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6.18

북한 정권이 문제다. 남한 사회운동은 정세를 직시해야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한 북한 정권을 규탄한다.

사회진보연대
 
6월 16일, 북한 당국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연락사무소는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 간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대사관 등 외교공관이나 다름없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이런 비상식적 처사는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 당국은 여기에 더해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업지구에 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GP 다시 진출 ▲서남해상 전선에 포병부대 강화 ▲접경지역 부근 각종 군사훈련 재개 등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완전히 휴지조각으로 만들 군사적 행동들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포함해 일련의 적대적 행동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다. 그러나 청와대, 통일부, 여당이 즉각 대북전단 규제에 나선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남북 연락선을 차단하고 폭파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현대적 외교 관례에서 ‘정상국가’의 것으로 볼 수 없는 북한 당국의 행보에는,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UN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위기가 중첩되어 심화한 경제난으로 술렁이는 민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북한, 군사적 충돌을 유도하려는가

 
문제는 북한 당국이 예고했듯 사태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 10월 대북전단 논란은 남북 접경지역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북한이 대북전단 기구를 향해 고사포를 발사했다. 총탄이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에 떨어지자 한국군은 북 GP에 대응 사격을 했고, 연천군 일대에 최고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동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지금, 다시금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 총격이나 포격, 비무장지대나 서해 NLL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유도하는 행위를 한다면, 그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
 
나아가 북한이 한국에 이어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만 하더라도 미국은 북미 간의 암묵적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로 유지된 북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깨는 것이다. 이러한 군사행위는 북한 당국의 모종의 희망과 달리, 북미대화의 완전한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벌써부터 미국 일각에서 핵 폭격기,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어떻게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문재인 정부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직전, 6·15 선언 20주년 관련 발언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았다.
 
기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없더라도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대북 정책에 접근했다. 다시 말해, 문 정부는 마치 한반도 핵 위기가 존재하지 않고 이런 날이 절대 오지 않을 것처럼, 위기 해결에 대한 답은 없이 남북관계를 다뤄왔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로 북미대화 교착 속에서 북한 정권의 비핵화 의지가 시험대에 놓였지만, 이러한 엄중한 상황이 별 상관없다는 듯이 ‘남북대화’ ‘남북협력’ 이벤트에만 목을 매는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행태도 두드러졌다. 이번 사태는 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감성적 코드로 접근하며 국내정치용 선전에만 치중했던 지난 3년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해결책이 보이는가?

 
북한은 2019년에 한국이 직접 쌀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는데도 수령을 거부한 바 있으며, 북한의 돼지열병 관련 보건의료협력 제안이나 코로나 관련 인도주의적 지원 제안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지난 해와 올해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 제안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보면 북한이 이런 수준의 지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최근 북한의 대응을 보면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를 향한 추가적 조치를 실행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조치는 제안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 정부를 강하게 흔들겠다는 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대로면 2018년부터 진행된 남북미대화 프로세스가 “북한은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의 뜻이 없었다”고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유엔 제재는 유지될 것이며, 북한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모종의 추가적 군사적 위협행동을 취한다면 유엔 제재의 수위는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작동할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과 한반도, 동아시아의 민중이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유일한 NPT 탈퇴국이다. 그 대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민중의 생명의 위협이었다. 또한 동북아 지역 비핵지대 건설이나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등으로 핵 독점국들의 핵 패권 해체를 압박해 온 전 세계 수많은 반핵평화운동은 더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현 사태의 해결책은 무엇보다 북한이 하노이회담 결렬을 넘어서는 담대한 비핵화 조치로 나아가는 길 뿐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 고조가 전쟁으로 치닫는다면 21세기의 한국전쟁은 핵전쟁의 참화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내에는 북한에 군사적 보복과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었으며, 우리도 핵무장을 준비하거나 적어도 미국과의 핵공유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운동도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현 사태를 그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그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한국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는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적의로, 또 일부는 북한에 대한 맹목으로 그러한 입장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에 알리바이를 주는 것이 결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북한 핵개발은 모든 측면에서 볼 때,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북한 정권에 알리바이를 주는 남한 사회운동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한반도 민중 전부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핵 개발은 동기도 반민중적이며, 그 결과도 파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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