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14.10.01

의료공공성 위기 현황과 과제

2014 노동운동포럼 보건의료세션 현장 스케치

보건의료팀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병원 부대사업 확대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등 수익성을 강요하면서 공공의료를 위축시키고 그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 최근 각종 요양병원 사태처럼 돈벌이 의료의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14 노동운동포럼 보건의료세션은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현황을 공유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운동의 과제와 의료공공성의 대안적 발전전략에 대해 밝히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 자리해 주었다.

1부 토론회: 의료 공공성 위기의 현황

1부 토론회는 의료 공공성 위기의 현황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세 및 대응 현황과 진주의료원 폐업, 지방의료원에 대한 공격이라는 주제로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겸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 상황실장의 발표가 있었다. 정재수 정책국장은 지난 10년간 정부와 자본의 의료민영화 공세와 이에 맞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대응과 과제를 정리하였다.

작년 12월 '4차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박근혜정부의 의료민영화 공세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2004년 노무현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시작으로, 2008년 이명박정부의 건강보험 민영화를 거쳐 박근혜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정부의 의료민영화 공세는 계속되었다. 최근 박근혜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맞서 노조는 3차례의 파업 투쟁으로 맞섰고,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은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을 200만 명이나 이끌어내며 대응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설립 허용, 메디텔, 의료법 개정안 통과와 같이 의료민영화 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의료체계의 모순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의 동력이 되고 있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그 모순이며, 여기에 결합한 자본의 강력한 의료서비스 시장화 요구가 의료민영화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민영화의 근본적 대안은 의료민영화의 근원적 추진 동력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필수적이며,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정재수 정책국장은 이어서 의료면영화에 맞서 공공의료 강화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속초의료원 직장폐쇄 사태에서 드러난 공공의료의 중요성,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공의료의 중요한 축인 지방의료원 발전을 위한 제도적 과제를 제시하였다.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료비를 유지하며 인근 민간의료기관의 의료비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 역할 등과 같이 수익성은 낮지만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의료정책을 수행할 정책수단인 공공병원의 비율은 전체 의료기관의 5.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국민의료비 증가를 통제할만한 적절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에게 수익성을 강요하며 진주의료원 폐업, 공공기관 가짜정상화 대책 등을 내세우며 공공의료를 후퇴시키고 있다. 공공의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익 추구'는 철회하고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의료안전망 역할 및 공익적 서비스로 인한 적자에 대한 보전 방안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실현과 같은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재수 정책국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탄압과 관련한 싸움도 의료민영화 대응에 중요한 투쟁과제가 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두 번째로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이 '이윤과 생명의 줄다리기, 국립대병원의 선택은?'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국립대병원의 이윤 추구 성향과 자본의 잠식으로 인해 의료의 질과 공공성이 하락하는 실증적인 현상을 서울대병원의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보았다.

국립대병원은 공공병원인데도 이윤추구로 인해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가중 시키고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환자의 진료비 계산서를 확인해 보니 선택진료비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의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시간동안 190명을 진료하는 '1분 진료' 행태는 짧은 시간동안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어렵게 하여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병원 업무 외주화로 인해 병원에서 발생하면 안 되는 비위생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외부에서 세탁되어 들어오는 세탁물을 덮는 천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 위험한 세균들이 검출되었으며, 외주화된 어린이병원 급식실의 위생상태도 심각했다.

또한 박경득 사무장은 의료민영화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서울대병원과 SKT가 합작하여 세운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는 의료법에 위배되며,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에 판 전자의무기록 편집 저작물 사용권, 서울대병원 브랜드 사용권은 서울대병원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 서울대병원에서 추진 중인 첨단외래센터 건설로 인해 발생할 경영 위기, 아랍 왕립병원 의료인력 파견으로 발생할 의료공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1부 마지막으로 김대희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유화된 요양병원체계가 발생시키고 있는 비극’에 대해 발표했다.

고령인구 증가로 인해 사회적으로 요양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2002년경에는 요양병원시설 자체가 전무했다. 당시에는 요양병원의 기능이 장기요양병상으로 공공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도 요양병원 설립에 대해 찬성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부족한 요양병상을 단기간에 확충하기 위해 요양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민간에게 맡겨 버린 채 이들에게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지원만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요양병원은 2002년 0개에서 2014년 6월 현재 1,298개로 급증하였다. 요양병원 중 99%가 민간 소유 혹은 민간에 의해 위탁 운영 중이고, 공공병원 직영기관은 보훈병원 단 1곳에 불과하다. 또한 요양병원의 진료비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향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상 100% 민간에게 맡겨진 왜곡된 요양병원 체계로 인해 수많은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사유화된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의 질적하락, 안전관리 부실, 의료비 부당청구 증가, 유인 및 알선 행위 증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노동자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베스트요양병원 노숙인 불법 유인∙알선행위,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 탄압, 요양병원의 에이즈 환자 차별 대우와 수동요양병원 에이즈환자 사망 사건으로 이슈화된 문제들이 그 예이다. 김대희 사무국장은 요양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 적정 의료 기준'을 만들고 공공병상 확충과 함께 민간병원을 통제할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최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파업하면서 느꼈던 한계가 어떤 것이 있는지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박경득 사무장은 의료민영화 정책 중 서울대병원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타겟으로 파업하였으나 정부 정책과 자본이 엮여 있다 보니 노조 요구안을 실현 시키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답했다. 다음 의견성 발언으로 현재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는 노조 활동 인정도 투쟁 목표 중 하나임을 소개하고 간병인,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력기준, 임금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부 토론회: 의료 공공성 회복, 전선 형성을 위한 과제

2부 토론회에서는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 2014년 상반기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의 평가와 과제, 현재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의 현실적인 조건들, 의료공공성 회복, 전선 형성을 위한 과제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2014년 상반기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면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 계획이 늦춰졌고, 그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핵심적 내용을 철회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보궐선거 이후 의료민영화를 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계획을 6차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보여줬다. 운동진영은 영리병원 현실화,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그 외에도 광범위한 의료민영화 정책 패키지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제기함으로써 정책 추진을 좌초시키고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 투쟁은 그 자체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속초의료원 직장폐쇄와 같은 정부의 공세에 맞서 공공병원으로서 지방의료원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사회운동, 국민의 여론까지도 무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 할 수 있는 데에는 진보정당의 영향력 저하, 새누리당에 대응하는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무능력 등으로 초래된 '정치적 수렴 경로의 소멸'이라는 조건이 있다. 또한 자본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의 내용이 대중적인 의료민영화 개념(건강보험제도 및 당연지정지 폐지, 영리병원 허용)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의 전략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자회사 허용, 원격의료 허용, 건강생활관리서비스법 제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의료공공성 회복, 전선 형정을 위한 과제로 첫째, 구체적인 의료민영화의 현실, 현장에서의 병원 상업화 현실을 폭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정보를 얻고 참여할 수 있는 노조의 역할과 실천이 중요하다. 둘째, 장기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지난 의료민영화 투쟁을 통해 국민, 노동자들은 의료민영화 반대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의료민영화 저지'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주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셋째, 의료민영화 '저지'를 넘어서는 전망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자본과 정부가 의료민영화 전략이 의료공급체계의 전면적 재편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추진된다고 할 때, 운동진영 역시 이에 대응하는 의료공급체계의 개혁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공공의료, 공공병원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이다. 공공병원이 상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망이 제시되어야 한다. 김동근 연구원은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 구체적인 전망, 대중적인 실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발제를 끝냈다.


토론자들과 플로어 참가자들은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현재 의료민영화의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타격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포지티브한 의제, 특히 공공의료의 강화를 보다 구체적,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요양병원의 문제가 폭발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관련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되었다.

포럼을 마치며 : 의료민영화 저지를 넘어서서 의료공공성 강화 투쟁으로

2014 노동운동포럼 보건의료세션은 자본과 정부의 의료민영화 공세 하에 의료공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혹자는 영화 '식코'의 사례들이 우리와 무관한 먼 나라 미국의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가 본 것은 의료의 상업화로 인해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며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의료민영화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 속에서 운동진영이 남긴 성과는 분명하지만 한계와 과제 역시 분명하다. 의료민영화 저지를 넘어서서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더욱더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공유했다. 이와 더불어 대중적인 실천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나가야한다. 스페인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을 막은 '하얀물결'을 모토로 한 '생명과 안전의 물결'은 5회째 진행되었다. 11월 1일에 있을 의료민영화 반대를 위한 범국민총궐기대회에도 대중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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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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