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1.06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 근본적 원인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

사회진보연대
미군이 지난 1월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 군사령관을 바그다드에서 살해했다. 테러 단체 같은 군사조직이 아니라 유엔 가입국의 공식 군대 최고사령관을 국제사회의 아무런 동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암살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미국 언론들은 이번 표적 암살이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충동적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한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국내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트럼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미국이 그간 중동에서 만든 폭력과 혼란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긴 것일 수는 있지만, 그 탄환을 장전해놓은 것은 부시, 오바마를 비롯한 역대 미국 정부들이었다.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만큼이나 현 사태의 원인과 전개 방향 역시 단순하지는 않다.
 
우리는 본 글에서 미국이 중동의 무질서와 폭력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또 다른 패권 전략이 펼쳐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도 중동과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미군의 드론 암살은 현 주한미군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만든 중동의 무질서와 솔레이마니

 
중동 전문가들은 암살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를 하지만, 솔레이마니가 중동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의 핵심 인물이란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솔레이마니가 이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는 이라크, 시리아, 예멘,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군사, 테러조직들을 지원해왔다. 솔레이마니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친미 연대(쿠웨이트, 에미레이트, 바레인 등)의 대척점에 있는 중동 반미 연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진짜 영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솔레마이니의 사진을 든 이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솔레이마니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미국 스스로가 만든 중동의 혼란이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의 무질서는 지역을 지배하려는 이란의 전략이나, 시아와 수니 간 종파적 차이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 현재 나타나는 폭력의 패턴은 2001년 이후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중동지역을 지배하려 했던 활동에 뿌리를 둔다. 9·11 이후 미국의 군사적 간섭은 안정적인 지역 안보 구조를 수립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함께 이라크 국가가 붕괴했고, 초민족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봉기와 테러가 확대됐으며, 사우디는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으로 지역 정치를 확대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2010년대부터 중동 지역 질서를 형성하려는 시도 자체를 축소했다. 미국은 더욱 저렴한 개입 전략으로 대규모 군대 주둔 대신 민병대 같은 비국가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특수부대는 네트워크 형태의 전투법과 반테러리즘 활동을 발전시켰고, 정보기구는 민병대와 특수훈련을 받은 지역 반테러리즘 부대를 지원했다. 이러한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더 심화하였고, 상호거래적 형태로도 발전되었다.
 
미국의 이런 전략은 오늘날 보고 있듯이 오히려 지역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했다. 미국이 만든 혼란 속에서 중동의 지역 강국들은 자신의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했고, 타국 내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내전에 개입했다. 이는 미국이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회운동포커스 “미국의 간섭주의, 예멘의 파국을 낳은 지정학적 뿌리” 참조)
 
솔레이마니의 주요 활동 공간이 바로 미국이 실패한 곳이었다. 그는 이란이 중동 지역의 타국에 개입하는 선봉대였고, 또한 가장 성공한 사례였다. 그가 쿠드스의 수장으로 있던 20여 년은 미국이 중동에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킨 시기와도 일치한다. 그가 상징하는 것은 반미만이 아니라 중동 강대국의 타국에 대한 지역 개입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자신들이 만든 혼란의 결과를 표적암살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앞서 보았듯이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아도 폭력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주한미군에도 요인 암살용 드론이 있다.

 
이번 미군의 표적암살 사건은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미국은 동맹국에 우회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었다. 한국에 대한 요청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한국이 이란과 교전국이 될 수도 있는 상항이다. 더불어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파트너란 점도 동아시아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은 석유 자원 확보에 있어서 중국에 핵심적인 국가이다. 2019년 여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할 당시에도 중국은 이란과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도 지킬 동맹국’이라며 상호 신뢰를 확인했었다.
 
주한미군 무인 항공기(UAS) 그레이 이글(MQ-1)
 
특히 이 사건이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신호로 해석될 경우에는 그야말로 심각한 군사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는 이미 미국의 무인정찰기와 폭격기가 배치되어 있다. 주한 미군에는 리퍼보다 다소 작은 '그레이 이글(MQ-1C)'이라는 요인 암살용 군사용 드론이 배치돼 있다. 미군은 2018년 그레이 이글을 군산의 미군 기지에 12대 배치하고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북한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폭격한다는 코피 계획에 이 드론이 언제든 이용될 수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 드론과 코피 계획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한 적이 있는데, 이란군 실세의 암살로 북한의 우려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반대한다! 한국 정부는 미군의 전쟁 도발에 협력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현실은 동아시아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정치, 군사적 영향력의 쇠퇴가 더 평화롭고 조화로운 국가 간 체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쟁하는 지역 강국 간 폭력과 무질서로 빠져드는 위험을 의미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의 패권 전략 변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진출하는 곳도 문제이지만 미국이 떠나는 곳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이 들어가는 곳에는 미군의 폭력이, 미국이 나오는 곳에는 무질서의 폭력이 발생한다.
 
대안적인 지역 질서를 구축하려는 매우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기존 갈등의 선들을 따라 국가 간 충돌이 다층적으로 발생하는 무질서가 도래할 수 있다. 동아시아는 작년 한일 갈등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큰 잠재적 갈등들이 존재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호전적인 군사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사회운동은 중동 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드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적대적 군사행동을 규탄하고 이에 호응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코피 계획과 주한미군의 공격용 드론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운동은 미국 제국주의가 만드는 무질서와 폭력을 어떻게 평화적 지역 질서로 방지할 것인지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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