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3.26

코로나 19 사태가 바꾼
노동현장

질병마저 갑질의 수단으로 삼는 천민 자본가들의 실태

사회진보연대
코로나 19 사태로 한국 사회가 위기다. 보건 위기와 함께 방역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한꺼번에 시민들을 덮쳤다. 그런데 이 위기는 공평하지 않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사회 제도는 사람을 가린다. 자본가보다 노동자에게, 감시자가 있는 큰 사업장보다 정부 당국과 노동조합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작은 사업장에서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한다. 사회운동포커스는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노동 현장의 실태를 들어봤다.
 

대구지역 화물차는 공장 출입 금지라고?

 
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화주의 주문에 따라 화물을 싣고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중, 공장 출입을 금지당한 것이다. A씨의 화물차 등록지역이 대구여서 코로나 19를 전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 외에도 GS 등의 대화주가 차량 번호판 등록지역이 대구, 경북, 부산, 경남인 경우 화물 운송을 금지하거나, 이미 화물을 싣고 온 차량도 공장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가 여럿 있어 문제가 되었다.
 
전북의 화물운송노동자 B씨는 주거래 사업장에 출입이 금지되었다. B씨의 아내가 신천지 신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B씨 부부는 모두 코로나 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여전히 배차를 못 받아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출처: https://twitter.com/namhoon/status/1230996342102605824]
 
 
코로나 19는 인간의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며, 화물을 통해 확산되지는 않는다. 화물 운송 노동자에 의한 감염이 우려되더라도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지, 일단 출입을 금지하거나 배차를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스크 없으면 출근하지 마! 그런데 출근했으면 더 열심히 일해!

 

인천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마스크 부족 상황, 더군다나 일상적인 잔업과 특근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시간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서의 보건은 엄연히 사용자의 책임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이다. 마스크가 없이 출근한 노동자를 현장에 배치한 후에 더 높은 노동 강도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전형적인 갑질 노동 통제다. 마스크 없으면 출근하지 말라고 협박해 노동자를 위축시킨 후, 일을 더 많이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주노동자라고 코로나 19 안 걸리나? 마스크 차별 실태

 
금천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C씨는 회사로부터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했다. 회사는 한국인 노동자에게는 마스크를 제공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 비단 C씨만의 일은 아니다. 화성의 한 회사에서는 이주노동자를 46명이나 고용했으면서, 이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았다. 대구의 한 사업장은, 코로나 19감염이 두려웠던 나머지 이주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2개월째 공장에 갇혀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재난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다. 코로나 예방수칙, 자가격리 수칙 정도를 제외하면 다국어로 번역된 정보도 별로 없다. 이주노동자 나라별 커뮤니티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나오는 정보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공적 마스크 대책에 있어서도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들이 제외되어 있다. 250만 이주민 가운데 절반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마스크를 살 수 없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도 없어서 면마스크나 작업용 마스크를 빨아서 쓰거나 계속 사용하는 형편이다.
 

휴업과 해고, 그리고 사용자의 꼼수들

 
학원 노동자인 D씨의 상황도 심각하다. 교육 당국의 권고로 지난 2월 24일부터 학원이 휴강을 하면서, D씨와 그의 동료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3월 둘째 주 들어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데, 효과가 썩 좋지는 않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원은 확실한 개강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매주 1주일씩 휴원을 연장하고 있다.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학원 노동자들은 구제받을 구석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 항공의 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E씨는 최근 해고 위협에 처했다. 회사는 아시아나 항공에서 서비스 축소를 결정했고, 인원을 줄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요식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F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장은 F씨에게 일단 권고사직으로 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채용하겠다고 했다. 정 안되는 경우에는 일당제 파트타임으로라도 고용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어려운 게 눈에 뻔히 보여서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은 일일 이용객이 95% 이하로 급감하여,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있다. 모든 노선 운행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저가항공사의 노동자들, 항공사의 하청업체 노동자들, 하청의 하청인 비행기 기내청소 노동자들, 아래로 갈수록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이나 공항 인근의 호텔 노동자들, 식당 노동자들도 줄줄이 해고 위협에 처했다. 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장기화된다면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인천 부평공단의 한국지엠 협력사에서 일하는 G씨는 2월 한 달간 세 번 쉬어야 했다. 코로나 19로 중국에서 부품이 들어오지 않아, 회사가 휴업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휴업수당을 받아보려 했으나. “우리처럼 하루 이틀 쉬면 휴업수당을 안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또 다른 한국지엠 협력사 생산직 노동자인 H씨는 최근 일하던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2월 들어 휴업과 단축 근무가 잦았고, 결국 회사는 여유 인력으로 뽑은 파견직부터 해고했다. H씨는 실업수당을 따로 신청하지는 않았고, 현재 손 세정제 제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북미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지엠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북미의 판매 급감은 한국지엠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한국지엠의 부평공장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북미로 수출하고 있고, 창원공장은 50~60%를 수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4~5월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지엠 1, 2, 3차 협력사의 노동자 30만 이상이 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협력사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 19까지 더하여 제조업종이 밀집한 공단 전반이 완연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부평공단 제조업 노동자 I씨는 지난 두 달간 두 번의 해고를 겪고 올해의 세 번째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해고 통보를 받기까지 매일같이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오늘은 단축 근무를 하지 않을지, 내일은 휴업하진 않을지를 걱정했었다. 취업과 해고가 반복된다면 올 한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코로나 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자본은 자본의 이익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사례는 노동자들에게 연차를 쓰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연차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때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회사가 사용을 강제하거나 임의로 소진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음으로는 무급 휴직을 통보하는 경우다. 경영이 악화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닌 회사의 귀책사유이기 때문에,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휴직에는 회사가 평균임금의 70%(이상)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회사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제도를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구 노력 없이 무급휴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태이다.
 

노동조합, 현장에서 코로나에 대처한다.

 
이주노조는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노조 역시 이주 노동자들에게 ‘평등마스크’를 배부하고, 공장에 갇힌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 배달까지 다니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19 국면에서 중국출신자, 이주민 일반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동조합과 이주노동인권단체들은 코로나 19에 관한 정보를 다국어로 제공하며, 코로나 19 국면에서 나타나는 인종차별을 중단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플랜트 건설노조는 지역 봉쇄보다 현실적인 노동조합 차원의 감염 억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2월 24일부터 3월 11일까지 플랜트 건설노조는 일시적으로 노동자들의 지역 이동을 금지했었다. 전국을 이동하며 일하는 건설 노동자의 특성상, 이러한 조치는 노동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플랜트 건설노조는 이동 금지 방침을 해제했고, 타 지역 노동자들이 일하기 위해 관할 지역에 들어올 때에는 노동조합 지부 차원에서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개학 연기로 인한 생계 불안에 대응했다. 2월 23일, 정부는 3월 9일로 개학 연기를 발표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 J씨는 생활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미 방학 기간에 출근을 하지 않아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 무소득 기간이 연장될까 싶어서였다. 이후 3월 23일, 4월 6일로 개학 추가 연장이 발표되면서 J씨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생계고’에 직면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개학 연장으로 3월 임금이 크게 삭감될 노동자들의 생계 대책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 싸웠고, 다행히 3월 임금을 일부 보전할 방안이 마련되었다. 또한 교육청과 노동조합의 합의로 J씨를 포함한 방중비근무 노동자들은 지난 23일부터는 학교에 나와 개학을 준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에서 인천공항의 공공부문, 민간부문 조직화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공항사업단과 항공운수사업단은 인천공항(영종)지역을 ‘고용 위기지역’으로 지정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부가 발표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체 인천공항 노동자의 생계와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공항 이용객이 감소하자 항공사 하청, 면세점, 호텔, 식품업체 등 인천공항 내외부의 연계 산업 노동자들로부터 상담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영종지역 미조직 노동자, 생계곤란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조직하기 위한 계획들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노동조합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보호구를 지급하는 일, 일터에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 그리고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하는 조치 역시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노동자의 조직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의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우산이 되어줄 때다.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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