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6.06.19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3)

사회진보연대

국민성장펀드: 재정을 통한 주식시장 개입인가?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및 국내주식 보유 한도 상향에 더해, 정부는 각종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고자 여러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작년 12월에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다. 이는 올해 5월 22일 6000억 원 물량이 일반 국민에게 판매되며 널리 알려졌다. 원금 손실의 최대 20%를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 주고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파격적인 혜택을 몰아준 덕분이다.

 

다만, 국민 대상 판매분은 펀드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총 150조 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재정·공공자금과 민간자금이 절반씩을 맡는 구조로 설계됐다(도표 1). 민간자금의 대부분을 담당할 기관투자자들에게도 당연히 손실 보전과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실제로 그만큼 금액이 모일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정부는 이 막대한 자금을 AI,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세계 각국이 '주권 AI(Sovereign AI)' 기치 아래 국가 주도의 기술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추세에 발맞춘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국민성장펀드가 과연 그런 역할을 해낼지는 의문이다.

 

[도표 1] 국민성장펀드 운영방안 (도표 출처: 국민성장펀드 홈페이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부터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펀드', 문재인 정부의 '국민참여형 정책펀드'에 이르기까지 관제 펀드들은 늘 수익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국민성장펀드의 조기 완판 역시 정부가 내세운 산업 육성 명분 때문보다는, 증시 낙관론과 더불어 세금으로 손실 보전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유인책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딜레마를 낳는다. 정책 펀드로서 유망 기술 기업에 자본을 대는 취지에 충실하면 리스크로 인해 국민 세금(재정 보전액)이 낭비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비판을 피하고자 운용사들이 수익성과 안정성 위주로 자금을 굴리면, 일반 상장 펀드와 다를 바 없는 무늬만 정책 펀드로 전락하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국민성장펀드 투자대상 및 방법에 따르면, 개별 자(子)펀드는 결성 금액의 60% 이상을 주목적 투자 대상(12개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주목적 투자 대상 안에서 코스피 상장사 투자는 결성 금액의 10% 이내로 제한된다(도표 2). 자금의 30% 이상은 비상장기업이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공급하여 모험 자본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결성 금액의 나머지 40% 이내에서 '자유 투자'가 허용된다. 운용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펀드 수익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둔 이 한도가 코스피 대형주로 쏠릴 경우, 앞서 주목적 투자의 10%에 더해 전체 펀드 자금의 최대 절반이 코스피 주식을 사들이는 데 동원될 수 있다. 결국 첨단 벤처 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 금융의 외피를 쓴 채, 실질적으로는 재정과 시중 자금을 동원하여 코스피 지수를 떠받치려는 '관제 증시 부양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도표 2] 국민성장펀드 투자대상 및 투자방법 (도표 출처: 금융위원회)

 

게다가 막대한 국민 세금이 손실 보전용으로 예비되어 있음에도, 정작 펀드를 굴릴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이 비공개로 처리되었다. 향후 펀드 운용 방향의 불투명성을 자초한 셈이다. 이러한 관제 펀드가 과연 첨단 기술 산업의 모험 자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재정을 활용해 증시를 띄우는 도구로 전락할 것인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은행 퇴직연금 빗장 풀기, 금융 안전판의 해체

 

정부는 국민연금에 이어, 비슷하게 원리금 보장과 안정성이 핵심인 은행의 퇴직연금 자금까지 주식시장에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11~12일 대형 퇴직연금 사업자 10곳 및 금융감독원 등 퇴직연금 관계자들과의 워크숍에서 '전 업권 실시간 ETF 매매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일부 대형 은행의 규제 개선 요구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 퇴직연금의 ETF 실시간 직접 거래를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나, 정부가 직접 개입해 금융당국의 판단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본래 은행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직접 주식 투자는 금지되어 있으나, 은행들은 증권사와의 신탁 계약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ETF 매매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증권사를 거쳐야 했기에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제안은 이러한 우회 장치 없이 은행과 보험사 퇴직연금 계좌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ETF를 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은행과 보험업계는 주식과 ETF 투자 열풍 속에서 증권사에 빼앗겼던 고객을 되찾고자 이런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도표 3).

 

[도표 3] 업권별 퇴직연금 규모 (도표 출처: 머니투데이)

퇴직연금 규모는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작년부터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은행 퇴직연금보다 주식·ETF 투자가 자유로운 증권사 퇴직연금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도 ETF 투자를 하는 마당에 굳이 증권사를 통하는 복잡한 절차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를 펼친다. 고객 편의용 조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의 고유 업무 영역을 법적으로 엄격히 구분해 둔 제도적 취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금자 보호와 금융 결제 시스템 안정성이 생명인 상업은행은 채권·채무 관계에 기초한 부채성 자산(대출, 채권 등) 위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며, 지분성 투자는 엄격히 차단되어야 한다. 주식형 ETF 투자가 주식 직접 투자는 아니므로 괜찮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은행 퇴직연금에 증권사를 통한 ETF 간접 투자가 허용된 것 자체가 이미 업권 분리 원칙을 흐리는 처사였다. 여기에 직접 매매까지 허용해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다면, 주가 변동 리스크가 은행의 연금 자산으로 고스란히 확산된다. 은행과 주식시장 간 경제적 연결이 강해지는 것이다. 물론 퇴직연금 투자 손실은 가입자 개인의 책임이며 은행의 손실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들 스스로 토로하듯,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소위 '머니 무브')에 위기감을 느끼는 은행들이 퇴직연금이라는 자금줄을 지키고자 고위험 ETF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은 자명하다. 법적 업무 구분과 관계없이 은행의 운영이 차츰 실질적으로는 증권사처럼 되어 갈 위험성이 있다.

 

이미 행해지고 있는 것에 불편함을 덜어주는 정도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25년 말 기준 260조 5000억 원의 막대한 은행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다. 나아가 단순 고객 편의용 조치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고수해 온 업권 분리 원칙이 정부의 압박에 의해 깨진다면, 향후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더 강한 조치들이 실행될 수 있게 된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이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을 폐지해 금융의 경계를 무너뜨린 결과, 안정적이어야 할 은행 자금과 결제망이 고위험 증권화 상품의 투기 리스크에 전염되며 전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한 바 있다. 그 뼈아픈 경험 이후 세계 금융 제도는 다시 상업은행의 건전성과 투자 리스크 분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국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은 이 같은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타당했다. 그러나 정부는 6월 들어 주가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자, 증시 부양을 위해 금융안정의 최후 보루인 은행마저 변동성 위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한 도박

 

이재명 정부 ‘금융 포퓰리즘’의 모순과 한계」(4월 14일)에서 향후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ATM’ 역할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 손실을 재정과 국민의 저축,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전망은 불행히도 매우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오랜 교훈으로 '구두닦이 소년' 일화가 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한 유명 투자자가 구두 닦는 소년마저 주식 투자를 권하는 상황을 보고 위기가 임박했음을 감지했다는 일화다. 쉽게 말하면, 내가 산 주식을 더 비싼 값에 받아줄 다음 차례의 누군가가 남아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 게임을 멈추지 않게 할 주관적 '기대'와 이를 뒷받침할 자금의 공급이 결정적이다. AI 기술의 유망성이니 반도체 호황이니 하는 것도 객관적 지표로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흥분을 자극해 더 많은 판돈을 주식시장으로 밀어 넣기 위한 '재료'로서 의미를 갖는다. 더 이상 유입될 자금이 없어 판돈의 공급이 끊기는 순간, 실물경제가 호황이더라도 주식시장은 단숨에 폭락할 수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확인한 한국 주식시장의 현황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AI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반도체 호황이 진행되고 있으나 주가는 갈수록 그와 괴리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도박 심리가 지배하는 판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고, 특히 지난 5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마저 레버리지 ETF의 확산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거래 동향과 동조화되면서, 시장의 하방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잃어버렸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줍줍'했지만,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동시에 리밸런싱(매도)에 나섰다면 주가가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개입이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시장의 공정한 관리자가 아니라, 판돈을 키워 도박판을 지탱하려는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나섰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나아가 국내주식 보유 한도 상향, 고위험 레버리지 ETF 도입, 국민성장펀드 출시 같은 정책으로 시중 자금을 증시로 계속 유도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을 이 베팅에 동원한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럼에도 6월 들어 다시 주가 상승세가 한계에 부딪히자, 은행 퇴직연금 ETF 직접 매매 허용 등과 같이 은행 자금까지 추가 판돈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일관된 요지는, '내 뒤에 주식을 받아줄 다음 누군가'를 판 안으로 어떻게든 계속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그리고 이미 웬만한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고 가계의 '빚투' 규모마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과연 국내에서 언제까지 새로운 자금을 추가로 동원할 수 있겠는가?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특히 뒤늦게 주식시장에 진입한 이들일수록 정부의 인위적 주가 부양 정책을 반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 수익에 눈이 먼 근시안적 태도다. 연금, 국가재정, 상업은행이 주식시장과 엮이면서, 주가 폭락의 충격이 국가 신용 질서 전체로 전염될 위험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서 확인되듯, 주가 상승이 한계에 부딪히고 하락의 낌새가 나타날 때마다 이재명 정부는 판이 깨지는 것을 막고자 판돈의 규모와 연계 리스크를 계속해서 키우는 도박을 벌일 것이다. 주가 지탱을 위해 나라 전체의 금융 여력을 소진하고 위험을 전가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금융위기는 결국 한국경제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그 자금을 '생산적' 주식 투자에 쓰는 것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노동소득에 대한 희망을 잃고 주식시장에서의 일확천금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 끝이 정작 나라 경제의 붕괴일 수 있다. 물론 주식으로 돈 벌어서 이민 가면 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상위 몇 %의 부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국민은 터전을 버리고 타국에서 더 나은 삶을 꾸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연금 동원이나 국민성장펀드처럼,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의 자산마저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이다. 그러나 2007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6월 1일)에서 지적했듯, 투자의 특성상 자산이 많을수록 더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개미'는 물론 주식 투자를 안 하는 국민의 자산과 국가재정까지 볼모로 잡아 자산가들을 위한 판돈을 보전해주는 꼴이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너희도 베팅에 참여하면 자산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며,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마비시키는 역할마저 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제기한 '국민배당금' 논란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1일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겠다"며 말했듯, 심지어 분배도 주식시장 성과에 기대어서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가 흘러가고 있다.

 

대다수가 노동소득만으로 적당한 수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역할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경제는 이미 많이 망가져 있으며,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코스피 얘기가 언론을 뒤덮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더 추동하며, 심지어 분배 논의조차 그 광풍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여타 한국경제의 취약성이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묻혀버렸다. 사회운동, 언론,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 거대한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게임판 뒤에 가려진 위험성, 그리고 광풍에 가려진 진짜 경제의 현실과 시민들의 삶을 끈질기게 환기하고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끝)

 

(썸네일 사진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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