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0.11.19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선 10기 민주노총, 과연 이전과 다를 수 있을까?

10기 민주노총 임원선거 분석 (1)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가 진행 중이다. 네 개 후보조(기호1번 김상구-박민숙-황병래, 기호2번 이영주-박상욱-이태의 기호3번 양경수-윤택근-전종덕 기호4번 이호동-변외성-봉혜영)가 나섰다. 사회진보연대는 네 후보조의 정책을 다음과 같은 쟁점을 중심으로 차례로 검토해보려 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 속 민주노총의 역할. 둘째, 사회적 교섭과 총궐기‧총파업. 셋째, 북핵 위기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 넷째, 2022년 대선 계획. 다섯째,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의 한계. 이 다섯 가지 쟁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세의 핵심이기도 하다. 본 글이 민주노총 내외부의 토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큰 도전이었다. 이는 노동운동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명환 집행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다 중도사퇴했다. 미증유의 사태이니 혼란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집행부까지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지만, 보급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대유행이 종식되어도 경제적, 사회적 복구 과정이 만만치 않다. 10기 집행부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당연히 이 미증유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10기 집행부를 책임지겠다는 후보조들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전 집행부의 어떤 점을 어떻게 개선하려 하는 것일까?
 

1번 김상구 후보의 무책임한 3차 전국민재난소득

 
기호 1번은 내년 설 전에 ‘3차 전국민재난소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전 집행부도 줄기차게 재난소득을 요구했었다. 재난소득은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제시했고 총선 후 정부가 실시한 정책(긴급재난지원금)이었다. 당시에도 정부 재정으로 매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후 정책 효과 분석에서도 그다지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구제가 절실한 취약계층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정책의 원작자인 민주당 정치인들도 더는 재난지원금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10개월 넘게 이어지는데도 취약층 지원의 적절한 수단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진보적이지 못하다. 기호 1번의 요구는 타당성 여부를 떠나 무책임한 것이다. 노동조합 스스로가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제도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찾지 않고, 덮어 놓고 정부 빚으로 상황을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꼴이니 말이다. 더욱이 기호 1번은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들고서는 사회적 교섭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2번 이영주 후보의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다른 결과를 내겠다는 환상

 
기호 2번 후보조는 먼저 해고-구조조정-임금삭감-비정규직 확대 등에 맞서 현장투쟁을 강화하고, 다음으로 구조대변혁 요구로 제2의 민중총궐기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민주노총의 전형적인 투쟁전략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이후에 다른 결과를 만들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우선, 기호 2번 후보조가 말하는 현장투쟁은 소수에게만 유효하다. 투쟁할 사용자가 건재하고, 노조가 투쟁을 조직할 실력이 되는 곳에나 통할 이야기다. 그러나, 코로나19 고용위기는 노조도 없고 투쟁도 불가한 열악한 곳에서 심각해지고 있다. 현장투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민중총궐기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전략도 문제다. 코로나19 치료에 체질 개선 처방을 내놓는 것이 황당할 수 있는 것처럼, 긴급한 구제 정책을 먼저 실행하는 데 힘을 집중하지 않고 내용도 모호한 구조대변혁을 내세워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겠다는 것은 허망한 이야기다. 과거 민중총궐기에 대한 추억만 가지고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그 구조대개혁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 민주노총 내부에 그런 대개혁의 상에 대한 합의가 있지도 않다. 참고로 이영주 후보가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2015년 민중총궐기는 그 시위는 과격했지만, 그 요구의 내용은 야당 시절 민주당의 개혁안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3번 양경수 후보의 앞뒤가 안 맞는 정책

 
기호 3번은 민주노총 내 의견 그룹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가 지지하는 후보조이다. 조직세로만 보면 당선권에 가장 근접해있다고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정책을 보면, 과연 그만큼의 책임성이 있는 후보인지 의구심이 든다. 기호 3번은 해고금지와 ‘국가고용책임제’를 주장했다.
 
우선 해고금지부터 정세와 핀트가 어긋난다. 고용위기는 해고를 금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사업체 유지 자체가 어려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고금지는 코로나19 고용위기를 겪는 다수 노동자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기호 2번과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가고용책임제는 최근 유행하는 현대화폐이론(MMT)에서 따온 것 같은데, 이는 경제적으로 실행 불가한 정책에 불과하다. 현대화폐이론은 정부 부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모든 실업자를 최저임금 계약직으로 고용하라고 주문한다.
 
정부의 부채인 국채는 국내외 금융기관이 화폐의 안정성과 정부의 지불능력을 신뢰할 때만 지속해서 발행될 수 있다. 금융시장이 개방된 작은 나라, 더구나 저성장, 고령화로 국가 세입이 증가하기 어려운 조건까지 갖춘 나라에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이다. 현대화폐이론은 미국, 일본, 유로존처럼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신뢰할만한 화폐를 갖춘 나라들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조성된 특수한 조건에서 실행한 큰 규모의 적자재정을 항상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런 것을 보통 ‘일반화의 오류’라고 부른다.
 
기호 3번이 현대화폐이론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런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면 기호 3번은 현대화폐이론의 고용정책을 가져다 쓰면서, 비정규직 철폐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화폐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정부 고용은 실업률 제로를 목표로 한 대량의 저임금 단기 일자리이다. 민간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한 일종의 일자리 저수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용정책은 일자리 이동이 경직되면 안 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고용 유연성도 필요로 한다. 국가고용책임제는 절대적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철폐와 동시에 주장할 것이 못 된다.
 

4번 이호동 후보의 무대책

 
기호 4번은 코로나19 대책이 아예 없다. 밑도 끝도 없이 4차 산업혁명 대책이 열거되어 있다. 이호동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와 관련 “비교섭전략에서 투쟁ㆍ교섭 병행전략으로, 소수파전략에서 다수파전략으로, 소극적전략에서 적극적전략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코로나19 경제, 사회 위기에 대한 처방과 대안도 없으면서 어떤 다수파와 어떤 적극적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책임과 관성적 투쟁을 외치기 이전에 민주노총의 책임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향후 몇 년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쟁점은 당연히 코로나19 사태가 남긴 경제적 후유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 봉쇄와 완화가 반복될 것이다. 현재까지도 백신 보급 일정은 정확하지 않다. 2021년까지는 봉쇄와 완화가 이어지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다. 감염병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다면, 그동안 적체된 수요로 인해 2022년 즈음 세계적으로 V자로 보이는 벼락 활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급속한 경기팽창이 나타날 때 오히려 이전 정책들이 부메랑이 되어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V자는 W자의 앞부분일 뿐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경제 제도라는 것을 만든 이후 지금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통화와 정부 부채를 전후 고도성장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해결한 경험이 없다.
 
코로나19 위기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여 단기적 회복이 불가능하다. 노동의 양극화는 더 극단화되었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회복되어도 고용 격차는 계속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직 밖 다수 노동자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코로나19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실력과 대책을 갖췄을 때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네 후보조의 코로나19 대책은 이런 기준에는 한참 미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어지는 10기 민주노총 임원선거 기획 글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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