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7.13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어지는 문재인 포퓰리즘

마르크스주의적 부동산 분석

사회진보연대
 
2017년 주택공약을 발표한 문재인 당시 후보 [출처: 이투데이]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온 나라가 한 달 가까이 떠들썩하다. 대책은 수도권 전부를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마치 정책을 조롱이라도 하듯 이전보다 더 뛰어올랐다. 정부는 부랴부랴 7월 10일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정부 정책을 비웃는 분위기다.
 
민심도 흉흉하다. 60%대까지 치솟았던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곤두박질쳤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올랐음에도 투기꾼으로 비난받아 기분이 나빴고, 서울에 아파트가 없는 사람들은 아파트 구매 기회를 잃어서, 또는 커지는 자산 격차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 기분이 나빴다. 노영민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내로남불’식 부동산 보유 실태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렇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대책은 이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시민들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분노하는 지점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짧게 답하며 주택 문제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과 해법을 제시해보겠다.
 

민주당 정부들의 반복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두 번의 민주당 정부에서 발생했다. 월평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 시기 0.75%, 문재인 정부 시기는 0.61%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0.06%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8년간 80% 상승했고, 이명박-박근혜 9년간 7% 상승했다.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개혁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친구임을 선언한” 보수 정부보다 10배나 빠르게 가격이 상승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
 
먼저, 공교롭게도 노무현, 문재인 집권 시기는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다. 노무현 집권 시기인 2천 년대 초반은 부동산 기반의 파생금융상품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때였다. 문재인이 집권한 2010년대 후반은 세계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을 뜨겁게 달구던 때였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다음으로,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다른 정부들보다 더 무능했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는 시장 밖에서 부동산 관련 이득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을 선호해 왔다. 이른바 투기 규제, 수요 규제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부동산 수요, 특히 서울 아파트 수요는 이런 식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투기 수요자의 경우 세금이 올라도 그만큼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매매 차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수요자도 세금을 내더라도 서울 거주가 주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세금 몇 푼을 올린다고 서울 아파트 수요가 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사실 무능의 증거라 하겠다. 심지어 이렇게 실패가 예정된 정책은 부동산 투기꾼들로 하여금 오히려 과감하게 정책실패에 배팅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마저 기를 쓰고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부동산 문제에 관한 근본적 원인도 살펴보자. 우선, 마르크스에 따르면 부동산을 이용한 지대 수입과 매매 차익은 지배계급이 원초적으로 선호하는 착취 방식이다. 생산현장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착취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투쟁을 피할 수 있고, 이윤에 묻어 있는 착취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생산물이 아닌 부동산(토지) 가격인 지대는 오직 수요-공급으로만 결정된다. 그런데 이 수요와 공급에는 자본의 성장 법칙 중 하나인 집적과 집중의 원리가 적용된다. 자본주의에서는 단위 생산당 필요한 자본을 절약하기 위해 경제성장과 함께 집적이 심화한다. 각종 인프라를 도시에 고도로 집적하는 것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그런데 경제가 불황으로 넘어가면, 이 집적이 집중으로 발전한다. 집중은 집적된 자본을 합병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본을 폐기하는 것이다. 집적의 심화가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숫자가 느는 것이라면, 집중의 심화는 대기업 간 인수합병으로 대기업 숫자가 아예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집적과 집중의 원리는 부동산에도 적용되는데, 고도성장 시기에 서울과 지방 대도시가 함께 커졌다면, 저성장 시기에는 수도권이 지방 도시의 자본과 노동력을 흡수해 지방 도시가 몰락하면서 서울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축적의 최종 결과인 과잉자본과 과잉인구의 증가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 이윤율이 하락하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본이 증가하고, 또한, 투자가 감소해 노동능력이 있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인구가 증가한다. 과잉자본은 금융팽창으로 이어져 투기적 혼란을 낳고, 과잉인구는 시민 사이 파괴적 경쟁을 심화하며 엘리트의 사익 추구와 국민 사이 소득 격차를 키운다. 서울에서 아파트 투기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시중 부동자금으로 표현되는 과잉자본 증가가 원인이다. 또한, 부동산 여론이 서울 아파트에 대한 질투로 나타나는 것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포기한 엘리트들의 사익 추구와 심화하는 경제적 격차가 원인이라 하겠다.
 
마르크스 경제이론으로 보면, 현재 서울 아파트 문제에 관한 해결책은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서울로의 집중을 막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균형발전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같은 장기 불황에 쉽지 않다.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둘째, 시장 원리에 맞춰 문제가 악화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공급 확대를 기반으로 투기는 규제하는 것이 되겠다.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누리는 큰 이점을 줄일 수 없는 한, 당연히 서울 아파트 수요는 감소하지 않는다. 투기만이 아니라 실수요 자체도 서울 아파트 문제의 핵심에 있다. 서울이 가지는, 경제, 교육, 문화적 지대는 작지 않다. 많은 국민이 할 수 있다면 ‘인서울’을 하고 싶어 한다. 공급 확대를 기반으로 투기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투기 규제 기반의 공급 확대는 순서가 잘못됐다. 투기가 가능한 것도 서울 아파트 수요의 실물적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토지를 소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는 사적 소유의 변혁이라 할 것인데, 왜냐면 토지 소유는 사적 소유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자, 지대라는 착취의 이상을 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소유제도 전반을 변혁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포퓰리즘

 
물론 문재인 정부는 세 가지 모두 하지 못할 것이다. 문 정부는 다른 문제들과 비슷하게 부동산 문제도 가상의 ‘악마’를 만들어 대중의 정념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할 생각이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악마는 ‘강남’의 투기꾼들이다. 이 투기꾼들이 만악의 근원이다. 정부는 20개가 넘는 정책과 온갖 험한 말들로 강남 투기꾼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최근 폭로된 것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행정부 고위관료와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서울 아파트 지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지대 추구와 거기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들의 질투가 이 정부에서 엉켜서 폭발하고 있다.
 
서울에 엄청난 지대가 존재하는 한 실수요자는 항상 아파트 공급보다 많다. 기본적으로 실수요자가 많은데, 투기까지 합세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수요 규제만으로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덤벼든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실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수요 규제는 역설적으로 신규 주택 구매자를 규제해 기존 주택 소유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결과도 낳는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기를 쓰고 서울에 다주택을 보유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포퓰리즘 정치의 특징은 집권세력의 ‘내로남불’ 치부를 감추기 위해 허구의 적을 상대로 적의를 내뿜는 것이다. 문 정부의 포퓰리즘 정치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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