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06.29

코로나19 시대, 미국 반인종주의 운동의 부상

임월산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이 8분 46초 동안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했다. 한 달 전 켄터키주 루이빌시에서는 경찰이 ‘노크 없는 기습단속 영장’(no knock warrant)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서 침대에서 자고 있던 흑인 여성 버리오나 테일러를 사망하게 했다. 그 시점부터 다시 한 달 전에는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 아흐무드 아베리가 픽업트럭으로 그를 추격한 백인 주민 세 명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흑인이 백인의 손에 죽게 된 일련의 사건의 가장 노골적이고 널리 알려진 사례로서 플로이드의 죽음은 경찰폭력과 구조적인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를 촉발시킨 도화선이 되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로 상징되는 이 운동은 불균형적으로 높은 비율의 흑인과 유색인을 포함해 12만 명 이상의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펜데믹 을 배경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 글은 경찰폭력·인종주의 반대 운동의 기원과 발전과정, 현재 요구와 전망을 다룬다. 여러 미국 활동가, 학자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를 기반으로 쓰였다.
 
이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을 간략히 소개한다.(이후 존칭 생략)
- 소야 정(Soya Chung)은 재미한인 연구자겸 활동가다.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위치한 미국진보단체인 체인지랩(ChangeLab)(https://www.changelabinfo.com)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체인지랩은 인구학적 변화가 인종주의, 정의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다인종 연대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의 정치 개혁을 도모한다.
- 앤드리아 리치(Andria Richie)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흑인 레즈비언 변호사이며, 경찰 공권력 남용(police misconduct) 전문이다. 바나드대학교 여성학연구원 객원 연구원이기도 하다. 흑인 여성과 경찰폭력에 관련된 여러 책을 집필했으며, 현재 뉴욕 경찰 예산 삭감과 흑인·유색인 거주지역과 인프라·공공서비스에 대한 공적 투자 방안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로이다 콜론(Loyda Colon)은 뉴욕에서 경찰폭력 사건에 대응하고 경찰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진보단체인 정의위원회의(Justice Committee)의 공동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2세다.
- 헬레나 웡(Helena Wong), 저임금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인종적·경제적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지역사회단체인 CAAAV의 전 사무처장이다.
 
 

1) 반복되는 폭력과 저항의 역사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촉발한 대중적 시위는 결코 미국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불과 6년 전인 2014년에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쏴 죽인 사건도 대규모 시위와 폭동을 촉발시켰다. 이후 플로이드가 죽으면서 한 말, 즉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면서 경찰의 목조르기로 숨진 에릭 가너의 사건을 비롯한 여러 경찰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퍼거슨에서 시작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1943년 이래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 관련 민간 소요사태(civil unrest)는 최소 10회 발생했다1).
 
이 반복적인 갈등은 (주로 백인의) 재산을 보호하고, 정부의 통제정책을 집행하는 미국 경찰의 역사적 역할에 기인한다. 미국 남부에서는 18~19세기 노예를 잡아 백인 주인에게 돌려주던 사냥꾼들이 정식 경찰조직으로 진화했다. 북부에서 19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탄생한 지방 경찰의 주된 기능은 노동자의 파업과 부자를 향한 폭동을 진압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 경찰의 활동은 흑인과 다른 유색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마약 소지나 경범죄를 단속하여 저소득 지역의 고급주택화(gentrification)를 지원하고, 교도소를 수감자로 채워 값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이다2).
 
이 역사를 안다면 반복되는 경찰폭력과 이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의 한 모습이면서도 (경찰이든 흑인이든) 미국인의 일상 생활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사법제도 개혁 활동가인 마리아메 카배(Mariame Kabe)는 최근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이 현실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경찰관이 흑인 남성이 죽을 때까지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다는 것은 미국 경찰활동의 논리적인 결말이다. 경찰은 흑인을 폭행할 때 단순히 자신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와 경찰폭력 반대 운동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는 2013년 플로리다에서 다른 흑인 살해 사건의 가해자가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2014년 퍼거슨 폭동 과정에서 대중화되었다. 소야 정은 #BlackLivesMatter의 목표와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 나왔을 때 이 슬로건은 흑인들이 비탄을 나누고, 흑인의 죽음을 용인하는 미국의 오래된 관행에 저항하겠다는 결의로 함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목표로 제시되었다.”
 
2014년, 사회활동 경험이 없는 많은 젊은 흑인들이 이 슬로건에 공감해 길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1970년 블랙 팬서 운동에 뿌리를 두고 수십 년 동안 경찰폭력에 맞서 싸워온 지역사회조직과 활동가들도 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BlackLivesMatter 운동이 경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로다 콜론에 따르면 이 조직들은 #BlackLivesMatter가 불러온 분노와 에너지를 구체적인 요구로 동원할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오랫동안 제시해온 요구의 일부를 관철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뉴욕에서는 에릭 가너의 죽음 이후에 경찰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투쟁의 여파로 지자체 차원뿐 아니라 연방 차원의 경찰 개혁도 이루어졌다. 퍼거슨뿐 아니라 볼티모어, 시카고, 댈러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경찰의 활동과 체계에 대한 연방 차원의 조사가 진행됐다. 오바마 정부는 ‘21세기 경찰활동 태스크포스’를 설립했고, 전국 경찰청에 편견 인지(implicit-bias)와 갈등 해소(de-escalation) 훈련, 경찰관이 착용하는 바디 카메라, 경찰-시민 대화(listening sessions) 등의 조치들을 도입하는 데에 수천만 달러가 사용됐다. 일부 주에서는 형사 기소와 수감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시행됐다.
 
이런 개혁이 이루어졌다면 왜 2014년에 발생했던 일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개혁조치를 철폐하고, 유색인과 이민자,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 것이 원인이라고 쉽게 진단하지만, 미국 활동가들의 답은 다르다. 소야 정에 따르면 “미국 지방, 주와 연방 경찰과 경찰 관련 정책의 기본적인 논리를 바꾸지 않아서 오바마 정부의 개혁정책은 충분하지 않았다.” 앤드리라 리치는 시위현장에서 계속되는 경찰의 폭력과 함께 “지난 정부 하에 이루어진 경찰개혁은 경찰폭력과 살인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현재의 봉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역설적으로 미니애폴리스는 경찰개혁의 시금석이라 할 ‘진보적인’ 지역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이 다른 사람의 목을 9분 동안 누르는 것에 면책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3) 코로나19

 
코로나19도 현재 반인종주의 시위의 중요한 또 다른 배경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인종에 따라 매우 불균형적이다. 많은 연구는 흑인과 라티노, 미국 원주민이 감염으로 사망할 확률이 백인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3). 40개 주와 워싱턴DC의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한 연구기관에 의하며 흑인 미국인 10만 명 중 50.3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라티노는 10만 명 중 22.9명, 아시아계 미국인은 22.7명, 백인은 20.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로 흑인 2만 명(즉 2천 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죽었다는 말이다4).
 
보편적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근무할 확률이 높은 흑인과 라티노는 의료보험이 아예 없거나 보장성이 낮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흑인과 라티노는 백인보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고,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치료를 받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흑인과 라티노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무급휴직을 당하는 경우가 백인보다 많다5).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흑인과 다른 유색인은 의료부문, 마트와 약국, 공공교통, 청소 등 ‘필수서비스’로 지정된 일자리에서 일할 확률이 높아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된다6). 앤드리아 리치는 ‘3대 팬데믹’이 ‘현재의 반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팬데믹은 코로나19다. 코로나는 극명하고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구조적 인종주의와 흑인 공동체의 배제와 체계적인 방치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의료보험의 부재(흑인 환자에게 노골적인 의료서비스 거부), 필수적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 부족, 공중보건 지침의 준수가 불가능한 생활과 노동 환경, 그리고 대개 흑인인 수감자에 대한 석방, 또는 최소한의 보호에 대한 공공당국의 거부는 흑인 공동체의 파괴(decimation)라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 팬데믹은 경찰폭력이라는 공권력에 의해 흑인들이 계속해서 직접적으로 살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흑인들은 차별적인 봉쇄 조치 단속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3번째 팬데믹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지역정부들의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삭감이다. 보건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팬데믹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와중에 경제위기에서 그저 살아남으려는 흑인을 폭행하고, 살해하며, 범죄자로 만들어 수감하는 경찰의 예산이 오히려 증액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 흑인들은 보건위기와 경제위기, 그리고 경찰폭력이라는 동일한 억압적 상황을 3가지 다른 측면으로 경험한다.
 

4) 약탈과 공공 기물의 파손

 
특히 사태 초기 국내외 언론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탈과 방화, 공공 기물 파손 행위들을 집중 보도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인 이민자 점포들이 며칠 동안 약탈을 당한 1992년 LA 봉기를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에도 해외 국민들이 입은 피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1992년과는 양상이 다르다. 1992년에 피해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집중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약탈과 파괴행위는 부유한 동네와 (백인) 상류층의 재산을 주로 타격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계 이민자 상인을 조직한 경험이 있는 헬레나 웡이 지적하듯이 약탈과 그 피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이번 시위의 목적과 의미를 흐릿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 참가자들이 길거리에 나선 이유보다 약탈과 재산 피해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빼앗긴 생명을 되살릴 수 없다. 전국 50개 주 모두에서 수천 개의 평화적인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언론은 약탈이 발생한 소수의 지역만 집중 보도한다. 주류언론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보다 폭력을 강조함으로써 착한 시위대와 나쁜 시위대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만든다.”
 

5) 문화적 투쟁

 
시위대가 미국의 인종주의적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동상을 철거하는 장면도 국내외 언론에 의해 널리 보도되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비롯한 미국 식민지 개척자와 창시자, 남부 연합군 장군과 노예 주인들의 동상을 넘어뜨리는 것을 저항의 전술로 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언론은 이런 사건들이 폭력적인 좌익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시위대 전체를 비난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일부 지역정부 인사들은 문화적 공간을 탈환하려는 이런 행위들을 암시적이거나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흑인 여성인) 뮤리엘 바우저(Muriel Bowser) 워싱턴DC 시장은 백악관 앞 16번가 구간을 공식적으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광장으로 선언했고, 길바닥에 같은 문구를 커다란 노란색 글자로 새기는 퍼포먼스를 승인했다. 그 이후에는 수십 개 주요 도시에서 비슷한 행사가 지역정부의 묵인, 또는 공식 허용 아래 진행되었다.
 
이런 행동들은 이번 반인종주의 시위의 ‘문화적’ 경향을 보여준다. 문화적 경향은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역사에 대한 해석, 주류사회에서의 ‘표상’, 또는 ‘대표성’(representation)을 주요 투쟁의 장으로 삼는다. 70년대 말콤X로 대표되는 블랙 내셔널리즘(흑인 민족주의) 운동과 블랙 내셔널리즘의 영향을 받은 유색인의 반인종주의 운동에서 강하게 존재해온 이런 경향은 경제사회 구조나 생산관계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고, 분리주의를 지탱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운동의 구성과 요구를 보면 이 문화적 내셔널리즘이 여전히 일정한 영향력이 있지만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6) 성숙해지는 사회운동

 
우리가 뉴스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 비슷해도 지금의 반인종주의 운동은 2014년 BlackLivesMatter 운동과 차이점이 많다. 우선 지속되는 경찰폭력 반대 집회의 참가자 구성이 인종적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경우 더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2014년에 비해 더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고 있고, 일부 요구는 빠르게 관철되고 있다. 그 이유는 퍼거슨 폭동 이후에 운동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인 조직사업과 내부 토론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4년 투쟁 이후에 구조적 인종주의에 반대하고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수많은 새로운 단체들이 지역별로 결성되었다. 이후 이 단체들이 기존 흑인 인권단체들과 전국 연대기구(‘흑인생명을 위한 운동’, Movement for Black Lives, M4BL)를 결성해 2년간 강령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요구를 뒷받침할 연구·정책사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의 결과인 ‘흑인의 생명을 위한 비전’(Vision for Black Lives) 정책 요구안은 경찰과 사법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경제적 정의’(누진세 도입, 일자리 창출, 플랫폼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노동자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등)와 ‘지역사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경찰조직에 대한 지역사회의 통제 강화, 학교 민영화 반대와 (지역별 공립학교의 교육계획과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위원회의 민주화, 참여예산 도입 등), 흑인 정치세력화(선거자금제도와 투표제도의 개혁, 보편적 인터넷 이용 권리, 흑인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노예제도와 인종주의에 대한 배상 등 관련 요구와 대안을 포함한다. 50개 흑인-주도 조직(black-led organizations)과 수백 개 연대조직은 이 비전을 채택하고 있다7).
 

7)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

 
현재 시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구는 경찰 예산 삭감, 또는 자금의 완전한 철수, 경찰조직의 해체와 재편이다. M4BL과 수많은 유색인 지역사회단체들은 이 요구를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구체화하고 투쟁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투쟁의 힘으로 수많은 도시에서 이 요구가 시의회, 또는 지방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 LA시장은 경찰 예산을 1억5천만 달러 삭감하겠다고 발표했고, 뉴욕 시의회는 60억 달러에 이르는 ’21년도 경찰 예산에서 10억 달러 삭감안을 심의 중에 있다. 많은 지자체가 정신질환이나 가정 폭력, 학교 규율에 관한 사건에서 경찰의 역할을 배제하고, 삭감되는 예산을 정신병, 마약 중독과 빈곤 해소 프로그램에 재배정해서 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야 정에 따르면 경찰 예산 삭감 요구는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고, 수많은 사건에서 경찰의 개입은 죽음으로 이르기 때문에 경찰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에게 이런 문제들을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거론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앤드리아 리치는 경찰 예산 삭감 요구는 “코로나19, 경찰폭력과 경제위기라는 ‘3대 팬데믹’에 대한 답변”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인들이 보건과 경제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로 하는 의료와 주택,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들이 축소되면서 흑인을 범죄자로 만들고 죽이는 기관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단기적으로는 다른 공공 프로그램과 달리 증액이 계획되던 경찰조직들의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서비스의 부족과 그것이 야기하는 갈등과 피해에 대한 해법으로서 지역사회의 안전과 발전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확대가 경찰과 처벌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다.”
 

8) 미국 반인종주의 운동의 의의

 
많은 미국 활동가들은 1달 넘게 진행되는 반인종주의 시위가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도모하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앤드리아 리치에 따르면 “경찰 예산 삭감을 위한 활동에 공공재, 일자리와 소득지원과 같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요구가 내재돼 있다. 이 주장을 확장하면 그 논리적 결론은 전면적인 사회 재편이다.”
 
“궁극적으로 경찰과 교도소 철폐운동은 노동자와 이민자의 권리, 기후정의, 젠더정의와 다른 국내외적인 사회운동들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다른 세상을 그려보는 생산적인 사업이다. 이미 이와 같은 연대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경찰개혁을 위한 캠페인들은 경찰과 출입국 당국 간의 협력 중단과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의 해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면서 경찰예산 삭감과 임금인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군국주의 반대 운동과의 연대도 모색되고 있다.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는 이 역사적 순간에 우리에게 목적의식과 세밀한 분석,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토론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반인종주의 운동은 뚜렷한 계급적 관점과 정체성은 아직 없지만, 코로나19, 경찰폭력, 경제위기라는 ‘3대 팬데믹’의 관련성을 인지하고 이것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헤게모니 국가로서 위상이 약화되고, 사회적 모순이 심각해지고 있는 미국에서 흑인과 유색인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이 서서히 발전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1) https://www.smh.com.au/world/north-america/fighting-in-the-streets-a-timeline-of-police-violence-and-race-riots-in-the-us-20200602-p54yns.html
2) http://todayboda.net/article/6621
3) 전국과 주요 도시별 구체적인 데이터를 위해 Democracy Collaborative,“Racial & Ethnic Inequality and the COVID-19 Pandemic,”2020 참조.
4)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may/20/black-americans-death-rate-covid-19-coronavirus#
5) 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2020/05/06/layoffs-race-poll-coronavirus/
6) https://www.marketwatch.com/story/75-of-frontline-workers-in-new-york-the-epicenter-of-coronavirus-are-people-of-color-and-black-americans-are-twice-as-likely-to-die-from-covid-19-2020-06-01?fbclid=IwAR1WlwuTT-x4AtLcdwjhOzk6ptdURT5oJ5s5LQvv-P4MUEvYdvMDtrf_6m0
7) https://m4bl.org/policy-plat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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