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19.11.15

토크쇼 “위기의 아시아: 노동자들의 새로운 투쟁” 참관기

노동권 후퇴에 맞선 아시아의 노동자운동

사회진보연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나라에서 노동이 불안정화되고 불평등이 확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동권의 후퇴 역시 만연하고 있다. 세계의 노동권 후퇴는 각각의 국가에서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표방한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공통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투쟁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노동현장의 불안전으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정부의 물리적인 탄압에 의해 노동조합 활동가가 죽음에 이르는 사례는 2020년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에서 충격적인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1월 8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는 ‘위기의 아시아 : 노동자들의 새로운 투쟁’ 토크쇼가 개최되었다. 이 토크쇼에는 아시아 각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토론토 공항 노동조합 소속 활동가까지 다양한 활동가들이 모여 자국 노동조합의 현황과 처해있는 조건들, 이를 바꿀 노동조합의 행동방향과 실제 수행한 활동 등을 공유하였다. 각 국의 사례 발표 속에서 서로 배울 점들을 나누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노동권 후퇴의 흐름을 막아낼 수 있는 세계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나라 이름을 가리면, 하나의 나라인가 싶은 익숙함

 
이미 발제를 하기로 했던 홍콩노총 조직간사 마틴, 필리핀노총 조직가 다니엘 에미르 투마논, 인도네시아금속연맹 하리 유니타사리 등 3명의 활동가뿐 아니라 대만, 캄보니아, 태국에서 참가한 3명의 활동가까지 총 6명의 활동가가 자국의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발표를 진행하였다. 총 6개의 다른 사례발표가 있었던 셈인데, 각국 정부가 노동권을 어떻게 후퇴시키고 있는지, 노동운동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그들의 발표는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기에 오히려 놀라웠다.
 
먼저 필리핀노총의 마지 보로네오 로살리조스 활동가의 발표에서 제시된 필리핀의 핵심의제는 간접고용축소와 외주화 제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보장받는 것이다. 특히 기본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관련하여 사례를 발표하였다.
 
필리핀은 대중교통이 제대로 정비되어있지 않아서 10km이상의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는데, 그러다보니 출근 3시간, 업무 8시간, 퇴근 3시간이라는 일과를 수행하게 된다. 당연히 육체적으로 고단하며 정신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시간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과도 연결되는데, 대부분의 사업장이 외근 시에 외근지까지 이동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산정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이동 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열악한 대중교통상황과 연결시켜보면, 이동 과정에서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함에도 사측은 이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리노 활동가의 발표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규제의 철폐를 천명하였는데, 그 규제는 바로 고용관련 법안을 의미한다. 고용관련 법안은 퇴직금, 생리휴가, 노동시간규제 등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파업제한, 시위 제한, 임금인상을 제약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악을 통해 노동조합의 근본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경제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공장을 강제로 이전시키고 있다. 공장 이전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이전된 지역의 노동자들은 임금인하가 발생하여 노동의 불안정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만 타오위안시노총 예친위 활동가는, 대만은 최근에서야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서서히 생기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2016년에 진행된 노동자 투쟁의 5대 요구는 정년보장,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장, 정치파업권리, 공공서비스 노동자 권익향상이었다.
 
특히 올해 대만의 항공회사인 에바(EVA)항공에서 승무원 2350명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을 진행하였는데, 정부는 파업에 대한 협의서를 체결하고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노조의 투쟁이 사회적으로는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에 대한 반대로 이해되는데,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국민당에 대한 지지활동으로 이해하여 너른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캄보디아 교원노조의 중앙위원인 롱림 활동가는 캄보디아가 ILO협약을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약을 이행하는 국내법이 오히려 노조설립을 제한하는 역설적인 상황임을 지적했다. 롱림은 “인권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캄보디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모든 요구를 무시하고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태국공공노총의 차이 치나파이로 활동가는 현재 태국 내 집권 정부가 쿠데타 세력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여당 당수가 군부세력 출신이기에 독재에 가깝다고 정치상황을 평한다. 이런 정치상황 속에서 노골적인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규모 시위를 주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구속되는 심각한 물리적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간접고용, 하청노동자 등은 노조설립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노동운동에 대한 물리적 탄압, 그 중에는 심지어 살해되는 극단적 사례까지 존재했다. 필리핀에서 ‘데니스 세케냐’라는 노조간부가 자신의 거주지 인근 지역의 노조설립을 위한 활동 중에 습격으로 사망하였다. 그는 43번째 노조간부 살해사건의 피해자였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시위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탄압으로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특정한 나라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그럼에도 노조간부이기에 살해당할 수 있고 그렇기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가진 노동조합의 현실은 현재 시점에서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홍콩은 현재 홍콩시위로 인해 노동권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이 존재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업주들이 노동자의 시위참가에 암묵적인 동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시위대에 있어서 유의미한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약간은 다른 결의 쟁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시위과정에서 파업이 필요할 때에는 노총에 자문을 구하고 노총 역시 어느 정도 개입을 하고는 있지만, 딱 그 때뿐인 노동운동의 영향력을 어떻게 재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의 위기 속에 한 나라만의 위기란 없다

 
참가국이 처해있는 현실적 조건이 매우 유사한 만큼 각국이 어떻게 대응해 왔었는지, 그리고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서로에게 큰 시사점을 남길 수 있었다.
 
필리핀 노총(SENTRO)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이라는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젊은이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기술교육과 직업훈련을 노조에서 제공하려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를 노조가 제공하여 노조의 역할을 확대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노조 간의 협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속연맹은 고용정책 개악을 거부하고 재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10월에는 주요 10개 지역에서 파업을 조직하기도 하고 다른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에는 주요 야당이라고 부를 만한 당이 없어서 민중의 열망을 제대로 국정운영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에 대표들을 파견하고 있고, 지방의회에도 파견하고 있다.
 
대만의 타오위안시 노총은 전국을 도보순회하면서 요구안의 내용을 알리는 활동을 벌이는 등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한다는 의식이 생긴 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 조건 상 노동운동의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에바항공의 투쟁은 많은 승무원이 투쟁에 참여했고, 투쟁 1년 간 진행된 3~4회의 교육에서, 교육마다 1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는 등 열정적으로 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인권을 이야기해야할 정도로 정부의 탄압이 심각한데, 모든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최저임금인상, 외주화 반대, 여성노동문제 등에 대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태국의 공공부문노총(State Enterprise Workers' Relations Confederation, SERC)은 대규모 시위를 주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부가 구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서 시위 이외에 다른 방식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태국의 노동법에 따르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하나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데, 따라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의 사각에 놓여있다. 단체교섭권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공공부문노총이 자신의 교섭력을 이용하여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을 조직하여 함께 요구안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가로 발제한 홍콩건설노조의 람 시우 메이 활동가는 온라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활동가들은 자발적으로 형성된 텔레그램 채널에 참여하여 시위를 어떻게 조직하는지, 어떻게 내용을 알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 조언하면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이 텔레그램 채널의 관리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만들어 노총의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노총의  노조가 직접 주도하지 못하는 이런 활동에 대한 의미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새로운 노조가 조금씩 설립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위의 과정에서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면 총파업이 필요함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노총은 이런 새로운 노조와 관계를 맺고 함께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각국의 노동자운동 현황을 발표하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홍콩(메이), 홍콩(마틴), 대만, 태국의 활동가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국제연대, 당위를 넘어 한걸음 더 내딛기 위해 

 
토크쇼는 세계적인 위기 속에 한 나라만의 위기란 존재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각국의 노동조합이 비슷한 양상의 탄압과 위기를 겪고 있으며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자체로 국제주의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참가국 모두가 국제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류하는 장은 더 많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각 국의 문제를 확인하고 대응을 함께 고민하는 가운데 국경을 넘어 단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운동도 국제주의를 지향해야한다는 구호는 더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 토크쇼에서 다뤘던 맥락에 더해서 세계적인 공급사슬에 대한 노동운동 관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가령 세계적인 자본의 공급사슬 속에서 국가 간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일례로 해외공장이전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공장을 무한정으로 국내에 잡아둔다거나 공급사슬 내에서 국가별로 생산량을 적당히 잘 나눠 갖자고 해결될 수 없다. 이를 넘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결국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의 국제주의는 노동자운동이 생산을 어떻게 총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 즉 세계를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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