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9.07.04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 비판

사회진보연대
 
자유한국당은 지난 5월 9일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운동권 이념에 갇힌’ 문재인 정권의 ‘무모한 경제정책실험’으로 국민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비판하며, ‘경제대안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주장한다. 황교안 대표는 민생투쟁대장정에 이어 100일간 정책투쟁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학적 근거도 부족하고 일관성도 없으며 한국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의 '경제대전환'이 대안일까? 공급 중시 경제학이라는 속류 경제학에 근거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반민중적일 뿐 아니라 경제위기의 해법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의 핵심적인 주장 몇 가지를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기 위한 쟁점을 살펴보자.
 
6월 4일 자유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출처: 한겨레]
 
 
소득주도성장: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80년대 성장기에 사는가?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이 ‘문재인 정권 경제정책의 근원적 오류’라고 비판한다. 201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6%로 미국 2.89% 성장률보다 낮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한미간의 경제성장률 역전이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증세 정책과 트럼프 정부의 친시장·감세 정책의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누적되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자유한국당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 경제는 이명박 정권 시기였던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어 왔다. 오히려 지난 2~3년 간의 건설 및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이례적이었을 뿐이다. 호황 직후 문재인 정권의 경기부양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었다. 관세 상승에 대비하여 미국 기업들이 생산을 앞당기며 재고가 증가하면서 총생산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트럼프의 공격을 두려워한 세계 각국에서 미국산 제품 수입을 정책적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될 수 없고 오히려 장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미국 내의 기업 투자가 둔화하고 있다.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상승을 위한 트럼프의 무역분쟁 전략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자유한국당이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한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유로지역, 중국, 일본에서 투자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거나 고정투자가 둔화하고 있다. 우리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했던, 이윤율이 하락하고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는 시기에 있다. 자유한국당처럼 “만약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면 분배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텐데…” 하는 몽상이 아니라, “성장이 불가능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저임금 문제의 해결책은 노동자 운동의 강화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전략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국사회가 고용절벽에 직면하고 빈부격차가 역대 최악이 됐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고용절벽’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과장이 심하다. 2018년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전년보다 0.1%p 증가했고, 고용률은 60.7%로 전년보다 0.1%p 감소했다. 대공황기의 미국의 실업률 25%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며,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실업률인 9%의 절반도 안 된다. 한국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 있음을 고려하면, 고용절벽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비판은 공격을 위한 공격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최저임금이 상승한다고 고용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단순히 접근하기 어렵다. 경기순환, 수출내수의 차이, 업종·직종의 차이, 내부노동시장의 차이, 고용형태, 연령, 성별 등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처럼 고용부진을 경기침체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오류다. 경기침체로 고용이 감소할 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것이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그 자체보다 저임금, 임금격차가 왜 심각해졌는지 원인을 밝혀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생산성이 상승하는 만큼 임금도 증가하기 때문에 성장이야말로 저임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저임금, 임금격차를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경제적·역사적 원인을 분석하지 못한다. 성장해야 임금도 올라간다는 단순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반복할 뿐이다. 수출제조업 주도의 추격성장은 한계에 도달해있고, 한국의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노동생산성 성장이 둔화되고 심지어 하락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임금격차 문제를 외면하고 있고, 해법도 틀렸다.
 
 
근로시간 단축: 자유한국당의 자가당착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비판은 주목할 만하다. 2018년에는 40대와 50대의 고용률이 동반하락하여 한국의 ‘경제허리’가 휘어졌다. 2019년 1/4분기 사실상 실업자는 384만 명으로 공식 실업자의 3.1배에 달했다. 그나마 있는 취업자 중에는 주18시간 미만의 초단기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규모는 2018년에 15만 8천 명, 2019년 1~3월에 23만 명에 달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정권 하에서 일자리 수가 감소하고 일자리 질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일자리 참사를 걱정하는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한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경직된 근로시간단축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병행하여 탄력근로시간 특례업종과 탄력근로시간의 기간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도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노동유연화가 일자리를 증가시키기보다는 노동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마저 “기업 차원에서 추구하는 어떤 노동유연화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미 탄력근로제가 확립된 독일의 사례 연구는 탄력근로제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고용 확대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노동생산성 상승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기술혁신과 자본투자 없는 노동생산성 상승은 노동자들이 더 빠르게 더 쉬지 않고 일한 결과일 뿐이다. 또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진 배경에는 더 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불가능했던 한국 기업의 현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반노조정책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혁신이 필요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국민 조세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다고 주장한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9만 3000여 개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쟁점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문제 또한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형성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은 이것은 오직 기업의 생산성 차이로 환원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상적이고 표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해결할 것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 노동자의 과보호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규모, 산업, 고용형태 등에 따른 임금, 고용의 격차는 한국 경제의 자본축적과정과 계급투쟁에 의해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IMF위기 이후 민주당 정권과 자유한국당 정권이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노동자계급의 분할, 일자리 경쟁의 심화로 귀결되었다. 동일 산업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노동조합 조직률에 차이가 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 자본의 해고위협과 고용불안으로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노동조합의 격차를 무시하고, 오히려 반노조, 노조탄압을 대안으로 포장한다.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 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을 구축하고, 집단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저성장이 지속되는 현 정세에서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을 추격하려는 전략에만 몰두하면 오히려 대기업-중소기업, 공공-민간 부문의 격차가 확대되고 노동자간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넘어 노동조합이 초기업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제대로 된 문재인 비판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생산성은 정체와 하락을 반복했고, 수출제조업도 경쟁력 위기에 도달한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저임금·임금격차 등 사회위기는 심각해져갔다. 자유한국당의 경제징비록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 상태에 대한 잘못된 전제에 근거해 있고, 문재인 정부에 비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고 반노조·친기업 정책을 편다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기성정당의 위기가 나타나고,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극우와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위기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이 자유한국당이 다시 재기하는 근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안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직시하는 마르크스적 비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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