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4.17

[경제해설] 코로나경제위기 ④ ‘아메리카 퍼스트’는 어떻게 세계 보건·경제위기를 악화시키는가?

경제민족주의와 인민주의적 대응은 모두가 자멸에 이르는 길일 뿐

사회진보연대

개발도상국의 취약성

 
많은 학자는 코로나 위기의 다음번 파도가 개발도상국을 덮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상대적 빈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팽창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다. 영국의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연구팀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약 90만 명이 사망하고, 아프리카에서 30만 명이 더 사망할 수도 있다.
 
[그림] COVID-19 확진자와 일인당 GDP (2020년 4월 1일 기준)
(확진자 단위: 천명, 일인당GDP 단위: 구매력평가를 반영한 2011년 달러) [출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사회적 거리두기는 서방 선진국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경로가 될 수 있지만, 발전도상국에서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나 슬럼에서 이러한 차단은 실현되기 매우 어렵다. 손씻기는 선진국과 달리, 상하수도가 없거나 비누가 없는 곳에서는 실제 의미가 없다.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없는 곳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일을 하러 가서 질병에 노출되든가, 아니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굶주리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에서 보건위기의 폭발을 막으려면 세계적 협력이 핵심적이다. 그런데 세계적 협력을 이끌어야 할 G20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많은 논자가 세계적 코로나 위기 사태에서 미국과 중국의 ‘부재’가 두드러진다고 개탄하고 있다. 미중의 지도자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기존의 갈등을 봉합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보다, 갈등을 더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들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만류,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들었고, 중국 당국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미군이 유포했다는 음모론을 의도적으로 퍼뜨렸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국제협력과 리더십의 부재는 세계적 보건·경제위기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채무 구제

 
4월 15일 G20 재무장관 회의, 4월 17일 세계은행 개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영국 전 총리였던 고든 브라운과 미국 전 재무장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는 공동기고문 ‘채무 구제는 가장 효과적인 팬더믹 지원이다’(4월 15일)를 통해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에 따르면, “찰스 킨들버거와 같은 역사학자는 1930년대 불황을 ‘대’불황으로 만든 것은 바로 국제협력의 실패였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항상 위기가 발생한 후에, 거대한 인적 비용이 발생한 후에야 이뤄졌다.” 예컨대 브레튼우즈 회의는 세계대전의 참화 이후에야 열리게 되었고, 브래디플랜은 라틴 아메리카가 외채위기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후에야 수립되었다. 반면 2009년 런던에서 열린 G20회의는 금융위기 이후 초기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는데, 즉 세계경제에 무역을 유지하고 취약한 신흥경제를 지원함으로써 경제위기의 피해를 제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위기 대응을 환기함으로써,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들은 신흥경제에서 경제·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전 세계가 의존하는 공급사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며, 신흥시장의 채무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파괴할 수 있으며, 신흥경제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세계 경제성장에도 위협을 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의 연준이나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자산구매 프로그램이나 대출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것처럼, 국제사회도 그와 동일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들이 제안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지역 개발은행의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출확대를 추진하는 것처럼 국제금융기관도 공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현재 이자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레버리지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 또한 그들이 보유한 준비금을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면 준비금의 존재 이유가 없다.
세계은행은 2009년에도 대출을 거의 세 배로 늘렸다. 현재는 그보다 더 야심찬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부유한 국가에서 차입할 때 이자가 낮기 때문에, 우호적인 금리로 제공하는 대출도 가능하다. IMF는 채무 이자의 지불을 면제하고, 1,500억 달러의 금 보유고와 각국 중앙은행과의 크레딧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대출을 위한 1조 달러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IMF 특별인출권(SDR)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화폐가 부국에서 국내 통화팽창에 맞추어 국내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 IMF의 특별인출권(IMF가 발행하는 일종의 ‘가상통화’)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별인출권을 1조 달러 이상 확대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셋째, 위기 이전에 발생한 국가채무가 국제금융 의제 중 첫 번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가장 긴급한 단기적 지원은 76개 저소득(또는 최저소득, 중간소득) 국가의 다가오는 채무지불을 유예해주는 것이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바는 채권자가 양자 간 채무상환을 6개월 또는 9개월간 유예하자는 것으로 대략 90억-13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시간이나 포함되는 채권자라는 측면에서 볼 때 너무 협소하다. 고든과 서머스는 공식(정부나 준정부기관) 채권자의 350억 달러 상당의 채무를 올해와 내년까지 연기하자고 제안한다. 위기가 6개월 내로 해소되리라 기대할 수 없고, 채권국 정부가 어느 정도 확실성을 가지고 지출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국이 공식 채무의 1/4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2021년까지 민간부문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200억 달러의 채무도 존재한다. (민간채무는 이자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 국제기관이 가난한 국가를 돕기 위해 대출하는 돈이 보건분야나 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간 채권자(예를 들어 미국의 거대은행)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쓰인다면 이는 부도덕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각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장은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채무 구제에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4월 15일 개최된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된 ‘행동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미화 1조 달러 규모의 IMF의 위기대응 패키지를 조성한다.
▸ IMF의 긴급대출 연간 한도를 두 배로 확대한다. 단기 유동성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
▸ 세계은행과 지역 개발은행은 신흥국과 저소득국가를 위해 미화 2,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대응 패키지를 신속히 이행한다.
▸ G20 국가는 IMF의 <빈곤감축과 성장을 위한 기금>(PRGT), <재해 억제와 부채구제를 위한 기금>(CCRT)에 기여금을 추가로 납부한다.
▸ 최빈국의 채무상환에 대한 기한부 유예을 추진한다. 모든 공식 채권자가 참여토록 하며, 국제금융협회를 통해 민간채권자도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국제금융협회는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민간은행들이 개발도상국 채무문제에 대해 은행 간 협조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 민간금융기관 연합체다.)
 
이처럼 G20 재무장관 회의의 ‘행동계획’에는 앞에서 고든과 서머스가 강조한 채무상환 유예가 담겨 있다. (사실 IMF와 세계은행 수장은 이미 3월 25일, 공식적인 양자적 채권자들이 국제개발협회(IDA) 국가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를 주창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 날 열린 G20 정상회담(화상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최빈개도국 (LDCs)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 회의는 모든 국제개발협회(IDA) 대상국(1인당 국민총소득이 1,175달러 미만이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곤란한 76개국)과 최빈개도국(LDC, 3년 평균 1인당 국민총소득이 1,025달러 이하인 국가)의 채권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갱신도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채무 구제 계획이 개도국의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런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G20 보건장관 회의와 세계보건기구

 
또한, 2020년 4월 19-20일에는 G20 보건장관 회의도 개최된다. 그에 앞서 지난 3월 26일 G20 정상회담이 (화상으로) 개최되었고,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공중보건 분야의 더 거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발표된 공동 코뮤니케에는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없었다. 그 대신 정상들은 G20 보건장관 회의에서 ‘긴급조치’를 개발하라고, 임무를 넘겼다. (사실 G-20 보건장관 회의는 2017년부터 열리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G20 코뮤니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세계보건기구가 1948년 이래로 공중보건 분야에서 국제협력의 중심을 자임했다는 점에서 지당한 얘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적 유행병에 대한 대응을 관할하는 공식적인 기구인 것은 맞지만, 사실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바이러스의 이동에 대한 국제적 조언, 각국 정부의 대처법에 대한 임상적·기술적 조언, 의료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 긴급의료체계의 배분이 주요 역할이다. 또한 WHO의 재정적 역량도 취약하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이다. 2003년 사스에서 2014-16년 에볼라에 이르는 감염성 질병은 오마바 대통령이 주도해서 세계적 대응이 이뤄졌다. (이와 비교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뒤에서 다룬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에서 G20 보건장관 회의는 어떤 긴급조치를 합의해야 하는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G20은 세계 보건위기에 대한 대응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는 글에서 두 가지 축의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COVID-19와 싸우기 위해 국제적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하며, 특히 저소득국가에 국제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둘째, 현재 위기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다루는 세부적인 국제적 연구에 착수함으로써 재발에 대비하기 위한 세계적 안전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먼저 국제적인 자원의 효율적 배치에 관한 제언을 살펴보자.
 
첫째, WHO 기금의 즉각 증액: 2020-1년 WHO 프로그램 예산은 48억 달러인데, 그 중 다수는 민간과 공식 기부자의 자발적 기부이고, 종종 특정한 목적에 배정된다. 실제로 G20은 가입국 정부로부터 의무적 기여금(즉 특정한 목적에 제한되지 않는 기여금)을 즉각 증액하자고 요청했다. 예컨대 15억 달러의 증액은 WHO의 비제한적 기금의 두 배를 넘게 될 것이다. WHO의 <국제 유행병 발생경보와 대응 네트워트>(GOARN)를 확대하는 데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G20은 WHO의 COVID-19 <연대대응기금>에 특정액을 추가적으로 납부한다고 약속해야 한다.
둘째, 백신, 항바이러스 치료, 진단도구의 신속한 개발을 위한 국제적 대응: 이를 위해서는 핵심적인 NGO나 민관 파트너십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여기서도 구체적인 정부기금 제공 약속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 보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도도 요구된다.
셋째, 국제보건규칙(IHRs)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다자간 협력, 감시, 집행, 기술적 지원의 강화: 2005년에 WHO 가입국을 포함해 196개국이 구속력이 있는 국제보건규칙에 동의했다. 이는 핵심 보건 수용력, 질병관련 무역·여행 제한, 질병 발발 보고에 관한 각국의 행동을 관장한다. 이러한 규칙의 일부는 일부 국가가 (여행규제의 대상이 되기를 두려워 해서) 질병 발발 보고를 지연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IHRs는 불완전하게 이행되었다. 최근 여행규제에 관한 무질서 상태는 그러한 현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G20 코뮤니케는 정당하게도 IHRs의 완전한 이행을 인정했지만, 그러한 목표는 다자간 협력, 감시, 집행, 기술적 지원의 강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넷째, 의료장구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반대: COVID-19는 의료장비나 병원 수용력이라는 측면에서 (즉 보호장구, 진단 키트, 산소호흡기 등등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국가를 덮친다. 현 위기에 대한 반(反)생산적 대응의 한 측면은 바로 의료장비에 대한 수출규제다. (예를 들어 3월 15일 유럽연합은 개인보호장구(PPE), 예컨대 얼굴보호대, 외과 마스크와 가운 등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3월 24일 인도는 산소호흡기와 살균제의 수출을 금지했다. 스위스는 마스크, 장갑, 고글, 면봉의 수출에 대한 라이센스를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정부지침에 따라 산소호흡기를 모두 국내용으로 비축했다.) 이러한 수출규제는 수출국에서조차 장비의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고, 나아가 수출규제는 세계수요의 증가에 부응하고자 생산을 확대하려는 공급자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세계적 대응을 방해하고, 생명의 비용을 높인다. G20은 이에 반대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해 수많은 국가가 질병과 싸우는 데 핵심적인 물품(예컨대 비누, 소독약, 의료장비)에 대한 관세나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무역장벽의 제거는 수입국이 더 효율적으로 COVID와 싸우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생산품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세계적 생산공급망을 유지시킬 것이다.
다섯째, WHO를 통해 의료 투입물의 생산을 세계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현실을 보면, 일부 의료품은 모든 곳에서 생산가능하지만, 의료품 공급망에서 상이한 국가가 상이한 우위를 지니므로, 핵심 병목점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정보교환이 유용하다. G20은 WHO의 <세계적 유행병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핵심 생산품, 투입물의 부족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SARS-CoV-2의 RNA를 분리하는 시약, 산소호흡기, 항바이러스 약품 등등.)
여섯째, 빈국에 대한 지원: G20은 WHO의 <비상사태 긴급기금>(CFE)에 대한 충분한 자금공급을 약속해야 한다. 즉 현재 1억 달러 목표를 넘어서 증액해야 한다. 국제연합의 <중앙 비상사태구제기금>(CERF)도 또 다른 메커니즘이지만 CEFR는 연간 기부금 목표 10억 달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정도 액수로는 현 위기를 대처하는 데 부족하며, G20은 증액에 동의해야 한다. 또한 은 2002년 이후로, 저소득과 중간소득 국가에서 예방, 치료, 관리에 자금을 제공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기구였음이 증명되었다. 유럽의 신흥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는 COVID와 싸우기 위해 이미 <세계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COVID와 AIDS, 결핵의 동반질병은 특히 치명적일 것이다. 2020년 3월 말 설립된 <유엔 COVID-19 대응과 회복을 위한 기금>은 팬더믹 대응뿐 아니라, 사회인프라와 안전망 강화와 같은 과업을 맡는 새로운 기금 제도다.
 
한편, 코로나 사태에 대한 ‘사후적’ 연구와 분석도 매우 중요하다. 어떤 방식의 국가적 대응이 취약한 결과를 낳았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 국제적 협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는가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통해 공통의 인식과 지식을 축적하는 게 무엇보다 소중할 것이다. 이런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G20이 자금을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하지만 이렇게 엄중한 과제를 자임한 G20 보건장관 회의를 앞두고, 4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팬데믹에 대한 WHO의 잘못된 대응에 대한 검토가 끝날 때까지 자금 집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WHO는 제때 바이러스 정보를 확보하고 투명하게 이를 공유하는 등 기본 의무 수행에 실패했다”, “WHO는 이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WHO의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그 조직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HO의 2018∼2019년도 예산 규모는 약 60억 달러고, 미국은 WHO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국가로, 규모가 연간 4억∼5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이 분담금 집행을 중단하면 WHO 자금 지원의 거의 10%가 줄어든다. 그뿐이 아니라, 세계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험이 커진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다자주의’적 협력에 대한 적극적 의사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정치적 우파는 유엔과 그 산하 기관을 매개로 한 ‘세계주의’(globalism)를 공격하면서, 그러한 기관에 대한 미국의 기여금 제공을 중단하는 게 ‘좌파’의 해체에 기여한다고 본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서 위기 대응을 정치적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오히려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료장비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본국회귀’(리쇼어링)와 국내 보호조치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소독장비와 의료장비와 같이 질병에 대항하는 데 결정적인 생산물의 수입에 대한 관세,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G20의 실패는 미중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은 관세의 상호인상을 중단하는 수준의 합의에 머물렀다. 미중 ‘무역전쟁’은 일종의 잠정적 휴전 상태일 뿐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협상에서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응해서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미국 상무부가 관리하는 무역법 내에서 ‘통화 보호주의’가 작동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3월 26일 G20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하루 전에 G7 외무장관 회의도 개최되었으나 공동성명에 합의할 수 없었다. 미국은 COVID-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를 것을 고집한 반면, 다른 국가는 그런 명칭이 불필요하게 중국에 적대적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일부 미국인은 중국에서 질병이 발원했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에 위험을 가하고 있으며 책임있게 행동한다고 신뢰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일부 중국인은 바리어스와 전투를 벌이기 위한 미국의 정책이라는 것이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에 따라 미중 간 불신이 무역분쟁이 이어 코로나 사태로 거대하게 격상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G20 보건장관 회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일으킨 사상 초유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를 합의할 수 있을 것인가 주목해야 한다.
 

경제민족주의와 인민주의라는 세계적 위협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에 대한 경제민족주의, 인민주의적 대응은 미중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3월 15일 유럽연합은 개인보호장구(PPE)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특히 아프리카를 포함해 의료품의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국가에게는 거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무역보복 조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3월 30일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메밀, 쌀의 수출을 1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곧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길을 따랐다. 세계 3위 쌀 수출국 베트남이 수출금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수출계약의 중단을 선언했다. 3월 30일, 캄보디아도 특정 농산물의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명단에 참여했고, 세르비아도 수출을 제한했다. (곡물은 위기 시에 가장 많이 축장되는 식량 유형인데, 보관성이나 대량구매의 용이성 때문이다.)
사실 2007-8년에도 방금 언급한 국가들과 다른 대규모 수출국이 특정한 형태의 수출제한을 제도화했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곡물가격 상승으로부터 자국 소비자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더 큰 역효과를 냈다. 수출제한은 세계 쌀 가격의 45%를, 밀 가격의 30%를 인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 결과, 가격상승은 최소한 1억 명의 인구를 식량 불안전 상태로 빠뜨렸고, 또한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야기해서 2007-8년에 48개국에서 시위, 폭동이 발생했다. 현재 치솟는 실업률과 이미 높은 세계식품가격을 고려할 때, 세계 식량가격의 폭등은 거대한 불안정, 혼란을 촉발시킬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이러한 사태가 악화된다면 특히 유럽에서 또 다시 난민 위기가 다시 폭발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코로나 사태는 그 동안 약화된 다자주의와 세계적 연대를 강화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경제민족주의와 인민주의가 확산될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보면 오히려 후자의 경향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의 상호축소와 세계 공급사슬의 단절은 경제 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보건 위기를 포함해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위험을 낳을 것이다. 또한 세계적 공동대응이 없다면 신흥경제의 ‘채무위기’도 동시 폭발할 수 있다. (4월 15일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 세계의 절반가량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따라 2008-9년 오마바 행정부 때와 달리 G20 차원의 공동대응도 형해화될 수 있다. 한국도 G20의 일원으로서 경제민족주의와 인민주의가 불러일으킬 거대한 위협을 막고 국제적 협력를 강화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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