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06.23

중국은 왜 홍콩보안법에 집착하는가?

중국 경제의 모순과 시진핑 체제의 세계적 위험

사회진보연대
 
지난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를 통과한 홍콩보안법이 계속해서 논란이다. 6월 22일 유럽연합은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했고, 6월 17일 주요7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홍콩보안법 재고를 요청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5월 말부터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개시한 상태다. 영국은 아예 엑소더스를 돕겠다며 홍콩시민 수백만 명에게 영주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여론에 압박을 받은 탓인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6월 20일 홍콩보안법의 2차 심의를 연기했다. (상무위원회는 양원제 국회의 상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폐기할 가능성은 없다. 이해관계를 타진하며 속도 조절을 하는 정도다.
 
홍콩보안법은 홍콩기본법 23조에서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 감옥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한 것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홍콩 입법부의 법률이 아니라 기본법 158조의 조항, “기본법의 해석 권한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있다”는 구절을 이용해 꼼수로 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보안법을 기본법 해석으로 만들어 부칙에 넣으려 하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국가’는 중국이고, 따라서 무엇이 안전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포괄적 판단 역시 중국 당국이 가진다. 중국 본토와 달리 지금까지 정부 비판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홍콩시민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홍콩보안법에 집착하는 것일까?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도대체 무엇인가?
 

중국 경제의 지렛대이자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

 
사실 중국 정부에게 홍콩은 경제성장의 지렛대였으면서, 동시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였던 홍콩은 2천 년대 중국 성장에서 자본 조달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2001년 WTO가입의 효과가 극대화한 것도 1997년 반환된 홍콩이 세계와 중국을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1세기의 중국 고도성장은 홍콩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홍콩은 동시에 중국 식민지 역사의 잔재고, 또한 중국 본토의 정치적 억압을 드러내는 불편한 존재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홍콩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통제하려고 애썼다.
 
사실 홍콩보안법도 이미 오래전에 시도된 바 있었다. 2003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던 홍콩 입법부에서 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나와 강력한 시위를 진행한 덕분에 이 시도는 좌절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시위가 발생하자 어느정도 물러섰는데, 홍콩의 일국양제(홍콩의 자본주의를 보장), 항인치항(홍콩사람에 의한 통치), 고도자치(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자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를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2010년대 초까지 홍콩은 양가적 존재로 중국에 남아있었다.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의 딜레마

 
하지만 중국의 홍콩에 대한 태도는 2013년 시진핑이 권력을 잡으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일국양제 실천 백서를 펴내며 ‘양제’보다 ‘일국’이 앞선다고 선언했다. 이는 1984년 중국과 영국 사이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의 근본을 뒤흔든 것이었다. 양제보다 일국이 우위에 있다면, 항인치항이나 고도자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니 말이다. 시진핑은 이후 2019년에 범죄인인도법을 추진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홍콩보안법을 추진했다. 홍콩기본법도 이 과정에서 점점 더 무력화되고 있다.
 
시진핑이 홍콩을 통제하려고 기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두 가지이다. 첫째, 홍콩이 그에게 특히 더 불편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국몽이라는 민족주의적 담론을 선동했고, 집단지도 체제를 1인 독재로 퇴보시켰다. 홍콩의 역사는 중국몽의 아픈 부분이고, 홍콩의 자유주의적 비판 관행은 1인 독재를 약화할 수 있다. 시진핑 체제는 홍콩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둘째, 홍콩이 시진핑 시기의 고도성장의 모순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시진핑 시기 경제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잠시 이를 설명해보겠다.
 
시진핑은 집권 후 일대일로, 중국굴기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둘 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그만큼 1인 독재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데도 적당했다. 그런데 이런 정부 주도 투자의 부작용은 기업들이 정부를 믿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중국은 국영기업이 오랫동안 경제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더 심했다. 더구나 국영기업은 2천 년대 내내 개혁의 1순위에 올라올 정도로 경영 효율성이 나빴다. 이런 조건에서 국책 금융기관과 지방정부는 정부 시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부실 대출을 늘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도 크게 일어났다. 이것이 흔히 ”3대 회색 코뿔소“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 리스크이다.
 
요컨대, 민족주의적 발전으로 포장된 부채와 투기의 향연이 2010년대 중국 성장의 중심부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난장판을 지탱해준 것이 다름 아닌 무역흑자로 축적한 외환보유고와 자본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정부의 통제였다. 국내 자본이 마음껏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1996년 한국이 경험했던 것처럼 자본이 빠져나가며 빚의 사슬이 지불의 사슬로 일시에 바뀌게 되면, 지불 능력이 없는 기업과 부실 채권을 가진 금융기관이 연쇄 부도를 일으킬 것이다. 경제학 식으로 말하자면, 연성 예산제약의 조건이 바로 강성 자본통제라는 것이다.
 
홍콩은 이 상황의 한복판에 있다. 홍콩은 예전보다 지위가 많이 하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중국의 국제 자본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와 민영기업 자본가들이 자산을 차명으로 숨겨두는 자본 도피처가 바로 홍콩이다. 홍콩을 통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시진핑 경제정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가의 자본 도피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더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국내경제가 큰 침체에 빠졌다. 시진핑 경제의 모순이 그야말로 폭발 직전까지 커졌다. 그는 자신의 경제정책이 위험해질수록 그 모순을 감추기 위해 홍콩을 더 통제해야 한다.
 

중국 정부를 규탄한다! 단, 홍콩 체제의 변혁도 동반되어야 한다.

 
홍콩보안법 논란은 중국 시진핑 체제의 모순과 위험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홍콩보안법은 철회되어야 한다. 시진핑 독재를 위해 많은 시민이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다. 중국의 위험한 민족주의가 세계의 안전을 위협한다.
 
다만, 우리가 홍콩보안법을 규탄한다고, 홍콩의 현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마지막으로 언급해 둔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세계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며 많은 부를 축적했다. 중국 민중을 착취한 일부가 바로 홍콩의 금융적 축적에 이용됐다. 중국의 민중 입장에서 보면 홍콩 체제 역시 중국 지배계급만큼이나 착취적이다. 금융은 스스로 풍요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자본을 통제해 막대한 소득을 얻는다. 홍콩이 1인당 국민소득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금융의 이런 성격과 관련이 깊다. 홍콩보안법을 되돌리려는 투쟁에는 홍콩의 변혁 역시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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