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반성’, 그러나 문제는 그대로다
연임에서는 물러섰지만, 사법 리스크와 원칙 없는 사법·경제정책은 남았다
정부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9월 18일에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은 이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이번 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저자세를 취하며 반성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그동안 모호하게 에둘러 왔던 연임이나 공소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었던 인사 문제도 회견 다음 날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9월 14~18일 여론조사(9월 21일 발표)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1.0%포인트 상승해 9주간의 하락 이후 처음 반등했다.
연임은 포기했지만, 공소취소라는 ‘최소치’는 지켰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활적 이해관계는 임기 종료 후 맞닥뜨릴 재판을 피하는 것이다. 공소취소와 연임·중임 개헌 논란, 그리고 김승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 했던 것도 결국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었다. 사회진보연대는 8월에 이 대통령이 원하는 바의 최소치는 공소취소이고, 최대치는 연임·중임 개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민석 새 대표의 민주당과 한국사회」, 《사회운동포커스》, 2026년 8월 27일) 이 대통령은 논란 끝에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며 최대치에서는 물러났다. 그는 “마치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공세”를 비판했지만, 그간 확답을 피하고 논란을 키워온 것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최소치인 공소취소 문제에서는 여지를 남겼다. 연임·중임 개헌 논란 때처럼, “임기 끝나면 재판 받겠다”고 하면 될 일을 이 대통령은 확답을 피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국회에 ‘조작기소 특검법’ 가운데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 본인의 사건과 관련한 공소취소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하지만 이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해 특검법이 통과되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적 목적”의 “악의적 수사 조작” 피해자라고 강조하면서, “조작기소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소취소 여부는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될 일”인데, 본인 사건 탓에 “불필요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일단 논란이 되는 기존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빼고 특검법을 통과시킨 후, 특검이 진상규명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 주면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정리하면 이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사실상 ‘공소취소 특검법’)이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국회 여당이 이를 재추진할 명분을 주려 한 셈인데, 정말 그렇게 될 경우 자신을 '조작기소'의 가장 큰 피해자라 여기는 이 대통령이 다시 본인 사건 지우기를 시도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을 받겠다”고 명확하게 말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서 그 선까지 물러서진 않았다. ‘최소치’인 공소취소를 어느 정도는 방어한 셈이다. 향후 조작기소 특검법이 다시 추진될 경우,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와 제도개혁 사이의 이해충돌은 또다시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가장 논란이었던 인사 문제도 성격이 비슷하다. 기자회견 다음 날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지만, 회견 당일 이 대통령은 그의 거취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인사의 기준, 판단의 근거들도 다 다르다”며 청와대는 나름대로 최선의 인선을 했지만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이나 성추행, 회계부정 의혹 등 이 대통령이 내세운 “반칙과 특권 없는 억강부약하게 공정한 세상”을 부정하는 김 후보자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인사의 기준, 판단 근거”란 무엇이었나. 왜 하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의 공동대표였던 김승원을 선택했는가. 기자회견 전날인 17일 오전에 김 후보자의 회계부정과 성추행 의혹이 담긴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되었다고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청와대가 선뜻 그의 임명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소취소가 정치적 쟁점이 된 상황에서 김승원 임명 시도는 처음부터 이해충돌에 대한 의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처사였다.
‘반성’했지만,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사법개혁은 그대로다
결국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라는 근본 문제가 남아 있는 한,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국민에게 ‘반성’한다고 한들 정부가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여길 수도 있다.
회견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개혁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방식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점이었다. 그는 “개혁 과정에서 선명성을 드러내다 더 큰 저항을 불러와 개혁의 속도가 오히려 늦어지고 심지어 실패에 이르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강경 지지층의 “센 말이나 거친 방식”보다 “마지막 단계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못 박으며, 단합하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했다.
특히 검찰·사법개혁에 대한 기존 방향을 명확하게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방향은 옳으며, 심지어 개혁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이는 “이미 이것은 확정된 것,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 못 박았다. 다만 “콘크리트”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 반발”에 맞서기 위해, 검찰 보완수사권의 부재로 피해자와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권력분립의 원리를 언급하며, 지난 1년 동안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경찰 권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어느 한 기관이 비대해지면 견제하는 게 권력분립의 원리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설명은 권력분립의 핵심 원리인 사법부 독립을 무시한다. 권력분립은 단순히 비대해진 기관 하나를 다른 국가기관이 견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형사사법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와 기소 기능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얼마나 독립돼 있느냐다. 사회진보연대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사법개혁이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사법부를 장악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것으로,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도 명백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6년 여름호; 「해외 사법개혁으로 살펴본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6년 가을호.)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의 기능이 행정부가 통제하는 중수청·경찰로 상당 부분 넘어간 상황에서, 대체 어느 기관이 이들을 견제한다는 것인가. 현 정부의 기조상 사법부는 아닐 테니, 결국 정부 아니면 의회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정치권력에 사법부를 종속시키는 셈이다. 실제로 작년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검찰개혁론자들은 비대해질 경찰 권력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응하고자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와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인 국가수사위원회가 공수처·중수청·경찰을 견제한다는 안이었다. 이는 겉보기에는 ‘국가기관 간 견제’처럼 보이지만, 경찰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실의 경찰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사법부 독립성을 크게 약화시키는 방안이었다.
권력분립에서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것은 권력과 수사기관이 유착할 경우 권력 없는 시민의 권리가 가장 먼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뒤트루 사건이나 최근 제주 경찰의 실종 은폐 사건처럼 말이다. 이 대통령은 “단 한 톨의 억울한 피해도, 작은 빈틈조차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노선 자체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수사·사법기관의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모순이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가치와 신념, 정책을 선택한 국민”과 “최대 다수 국민” 양쪽을 모두 바라보고 통합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회견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적어도 검찰·사법개혁에 관한 한, 그는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사법 리스크를 지닌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가능한 한 사법부 독립성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며, 이것이 권력과 사법이 유착한 체계를 만들고 ‘최대 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리라는 전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정책도 원칙과 효과보다 정치가 앞섰다
경제정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난다. 부동산 정책과 주가 부양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정부 지지율 하락의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책 방향 자체에 대한 재검토는 없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기존 방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세제가 더욱 세분화되고 복잡해질 경우 예상하지 못한 피해와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통하겠다’는 수준의 답변에 머물렀다.
주가 부양 정책에 대해서는 심지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주가가 상승할지 손해를 볼지는 귀신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3개월 전인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며 정책을 추진하다가, 정작 주가가 하락하니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셈이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과정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공식적인 건의가 없었음에도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는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환율 문제 탓에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필요했다는 기존 설명을 되풀이하면서도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느 수준에서 어떤 판단을 통해 결정됐는지 밝혀야 했고,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했다.
결국 정책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지를 깊이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지층이나 중도층의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이리저리 내놓았다가, 실패하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식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소통”할 게 아니라, 경제정책의 원리와 효과를 먼저 생각하고 신중히 제시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정치 위기로 번지지 않으려면
이번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여론에 완전히 무감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연임 논란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조작기소 특검법의 기존 기소 사건 관련 조항 삭제를 요청했으며, 문제가 된 인사도 결국 철회됐다.
그러나 회견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논란을 잠재운 것이며, 이재명 정부의 근본적 결함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대통령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각종 이해충돌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사법개혁 역시 정치권력에 사법기관을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정치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고, 정부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나 중도층의 동조를 얻고자 극단적인 정책이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눈에 띄는 정책을 반복해서 꺼내 들 위험이 있다. 그런 정치 갈등은 한국 사회를 좀먹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며, 정치공학적 정책들의 비용과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한 흑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대통령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하고, 그런 가운데 대통령과 측근들이 불편한 직언을 멀리하고 민심과 벽을 쌓으며 고립되고, 결국 대통령 개인의 단점과 잘못된 판단이 정권과 정치의 위기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대통령은 ‘지지와 박수’가 아니라 ‘비판’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술했듯 사법 리스크라는 이 대통령의 태생적 한계 탓에, 지지율 급락으로 인한 이번 회견에서도 공소취소라는 최소치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런 이재명 정부에 정치 위기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운동이 해야 할 일은 정부가 내세우는 ‘개혁’의 명분에 휩쓸려 그때그때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국가의 제도에 우선하고 있지는 않은지, 형사사법 체계가 정치권력에 종속되고 있지는 않은지, 경제·사회정책이 객관적인 효과에 대한 검토보다 지지율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끊임없이 따져 물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정부의 제도 개혁과 정치적 선택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 정책의 원리적 정합성과 책임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정부가 이를 훼손할 때마다 강하게 비판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대통령 개인의 실패와 한국 대통령제의 결함이 맞물려 정치 위기로 번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국가 제도와 시민의 권리가 함께 훼손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