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터뷰 | 2019.08.01

[계간 사회진보연대 발간 기념 인터뷰] 진실을 가리는 질문, '그래도 민주당이 낫지 않아?'

인터뷰 정리: 조유리(정책교육국장)
계간 사회진보연대 발간 기념

<반보수전선이라는 막다른 길> 필자 김동근 인터뷰③

 
김동근 조직국장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2019 여름호에 <반보수전선이라는 막다른 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그는 광우병 촛불,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된 반보수선거연합, 세월호 투쟁, 박근혜 퇴진 촛불 등 지난 10년의 주요한 투쟁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사회운동포커스는 김동근 조직국장을 만나 글의 주요한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촛불투쟁, 반MB투쟁에 이어 세월호 투쟁에 대한 평가와 문재인 정권에서 노동자사회운동의 과제에 대해 토론을 나눠보았다. 마지막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인터뷰① 바로가기 : '다시 촛불'보다 제대로 된 평가를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많은 시민들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투쟁을 “음모론을 매개로 포퓰리즘 정치 이슈”가 되었다고 평가하시는데 ‘세월호 투쟁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대중동원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겠는데요?

 
세월호 투쟁은 모든 시민들의 깊은 상처, 특히 유가족의 아픔이 너무나 클 뿐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투쟁을 빼놓고는 20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대중운동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가 지점을 제기하려고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게다가 사고 이후 청와대의 실정이 매우 심각했고, 소위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에 대해 누구라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따라서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구조적 개혁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이 분명히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공격하고 재집권으로 나아가기 위해 세월호 투쟁을 활용하고 동원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고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주체를 자임할 자격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세월호 투쟁을 활용하면서 음모론을 직접적·간접적으로 유포했고, 다른 한편, 특별법 제정과 특조위 출범 과정에서는 새누리당과 반복적으로 야합하면서 세월호 투쟁을 기만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기업주의 사고 책임 회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입법청원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역시 민주당은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지요.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함께 누더기가 된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직후 문재인 등이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운운하면서 동조단식에 돌입한 것은 특히 기회주의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태도가 세월호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까운 지점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4.16연대 –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로 이어지는 세월호 투쟁 연대체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와 음모론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사고 조사 과정을 신뢰할 수 없도록 행동하면서 음모론의 토양을 만들었던 박근혜 정권와 새누리당의 대응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이것은 곱씹을수록 속상하고 분노스러운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세월호 참사는 오랜 기간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연안 해역 운수업의 안전관리 문제, 비정규직·외주화와 관련된 사회 전반의 문제, 자본의 사회적 책임 회피 문제 등 광범위한 사회 구조적 문제가 공론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 그리고 음모론이 함께 얽히면서 세월호 투쟁은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안전사회”를 위한 사회개혁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투쟁 전체가 외력설을 강하게 지지하는 진상규명 활동으로 쏠리고,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은 주변화되었던 것이지요.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의 질곡에 대해서는 글에서 자세하게 정리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의 활동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채 남고 말았습니다. 외력에 의한 침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른바 “열린설”이 주장된 것인데, 열린설은 외력을 실제 침몰의 합리적 원인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외력의 실체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열린설의 핵심 내용은 외부조사기관의 판단과도 상당 부분 배치됩니다.
 
유가족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또 노력하고 있는 분들의 진정성에 대한 폄하의 뜻은 전혀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이러한 평가가 관련된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가장 속상한 것은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여가 지난 현재,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규명되지도 못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구조적 개혁의 단계를 전혀 밟아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세월호 투쟁을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한 민주당에게만 재집권의 길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민주당이 현재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개혁에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는 없겠죠.
 

몇 가지 남은 질문을 더 하겠습니다. 박근혜 퇴진 촛불 국면에서 노동자사회운동이 독자적인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17%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민주당과 대별되는 독자적인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을 진보정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높아진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9대 대선은 문재인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고, 심상정 후보의 완주 여부가 변수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 높은 득표율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2010년 지방선거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민주당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대연합전선”이 본격화되었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심상정씨는 민주당·국민참여당으로의 후보단일화 압박 속에서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면서 중도 사퇴합니다. 당시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故노회찬씨는 독자 완주했는데,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하자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됩니다. 일부 당원들은 탈당하기도 했지요. 심상정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합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진보정당운동의 형해화, 그리고 민주노총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대가로 외형적 선전을 기록했고, 진보신당은 표면적으로 후보단일화를 거부했지만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키지도 못했고 여론의 지지를 얻지도 못했습니다.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일부는 친노세력의 근거지였던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출범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합합니다. 이후 다들 아시는 바대로 “통진당 사태”,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 등을 거치며 진보정당운동은 더욱 위축되지요. 민주당에 대한 진보정당의 종속이라는 현실은 2010년보다 2017년에, 그리고 2017년보다 현재 더욱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정의당은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정치적 쟁점에서도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하는 등 이념·정책에 있어서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보다는 문재인 정권 시기가 노동자 운동에 더 좋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문재인 정권 들어 실제로 노동탄압이 줄어들었고 노동조합 가입이 늘었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문재인 정권 들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비해 노동탄압이 줄어들었고 민주노총은 확대되어 조합원이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질문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왜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과 달리 노동자운동을 직접적으로 탄압하지 않는 것일까요. 민주당이 노무현 정권의 과오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민주당이 아닌 노동자 운동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을 지나오면서 노동자 운동은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글에서 핵심적으로 평가하고자 했습니다만, 10년 동안 시민운동진영이 주도하는 반보수전선이 공고화되면서 반신자유주의라는 문제의식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보다는 민주당이 나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지난 10년간 노동자사회운동을 옭아매왔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소소한 차이에 주목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보수정치세력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입니다.
 
단적으로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성을 강조하는 자극적인 소재로 “댓글부대” 쟁점을 적극적으로 동원했지만, 집권 이후 민주당도 인터넷으로 여론을 조작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권 시기에 민주당은 평화운동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하면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사드 배치를 비난했지만, 대선 과정에서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사드 배치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고, 집권 이후에는 새누리당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2015년 타결된 한일 간 합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자신이 당선된다면 이를 파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당선 이후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즉, 합의가 존재하지만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 엔을 화해치유재단에 사용하지도 않지만 반환하지도 않는다는 모순된 입장을 보인 것입니다. 재벌개혁론의 역시 파산했습니다. 문재인은 최순실과 연결된 삼성에 대한 대중적 분노에 편승하여 재벌개혁론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집권 후에는 실상 피라미드 지주회사 형태를 묵인하고,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용인하면서 재벌개혁은 유명무실화되었지요.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이 그나마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은 지금 노동자사회운동 앞에 놓인 본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진정한 문제는 보수 양당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그리고 자본주의가 놓인 구조적 위기를 인식하고 노동자사회운동의 독자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민주당이 아닌 다른 대안적 운동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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