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9.08.13

미국의 ‘핵 공유’ 제안, 한국도 핵국가로 나아가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축으로, 일본의 비핵3원칙과 평화헌법을 지지대로, 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로 나아가야

사회진보연대
 
2019년 7월 30일, 국내 언론은 미 국방대가 ‘한·일과 핵무기 공유’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언급한 보고서는 미국 국방대학교출판사가 발행하는 <계간 합동군>(Joint Force Quarterly)의 2019년 3호에 실린 <21세기 핵억지: 2018년 핵태세보고서의 작전운용화>였다. 이 글은 미 전략사령부 기획장교 코트 소령, 버세이브 소령, 해군 분석팀 클라크 중령, 합동특수전사령부 벨로 소령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들이 핵 공유를 제안한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이 구상하는 21세기 핵억지와 한미일 핵공유

 
우선 보고서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자. 이들의 보고서는 2차 세계대전 시기 그 유명한 프랑스의 ‘마지노선’ 사례로 시작한다. 프랑스는 다음 전쟁도 핵심적인 측면에서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마지노선을 요새화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작전환경의 변화를 무시함으로써 파국적 실패를 경험했다. 그들은 현재 미국이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핵정책이라는 ‘말’과 실제 핵억지라는 ‘행동’ 간에 격차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의 핵 전략사고는 1994년 이후로 계속 위축되었다. 1994년 핵태세보고서(NPR)의 슬로건은 ‘주도하되 위험에 대비하라’(Lead but Hedge)였다. 즉 핵 비확산과 핵무기 감축 노력을 주도하되, 냉전에 비해 훨씬 온순한 안보환경에서 적절한 핵억지력을 계속 보유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2010년 NPR은 미국과 러시아가 작전배치된 전략핵무기를 냉전 시기에 비해 75% 감축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전략무기감축협정 전후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 추정치, 1977-2018 (푸른 색은 미국의 비축량, 붉은 색은 러시아의 비축량. 붉은 점선은 러시아의 작전배치 전략핵탄두, 푸른 점선은 미국의 작전배치 전략핵탄두)
 
 
 
반면, 보고서는 지난 15년 동안 러시아, 중국, 북한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핵능력을 현대화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신형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RS-28 사르마트의 배치를 개시했다. 사르마트의 경우, 탄두부에는 최대 15개의 일반 핵탄두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할 때 쓰는 24개의 활공식 초고음속 탄두 24개를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 방산업체 로스오브셰마슈 사장인 우센코프는 사르마트가 "현존하거나 2050년까지 개발될 미국과 나토의 어떤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새로운 무기체계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수백 개에서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 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새로운 무기체계를 통한 킬 체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도 다양한 핵무기체계를 개발 중에 있다.
 
 
 
2010년 이후로 배치되었거나 개발 중인 핵전달체계
 
 
 
이러한 인식에 따라, 보고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다.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의 저강도 핵무기(전술핵무기)의 숫자가 미국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며, 동시에 군사훈련을 진행할 때 핵무기를 ‘개념적으로’ 사용하는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무기체계로는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중국의 경우, 중국의 핵무기 현대화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선하고, 새로운 전략정보능력을 확보하라는 방안을 제시한다.
 
한편, 보고서는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북한에 대한 대응책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충분한 수만큼 배치하여 북한의 핵공격을 ‘중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패트리어트나 사드와 같은 미사일 요격체계를 뜻할 것이다. 또 하나는 위기 시에 비(非)전략핵능력(곧 전술핵무기)을 선택된 아시아-태평양 동맹국 특히 일본, 한국과 공유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미국의 관리를 받는 공유’(custodial sharing)라고 부른다. 나토의 사례처럼 미국이 전술핵무기 소유권을 유지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면서 일본, 한국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다만 정치적, 군사적 제약이 있으므로, 나토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인다.
 
 

전술핵무기란 무엇인가?

전술핵무기에 대한 보편적 정의는 없다. 냉전 시기에 전술핵무기는 대체로 전략핵무기보다 사정거리가 매우 짧거나 전장에서 사용하려고 고안된 핵무기를 뜻했다. 하지만 다른 논자는 핵무기 활용은 본성상 전략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모든 핵무기가 전략핵무기라고 주장했다. 보통 전략핵무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무기를 장착하는 장거리 폭격기를 말하고 그 밖의 것들을 전술핵무기라고 부른다.

미국의 전술핵무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레디앙 칼럼 〈사용가능한 핵무기, 한반도로 돌아오나?〉를 참조. 사회진보연대 자료실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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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공유는 무엇인가

 
보고서는 핵공유에 관해서 여기서 언급을 멈추고 있으므로, 만약 핵무기 공유가 현실화된다면, 실제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는 순전히 추측에 기댈 수밖에 없다. 후속 언론분석을 종합해 보면 얼마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정치적, 군사적 제약조건 때문에 만약 한국과 일본에 직접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게 어렵다면 전술핵을 한국과 일본 영토 내에 두지 않고 괌 미군 기지에 보관할 수 있다. 한국은 2021년까지 F-35A(공군용) 전투기를 40대 도입하기로 했는데, F-35A는 핵무기탑재도 가능한 이중기능항공기(DCA)다. 일본은 이미 42대를 구매했고 지난 2019년 5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105대를 추가 구매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보다 30%가량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일부 기술을 이전 받고 최종 조립공장, 그리고 정비창도 지을 수 있게 계약을 맺었다. 한국은 기술 이전 없이 완제품만 구매하는 계약이다.)
 

한국의 한반도비핵화선언과 일본의 비핵3원칙의 우회로인가

 
그렇다면 보고서가 말하는 ‘정치적, 군사적 제약’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일본의 ‘비핵3원칙’, 한국의 ‘한반도 비핵화선언’ 또는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을 뜻할 것이다. 먼저 일본의 비핵3원칙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핵무기는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정부의 기본정책인데, 이는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표명했다. 1971년 일본 중의원은 비핵 3원칙 준수 결의를 채택했으며, 그 후로도 일본의 역대 정권은 국회 답변을 통해 비핵 3원칙의 준수를 강조했다.
 
다음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이란 무엇인가? 잘 알려진 것처럼 1992년 1월 31일 남북간에 체결된 선언으로 그 1조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공식 폐기했는가? 북한은 2003년 5월 조선중앙통신 상보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압살 책동에 의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백지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2016년 시점에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올해에도 미국 측 인사들, 곧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나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비건 대표는 “지난 25년간의 대북 외교가 정치적 이견 속에 수렁에 빠졌고 꽤 비참한 성과가 났다”면서도 “1992년 남북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작된 성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는 식으로 비핵화 공동선언을 언급했다. 즉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근거로 북한에 대해 비핵화 협상을 압박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괌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한국이나 일본이 보유한 신형전투기가 핵무기를 탑재하여 핵공격을 가한다는 것이 과연 한반도 비핵화선언이나 일본의 비핵 3원칙이 허용하는 바인가? 분명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도입하는 것이나(한국에는 1991년 이전까지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일본에 역사상 최초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비해서는 각국 국민의 정서적 저항감이 다소 적을 수도 있으리라 예상해볼 수는 있겠다. 현재 시점에서 당장 핵 공유가 실시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미국의 구상이 어떤 경우에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거리 핵미사일 아시아 배치: 한국에 올 것인가?

 
한편, 마크 에스퍼 미 신임 국방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탈퇴한 다음 날인 2019년 8월 3일, “새로 개발하는 중거리 순항 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중거리핵전력조약은 무엇인가? 이 조약은 1987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것으로 핵탄두를 장착하는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한 합의다. 즉 사거리 500~5,500km인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그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미국이 조약 탈퇴와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언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가? 에스퍼 장관 본인이 청문회에서 말한 바는 이렇다. “러시아뿐 아니라 향후 중국과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 INF 사거리(500-5,500km)의 미사일을 자체개발해야 하며, 중거리 미사일 요격에 실수가 없도록 미사일 방어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중거리 핵전력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2019년 1월 중국 로켓군(핵무기 전담군)이 북부 네이멍구에서 두 발의 둥평(DF)-26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CCTV를 통해 내보냈다. 사거리가 최장 5,500km인 둥펑 미사일은 ‘괌 킬러’라고 불리며, 동시에 미국 항공모함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에 탈퇴하면서, 이번 기회에 아시아에 새로운 옵션을 추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의 중거리 핵미사일은 한국에 올 것인가? 아직까지는 한국이 후보지에 오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워싱턴의 군사문제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보고서, <미국의 전구급(Theater) 사거리 미사일 재도입>에서 대만 침공과 같은 중국과 분쟁에 대비해 일본 오키나와에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 괌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일본을 핵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에선 이미 한반도에 배치한 단거리 미사일 외에 일본에서 중거리 미사일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신속하게 제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즉, 아직 중거리 핵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한미일 핵공유, 중거리 핵미사일 아시아 배치 제안의 함의는 무엇인가

 
중국이 핵전력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확장할 때, 미국이나 일본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나 낙관적인 희망일 것이다. 미국 국방대학 보고서의 주장처럼, 작전환경의 변화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핵무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고, 미국 핵전력도 지속적인 현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압박도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핵공유나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가 현재 시점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국면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불행히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좌초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종의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급부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할 때라면,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항상 내놓는 정치세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일단 심리적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미일 핵 공유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해서,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하는 날이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핵 교환, 즉 핵전쟁은 상호절멸을 의미할 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절멸을 향해 추동하는 힘을 막기 어려운 국면이 올 수도 있다.
 
기실 지금까지 언급된 국가들, 즉 한편으로는 미국, 한국, 일본과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은 모두 6자회담에 참여한 나라들이다. 6자회담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이 모두 핵무기 현대화를 꾀하고 핵무력 증강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이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 현대화를 추구하면서 핵프로그램을 팽창시키고자 한다면, 동아시아는 절멸의 가능성을 축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멸의 길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출발점이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축으로 하여, 일본의 비핵3원칙과 평화헌법을 지지대로 하여, 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을 위한 노력만이 절멸 위험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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