 같은 수치를 두고 저마다 해석이 다른 것이다. (만약 'PER이 낮으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이는 주가가 언제나 일정 수준으로 되돌아온다는 평균회귀를 전제하는 셈인데, 실제로는 이런 전제가 옳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기법을 따르더라도, PER이 24배에 가까운 현재 한국 주가를 '저평가'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23.7배)은 미국(28.3배)보다는 낮지만, 그 미국이야말로 IMF가 과열 신호를 경고한 시장이다. 그리고 여타 증시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다.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저평가'도 '고평가'도 될 수 있다. 결국, 이는 객관적 근거가 아니라 주관적 기대의 영역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주관적 평가, 기대를 섞은 것이라 평할 수 있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눌려있던" 주식시장을 "정상화"했다는 표현과 "아직도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의 연결은,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 입장에서 향후 주가가 '흔들리면서(도) 간다'는 말이 당연하다고 충분히 믿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객관적 실적을 넘어서 한국 주식에 대한 기대 심리가 더 높아지는 게 타당하다는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를 대통령이 내는 것은 부적절한데, 실제로는 그 메시지와는 거꾸로, 낙관론을 부추켜 국민을 주식시장에 더 끌어들여서 기대 심리를 유지하는 게 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앞으로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더 커질 것이니, 당신도 동참하라”고 말하지만, 실은 "당신이 동참함으로써 앞으로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고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데, 바로 후술할 국민연금과 국민성장펀드, 은행 자금 동원 같은 문제들이 엮여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문제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을 투자 원칙이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감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투자에는 포트폴리오 이론이 있고, 실무적으로도 오랜 경험을 통해 확립된 운용 원칙이 있다. 물론 위험을 100% 통제할 수는 없지만, 기관투자자는 대체로 추정된 위험과 기대수익률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르는 주식에 최대한 집중 투자하고 (얼마인지는 모르는) 고점까지 버티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일정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일부를 매도해 안전자산으로 옮기거나, 애초에 정해둔 자산 배분 비율로 되돌리는 것이 기관투자자의 기본적인 운용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러하듯, 상승장의 흥분 속에서 끝까지 들고 있다가 폭락을 맞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외국인이나 기관이 일부 매도에 나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투자자는 언제까지나 같은 주식을 들고 있을 수 없다. 가격이 오르면 비중이 커지고, 비중이 커지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도 함께 커진다. 따라서 일정 시점에서 비중을 줄이는 것은 위험을 관리하는 당연한 행위다.

 

물론 이는 일반 기관투자자의 얘기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은 그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애초에 공적 연금이 주식투자를 하는 게 맞는지부터가 논쟁적이다. 금융시장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조차 사회보장연금 기금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운용은 최대한 보수적이어야 한다. 위험을 분산하고, 목표 수익률과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오르는데 국민연금이 왜 더 많이 사지 않느냐', '왜 오르는 주식을 팔아버리느냐'는 식의 문제 제기는 국민연금의 성격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개인투자자의 계좌가 아니며,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자금도 아니다. 이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공적 기금이다. 그런 국민연금에 시장의 흥분을 따라 특정 종목이나 특정 산업에 더 크게 베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스스로 정한 운용 원칙을 깨고 도박판에 뛰어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평가이익과 실현이익은 다르다. 주식을 언제까지나 들고 있을 수 없는데, 국민연금처럼 규모가 큰 투자자가 특정 시장이나 종목의 비중을 과도하게 키우면, 나중에는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워진다. 매도 자체가 가격 폭락을 불러오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과도하게 큰 손이 되어버리고, 그 결과 한국 주식시장에 갇히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사라고 압박받고, 떨어질 때는 시장 충격을 우려해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평가이익 덕에 국민연금 고갈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보유 주식을 적정 시점에 매도해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평가이익이 아무리 높아도 연금 지급에는 쓸 수 없다. 연금을 주식으로 지급할 계획이 아니라면 말이다.

 

 

[도표 2]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 비중 허용 상단 및 보유 비중 추정치

지난해 12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고 질타하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내년 기금운용위를 개최해 투자지침 기준들을 변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곧바로, 올 1월 기금운영위는 국내주식 비중을 14.4%에서 0.5%포인트 올리고, 비중을 초과하면 기계적 매도에 나서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주식 보유 한도를 다룬 회의록도 4년간 비공개하기로 했다. 리밸런싱 유예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5월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는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전략적, 전술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10%포인트를 더하면 30%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도표 출처: 한국경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지적했듯, 한국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는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더 높아진 것은 맞지만, 그 대가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이 더 커졌다. 게다가 원래는 과열 국면에서 매도하고 하락 국면에서 매수를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도 키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유예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 필요가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5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18억 3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도표 3). 외국인 주식자금은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순유출 상태를 이어갔으며, 그 총액은 778억 3000만 달러(1달러 = 1500원으로 환산 시 약 117조 원)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요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으니 괜찮다고 반론하는데, 주식 유통시장에서의 주가는 기업 소유나 경영권 개입을 목적으로 한 지분율 차원의 문제와 거의 관련이 없다. 어쨌든, 국내 증시의 과열 국면에서 원래 국민연금도 외국인과 같이 매도를 했었어야 했는데, 외국인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순매도에 나서지 않았다. 외국인에 의해 손실을 볼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국민연금이 리스크를 대신 떠안은 형국이다. 덕분에 외국인은 손쉽게 '폭탄'을 떠넘기고 떠날 수 있었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들도 이제 그 리스크를 함께 지게 된 형국이다.

 

 

[도표 3]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도표 출처: 한국은행)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연금을 계속 압박하는 가운데, 공적 연금을 둘러싼 이런 중대한 결정이 석연치 않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통상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은 회의 다음 해에 공개된다. 그러나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기금위 의결을 거쳐 4년 뒤에 공개할 수 있다.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이 이렇게 비공개 처리됐다. 이재명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 안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알 수 없게 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의 노후 자산이지, 정권의 주가 부양 수단이 아니다. 선진국에서조차 공적 연금을 주가 부양이나 시장 안정 목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은 점점 더 정치화되고 있으며, 주가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금융시장 안정 목적에 깊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처한 가운데, 향후 상승의 '기대'를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공적 연금을 끌어들여, 심지어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에게까지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이어짐)

 

(썸네일 사진 출처: PP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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