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0.05.06

코로나19의 직격탄, 공항·항공산업 다시 예전처럼 날 수 있을까? ①

항공산업의 위기는 왜 급격한 고용위기로 이어졌는가?

이상욱 (공공운수노조 항공운수전략조직사업단 조직국장)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공항·항공 산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17년 만에 당기순이익 163억 원 적자(-102%)를 예상했고, 하청사-지상조업사-항공사로 이어지는 항공 산업은 전례가 없는 고용위기 상태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에는 7만 명(2020년 기준 76,80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항공사가 23,500여 명, 공항운영 15,300여 명(3개 자회사 약 1만명 포함), 지상조업 12,550여 명이다. 이미 한 달 전, 무급휴직 1만 5천여 명, 희망퇴직 1천 4백여 명으로 추산되었고, 지상조업 노동자 45%가 휴직·퇴직 상태였다. 지상조업으로 분류되는 하청사 노동자들 상당수가 퇴직과 무급휴직에 몰려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무기한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로 이어진다. 임금을 포기하거나 고용을 포기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 인천공항의 현실이자,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선언이 무색한 인천공항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코로나19 한 달 만에 무너진 노동자의 삶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본격화되고 몇 주 되지 않아 무급휴직이 쏟아졌다. 200~400명에 달하는 하청사들이 인건비 절감에 필사적이었고, 항공사의 자회사로 이루어진 지상조업사는 유·무급휴직에 바로 들어갔다. 인력이 부족하여 상시 채용을 하던 곳들이 가장 빨리 실업자를 양산하고 사업철수를 만지작거렸다. 한 달 만에 무너진 노동자들의 삶은 항공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든 비극이자 실질적인 원인이다.
 
 
2018년, 자본금 규모(3억 원)도 미달하고 ‘항공기취급업’으로 정식 등록도 하지 않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하청사들이 적발된 적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장비를 임차할 경우, 등록이 가능하게 완화해주고 제대로 감독도 하지 않았다. 수익성 악화와 노선 중복에도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고용 위기의 파급력을 정부 스스로가 높여 왔다. 필수유지업무로 하청 노동자들까지 권리를 제약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조업사는 묶어두면서 저임금, 무제한 장시간 근무, 노동조합 무용론이 만들어졌다. 인력 규모가 상당한 하청업체,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조업사 노동자들은 정부의 방치 속에 최저임금 안에서 무권리에 놓여있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도 특별고용지원업종(항공기취급업)에 속해도,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한 고용유지에 관심이 없다.
 
 

한 번의 실업 파도가 휩쓸고 간 시점, 아직 끝이 아니다.

 
 
정부의 사각지대 방치와 선별작업도 고용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지금까지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항공여객운송업(3.16), 기타 항공운송지원 서비스업(4.27)을 포함시켰다. 저비용항공사(LCC) 3천억 원 집행과 대형항공사(FSC) 중심으로 3조 원이 집중 투입된다. 항공 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고려하면,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버릴지를 확실하게 구분 짓고 있다. 버티는 항공사를 제외하면, LCC 구조조정과 조업사 고용위기는 이제 본격 시작 단계다.
 
[출처: 연합뉴스]
 
 
국내 항공사 1분기 실적은 다음 주중 발표될 예정이다. FSC는 영업 손실이 1천억 원대에서 2천억 원대를 상회하는 수준이 예상된다. LCC는 한일 민족주의 갈등이 촉발된 작년부터 수익이 급감해온 만큼, 적자행진과 자본잠식(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발표했지만,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으로는 실적개선이 어렵다. 여전히 코로나19가 하늘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2분기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하청사-조업사를 관통 중인 위기가 항공사를 뒤흔들면 노동자들의 고용위기 여파는 가늠하기 힘들어진다.
 
가장 취약한 곳부터 보호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대마불사의 대책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자격도 없는 업체들을 용인해 온 정부와 이를 통해 외주화와 실익을 누린 원청 항공사들이 인천공항에서 인력파견업체가 판을 치게 만들었다. 이들이야말로, 간접고용이라는 기저질환을 만든 장본인이자 고용위기의 파도를 높인 공범이다. 어디서부터 방파제를 쌓아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다단계하청구조 해체하고, 공항·항공노동자 노동표준을 마련하자

 
 
당장의 하청노동자 해고와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 마구잡이 운영으로 인력난을 자처했던 공항·항공 하청 업체들이 위기 때마다 손쉽게 구조조정과 사업철수를 하지 못하도록 방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고용포기 업체의 항공기취급업 자격 박탈과 공항 입점을 제한해야 한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항공 수요가 회복되어도 또다시 인력시장과 같은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다. 특히 고용 인원과 형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국토부·노동부, 인천공항공사, 항공사들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을 통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고용 유지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원하청 간 임금 격차·고용 불안 해소를 시작점으로 다단계 하청구조 해체에 나서야 한다.
 
이번 코로나19가 불러온 급격한 고용 위기는 왜 하청사들이 매번 인력 부족에 허덕였고, 3년이 지나면 입사 노동자의 10%만 남았는지를 극명하게 입증했다. 이미 미래가 없다고 절망하며 떠나간 20-30대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인천공항이 노동법 사각지대로, 같은 유니폼을 입은 하청 일자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과 청년노동자들이 요구했던 노동청 분소와 노동자건강센터가 공항 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조치부터 필요하다.
 
먼저 하청노동자들을 다시 항공사와 조업사 내부로 고용하는 ‘인소싱’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항공산업 다단계 하청구조의 최상위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고 지상조업으로 포괄되는 노동자들의 고용 의무 확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자체, 공항공사, 항공사·조업사를 묶어 노동조합과 함께 ‘근로기준법 준수협약, 영종도 공항산업 노동표준’을 구축하고 전국으로 확장해가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가장 시급한 해고 철회 투쟁과 함께 항공산업 일자리의 재구성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 고용위기에 맞선 투쟁의 확산과 전체 공항·항공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지역과 산업을 연계한 노동표준 제시, 가장 취약한 계층과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이 코로나19가 노동조합에게 던진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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