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9.11.11

검찰개혁인가, 수사기관의 과대팽창인가?

수사기관의 과대팽창은 곧 집권세력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의미할 뿐이다

사회진보연대
 
 
2019년 4월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혁안, 2개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일반 상임위가 아닌 특위가 패스트트랙을 지정한 것은 국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언제 가능하냐는 해석 논란 끝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월 3일에 부의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11월 27일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부의된다.
 
우리는 이미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정당의 극심한 대립을 목도했다. 따라서 본회의 전에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다시금 격렬한 대립이 재연되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그 명분으로 ‘검찰개혁의 완수’를 내걸었다. 조국 전 장관은 사퇴했으나, 상처를 입은 청와대와 여당은 오히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야 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문제를 두고 지금까지 수많은 의문과 우려가 제기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모든 의문과 우려는 개혁을 반대하는 보수진영이나, 검찰편향적인 지식인, 언론의 트집잡기에 불과할까. 우리는 검찰과 경찰이라는 기존 수사기관의 요구와, 공수처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구성하자는 주장이 조합된 결과, 현재 구성된 검찰개혁안이 사회악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수사기관들의 과대팽창을 촉진하리라 우려한다. 그 결과 정치의 측면에서나 사회의 측면에서 수사기관의 과잉권력이 오히려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과잉권력은 결국 집권세력의 자의적 권력행사와 직결될 것이라 판단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왜 경찰은 검찰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되었나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문제는 한국 역사에서 매우 뿌리 깊은 쟁점이다. 어떻게 현재와 같은 검경수사권 구조가 형성되었나를 따져보려면 1945년 해방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45년 12월 미군정이 발표한 훈령은 검사의 선결직무는 공소에 있고, 세밀한 조사는 검사의 책무가 아니라고 하여 미국식 검사-경찰 관계의 구축을 염두에 두었다. 그렇지만, 해방 이후 경찰은 일종의 준군사조직(국립경찰부대)로 창설되어 훨씬 더 외부의 개입을 거부하는 중앙집권적인 조직으로 재편되었고,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했으며, 정치권력에 기대어 법원과 검찰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이 때문에 미군정 이후 형사사법제도 개혁의 이슈 중 하나로 행정경찰(치안유지, 질서확립, 범죄예방, 진압 활동)과 사법경찰(수사, 기소, 재판활동)을 분리하고 사법경찰을 완전히 검찰에 직속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곧, 경찰을 검찰에 직속시키는 것이 ‘수사민주화’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했다. 이는 일제 시기 경찰의 극히 부정적인 양상, 즉 경찰의 광범위한 독자적 강제수사권과 (고문을 포함해) 극도로 가혹한 수사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 결국, 형사사법제도 개혁은 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로 귀결되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경찰유치장 감찰권, 사법경찰관 체임권(교체임용 요구 권리)이 승인되고, 영장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하며,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약화시켰다. 이렇게 형성된 검경수사권 구조는 현재까지 그 뼈대를 유지하였다. 결국 검찰-경찰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계기를 경찰 스스로 걷어찬 셈이며, 그 근본적 원인은 경찰의 뿌리 깊은 인권유린 ‘체질’에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다시금 검경수사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경찰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있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것인가? 경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믿을만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다만, 검찰에 대한 (특히 여권과 그 지지자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슈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여전히 정치편향적인 검찰을 개혁해야 하고, 그 방법은 수사는 경찰이, 소추는 검찰이,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는 방식으로의 변화, 즉 검찰권한 분산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2018년 6월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정부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바른미래당 채이배 의견 대표발의), 검찰청법 개정안(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으로 발의되었다. 그 개요만 간단히 언급하면 이렇다.
 
1. 경찰이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개시한다: 현행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했으나, 개정안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할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바꾼다.
 
2. 경찰이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종결한다: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3.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영장청구를 위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 부당할 때)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4. 단 다음과 같은 범죄의 경우,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1)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2)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5. 피의자 인권침해 관련: (1)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볍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피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2)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
 
현재 검경 간 논란은 2번과 3번 사항, 즉 경찰의 수사종결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는, 본질적으로 사법활동인 수사의 종결을 사법부 또는 ‘준사법부’(검찰)가 아닌 곳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검찰의 사후적 개입이 적절하게 이를 통제할 수 있겠냐는 쟁점이 떠오른다. (이는 형벌권의 주체가 국가 곧 사법부라는 유럽 대륙식 사법이념과 제도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인 수사판사나 치안판사, 또는 ‘준사법부’인 검사가 수사의 최종적 종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경찰권력의 거대한 팽창, ‘경찰국가’로 회귀를 막을 수 있나

 
 
그렇지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경찰이 단독으로 수사를 단독으로 개시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여기서 검찰과는 다른 경찰 조직의 특이성을 자세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검찰은 (현실적으로 수많은 문제가 있으나 어쨌든 원리적으로는) 검사 개개인이 검찰권을 행사하고 따라서 개별 검사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의 보조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검사에게 직무독립성과 신분이 보장된다. 반면 경찰은 원리적으로 행정기관으로, 행정기관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 기관이다. 경찰에 대해서는 직무독립성이나 신분보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수사권이 경찰청 내의 수장에게 집중된다.
 
둘째, 경찰청 내 수장을 정점으로 수사권의 권능이 십수만 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찰에게 부여된다.
 
셋째, 경찰은 치안유지와 질서확립, 시위진압이라는 임무가 부여될 뿐만 아니라 수천 명에 이르는 정보경찰도 존재한다. 정보권과 확보하고, 치안유지와 시위진압이라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는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정보권과 수사권을 결합할 때, 안전기획부(안기부)와 같은 괴물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보유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넷째, 종합해 보면, 검찰의 경우,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검사 간 격벽을 설치하여 대통령의 개입을 막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역으로 경찰의 경우는 ‘정치경찰’이 되지 않는다는 충분한 보장이 있는가. 검찰에 비해, 그 격벽이 오히려 더 취약하지는 않은가.
 
이러한 우려를 얼마간 인정하는 듯, 2019년 5월 당정청은 경찰개혁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첫째, 경찰청 내에 경찰청장과 독립된 국가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경찰과 일반경찰을 분리하고,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만 받게 한다. 둘째, 정보 경찰에 대해선 활동범위를 법에 명시해 외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안은 얼마나 유효한가. 검찰의 ‘셀프개혁’은 믿을 수 없지만, 경찰의 ‘셀프개혁’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는 어떤 근거가 존재하는가.
 
 

수사기관의 강압적 수사를 막을 방안은 충분한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수사기관의 강압적 수사를 막을 방안은 충분히 검토되었나 의심스럽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대체로 모델로 삼는 영미식 이념과 제도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적용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영미식 접근법은 형사재판도 민사소송처럼 사적인 개인 간 분쟁으로 간주하는 전통에 입각해 있다. 그래서 시민이 직접 사실을 확인하며(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 제도가 일찍이 성립되었다), 사법관은 공방절차를 주재, 관여할 뿐 스스로 조사활동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영미법계에서 경찰에게는 구속권을 비롯해 직접적, 사법적 수사권한이 없으며, 검사도 수사절차의 주재자가 아니라 피해자나 경찰을 대리한 소송의 당사자일 뿐이었다. 그래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고, 행정경찰과 대별되는 사법경찰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피의자의 경우에는,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발달했고, 고소·고발인에게는 변호사나 사설탐정이 중요하다. (다만 영국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사절차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미국의 경우는 일찍 검사제도가 도입되고 수사경찰도 등장하게 되었지만, 그들에 대해 가해지는 제약이 매우 크다.)
 
요약하면, 영미식 전통은 재판을 중심에 두고, 경찰이나 검사의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재판에서의 진술과 증거가 중요하며, 재판에서 고소·고발인이나 피의자 당사자에게 대등한 기회를 보장한다. 물론 영미식 제도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천을 겪었지만, 그러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검사가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영미식 모델을 도입하자고 하면서, 그 모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국가형벌권의 통제와 인권보장이라는 이념을 무시한다면 그 의미가 완전히 퇴색될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을 때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한가. 예컨대,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이 기본 모델이라는 지향은 왜 동반되지 않는가. 다시 말해 수사 기간 동안 구속이 적절한지 여부는 왜 검토되지 않는가. (한국은 무려 30일간 구속할 수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불구속 재판이 보장되지 않는가. (예를 들어, 보석 가능성이 반드시 고지되어야 하지 않는가.) 또한 왜 피고인이나 변호사의 인정이라는 조건을 달면서도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을 여전히 유지하는가.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에 집중한다는 원칙과 배치되지 않는가. 시민이 참여하는 대배심제도나 그에 준하는 시민감시제도는 전면화될 수 없는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해 하나 더 지적할 것이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일종의 ‘타협책’인 결과, 검찰은 여전히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는 사실 ‘권력형 사건’의 대표적 목록이다. 이러한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한이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조정하냐는 문제는 어찌보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바는 검찰과 경찰 모두 이를 수사할 권리를 부여 받는 셈이고, 수사의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도리어 수사 활동의 총량적 팽창을 촉발한다는 말이다.
 
 

공수처는 집권세력의 상설 ‘사정기구’로 기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검찰과 경찰, 양자에 또 하나 덧붙여지는 수사기관이 바로 공수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공수처 법안은 민주당(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권은희 의원) 안이다. 일단 민주당 안을 기본으로 설명하고 바른미래당 안의 차이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간략히 설명해 보겠다.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표1], [표2]를 참조하라.)
 
1.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대통령 소속 정당) 2명, 야당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한다. 재적위원 4/5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7명인 경우 6명 이상의 찬성.) → (바른미래당 안) 국회 인사청문회뿐만 아니라, 국회동의를 거친다.
 
2. 수사처 검사는 인사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25명 이내.) 전직검사는 최대 1/2로 제한한다. 인사위원회는 처장, 차장, 법무부차관, 법원행정부차장, 국회의장과 교섭단체대표의원이 협의하여 추천한 3인 (총7인)으로 구성한다. 인사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 (바른미래당 안) 수사처 검사는 인사위원회가 추천하고 처장이 임명한다. 전직 검사의 비중 제한은 없다. 인사위 구성의 경우, 법무부차관 대신 대한변협 회장이 참여하는 차이가 있다.
 
3. 공수처가 직접 공소제기,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대상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다.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 (바른미래당 안)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 의결하기 위해 기소심의위원회 구성한다. 기소심의위원회는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 추출을 바탕으로 7-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그렇다면 공수처에 대해서 어떤 우려가 제기되었는가?
 
첫째, 공수처장 임명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추천위원 중에서 법무무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나,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여당(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2명 참여한다. 야당 2명과 대한변협 회장도 참여하므로 청와대와 여당이 추천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재적위원 4/5 동의로 가결된다고 하여 넘어야 할 허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바른미래당은 여기에 국회동의 과정을 추가했다. 하지만, 어쨌든 청와대와 여당이 기피하는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가능성은 없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둘째, 공수처장 임명이라는 허들을 일단 넘으면, 공수처 구성은 청와대-여당-처장의 의지대로 일사천리로 구성될 수 있다. 수사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에 민주당 안과 바른미래당 안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차피 과반수 의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여당세력이 좌우할 수 있다. 수사처 수사관도 마찬가지다. 수사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30-40명으로 구성되므로,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고 훨씬 더 단일한 정치색을 형성하기 쉽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공수처는 집권당의 상설 사정기구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 안처럼 기소심의원회가 구성되면 기소 여부에 얼마간 여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과정 자체가 수사대상에 대한 엄청난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보통 사정이 대통령과 집권당이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이라면, 특별검사 제도는 야당이 집권당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동원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현재 공수처를 ‘상설특검’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상설특검법’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제정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그렇지만, 상설특검이나 공수처는 야당이 집권당을 견제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집권세력이 야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드루킹 사건, 왜 상설특검이 활용되지 않았나

 
 
상설특검 도입 후, 실제로 그에 따라 특검이 임명된 적이 없다. 왜 그런가? 특검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이 공수처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검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에서 추천한 4명 등 총 7명이고, 과반수로 의결한다. 추원위원회가 추천한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즉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구성이 공수처와 매우 유사하고, 따라서 여당에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드루킹 사건의 경우, 상설특검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별도 특검 법을 제정했다. 별도 법에 따라 특검은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야권 교섭단체 3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의원모임)이 2명을 선정하여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임명하게 하였다. 여당의 입김을 강하게 제한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정부 당시 제정된 상설특검이 야권이 여권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드루킹 특검에서 예증되었다는 뜻이다. 만약 상설특검과 유사한 구조로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야권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형태가 되어 여권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어쩌면 공수처의 관할이라는 명분으로, 야권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 그 자체를 봉쇄하는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즉 여권이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수처 관할이고, 공수처가 곧 상설특검의 기능을 한다면서 야권의 요구를 봉쇄하려 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역사를 되돌아 볼 때, 여권이 야당이나 정적을 사정할 수단이 부족했던 적이 있는지, 아니면 야권이 여권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 권한 축소의 방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검찰의 ‘인지수사’ 축소다. 검찰이 스스로 범죄 혐의를 인지하여 수사를 개시한다는 것이, 거악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궁극적으로 검찰권한의 비대화를 촉발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인지’를 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적 선택성, 즉 편향성을 지닐 뿐더러, 인지와 수사가 결합함으로써 막대한 권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결정하여 설치하는 (상설)특검과 달리, 공수처 역시 ‘인지수사’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수처의 인지수사 역시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을 유발하고, 권한의 비대화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인가.
 
 

공수처 강행, 정치의 파행을 낳지 않을 것인가

 
 
나아가 이처럼 격렬한 논란 끝에 공수처가 도입된다고 하였을 때, 공수처의 활동에 신뢰가 붙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황희석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 말을 했든 간에, 이는 공수처가 도입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명히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집권세력의 자정 능력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공수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식으로 결코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그가 예고했던 것처럼, 공수처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수사한다면, 검찰의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겠는가. 공수처가 야권 인사를 수사하거나, 검찰이나 법원 인사를 수사 대상에 올릴 경우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겠는가.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다면 공수처의 공정성이 곧바로 도마 위에 오르고, 정치의 파행을 낳지 않겠는가.
 
공수처가 집권세력,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기관이 될 것이냐는 의문이 드는 데는 몇 가지 정황도 작동한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까지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제도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특수관계인(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이나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억압하려 했던 것이 우 수석과 박 정부의 몰락을 촉발시킨 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여당과 청와대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어떤 열의를 보인 적이 없고 실제로 임명하지 않았다.
 
여권 인사는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특별감찰관 제도를 자연스럽게 없애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이 있으면 감사원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나아가 공수처를 ‘감찰기관’으로 이해하는 것은 공수처를 감찰과 수사를 겸하는 초법적 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조국 전 민정수석 시기 동안에 민정수석 자신을 감찰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았고, 도리어 민정수석 본인이 운영하는 산하의 ‘특별감찰반’만 확대되었다. (명칭이 비슷해서 혼동이 있을 수 있으나 엄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우리가 최근까지 분명히 확인했듯이, 집권세력은 자신에게 수사가 향할 때 격렬히 반발했을 뿐, 어떤 겸허한 반성도 보여주지 않았다. 김경수 지사와 관련된 드루킹 사건에서도 그러했고, 긴 말 할 것 없이 조국 전 장관 가족과 본인에 대한 수사에서 그러한 태도는 정점에 이르고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이념을 집권세력이 스스로 부인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수사는 마치 원천적으로 부당하다는 식의 사고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집권세력이 구성과 운영에서 구조적 우위를 누리는 공수처가 집권세력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위한 도구가 되지 않으리라 누가 기대할 수 있겠는가.
 
 

수사기관의 팽창, 수사기관 만능주의

 
 
한편, 공수처 도입의 명분으로 언급되는 검찰 권한의 분할이라는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사실 고위공직자의 부패, 비리는 대부분 고위공직자가 아닌 민간과 연관고리를 맺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종합하여 볼 때, 민간으로부터 시작하는 부패, 비리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직자-민간인의 수사 구획화가 수사의 허점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즉 공직자는 검찰의 수사에 관할권 문제를 들어 협조하지 않고, 민간인은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 역시 관할권 문제를 들어 협조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정반대다.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어떻게든 수사성과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모든 조직은 기본적으로 조직논리에 따라 팽창을 지향하고, 더 많은 권한과 자원을 확보하고자 시도한다. 수사기관의 팽창, 즉 더 많은 수사기관, 더 강력한 수사기관은 과연 바람직한가. 수사기관의 팽창은 사회악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지 않겠는가. 이는 국가가 형벌의 주체라는 관념을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 수사 만능주의, 수사기관 만능주의를 낳지 않겠는가.
 
 

누가 집권세력을 감시, 비판할 것인가

 
 
상황을 종합해보자. 경찰은 치안유지와 시위진압, 정보수집이라는 역할에 더하여 수사의 개시와 종결의 일차적 책임이라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십만 명이 넘는 인원에 상명하복의 조직구조를 지닌 경찰이 수사권이라는 권능까지 부여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집권세력의 경찰 장악을 막을 격벽마저 취약하다면 또 어떤가. 국가수사본부 구성과 정보활동 제한이라는 ‘셀프개혁’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또한 그 구성에 있어서 청와대와 여당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공수처는 7-8000명에 이르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검찰, 판사에 대한 기소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공수처는 상설특검의 확대라고 말하지만, 야당이 여권을 견제하기 위한 최후수단 중 하나인 특검을 봉쇄할 여지마저 있다. 공수처의 ‘인지수사’는 정치적 편향성과 권한의 비대화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검찰도 ‘권력형’ 사건에 접근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경찰, 검찰, 공수처 등 복수의 수사기관이 각각 자신의 권능을 뽐낼 기회를 찾고자 할 것이다. 권한과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근거를 증명하고자 경쟁적으로 수사에 몰입할 수도 있다. 이는 수사 만능주의, 수사기관 만능주의를 낳을 것이며, 정치와 사회 전반에 감시, 수사, 처벌이 능사라는 식의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며, 이는 일종의 ‘공포정치’를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조건을 창출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현실이 바람직한 개혁의 상일까? 검찰개혁을 옹호하는 논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사기관 간 권한분산과 상호견제에 따라 이상적인 균형을 달성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수사권력의 과잉팽창을 의미할 것인가. 이처럼 과잉팽창된 수사권력을 집권세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그 결과는 지극히 파괴적일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란 사법과정, 즉 고소·고발과 수사, 처벌이 곧 정치의 첫 번째 수단이 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결국 집권세력이 사법과정이라는 무기로 정치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경찰의 정보와 치안, 수사 기능이 결합할 때, 노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운동에 대한 경찰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방증하듯, 현재의 ‘검찰개혁안’은 영미식 제도를 모형으로 한다면서도, 국가형벌권을 최대한 제한한다는 문제의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거악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의구심과 우려가 분명히 제기되었지만, 이른바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의 일부는 마치 검찰개혁이 우리가 직면한 모든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만병통치약인 듯 신비화하고 있다. 기실 일부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은 이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도 집권세력에 동조하거나 비호하는 데 동참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책무를 자임하는 집단마저 정당한 의구심과 우려에 침묵하고, 도리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면, 누가 그 감시와 비판의 임무를 담당할 것인가. 누가 거대하게 팽창하는 수사기관의 등에 탄 집권세력에 대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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