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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6.10.12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과 후티 반군의 확전 시도 비판

해협 재개방을 위한 외교적,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

9월 들어 미국-이란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예멘 후티 반군이 9월 10일을 전후해 홍해 연안의 핵심 항구도시인 모카와 페림섬을 장악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비롯한 홍해 연안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가운데,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로 지목된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을 드론으로 공격해 송유관 가동과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이란 지도부 역시 이란이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전선을 홍해를 넘어 인도양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로 전선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확전을 노리는 이란 정부, 특히 혁명수비대의 의도가 있다. 6월 9일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카니는 호르무즈 해협–오만만–아덴만–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잇는 ‘새로운 저항 안보 벨트’ 구축을 선언한 바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약화로 인한 어려움을 후티 반군과의 연대 강화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항행의 자유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이란 정권의 생존을 위해 주변국 시민들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10월 12일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공항을 공격해 300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란 정부와 후티 반군은 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려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봉쇄가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수평적 확전을 노리는 이란 신정체제와 후티 반군

 

전문가들은 이번 후티 반군 공세의 배후로 이란 정권을 지목한다. 이란 정권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 역으로 해상을 봉쇄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의 결의에 따라 전략비축유 약 3억 배럴이 방출되었고, 중동 국가들이 대체 운송로를 활용해 원유 수출을 늘리면서 중동의 원유 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 유가 역시 6월부터 8월까지 100달러 아래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란 정권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미국과 미국의 역내 동맹국에 더 큰 타격을 주기 위해 대리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7월 13일 후티 반군에 지휘관과 군사고문 수십 명, 미사일과 드론 장비를 보냈다. 이후 7월 25일 카니 사령관은 예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판했다. 이 무렵부터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졌다. 후티 반군은 7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고, 8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후티 반군과 협력해 7월 28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했고, 9월에는 송유관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후티 반군 역시 홍해를 봉쇄하고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 측 대통령지도위원회(PLC)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과도위원회(STC)를 무력으로 제압한 뒤 남부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남부과도위원회와 연계된 집단을 정규군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후티 반군은 분열된 예멘 정부의 허점을 파고드는 동시에 예멘과 인근 지역에서 커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소말리아 남부 지역을 장악한 반이스라엘 이슬람주의 무장집단 알샤바브와 이란산 무기를 거래하고, 이들에 대한 군사훈련 지원을 강화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물론 홍해와 아덴만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와 적극적으로 연계해 무기와 군사적 지원을 확보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했다.

 

국제 해상교통로를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이란과 후티 반군

 

해협을 봉쇄해 전선을 확대하려는 이란 정권과 후티 반군의 행태는 항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에서 주장했듯, 국제해협에 적용되는 통과통항권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뿐만 아니라 국제관습법으로도 인정되는 권리다. 통과통항권을 부정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하며, 그 비용을 전쟁과 무관한 많은 나라가 부담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송유관과 우회 항로를 활용해 원유 수송을 이어가며 공급량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이러한 수송 방식은 전쟁 이전에 해협을 정상적으로 통과했던 것만큼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당수 선박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커지며,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도 없다. 이러한 위험 탓에 운송료와 보험료가 상승하는 추세이며,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도 커져 결국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후티 반군은 홍해를 봉쇄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만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이들은 2023년 하마스 지원을 명목으로 홍해 인근을 지나는 이스라엘 상선을 공격했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벌인 총 134회의 선박 공격에는 대외적으로 표방한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국적의 선박에 대한 공격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상선 가운데에는 인도와 라이베리아처럼 이번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가의 선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스스로 표방한 공격 대상과 무관한 선박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후티 반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후티 반군을 지원해 국제 해상교통로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이란 정권의 행태도 문제가 많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공세의 배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무기 및 군사고문단 지원이 분명히 존재했다. 또한 《로이터》와 《AP》에 따르면,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이 작전을 지휘했다는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포로들의 증언도 있었다. 즉, 이란 지도부에는 이번 후티 반군 공세에 대한 명백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후티 반군의 자율성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는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 체결의 쟁점과 과제」(2026년 7월 2일)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리세력을 통한 무력 사용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회색지대 전략이다. 후티 반군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국뿐만 아니라 알샤바브와 같은 동아프리카 무장세력까지 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 지도부의 책임은 더욱 크다.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후티 반군의 홍해 통제권 강화에 따른 여파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서 유조선들이 잇따라 혁명수비대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부상당한 선원도 늘고 있다. 유가 역시 9월 중순 들어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의 조기 방출을 결정하면서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으나, 해협 봉쇄와 무력 충돌이 길어지면 이러한 대응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무엇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각국의 연료 가격과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 피해는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는 이란 정권과 후티 반군의 행보를 규탄하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9월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과 홍해에서의 상선 공격을 규탄했으며, 24일에는 80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과 후티 반군의 행위가 항행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실제로 해협의 재개방과 안정화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비록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지만, 오만 정부가 8월 이란과 주변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임시 통항로 설치, 기뢰 제거, 해상 정보 공유, 해상교통 관리 등을 포함한 단계적 항행 안전 방안을 추진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임시 운영체계의 마련을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국 간 종전 및 항행 안전에 관한 협의를 촉진하며, 합의된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사진] 8월 25일 이란·오만 공동성명

8월 25일 이란 외무부 장관 아락치(오른쪽)와 오만 외무부 장관 알부사이디(왼쪽)는 테헤란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 재개를 위한 임시 공동 해상 통로를 개설하고, 기뢰 제거 공동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무 협상회의를 열고 역내 인접국들과 공동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추진 과정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연안국들의 주권적 권리를 존중할 것을 확인했다. 9월 14일로 예정된 걸프협력회의(GCC)에서는 양국이 합의한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이 당일 이란을 상대로 금융 제재를 강화하면서 회의가 연기되었고, 논의도 중단되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란 정권과 후티 반군,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전쟁을 확대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 항공모함 1척과 해병대 병력 1만 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이를 두고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에서 강조했듯, 군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국제법과 규범을 침해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역내 동맹국에 군사적 기여를 압박하기보다 항행의 자유를 복원하기 위한 외교적·제도적 노력에 집중하며 역내 국가들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란 혁명수비대와 후티 반군도 해협을 지나는 상선과 주변국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해협을 볼모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전쟁을 장기화하고 국제법과 규범을 크게 훼손한다. 그 피해가 자국 시민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들에게도 전가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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