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3.23

[경제해설] 코로나 경제위기① 미국 연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연준이 미국기업 회사채를 사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나?

사회진보연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들어서면서 2007-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거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보건상황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 둘째, 그 영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셋째, 얼마나 많은 나라가, 얼마만큼의 강도로 영향을 받을 것인가. 넷째, 어떤 부분에서 생산의 중단, 혼란이 뒤따를 것인가. 다섯째, 그러한 생산중단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가 하강나선에 빠져버릴 것인가 등등. 이제 막 이러저러한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세계의 어느 누구도 확실한 답을 알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2007-9년 금융위기 직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때, 많은 사람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으로 문제가 제한될 것이며,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 예견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가?
 
물론 2007-9년과 현재 상황을 유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논자도 많다. 즉 2007-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부문의 충격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었지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공중보건의 위기이고 엄격한 억제 조치(격리, 이동금지, 공공집회 제한 등)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조기에 억제, 완화한다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 이미 세계경제의 침체경향이 역력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다음 글들을 보라.)
 
 
우리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행정부가 취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살펴봄으로써, 경제당국이 현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를 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의 통화정책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단 통화정책에 주목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가 나오면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분석하는 글을 낼 것이다.)
 
전직 연준 의장이었던 버냉키와 엘런은 3월 1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연준은 반드시 장기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라는 글에서 경기침체가 단기에 머물고 금방 회복되리라는 기대는 결코 유일한 시나리오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몇 개월이라도 경제활동이 큰 혼란을 겪거나 중단되면, 그 회복에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심지어는 영구적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건전한 기업이더라도 몇 개월간 수익이 없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 기업이 파산을 선언하면, 정상 활동으로 되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정상적 기업활동에 필요한 숙련노동자를 잃을 수 있다. 소득이 없는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실제 3월 15일, 연방준비은행(연준)은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단기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를 거의 영(0)으로 내리고, 최소한 7,000억 달러의 재무부증권과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 외에도 중요한 계획이 담겨 있지만 차차 설명한다.) 최소한 표면적으로 보면, 2007-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정책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연준의 대응은 왜 중요한가, 또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앞으로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연준의 정책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1. 연준의 대응, 왜 중요한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신용의 대부분은 은행을 통해서 순환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다수의 자금 흐름이 자본시장, 곧 증권시장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연준은 자본시장이 가능한 한 부드럽게 기능하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전 연준 부의장이었던 돈 콘은 이렇게 말했다. “특히 미국 재무부증권 시장은 미국과 전 세계의 여타 증권시장이 작동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만약 재무부증권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모든 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재무부증권 시장과 주택저당증권 시장에서 시장유동성이 최근 들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연준이 증권을 구매하기로 한 결정은 분명히도 재무부증권 시장과 주택저당증권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이 막혀 있다면, 기업은 은행의 신용한도까지 돈을 빌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은행은 재무부증권이나 다른 증권을 판매하거나, 다른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잉은 138억 달러의 은행 신용한도까지 모든 돈을 대출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힐튼, 에어프랑스-KLM 그룹도 마찬가지다. 만약 연준이 은행에 무제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은행은 신용능력을 높일 수 있다. (보잉은 정부와 은행에 6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을 요청했다. 보잉은 미국에서만 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최근 대규모 감원을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과거에도 9·11 테러 이후 항공기 수요가 급락하자 2001년에 3만 명을 일시에 해고했었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미국의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가 컸다. 미국 비금융기업의 부채(대출과 채권)는 2019년 1분기 시점에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47%로, 2000년 닷컴 버블 폭발 직전이나 2007-9년 금융위기 직전의 45%를 넘어섰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따라서 연준은 3월 15일 제로금리와 수량완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3월 17일 기업어음(CP)의 무제한적 매입을 선언했다. (기업어음은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그러나 다음 날, 18일에도 기업어음 금리가 더 오르면서 불안이 커지자, 그날 밤 11시 30분이라는 이례적인 시간에 머니마켓펀드(MMF)에 긴급자금을 공급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머니마켓펀드는 기업어음의 주고객이다. 뒤에서 설명한다.) 그만큼 연준이 다급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제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3월 15일 이후 연준이 취한 긴급조치를 차례차례 살펴보자.
 
 

2. 코로나 사태 이후, 연준은 무엇을 했나?

 
 
(1) 연방기금금리 인하: 연방기금금리는 일반 상업은행이 부족한 지불준비금을 채우기 위해 서로 하룻밤 동안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금리다. 한국의 콜금리에 해당한다.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3월 3일 이후로 총 1.5% 포인트 내려서 거의 영에 도달했다. 연방기금금리는 다른 단기금리의 기준점이 되고,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홈에쿼티론(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주택의 순가치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는 것) 등 대출비용을 낮출 것이다. (저축자의 이자소득도 감소시킬 것이다.)
 
(2) 재할인율 인하: 연준은 재할인창구를 통해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인 재할인율을 1.75%에서 0.25%로 내렸다. 재할인율은 이제 2007-9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다. 재할인창구를 통한 대출은 대개 하룻밤 동안 이뤄지는데, 이번에 연준은 그 기간을 90일로 늘렸다. 은행은 현금과 교환하기 위해서 다양한 범위의 담보(증권, 대출 등)를 내놓기 때문에, 연준이 부담하는 리스크가 아주 크지는 않다. 은행은 확보한 현금으로 자기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예금자는 돈을 인출할 수 있고, 은행은 신규대출을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은행은 대체로 재할인창구를 이용하기를 꺼리는데, 그 사실이 바깥에 알려질 경우 사람들이 그 은행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인을 지우기 위해, 이번에 여덟 개의 거대은행이 재할인창구에서 돈을 빌리기로 동의했다.
 
(3) 수량완화: 연준은 앞으로 “몇 달 내로” 최소한 5,000억 달러의 재무부증권과 2,0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발표 전에 재무부증권 시장과 주택저당증권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이를 ‘수량완화’(QE)라고 부르기를 거부했지만, 파월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를 수량완화라고 부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침체(Great Recession) 기간에 연준은 수조 달러어치의 장기증권을 사줬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금융위기 기간을 보통 대침체라고 부른다.) 발표가 이뤄진 후 첫째 날, 연준은 400억 달러어치의 장기증권을 매입했는데, 이는 과거 수량완화가 시행될 때 첫째 달 동안 구입한 액수와 같다.
 
(4) 선제적 정책안내: 대침체 기간에 연준은 핵심 금리의 미래 경로에 대한 ‘선제적 정책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주로는 금리가 계속 낮은 상태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파월도 이렇게 말했다. “경제가 최근 사건들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완전고용과 가격안정이라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올랐다고 우리가 확신하기 전까지”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5) 은행의 대출 장려: 연준은 규제조건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연준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아예 없애버렸다. (지급준비율은 예금액 중에서 예금인출에 대비해서 은행이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준비금 비율을 말한다.) 물론 현재 은행이 지급준비율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 제거는 별로 의미가 없다. 그래서 연준은 은행이 자기자본 규제나 유동성 완충 규제에 묶인 자본을 대출에 사용하라고 장려하고 있다. 그래야 경기하강 국면에서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제도는 은행이 미래에 구제금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자본을 추가로 보유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완충자본은 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기하강 국면에서 활용될 수 있고, 연준은 이제 그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거대은행은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거대은행은 일단 올해 6월 30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금융안정포럼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에 관한 결정은 우리가 보유한 상당한 자금과 유동성을 개인과 중소기업에 최대한의 지원을 하는 데 쓰겠다는 종합적인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6) 국제 스와프: 대침체 기간에 사용된 중요한 정책수단 중에는 국제 스와프가 있다. 즉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달러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자기네 은행에 달러를 빌려줄 수 있게 했다. 그 대신 연준은 달러와 교환해서 외국통화를 얻게 되고, 또한 스와프에 이자를 붙인다. 연준은 캐나다, 잉글랜드, 유로존, 일본, 스위스와 체결한 스와프의 이자율을 낮추고 기간도 연장했다. 또한 국제 스와프를 호주, 브라질, 덴마크, 한국,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으로 확대했다. (3월 19일, 한국과 미국의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발표되었다.)
 
(7)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 제도: 연준은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CPFF)와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 제도(PDCF)를 다시 시작했다. 이 두 가지 제도는 금융위기 당시에 도입된 것으로, 단기대출을 위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 법률에 따르면, 이를 시행하려면 연준은 비상 대출권한을 발동하기 위해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어음 시장은 1.2조 달러에 달하며, 기업은 일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해 무담보로 단기부채를 발행하고, 머니마켓펀드(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실적배당상품) 등이 이를 구매한다.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를 통해서 연준은 자격을 갖춘 기업의 기업어음을 구매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과 같다. 앞으로 석 달 동안 연방기금금리보다 2% 포인트 더 높은 수준에서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연준은 “기업어음 시장이 개선됨으로써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유지할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미국 재무부가 100억 달러를 이 제도에 투입한다. 사실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는 금융위기 당시에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단기신용의 흐름을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어음 시장을 다시 활성화했다. 또한 연준의 입장에서 볼 때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납세자에게 수익을 남겨 주었다.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 제도를 통해서 연준은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24개 대규모 금융기관에 90일간 낮은 이자로(현재는 0.25%) 대출을 제공한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담보물로 주식이나 투자등급 채무증권(기업어음이나 지방채도 포함된다)을 제공한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정부증권을 직접 구매하여 다른 이들에게 재판매하므로, 정부증권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리스크가 큰 자산의 보유를 꺼리고 현금을 쌓아둘 때나, 딜러들이 시장조성자로서 역할을 하면서 축적하는 증권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낄 때, 신용공여 제도는 시장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촉진할 수 있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자격조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대부분 유명한 금융기업이다. J.P. 모건, 바클레이즈 캐피탈, 웰스 파고, 시티그룹, TD 시큐리티스, 모건 스탠리, 캔터 피츠제럴드, 골드만 삭스 등등.)
 
(8) 레포 거래: 연준은 단기금융시장에 현금을 투입하기 위해, 레포(환매조건부 채권) 거래 범위와 한도를 거대하게 확대했다. 레포 시장은 기업이 단기적으로, 보통 하룻밤 단위로 현금과 증권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곳이다. 레포 시장의 혼란은 연방기금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준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일차적 정책도구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레포 거래는 재무부 증권과 기타 정부보증 채권과 교환하여 프라이머리 딜러에게 현금을 공급하는 셈이다. 따라서 재할인창구에 비해 더 광범위한 대출기관에 현금을 공급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기 전, 연준은 1일물 레포에 1,000억 달러, 2주물 레포에 200억 달러를 제공했다. 3월 9일에는 레포 거래를 한 단계 확대했다. 1일물 1,750억 달러, 2주물 450억 달러. 3월 12일에는 더 거대한 확대를 발표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1개월물 레포와, 역시 5,000억 달러 규모의 3개월물 레포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3월 17일에는 최소한 상당한 시간 동안 1일물 레포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요약하면, 이제 연준은 레포 시장에 무제한적으로 화폐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9)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지원: 연준은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지원 제도(MMLF)을 도입했다. 머니마켓(뮤추얼)펀드는 기업어음이라는 기업의 단기 차용증서에 투자했다. 은행이 머니마켓펀드로부터 증권(기업어음, 회사채, 기관채 등)을 사들이면, 그 증권을 담보로 연준이 은행에 자금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은행이 머니마켓펀드로부터 증권을 사들일지 여부는 개별 은행의 판단에 달려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발발 이후로, 투자자는 일제히 머니마켓펀드에서 철수했다. 이러한 유출에 직면해서 머니마켓펀드는 증권을 매각하고자 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 때문에 별문제가 없는 증권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준은 이 제도가 머니마켓펀드를 지원할 것이고, 가계나 기타 투자자의 현금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CPFF)와 마찬가지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무부가 여기에 외환안정화기금에서 100억 달러를 제공한다.
 
 

3. 연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렇다면 연준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화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제 남은 게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연준은 이자율을 영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사실상 이는 은행이 연준에 돈을 예치할 때 보관료를 내는 것과 같다. 미국 외 다른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이자율로 갔지만, 연준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연준은 장기 재무부증권이나 주택저당증권 구매를 늘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장기이자율을 낮추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이자율은 이미 매우 낮다. 하지만 버냉키와 엘런은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무엇인가?
 
(1) 단기대출 입찰 제도의 재개: 단기대출 입찰 제도(TAF)는 재할인창구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은행은 대체로 재할인창구를 이용하기를 꺼린다. 연준은 단기대출 입찰 제도를 통해서 28일 대출물과, 84일 대출물을 경매로 팔면, 대체로 재정상태가 괜찮은 미국은행이나 외국은행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공개시장조작에 비해, 더 광범위한 은행이, 더 광범위한 담보물을 통해 단기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무담보 은행자금조달 시장이 압박을 받을 때 단기대출 입찰 제도는 유동성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 재할인창구를 통한 대출은 정점에 올랐을 때 1,000억 달러를 조금 넘었지만, 반면 단기대출 입찰 제도를 통한 대출은 4,500억 달러에 달했다.
 
(2) 자산담보 대출 제도의 재개: 자산담보 대출 제도(TALF) 역시 2008년 위기 당시에 도입되었던 제도다. 소비자나 소기업에 대한 최근 대출이나 신규 대출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보유한 기관에 연준이 대출을 해줌으로써, 대출기관이 소비자나 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유지하거나 늘리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즉, 이는 위기의 영향을 받은 기업이나 소비자에 대한 대출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의 발행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는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CPFF)와 마찬가지로, 손실이 발생할지도 모르므로, 연준이 재무부나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3) 대출자금 지원 제도: 대출자금 지원 제도(Funding for Lending Scheme)는 영국 중앙은행이나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이미 시행했던 제도다. 은행이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릴 경우에, 중앙은행이 각 은행에 매우 저렴한 장기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대출 프로그램은 은행에 주로 의존하는 대출자가 신용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4)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 제도 범위의 확대: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 제도(PDCF)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기업의 범위를 이미 정해진 24개 금융기관을 넘어 헤지펀드나 여타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버냉키와 엘런은 보스턴 연준의 에릭 로젠그렌의 제안처럼, 연준이 제한적인 양이지만 투자등급 회사채를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는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과 달리, 최대 5-10년 후에 갚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장기자금 조달책이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이나 영국중앙은행은 이러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준이 회사채를 구매하면,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버냉키와 엘런은 물론 연준이 신용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4. 연준의 대응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2007-9년 금융위기에 비할 때,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현재 연준이나 행정부 정책을 둘러싸고서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에 관한 논란이 적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당시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렇게 말해야 했다. “우리는 월 스트리트(금융자본)를 구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를 구원하려면 월 스트리트를 구원해야 한다.” 즉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추구하면서 초고액 연봉을 누리던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그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다음에도 구제금융을 기대하며 고위험 투자에 도박을 걸지 않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컸다. (거대 금융기관의 이른바 ‘대마불사’ 문제.) 그러나 현재는 위기의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게 될 수 있는 대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S&P 다우존스 지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보잉은 자사주 매입에 350억 달러 이상을 썼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한다.)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등 4대 항공사도 390억 달러를 썼다. 그래서 3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금지 방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민주당의 워런 상원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연방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영구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해야 한다”, “3년간 배당이나 임원 보너스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금융위기 당시에도 도입되지 않았던 특단의 대책이 왜 지금 논의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즉 파월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시장이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전직 의장 버냉키와 앨런이 회사채를 구입하는 방안까지 제안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리 폭이 넓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발발하던 2009년 시점의 연방기금금리는 5.25%였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효과를 얼마간 기대할 수 있었다면, 3월 15일 비상대책을 발표하기 직전에는 이미 1.5%로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렀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기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는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단 말이다. 게다가 기업부채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으며, 그중 고위험부채의 규모는 2008년 시점보다 2배가량 늘었다.
 
미국 고위험부채 잔액 [출처: 한국은행]
 
그렇기 때문에, 금융위기 당시에도 사용하지 않던 특단의 권한, 즉 회사채의 직접 구매와 같이 극도로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을 연준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의회에 요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리적으로 보면 중앙은행이 주식이나 회사채를 자산으로 보유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러나 여러 중앙은행이 이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요약하면, 연준의 대응이 함의하는 바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기업부채라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폭발할 가능성을 말하는 셈이다. 만약 연준이나 행정부의 모든 수단이 기업부채의 폭발과 연쇄도산과 같은 사태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미국경제의 근원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기] (2020.3.24.)
 
이 글을 발표한 후, 3월 23일(현지 시간) 연준은 추가 조치를 내놓았다. “연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절에서 언급되었던 비상 정책수단을 시급히 시행하고, 3월 15일부터 18일까지 발표했던 조치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1.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채와 MBS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량완화(QE) 정책을 무제한적으로 이어간다는 의미다. (3월 15일 시점에 연준은 앞으로 “몇 달 내로” 최소한 5,000억 달러의 재무부증권과 2,0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을 사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에는 국채 3천750억 달러, MBS 2천500억 달러를 매입한다.
 
2. 회사채 매입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회사채 시장과 관련해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제도(PMCCF)와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제도(SMCCF)가 설치된다. 프라이머리 마켓은 발행시장, 세컨더리 마켓은 유통시장을 각각 의미한다. 연준은 발행시장에서 4년 한도로 브릿지론을 제공하며, 유통시장 개입은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및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회사채 시장은 약 9조5천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투자등급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3.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제도(TALF)가 다시 설치된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기구다. TALF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SBA) 보증부대출 등을 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을 사들이게 된다.
 
한편, 회사채 매입을 위한 제도(PMCCF, SMCCF)와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제도(TALF)는 손실위험이 있기 때문에 3천억 달러(약 380조원)를 한도로,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300억 달러를 제공한다.
 
4.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지원 제도(MMLF)와 기업어음 매입용 기금 제도(CPFF)의 투자범위도 확대했다.
 
5. 이와 함께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메인 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 프로그램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미국 연준이 동원하는 정책수단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현 상황의 심각성이 이미 2007-9년 금융위기 수준을 훨씬 능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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