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플랫폼 노동 협약 채택 의미와 과제 토론회’ 참가 후기
과제와 소회
특고대책회의와 플랫폼 노동조합
민주노총 특고대책회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특수고용노동자들 투쟁의 연대체로서 기능을 해왔다. 최근 디지털‧플랫폼 산업의 증가와 함께 플랫폼노동자들이 조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비대면 플랫폼 산업이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직종이 조직되거나 기존 노동의 방식이 플랫폼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대리운전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의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시기 고용보험 쟁취 등을 걸고 투쟁을 한 바 있으며, 고용보험을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방식이 마련되었다. 최근에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농성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에 대한 대응,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 제공 요구, 특별한 이유 없는 계정 비활성화에 대한 대응,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단체협약 등 플랫폼 노동의 특성에 맞는 일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의 제193호 협약인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이하 ‘ILO 플랫폼 노동 협약’) 추진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그 추이를 지켜본바 있다. 논의의 시작부터 협약 채택 과정까지의 경과를 공유하였고, 그 활용에 대해 논의하였다.
ILO 플랫폼 노동 협약의 추진 과정과 주요 내용
디지털 산업의 성장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산업구조의 전환은 노동을 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전통적인 방식의 노동법제는 새롭게 출현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이나 조치가 진행되어 왔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플랫폼 노동에 대한 협약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ILO의 2019년 '일의 미래를 위한 100주년 선언'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졌고, 2022년 소집한 ‘전문가회의’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 2025년 제113차 ILO 총회에서는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을 위한 기준설정위원회 논의를 시작하였다. 논의를 통해 권고에 의해 보완되는 협약을 채택하기로 결정되었고, 플랫폼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의 등을 논의하였다. 2026년 6월 12일 열린 제114차 ILO 총회 전체회의에서는 찬성 406표, 반대 8표, 기권 36표로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이 ILO 제193호 협약으로 채택되었다.
제193호 협약은 제1조에서 디지털 노무제공 플랫폼,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다. 제2조에서 적용범위 등을 규정하며 어떤 노동법제를 적용받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플랫폼 노동자가 그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제3조를 통해서는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의 금지와 같은 노동의 기본적 원칙 및 권리가 플랫폼 경제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제4조 및 제5조에는 작업중지권을 포함한 노동안전에 관한 권리, 제6조에는 일터에서의 모든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 내용을 담고 있다. 제13조에서는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노동자대표나 노동조합에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명시되어 있다. 제17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플랫폼 계정을 정지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를 가하거나 계약해지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0조는 보수에 관한 규정으로 사업주의 임의적인 공제를 금지하고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비용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자동화된 시스템에 대해 인간에 의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ILO 플랫폼 노동 협약 채택 의미와 과제 토론회
7월 21일(화) ILO 플랫폼 노동 협약 채택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김주영, 김태선, 이용우, 정혜경 등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최하였다. 발제는 지성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우지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담당하였고, 현장 노동자토론으로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이창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참여하였다. 또한 정부 토론자로 허기훈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과장이 참석하였다.
토론회 자리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특수고용‧플랫폼 단위 노동조합의 간부와 활동가들이 주로 참석하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협약 채택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었다. 또한 대리운전노동자, 배달라이더, 가사서비스 종사자 등이 처한 플랫폼 노동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협약의 취지에 맞게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협약에 대한 국내 비준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과 그에 부합하는 국내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논의되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근로복지기본법을 노동복지기본법으로 바꾸어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범위를 넓힌다고 했다. 위장된 자영업자로서 3.3%의 세금을 떼는 세법상 인적 용역 사업자들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대상으로 확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참가자들이 ILO총회 당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질타를 했고, 정부 관계자는 그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였다.
주요 쟁점: 일하는 사람 기본법
그런데 193호 협약 채택에 대한 과제와 관련하여 주요한 쟁점이 도출되었다. 소위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입장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하였으며 작년 12월 김태선 의원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발의한 바 있다.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ILO 플랫폼 노동 협약의 국내적 적용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의 추진과 함께 협약의 비준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노총의 참여자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개진하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오분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호 대상에서 불합리하게 제외되는 노동자들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일하는 사람기본법’이 보호대상을 폭넓게 확대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는 근로기준법 제2조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별도로 플랫폼 종사자라는 개념을 만들고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입법을 하는 것은 오히려 권리의 확장을 제한할 수 있다. 당일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 발제자 및 토론자 뿐만 아니라, 공공운수노조 및 산하의 라이더유니온의 참가자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 민주노총은 김태선 의원이 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특수고용 단위에서 별도의 개념을 만들어 보호법안을 만드는 것은 오래된 쟁점이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이, 2018년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특수고용 단위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며 활동을 해왔다.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부여하지도 못하고, 단체행동의 권리도 없이 노동3권을 온전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법제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별도의 개념을 두는 것이, 보편적인 노동권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더 치열한 쟁점 토론은 이어지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후 ILO 플랫폼 노동 협약의 국회 비준 촉구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쟁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대중조직에서의 과제
필자는 특고대책회의나 특고‧플랫폼 투쟁을 통해 플랫폼 단위의 노동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사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이나 노동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고 있지는 못하다. 필자가 속한 건설노조의 특수고용 건설기계 조합원들은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 대부분 거래처라고 불리는 개인 인맥을 통해서 일을 얻거나, 대규모 현장 등에서는 노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물론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건설노동자 구인‧구직을 하는 플랫폼 앱이 증가하고 있으며, 건설기계 및 장비들을 모집하는 전문적인 플랫폼 앱들이 있다. 개인 현장이나 건설현장이 아닌 곳에서 건설기계 및 장비를 부를 때는 플랫폼 앱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이며 대형 건설현장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심화될 것이다. 이번 ILO 플랫폼 노동 협약 채택을 계기로 플랫폼 산업과 노동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이나 업무의 특성상 그러한 연구가 강제될 예정이기도 하다.
한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몇 년간 쟁점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민주노총의 입장에 따르고 있으며, 각종 노동 직군에 대한 ‘보호법’이 사실 차별의 계기가 되었던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 오랜 기간 보편적인 노동법으로 자리 잡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적용을 통한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반대 입장의 이유도 고려해봐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
필자는 올해 초 건설노조 활동을 잠시 쉬면서 일용직 노동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은 단순 업무였고, 대부분의 일자리는 플랫폼 앱을 통해 구직을 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일자리를 배치 받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플랫폼 앱에서 구인구직이 이루어지고 있다. 20년 전이라면 인력소개소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하거나, 구인을 하는 곳에 직접 전화를 하고 방문하여 간단하게라도 대면을 하고 면접을 봤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구인‧구직의 과정을 바꾸는 것을 느꼈다.
한편 당연히 일용직 노동자로 생각하고 한 일들 중, 인적 용역 사업자로서 구인을 한 일자리들이 있었다. 급여에서 3.3%의 사업소득세를 제하고 일당을 받는 곳들이 있었던 것이다.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되는 것이 쉽다고 느꼈다. 가장 불안했던 것은 안전사고와 그에 따른 보상 문제였다. 일을 하다가 다칠 수도 있는데, 인적 용역 사업자의 지위라면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될 수도 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위장된 사업자’로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다가 재취업을 해야 하는 중장년층,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들이 마주해야 하는 일자리가 노동자로서 고용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노동자에 대한 보호라는 자본의 의무에 면피를 주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서도 현재의 노동문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언급하곤 한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에 뒤쳐져서는 안 될 것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