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제를 와해하려는 북한의 회색지대 전략, ‘국경선 요새화’
9월 21일 DMZ 지뢰 폭발 사건의 정치적·군사적 함의
9월 21일, 육군 제25보병사단이 관할하는 비무장지대(DMZ)의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 북한의 MDL ‘국경선화’ 작업과 관련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현장조사를 앞두고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 2발이 폭발하여 2명은 발목 절단 등의 중상을, 1명은 경상을 입었다. 10월 5일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부상 장병의 몸에 박힌 지뢰 파편이 과거 북한 지뢰와 일치함을 확인하고, 이 지뢰가 2024년 4월 이래 이어 온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지뢰지대, 전술 도로, 철조망 설치, 지형 변경 등) 과정에서 매설된 수지 반보병지뢰라는 현장조사 결과를 확정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행 상황을 감독하는 유엔사도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서울의 명백한 자작광대극”, “남부 국경을 영구화하는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9월 3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군이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10월 3일)라는 무력시위로 응수했다. 비무장지대에 지뢰를 매설하여 한국 장병들에게 큰 상해를 입히고도 책임을 회피하며 적대적인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북한 당국을 규탄한다.
‘남부 국경 요새화, 영구화’ 자체가 문제다
9월 21일 지뢰 폭발 사건에 앞서, 9월 9일 한국군 당국은 북한군이 8월부터 거의 매일 비무장지대(DMZ)의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여, 한 달간 침범 횟수만 지난 한 해 전체의 17회를 웃도는 20여 차례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음 날인 10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국방위원회)도 “북한군이 지난해와 올해 여러 곳에서 군사분계선을 10~15m 넘어 지뢰지대 등을 조성하고 있다. 서부전선 한 개 사단에서만 총 6곳”이라고 밝혔다. 21일 사건은 이러한 동향에 관한 유엔사의 현장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남부 국경을 영구화하는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은 무엇인가. MDL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치된 표식물 상당수가 현재 유실된 상태다. 이에 정확한 위치를 놓고 남북 간 논쟁이 있으므로, 한국 정부는 군사 충돌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군사회담을 통해 다시 기준선을 정리하자는 제안을 지난해부터 해 왔다. 이러한 상황을 구실로 삼아, 북한 당국은 대외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MDL 이북이라고 인식하는 영역에서 국경을 요새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령 북한 당국의 주장대로 MDL 북쪽에서만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남부 국경 요새화, 영구화’(북한 측 표현) 그 자체가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남북 간 긴장을 높이는 행위다. 비무장지대(DMZ)는 말 그대로 정전협정에서 무력 충돌이 재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무장’하기로 합의한 지역이다. MDL 이북(북측 구역)이라고 해서 비무장지대 내에서 지뢰지대를 조성하는 등의 군사행동이 허용될 수는 없다. ‘요새화’, ‘국경 영구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이러한 행태는 비무장지대의 완충지대 기능을 침해하여 남북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장병들의 피해가 반복될 수도 있고, 접경지역 시민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전협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회색지대 전략
MDL이 ‘국경선’이라는 주장, 그에 따른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헌법 개정, 그리고 MDL의 위치에 관해 자의적 인식을 내세우는 언사라는 일련의 흐름은, 결국 1953년 이래로 한반도 정세를 규정해 온 정전협정 체제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회색지대’ 전략으로 읽힌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상대가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을 하기 애매한 수준의 저강도 도발과 압박을 지속하여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올해 3월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조선노동당 9차 당대회(올해 2월 19~25일)의 결과를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했다. 주목할 것은 신설된 영토조항(헌법 제2조)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라고 명시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2024년 4월부터 시작된 MDL 인근의 ‘요새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국제법 논의는 DMZ를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되고 통제되는, 교전 재개를 막기 위한 완충지대이자 잠정적 군사관리구역으로 이해한다(김태원,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와 DMZ 국경선화의 국제법적 함의”, 통일연구원 온라인 시리즈, 2026.06.30.). 정전협정은 UN군 총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북한)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중화인민공화국)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북한 당국은 이 국제조약의 당사자로서 이를 준수해야 한다. 정전협정 제62항에 따르면 이 협정은 쌍방의 공동 움직임에 의해서만 수정·증보가 가능하며,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새 협정이 체결되어 기존 협정을 명확히 대체할 때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즉, 북한의 일방적 움직임으로는 정전협정을 깨거나 변경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이 헌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DMZ의 국제법적 성격과 정전협정상 지위는 바뀌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국내법은 국제법이나 조약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않을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단적으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는 “자신의 조약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근거로서 자신의 국내법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고 밝힌다. 비록 북한은 세계 119개국이 동참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국제사회의 규범이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헌법 개정과 고위층 담화를 통한 ‘내적 논리 쌓기’ 작업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MDL 인근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 의무와 비무장지대의 완충 기능을 실질적으로 서서히 무력화하고, 그에 더해 한국사회 내 갈등(‘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은 3년 동안 무려 약 3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민간인 피해가 남북한을 합쳐 약 200만 명으로 엄청나, 20세기 최악의 전쟁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있는’ 정전협정과 비무장지대의 기능을 침해하여 육상 접경 지대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북한 당국의 위험천만한 행태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